빅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불의 마리아 라도 작 전기광 역연출의 A simple story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극단 불의 우크라이나 연극 마리아 라도(Maria Lado) 작, 전기광 번역 연출의 아주 간단한 이야기(A Very Simple Story)를 관람했다.
마리아 라도(Maria Lado,1965~)는 우크라이나 출생의 배우 및 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 및 극작가다. 카이우 주립ㅇ연극예술연구소 극작과와 연기학과 출신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 “마에스트로”, “올해의 여성”, “네임술”, “빨강, 흰색, 조금 더러움”, “우크라이나어 놀이” 등 다수가 있다.
전기광(全基光, 1966~)은 서울예술대학 출신으로 황산벌, 비단구두, 라디오 스타, 쉬리, 내 청춘에게 고함, 평양성 그 외의 영화에 출연하고, 방송극 딸부자집, 야인시대, 뮤지컬 번개 맨의 가족뮤지컬 밀림의 왕 타잔, CAT'S, 님을 찾는 하늘 소리, 아가씨와 건달들, 얼레야, DMZ, 광개토대왕, 베이비 베이비, 스팅, 연극으로는 방황하는 별들, 꿈꾸는 별들, 불타는 별들 등에서 기량을 발휘한 미남배우다. 연출작으로는 <서도소리극 추풍감별곡>, <개 같은 날의 오후>, <시집가는 날>, <방황하는 별들>, <팔관회>, <고양시 열린 음악회>, <한강문화축제>, , <빗소리 몽환도>, <괜찮아요> 등을 연출한 대학로 드림시어터 공연장 대표다.
아주간단한 이야기(A Very Simple Story)는 영미 희곡과 러시아 고전이 주로 공연되는 한국연극계에 한 번도 소개 되지 않았던 동유럽 우크라이나의 연극이다. 작년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은 제 각각 이지만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전쟁에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위로의 마음으로 작품을 공연하게 되었다고 인번에 제작한 극단들이 발표했다. 2005년 우크라이나 배우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도 동유럽의 30개 이상의 극장에서 공연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공연되지 않은 동유럽의 숨겨진 명작연극이다.
무대는 가축의 축사로 이루어져 있다. 무대 하수쪽에서부터 돼지우리, 중앙에는 닭둥지, 상수쪽에는 마구간, 소오양간이 나무 판자와 기둥으로 모두 연결되고 먹이를 주는 구유도 설치되어 있다. 무대 중앙 객석 가까이에는 커다란 둥근 바위처럼 생긴 조형물이 있다. 돼지 역에 여배우, 수탉에 남배우, 말 역에 남배우, 암소 역에 여배우가 출연하고, 개 역으로 남배우가 출연한다. 돼지우리 밖에는 돼지형태의 외곽만 본뜬 조형물, 소 오양간에는 암소형태의 외곽만 본뜬 조형물을 걸어놓았다. 중앙에는 닭둥지를 오르는 계단이 있어 수탉이 오르내리며 꼬꼬댁 거리고 대사와 노래를 한다. 다른 가축들도 대사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가축들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각기 돼지, 개, 닭, 말, 소의 조그마한 인형을 줄에 매어 어깨에 걸치고 있다. 축사 뒤로 하수쪽으로 집 주인과 처 그리고 딸의 등퇴장로가 있고, 축사 상수쪽으로 나무 울타리를 들썩이며 이웃집의 아들과 아버지가 등퇴장을 한다. 죽은 사람은 객석 중앙의 계단을 연극 후반에 동선으로 사용한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A Very Simple Story)는 현재에 대한 비유다. 마리아 라도(Maria Lado)의 이야기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가축들을 등장시켜 사랑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람과 가축이 함께...
일상 생활과 두 마을 가족들 이야기가 가축들과 함께 펼쳐진다. 내용은 부유한 농부의 딸이, 가난한 남자이자 술고래의 아들인 이웃집 청년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사실이 축사에서 밝혀진다. 소녀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먼저 알고 아버지가 알기 전에 이웃집 청년과 관계를 끊고, 낙태를 하라고 다그친다. 아버지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하며...가축들은 두 젊은이의 사랑을 이해하기에 진정으로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결국 청년의 아버지인 술주정꾼도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딸의 아버지도 알게 되어 노발대발한다. 이웃 주정뱅이인 청년의 아버지를 죽이려고까지 든다. 축사의 동물들은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젊은이들의 사랑이 이루워지기를 바라며 따뜻한 마음을 펼쳐보인다. 암돼지는 늘 자신은 날개가 달린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집주인인 딸의 아버지가 다 자란 돼지를 죽여 처분하면, 돼지는 날개달린 천사가 되어 다시 축사로 돌아와 가축들에게 자신이 새처럼 날아서 왔노라고 소원을 이루었다고 말하며 좋아한다. 연극은 주정뱅이 아버지가 장총으로 자살을 하면서 반전상태로 들어가게 되고, 두 젊은이의 아기가 태어나면서 따뜻한 해피엔딩으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A Very Simple Story)는 꾸밈 없이, 덧칠을 함이 없이 우리의 삶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영적 완고함이 순수하고 의로운 자연계와 어울려 성경적인 이야처럼 펼쳐진다. "소는 짐승이 된 사람들을 위해 죽을 준비가되어 있습니다" 동물의 생각이 사람보다 그리스도의 품성에 더 가깝다는 내용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연극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심지어 천사조차도 기적적으로 사랑과 충성, 친절과 자비와 같은 인간의 가장 높고 맑고 밝은 감성에 대한 아름다운 한편의 찬송가처럼 전달되는 공연이다.
이들의 공연에는 무대장치가 바뀐다. 축사 중앙의 닭둥지의 계단이 배경 상수쪽으로 이동하고, 둥그런 바위 조형물도 객석 가까운 상수쪽 소 오양간 앞에 놓인다. 돼지우리는 하수쪽, 중앙이 마구간, 상수가 소 오양간으로 사용되고, 가축인형을 어깨에 늘어뜨린 대신 돼지 역할을 돼지 코를, 말은 말의 귀가 달인 모자를, 닭과 개도 형태를 딴 모자를 쓰고 출연하고 이웃집 주정뱅이는 자살한 뒤 중앙의 계단이 아닌 닭 둥지위로 백색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조연하, 맹봉학, 주원성, 문혜주, 박 용, 전서진, 조정근, 김홍택, 공현옥, 김태라 그리고 안호주, 송인준, 원덕현, 황중후, 신가영, 전시하, 유영은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부터 감정설정은 물론 가축 출연진의 연기는 합당해 관객의 공감대를 설정하고 극에 몰입시켜 갈채를 받는다. 가축의 의상, 특히 수탉의 의상과 분장이 눈에 띄고 날개달린 돼지천사, 주정뱅이의 죽은 뒤의 의상이 기억에 남는다.
조명 이인연, 의상 김종한, 무대 황도석, 소품 한동현, 음악 박정훈, 음악 최정훈, 조연출 김동현, 기획 채주원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불의 마리아 라도(Maria Lado) 작, 전기광 번역 연출의 아주 간단한 이야기(A Very Simple Story)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우수 걸작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