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봄 파종을 위해 밭을 준비하던 중 건너편 밭을 경작하는 9년 선배가 질문을 합니다.
"감자 안심나?"
"감자는 너무 싸서 올해는 다른 작물을 심어볼까 합니다"
"뭐 심을려고?"
"완두하고 땅콩을 심어볼까 합니다"
"그거 심어봐야 전부 까치한테 상납할텐데?"
"아? 그래요? 까치가 땅콩도 먹나요?"
"말해서 뭣해. 혹시 그물망으로 철저히 단속한다면 또 모르지!"
"그럼 고구마나 심어야 겠구만요"
"고구마는 또 쥐가 파먹지!"
이 영감님 도대체 왜 이러시나? 올해로 개간 4년차이다. 그동안 경험부족으로 해마다 고구마를 심었지만 소기의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점성이 너무 강한 "생황토"토질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첫째로 토질이 중요하다. 물빠짐이 좋은 사토질이어야 한다. 그 점을 간과하다보니 해마다 잎만 무성한 고구마에 허탈해야 했다.
이론상 황토땅에 부엽토를 비롯한 미량요소를 공급해주면 토질이 부수러지는 "떼알구조"로 변형이 되면서 작물재배에 최적화가 이루어 진다. 하지만 그건 이론일 뿐. 현실이 그렇게 만만치 못하다. 그래서 내린 극약처방이 인근의 건축예정 부지로 휴경중인 밭의 우량토질을 퍼나르기로 한것.
공사장에서 사용하던 등짐용 운반통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구석에 몇년째 방치된 것이 있어서 빌려다가 40킬로씩 들어가는 흙을 700번을 등짐으로 져날랐다. 처음에는 하루에 10회씩 하다가 점차적으로 횟수를 늘려 오전에 10번, 오후에 10번 하루 20번에서 일주일 후부터는 오전 오후 15회씩 하는 식으로 약 2개월 이상을 퍼나르니 700회를 돌파했다.
이번에 흙을 파보니 황토벽돌의 훍이 드디어 부스러지는 흙으로 변모했다. 거기다가 의외로 전혀 예상치 못한 부엽토 노다지를 바로 텃밭 위에서 발견을 했다. 일부분에 흙을 메꿔줘야 할 부분이 생겨 흙을 파다가 부엽토가 한쪽 구석으로 몰려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올해는 그동안 실패했던 땅콩을 기어코 성공시키려고 지난 가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땅콩도 구입을 했다. 어떤 작물이든 파종시기에는 가격이 두배로 올라 버린다. 그래서 수량이 풍부한 수확직후에 미리 구입을 해둘 필요가 있다. 땅콩역시 토질이 모래알처러, 밀가루처럼 부두러워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틀림없이 성공예감이 든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가까이에서 농사하는 이웃이 힘빼기 작전을 벌이니 참으로 기분이 묘하다. 사실 야산에 붙어있다보니 까치와 비둘기의 공격이 보통 심한게 아니다. 지난 가을 마늘을 심었더니 몇일 후 마늘 알맹이중 상당수가 뽑혀 있었다. 도대체 누구의 소행일까를 궁금해 하던중 평소 즐겨보던 홍산마늘 유투버가 그 궁금증을 풀어줬다. 바로 까치의 소행이라는 점!
봄에 제일먼저 수확하는 완두도 마찬가지. 완두가 먹을만 해지면 까치와 비둘기가 먼저 침을 바른다. 생가다못해 새그물을 구입해 밭 전체를 새그물로 덮어 버렸다. 그런데 이게 보통 불편한게 아니다. 지지대를 세워 사람이 작업할 수 있게 해 보지만 까치나 비둘기는 어떻든 틈을 만들어 헤집고 쳐들어 온다. 정말이지 유해조수의 피해는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면 땅속에서 자라는 식물이 안전하지 않을까?
땅 속에 먹을게 있다는 소문이 나면 쥐 종류가 원정을 온다. 쥐는 두 종류. 두더쥐와 생쥐가 있다. 이것들이 땅속을 헤집고 뿌리작물을 먹어 댄다. 가을에 김장채소를 심으면?
도무지 재배할 작물이 없다.
하지만 농부는 "그럴지라도" 씨를 뿌린다. 벌레가 생기면 농약을 뿌리면 된다. 그게 "극복"이 아니겠는가!
슈퍼오디 5그루를 심었다. 3년째인 지난해에는 오디가 엄청나게 달렸다. 그런데 왠걸? 갑자기 힌솜이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를 감싸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균핵병"이라고. 미리 예방약을 뿌려야 하는데 그 작업을 안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야단을 친다. 어디 그뿐인가? 어렵사리 균핵병을 물리치는가 싶더니 오디가 갑자기 사라지고 있다. 왠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바로 까치의 소행. 온 동네의 까치가 모두 집결을 한듯 싶을 정도로 몰려들어 닥치는대로 오디를 먹어치우고 있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톱으로 가지를 모두 잘라버렸다.
그래도 지난해 친구들이 명의를 빌려준 도시농장 두곳의 4평짜리에서 강화속노란 고구마 두단으로 70여킬로의 고구마를 수확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강화속노란 고구마의 생식용 맛! 적당하게 당분이 함유된, 수분이 넉넉한 강화고구마는 생식으로 먹으니 더 맛있다. 두곳에 심었는데, 한곳은 20킬로 한곳은 50킬로를 수확했다. 차이의 원인은 습기 때문이다. 한 곳은 장마철에 물빠짐이 나쁜 밭이고 한곳은 마사토라서 물빠짐이 좋았다. 고구마는 첫째가 토양의 선택이다. 물빠짐이 좋아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
어떻든 수고가 팔요한 텃밭농사도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만일 내가 텃밭에 올인하지 않았다면 평소의 희망대로 캠핑을 다녔을텐데, 그랬다면 엄청나게 재정이 깨졌을 것이다. 다행히 은퇴하면서 코로나19로 이동이 통제되는 바람에 텃밭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 그나마 빈약한 노후자금을 지켜주는 비결이 된듯 싶다.
텃밭농부도 투사가 돼야 한다. 천적들과의 전투! 까치,비둘기,고라니, 배추벌레, 청벌레등과의 끊임없는 싸움. 고추를 자굽해 보려고 30주를 심었었다. 정성을 들인만큼 엄청나게 폭풍성장을 했다. 그런데? 장마에는 장사가 없다. 지난해의 계속되는 장마에 결국은 탄저병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마치 고추에 손도장을 찍은듯 기분나쁜 탄저병은 이겨낼 방법이 없다. 경험상 텃밭에 고추를 심으려면 한곳에 몰아심지 말아야 한다. 건너띄기로 식재한다면 그래도 탄저병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9월말 심은 홍산마늘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니 우리 부부는 기분이 좋다. 주아로 재배한 종구를 구입해 심었기 때문에 마늘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을 한다. 하지만 내년 부터는 우량한 종자를 확보할 수 있으니 마늘재배에 대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