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농가]구기자 재배하는 전재엽 씨
충남 부여의 전재엽 씨는 다른 농가보다 구기자 수확량이 많고 품질도 월등해 억대 소득을 올린다. 전씨는 구기자 수확과 선별·세척 등을 기계화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구기자 수량 증대와 품질 향상 기술 노하우로 소득을 높여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고수형 재배해 수량 높이고 기계화로 노동력 절감
[고소득 비결 포인트 1 - 150m의 고수형으로 수량 증가] 최근 구기자 주산지를 제치고 ‘부여 구기자’가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충남 부여군구기자연구회 40여 농가가 생산한 구기자는 품질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KGC인삼공사와 계약재배로 연간 30t을 납품하고 있다. 부여의 구기자 농가들은 우수한 구기자 생산과 소득 증대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앞장선 일등공신으로 전재엽 씨(68·부여구기자영농조합 대표)를 꼽는다.
“고구마를 26년간 재배했는데 유통과 저장 등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구기자에 주목하고, 기계화와 재배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어요.” 전씨가 구기자 농사를 지은 지는 올해로 7년째다. 처음에는 비닐하우스 990㎡(300평)에서 시험재배했다가 지금은 1만 3200㎡(4000평, 단동 비닐하우스 16동) 규모로 넓혔다.
“구기자 주산지에 가봤더니 묘목 크기가 작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재배하고 있었어요. 기후변화에 대비해 구기자도 노지가 아닌 비닐하우스 재배로 전환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기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씨는 관행과 달리 완전 개폐형 비닐하우스에서 고(高)수고 수형으로 재배해 고품질 구기자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비닐하우스 재배는 탄저병 등 병해를 예방하고 생육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품질 향상 효과도 있다.
“보통 비닐하우스 폭이 5m 20㎝인데 7m로 넓히고 천장 높이는 3m, 측고(처마 높이)는 2m 10㎝로 높여 환기가 잘 돼 구기자 생육 상태가 아주 좋아요.” 구기자나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할 때 이랑 사이 2m, 묘목 사이(포? 사이) 50㎝를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 구기자를 밀식재배하면 환기가 안돼 병해충이 생기기 쉽고 방제 작업도 잘 안된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전씨는 다른 농가보다 높은 150㎝로 지주를 세워 원줄기를 유인한 뒤 양옆으로 가지를 늘어뜨려 열매를 맺게 한다. 꺾꽂이(삽목)한 뒤 유인줄을 올려서 첫해에 가지를 70~80㎝까지 유인하고 이듬해 150㎝까지 올린다. 이처럼 지주대가 높으면 열매가 굵고 수확량이 더 많은 것이 이점이다.
[고소득 비결 포인트 2 - 영양제와 액비로 생산량·품질 ↑] 전씨는 재래종 구기자를 재배한다. <청명> <화수> 등 신품종 구기자는 열매가 크고 길쭉한 모양인데 재래종은 열매가 잘고 둥근 모양이다.
“신품종이 재래종보다 열매가 굵고 큰데 말리면 근수가 안 나갑니다. 게다가 신품종은 열매에 달린 꼭지가 잘 떨어지지 않아 시간과 일손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래종을 재배합니다.” 재래종 중 열매가 굵은 것을 꺾꽂이용으로 골라 갱신하면 굵고 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꺾꽂이모(삽수, 꺾꽂이하기 위해 일정한 길이로 잘라 낸 줄기나 싹)는 직경 5~10㎜ 이상의 줄기를 15~20㎝ 길이로 잘라 준비한다. 꺾꽂이모 준비는 1월 가지에 맹아가 생기기 전에 하는 것이 좋으며 꺾꽂이하기 전까지 비닐로 싸서 저온 창고에 보관하고 2월 20일~3월 초에 심는 것이 좋다. 구기자를 꺾꽂이한 뒤 대부분 농가는 재배사 바닥에 바로 제초매트를 까는데 전씨는 폭 2m 50㎝의 두꺼운 검정비닐을 멀칭한 뒤 그 위에 제초매트를 깐다.
“구기자는 다비성 작물이기 때문에 토양을 관리하고 땅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생육할 때 물 관리와 병해충방제 등에 의해 생산량과 품질이 크게 좌우돼요.” 구기자 농사를 쉽게 하려면 화학비료를 주면 되지만 전씨는 KGC인삼공사의 까다로운 납품 기준에 맞춰야 하므로 유기농 비료를 시비한다. 처음에는 토양 관리를 위해 소똥 같은 발효퇴비를 넣다가 지금은 액비를 관주한다. 웃거름도 화학비료 대신 영양제와 액비를 시비한다.
전씨는 구기자를 심을 때 두 줄로 점적호스를 설치해 액비와 물을 함께 공급한다. 열매가 맺는 6~7월에는 2주에 한 번씩 적절한 비율로 희석한 영양제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구기자 품질을 높인다.
“처음에는 재배사에 분사호스를 깔았는데 물이 넘쳐 바닥이 질척하고 구기자 생육 상태도 안 좋았어요. 점적호스와 밸브 장치를 하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지만 이렇게 해야 구기자 품질도 좋고 농작업도 수월해요.” 전씨를 비롯한 구기자연구회 농가들은 중금속, 잔류농약, 오염, 화학성분 검사 등 KGC인삼공사의 까다로운 납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PLS)는 물론 농산물우수관리제(GAP) 인증을 받았다. 구기자는 여름철에 탄저병과 온실가루이 등의 발생이 심하다. 8월부터는 주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구기자를 수확할 때까지 적용 약제로 방제한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응애와 총채벌레는 약을 치면 잘 들어요. 온실가루이는 발생한 뒤엔 방제해도 늦어요. 구기자 잎과 열매를 검게 만드는 무서운 해충입니다. 주기적으로 예방 차원의 방제가 중요한 이유죠.” [고소득 비결 포인트 3 - 수확·세척 기계화…노동력 절감 ‘톡톡’] 구기자는 연간 두 번 수확이 가능해 소득원으로 인기가 높다. 수확 시기에 따라 여름 구기자(8~9월)와 가을 구기자(10~11월)로 나눈다. 크기가 작은 열매를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할 때 노동력이 많이 드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이에 노동력 절감 기술에 답이 있다고 본 전씨는 바람(에어)을 이용해 수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기존 진동형 수확기는 고장이 잦고 150만 원 정도로 비싸요. 청소와 제설용으로 쓰는 블로워(기류를 불어내는장치)를 활용한 탈과기는 이동이 편하고 가격도 실용적입니다. 이 탈과기로 한 시간이면 재배사 한 동씩 구기자를 수확할 수 있어요.” 전씨는 구기자 수확에 맞게 개조한 탈과기(블로워) 4개를 80만 원에 사서 쓰고 있다. 수작업으로 따는 것보다 작업 효율이 높아 다른 농가들도 탈과기를 많이 사용한다. 탈과기로 열매를 땅에 떨어뜨린 뒤 바닥에 미리 설치한 그물(수확망)을 걷어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다.
그동안은 수확한 구기자의 잎과 열매 등을 농산물 선별기로 분리한 뒤 수조에 침지하고, 물로 세척해 건조하는 작업 과정을 거쳤다. 전씨는 3년 전 새롭게 제작한 구기자 전용 세척기를 농가에 보급해 효율을 높였다.
“구기자 전용 세척기를 활용하면 세척 효율이 높아요. 구기자 세척기로 완숙과를 선별·세척하면서 잎과 미숙과, 부유물을 분리할 수 있어 품질 관리에도 유리하죠.” 구기자는 세척 후 저온에서 건조해야 빛깔이 곱다. 건조기 채반에 식품 건조망(실리콘 메시)을 깔고 55℃로 50시간 정도 말린 구기자는 품질이 우수해 600g(1근)에 4000원 정도 높은 값을 받는다.
구기?를 연간 1.8~2.4t 생산하는 전씨는 얼마 전 연동 비닐하우스 4동(3000㎡, 900평)을 새롭게 추가하고 앞으로 재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한편 전씨는 “구기자는 풍수해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되도록 구기자 농가들이 관심을 갖고 한목소리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진랑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