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구에 대하여
우리 주위에 여러 가지 전기기구가 사용되고 있다. 사실 이런 기구들이 만들어져 사용된 것은 불과 2백 년 전이었지만 이제는 없으면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밤을 밝게 해주는 전구, 형광등, 그리고 연락을 빠르고 편하게 해주는 전화, 전보, 전신과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들, 및 고속전차가 태어났으며 또한 이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전동기가 생겨났다. 각 가정에서도 세탁기, 식기 세척기, TV, 라디오, VCR, 오디오, 컴퓨터, 및 마이크로웨이브레인지 등이 갖추어져 훨씬 생활이 편리하게 되었고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활발해졌다.
현대의 기업들이 만들어졌고 투표권이 확대되어 소외계층이었던 노동자, 여성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교통수단이 대중화되어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게 되어 도시가 팽창하였다. 또한 신문, 방송이 생겨나 빠르게 소식이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했었다. 2차 세계대전 때의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방송을 이용하여 선동하고 여론을 조작했던 것이 한 예이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엘 (1903~1950)은 소설 ‘1984’에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신문 방송들이 정부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전체주의 사회를 묘사하였다. 신문 방송은 악용되면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소식을 없애거나 조작 또는 다르게 포장하여 국민들을 오도할 수도 있고 실제로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하였던 국민가수 ‘나훈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생활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소리나 냄새보다는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 주로 낮에 활동하므로 밤에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조명이 필요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집안에서는 촛불이 야외에서는 횃불이 사용된 듯하다. 과거에도 주요한 거리는 범죄 예방 등의 이유로 조명을 했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14세기 초부터 런던의 중요한 거리에 조명을 집주인들이 해야 한다고 시장이 명령했다는 것이 기록에 남아 있다.
석탄이 난방이나 생산의 동력으로 사용되고 있을 때 탄광에서 나온 석탄가스가 등불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18세기 말에 영국의 기술자 W. 머독 (1754~1839)이 석탄가스를 사용한 조명 기구를 발명하였다고 전해진다. 그 후 차차 석탄가스로 조명하는 방법이 보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화 후 가스등으로 조명한 듯하다. 왜냐하면 1939년에 시집 와사등이 김광균에 의해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릴 때 등유로 조명하는 호롱불을 들고 다닌 기억이 난다.
전기 에너지가 사용될 수 있게 되자 전기로 조명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졌다. 미국의 발명가 T. A. 에디슨 (1847~1931)이 본격적으로 전등발명에 몰두하기 전에 이미 전구에 들어가는 필라멘트의 재료로는 백금선이 좋은가 탄소선이 좋은가 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었고 1870년대에는 적당한 탄소선을 사용하는 것이 비교적 유망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는 1878년부터 백열전구의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하여 전구에서 공기를 제거하는 수은 배기펌프를 개량하였고 또한 그 당시에 가장 유망하다고 결론이 내려졌던 탄소 필라멘트를 사용하여 다음해인 1879년 10월 21일에 40시간 이상이나 계속해서 빛을 내는 전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 후 금속 중에서 가장 녹는점이 높은 텅스텐이 1910년부터 필라멘트로 사용되었고 내부는 아르곤 (85%)과 질소 (15%)로 채워진 전구가 등장하여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스위치를 올려 전류가 전구 속의 필라멘트를 지나가게 되면 필라멘트의 저항에 의하여 빛과 열이 발생한다. 전열기는 주로 열을 발생하게 저항을 크게 한 니크롬선을 사용하지만 백열전구는 열보다는 빛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열전구의 효율은 5%에 지나지 않아 효율을 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며 효율을 크게 개선한 것이 형광등이다.
물체에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쪼이면 물체가 에너지를 흡수하여 들뜨게 되며 이 들뜬 상태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며 바닥상태로 천이하는데 이 때 쪼여준 빛보다 더 길어진 파장의 빛이 방출되는 경우가 종종 관찰되며 이 현상을 형광 또는 인광이라고 한다. 형광과 인광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면 형광은 쪼여주는 빛이 사라지면 곧 방출되지 않으며 인광의 경우에는 빛이 사라져도 오랫동안 빛을 방출한다. 인광은 야광시계 등에 사용되고 형광을 방출하는 물질을 유리관 내부에 발라 전기에 의하여 빛을 방출하게 하는 것이 바로 형광등이다.
1874년에 영국의 물리학자인 W. 크룩스 (1832~1919)가 발명한 진공상태의 크룩스관에 약 0.002~0.004 기압의 아르곤기체와 미량의 수은을 넣고 관 벽에 형광물질을 발라놓은 것이 형광등이다. 전류가 관내에 통하게 하면 음극에서 전자가 방출되며 이 전자들이 수은 원자들과 충돌하여 254와 185nm의 자외선을 방출시킨다. 방출된 빛이 관 벽에 있는 형광물질을 자극하여 파장이 보다 긴 가시광선이 방출된다. 형광물질은 망간2가 (Mn2+), 주석2가 (Sn2+), 납2가 (Pb2+) 및 유로피움2가 (Eu2+) 금속이온들이 doping된 황화아연 (ZnS), 텅스텐산칼슘 (CaWO4), 규산아연 (Zn2SiO4) 등의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효율은 20% 정도로 백열전구보다 상당히 높다. 형광물질 대신 관 내부에 네온기체를 넣은 것이 광고 등에 이용되는 네온사인이다.
텅스텐(중석)은 지하에 실라이트라고 불리는 칼슘염 (CaWO4)으로 존재한다. 채굴된 텅스텐은 선광과정을 거쳐 순도가 높아지며 이 제품이 화학반응을 거쳐 보다 순도가 높은 칼슘염이 만들어진다. 이 칼슘염이 가열되면 산화텅스텐 (WO3)이 되며 수소기체로 환원되어 텅스텐 금속이 생산된다. 녹는점이 금속 중에서 가장 높고 비중 (19.3)이 커서 단단하므로 전구의 필라멘트와 철과 섞인 합금의 형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강철로만 이루어진 기관총은 열에 약하므로 텅스텐으로 보강된 고속도강이 사용된다.
발명된 전구가 실제로 사용되게 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제품들도 만들어져야 했다. 전구를 쉬게 꿀 수 있는 소켓을 위시하여 사용된 전기의 양을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였으며 전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도 개선되어야 하였다. 그 외에도 스위치, 퓨즈, 전력선, 지하에 묻은 절연체 등등의 필요한 물품들이 에디슨의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
19세기 중엽에 전보, 전화가 발명되어 사용되고 있었지만 유럽과 아메리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선이 대서양을 지나야 했다. 여러 번의 시도 후에 드디어 1866년에 구리선 외부를 고무로 두텁게 감은 전선이 대서양 해저로 가설되어 대서양 양안의 거리가 훨씬 단축되었다. (그 당시에는 태평양이 오늘날처럼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장에서 도선을 움직이면 전류가 흐르듯이 전기장에서 자화된 물체는 힘을 받아 회전한다.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일정하면 1/2주기만 회전하고 정지하므로 계속하여 회전하게 하려면 전류의 방향을 1/2주기마다 반대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이런 원리로 전동기가 작동되며 전동기에 의하여 엘리베이터가 고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였다. 고층 엘리베이터가 발명되자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 고층건물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911사태로 무너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 있는 시어스타워 등이 유명한 고층건물들이며 우리나라에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대한생명63빌딩이 가장 높다. 필자도 63빌딩의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가 보았는데 불행히도 안개가 끼고 비가 내려 멀리까지 볼 수 없었다.
또한70년대에 사라졌지만 서울과 부산에 운행되었던 전차도 전동기에 의해 작동되었다. 부산에서는 동래온천장에서 서면까지 그리고 서면에서 공설운동장까지 전차가 운행하였다. 필자는 72년에 서울로 이주하였는데 그때는 이미 전차가 사라진 뒤였다. 2001년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였을 때 언덕을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전기로 움직이는 트롤리버스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였던 경험이 있다.
또한 서류 등을 개인 사무실에서 필요로 하는 장소로 바로 보낼 수 있는 팩시밀리와 양질의 음악이나 화면을 재생할 수 있는 cd (compact disk) 플레이어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cd의 표면에 레이저 광선을 쪼이면 cd 원반에 파여진 신호에 대응하는 빛이 반사되며 이 빛을 전기신호 그리고 음향으로 변환한다. 이런 최신의 기술이 몰래카메라 또는 음란물들의 방영에 많이 이용되는 현실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 인간이 도보에서 당나귀나 말이 끄는 전차 그리고 말을 타고 달리던 시절에서 증기기관차, 전차, 디젤기관차, 자동차 등이 개발되어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개항 이전인 19세기 말에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거의 하루가 소요되었지만 지금은 전철을 이용하면 2시간 내로 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속도에 대한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것의 한 예로 초전도자석을 응용한 자기 부상형 초고속열차가 등장하였다. 선로위에서 부상하여 달리므로 마찰이 아주 적어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현재는 시속 250km 정도이지만 300km을 넘는 것은 곧 이루어질 듯하다. 시속 500km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