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은 6일, 각종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메인 뉴스도 ‘미세먼지’관련 보도였다. 경제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이슈는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 피해다. 그래서인지 네이버에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기사마다 댓글이 넘쳐났다.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고, 중국에 대한 비난, 脫원전 정책의 재앙이라는 지적, 정부의 차량 2부제 및 경유차 통행 금지 조치에 대한 비난의 글이 많았다.
6일 하루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내내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7일에도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경부는 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경기도 연천·가평·양평군 제외)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비상 저감조치 발령에 따라 수도권에 위치한 7408개 행정·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 적용을 받는다. 또 구청 등 공공기관 주차장 450여 곳도 전면 폐쇄된다. 서울에서는 2005년 이전 등록한 2.5t 이상 노후 경유차 운행도 전면 금지되며, 위반한 차량에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한편,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이날 통계청은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환경문제가 ‘미세먼지’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일 통계청이 발간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5%는 가장 불안한 환경 문제로 미세먼지를 꼽았다.
이어 방사능에 대한 불안도는 54.9%로 나타났다. 방사능은 최근 라돈침대 논란과 함께 우려를 낳은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등 유해화학물질(53.5%), 폭염·홍수를 비롯한 기후변화(49.3%), 농약·화학비료(45.6%) 순이었다. 수돗물이 우려된다는 응답률이 30.4%로 가장 낮았다.
환경이 5년 전과 비교해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25.4%에 불과했으며 과거보다 나빠졌다(36.4%)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 그렇다면 우리를 숨막히게 하는 미세먼지는 전부 중국 탓인가?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달 24일 서울 양재동에서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초미세먼지 대책'을 주제로 '세계과학한림원 서울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 참석한 한국,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의 세계적인 미세먼지 연구자들은 “한국이 미세먼지 원인을 국외에서만 찾고 손 놓고 있다가는 미세먼지 해결은 요원하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석탄 비중이 여전히 높은 에너지 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脫석탄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대기 질을 빠른 속도로 개선시키고 있는데, 한국은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때마다 중국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잘잘못을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전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항공기와 지상·선상 관측을 통해 한반도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을 때 연구책임자였던 잭 케이 NASA 지구과학국 부국장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시기, 장소에 따라 중국 영향 정도는 천차만별"이라며 "한국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왔다고 일반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잭 케이 씨는 2년 전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항공기와 지상·선상 관측을 통해 한반도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을 때의 연구 책임자였다.
당시 연구진은 "한반도 대기오염 물질의 52%는 국내 요인, 외부 요인은 48%인데 이 중 33%가 중국 영향"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세먼지 발생에 내부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칸하이둥 푸단대 교수는 "최근 5년간 중국 대기 질은 상당히 좋아졌지만 한국은 미세먼지 농도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늘어났다"며 "중국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지만 한국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요인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칸 교수는 "최근 5년간 대기 질 개선은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공장을 이동시키거나 오래된 경유차를 폐차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쏟아부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칸 교수는 "중국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대기 질 문제의 근본은 에너지 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한국은 ‘脫原電’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석탄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다.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석탄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1%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원전 비중은 전년(30%)보다 3.2%포인트 감소한 26.8%였다. 석탄 비중이 올라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증가했다.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탈원전은 의문점이 많은 정책입니다." 로버트 스타빈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2018년 7월 24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설계하는 등 기후변화 분야 석학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탈원전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며 "석탄발전이 늘수록 이산화탄소(CO2)뿐 아니라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등 유해물질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지난 8월 정부의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위한 공개질의에서 이렇게 질문했다. "지구온난화로 폭염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저탄소 발전원인 원전을 축소하면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을 감축시킬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냐". 대책은 아마도 없는 듯 보인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면 ‘脫原電 정책’을 ‘脫’하는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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