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인간
원제 : Of Mice and Men
1939년 미국영화
감독 : 루이스 마일스톤
원작 : 존 스타인벡
음악 : 아론 코플랜드
출연 : 버지스 메레디스, 론 채니 주니어, 베티 필드
찰스 빅포드, 로넌 보넨, 밥 스틸
노아 비어리 주니어
'생쥐와 인간'은 존 스타인벡의 소설입니다.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고 노벨상을 받기 전에 만들어진 두 편의 유명한 영화의 원작자입니다. 바로 '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 이지요. 두 작품에 비해서 '생쥐와 인간'은 소설로서는 나름 유명하지만 영화로서는 두 작품에 비해서 훨씬 덜 유명합니다. 물론 존 말코비치 주연의 92년 영화는 나름 알려졌지만 아주 유명하진 않죠. 1939년에 처음 만들어진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생쥐와 인간'은 유명한 두 작품보다 오히려 영화로는 더 먼저 나온 작품입니다. 다만 유명한 두 작품에 비해서 우리나라에 개봉된 기록이나 방영된 기록이 없어서 생소한 작품일 뿐입니다. 유명 스타가 나온 두 영화에 비해서 유명 배우도 안 나왔고.
'생쥐와 인간'이 만들어진 1939년은 유독 할리우드에서 걸작이 많이 나온 해 입니다. 매년 수많은 영화들이 양산되지만 유독 걸출한 작품이 많이 등장하는 해가 있는데 1939년이 그랬습니다. 불멸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대표되는 1939년은 '오즈의 마법사' '브룩휠드의 종' '역마차'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폭풍의 언덕' '게임의 규칙' '사랑의 승리' '포효하는 20년대' '노틀담의 꼽추' 니노치카' 등 유독 출중한 영화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생쥐와 인간'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10편의 영화 중 하나 였으니 상당히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었지요.
두 남자가 함께 등장하여 미래에 대한 장미빛 꿈을 꾸지만 이루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내용, 이런 유사 소재 영화가 뭐가 있을까요? '미드나이트 카우보이' '내일을 향해 쏴라' '허수아비' 한국 영화로 '걷지 말고 뛰어라' 같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큰 남자와 작은 남자의 조합을 이룬 작품들이라서 매우 유사해 보였습니다.
어릴 때 부터 같이 지낸 조지 밀튼(버지스 메레디스)과 레니 스몰(론 채니 주니어)은 함께 다니며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왜소한 체격의 레니는 머리가 나름 영특하고 거구의 조지는 머리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마음은 어린애처럼 순박한데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고를 치곤 합니다. 둘은 어느 농장에 와서 일꾼이 됩니다. 이 영화는 그들이 머무는 농장을 배경으로 전개가 됩니다.
농장에서 일자리를 얻은 조지와 레니, 농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농장주는 가끔 화를 내지만 나름 괜찮은 인물 같았는데 그의 젊은 아들 컬리(밥 스틸)가 문제지요. 컬리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열등감을 갖는 인물로 깐깐한 성격입니다. 특히 덩치 큰 거한에 대해서는 경계와 적대감을 보이지요. 컬리의 부인인 메이(베티 필드)는 결손가정을 벗어나기 위해서 컬리와 결혼해서 농장에 같이 살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거친 남자들이 여럿 모여 사는 농장이다 보니 컬리는 메이의 자유분방함에 대한 경계가 심하고 특히 메이가 눈길을 준다고 생각되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병적으로 경계를 합니다. 다만 그 농장에 오래 머문 유능한 일꾼 슬림(찰스 빅포드)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하죠. 슬림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일꾼입니다. 메이가 은근히 그에게 눈길을 주지만 슬림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외면합니다. 조지와 레니가 이 농장에 왔을 때 그들과 친근해지고 도움이 된 사람은 한쪽 손을 사고로 잃은 나이든 일꾼 캔디와 슬림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조지와 레니는 완전 단짝으로 나오는데 레니의 힘과 조지의 임기응변이 서로에게 상호 보완이 되는 역할입니다. 다만 머리가 아둔한 레니를 길들이기 위해서 조지가 무척 애를 쓰지요. 레니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조지, 그는 레니와 헤어질 경우 오히려 삶이 잘 풀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레니에 대한 의리를 단단히 지키지요. 그럼에도 레니는 조지의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예기치 못하게 사고를 치곤 합니다. 앞서 머물렀던 마을에서도 레니가 무심코 아름다운 여자의 몸을 만졌다가 봉변을 당할 뻔 해서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레니는 예쁜 것을 보면 악의 없이 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합니다. 이 농장에 와서도 레니는 슬림이 키우는 강아지를 너무 예뻐하는데 그런 모습은 마치 덩치 큰 어린 아이 같습니다.
다소 불안불한 하지만 별 문제없이 흘러가는 듯 했던 농장에서 결국 화근이 터집니다. 그런 조짐이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서 보였죠. 캔디가 키우던 늙은 개가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워지자 차라리 사살을 하자는 동료의 권유가 있었고 캔디는 그로 인하여 마음 아파 하는데 한 손이 불편하고 늙은 자신도 결국 언젠가 쓸모없어 질거라는 불안감에서 늙고 쇠약해진 개와 동질감이 느껴진 것이겠죠. 그리고 메이의 자유분방함은 일꾼들에게 늘 경계의 대상이자 불안한 요소였습니다. 그녀의 남편 컬리가 레니에게 성질을 부리고 주먹질을 하다가 무심코 주먹을 잡은 레니의 힘에 의해서 주먹뼈가 으스러지고 이 사건은 더욱 불안감일 키우게 되지요.
사실 조지는 레니와 함께 그 농장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습니다. 몇 달치 급료만 모으면 미리 봐둔 노인 부부 소유의 땅을 사서 자신의 농장을 가질 장미빛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런 계획을 듣고 합류하기를 원한 캔디가 모아둔 돈이 있어서 조지의 계획은 좀 더 빨리 실현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 일이 늘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법, 조지의 이런 계획은 어느 한순간에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질 상황이 되지요. 레니가 큰 사고를 치고 만 것 때문에.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도 그랬지만 스타인벡의 소설은 대체로 잘 먹고 잘 사는 상류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험난한 삶을 치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무일푼의 두 젊은이가 새로 취직한 농장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삶과 그런 와중에 자신들의 땅을 사서 독립하고자 하는 소박한 꿈을 나누는 내용입니다. 둘 외에 그 농장에서 함께 지내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오지만 그들 중에서 진정하게 행복하게 사는 인물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조지가 꿈꾸는 자신만의 농장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잡힐 수 있는 현실 같기도 하지만 결국 이룰 수 없는 꿈속의 낙원 같은 모래성이기도 하지요.
'록키' 시리즈에서 트레이너 미키 역으로 알려진 버지스 메레디스 인데 그보다 훨씬 젊은 시절인 30대 초반에 출연한 영화입니다. 조연 배우인 그가 보기 드물게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와 동고동락을 같이 하는 미련하고 순박한 레니 역은 론 채니 주니어, 유니버셜 호러의 '프랑켄슈타인' 이나 '늑대인간'을 연기한 거구의 배우입니다. 유독 키가 작고 왜소한 버지스 메레데스의 옆에 있으니 더욱더 거대해 보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유난히 작은 남자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농장주의 아들 컬리의 캐릭터는 아예 왜소한 몸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어느 정도 키가 훤칠한 인물은 찰스 빅포드가 연기한 슬림 정도지요. '허수아비'나 '미드나이트 카우보이' 같은 큰 남자와 작은 남자가 함께 힘겨운 삶의 여정을 펼쳐가는 영화들이 모두 이 작품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유성영화 초기 시절인 만큼 대체적으로 전개나 편집이 투박한 30년대 영화가 많고, 특히 배경 음악이 제대로 활용 못된 그 시절 작품이 많은데 '생쥐와 인간'은 상당히 세련된 편집과 적절히 등장하는 배경 음악, 매끄러운 캐릭터 설정 등 그다지 투박하지 않은 분위기로 연출된 작품입니다. 아마 모르고 볼 경우 50-60년대 영화일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잘 만든 작품이지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꽤 볼만한 완성도를 지닌 진솔한 영화입니다. 지치고 고된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담은 영화지요.
ps1 : 론 채니 주니어는 버지스 메레디스 같은 배우에 비하면 정말 월등히 큰 체격이지만 일부러 더 커 보이게 높은 신발을 신었다고 하는군요.
ps2 : 존 스타인벡 원작 중 최초로 영화화 된 작품입니다.
ps3 : 영화보다는 연극으로 더 어울릴 내용이지요. 실제 연극 공연이 많이 된 작품입니다.
[출처]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en, 1939년) 존 스타인벡 원작 최초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