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fifty5 (클리앙)
2024-05-08 00:23:07 수정일 : 2024-05-08 05:50:02
제 딸들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고 졸업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대학교를 이렇게 다녔더라면 하는 제 자신에 대한 개선점이 보여지더군요. 그리고 한국의 대학교 및 취업 문화와 다른 부분들도 보여졌습니다.
쉐어하우스
딸들이 같은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두 딸 모두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들어가도록 하는 1학년이 끝나자 마자 쉐어하우스로 옯겼습니다.
대학가 쉐어하우스는 입주 11개월전에 계약해야 겨우 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실평수 40평 정도 되는 집을 5~6명이서 방 하나씩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쉐어하우스의 형태는 (1) 그 동네에 1960년대부터 있었던 목조 단독주택을 여러 채 매입해서 한집씩 쉐어하우스로 임대하는 사업자들 (2) 학생 전용으로 다세대 주택을 지어서 한 호수를 5명 정도가 사용하도록 임대하는 사업자들도 있고, (3) 학생 전용으로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한 호수를 1명 ~ 4명 정도가 사용하도록 하며 건물 내에 카페와 체육관, 그리고 루프탑 수영장까지 있는 고층 아파트도 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은 세번째의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며, 차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한국에서 봐도 좋은 차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부유한 유학생들은 1번의 학생들과는 어울리지 않지요(못하지요).
1번의 단독주택 쉐어하우스는 제 딸들이 열렬히 선호하는 주거였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쿵짝쿵짝 일을 꾸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이 작고 화장실도 작고 낡았지만 그 쉐어하우스를 사용한 친구들이 결국 대학교의 최종 친구 그룹이 됩니다. 제 딸들은 쉐어하우스 친구들의 초청으로 텍사스도 가 보고, 플로리다도 가 봤습니다. 여러 주에서 모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친구의 지역적 범위, 그 집의 재산적 범위, 열망, 재능들이 제각각인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그리고 취업 후 다른 대도시에 가서 방을 구할 때 쉐어하우스 친구 중에서 같은 대도시에 직장을 구한 친구들을 모아서 그 대도시에 쉐어하우스 (3명 짜리)를 구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쉐어하는 것보다 이미 성격이 맞는 (공통적으로 잘 안 치우는 ) 친구들이 모여서 대도시에서 생활을 시작하니까 마찰이 적지요.
이번에 졸업한 작은 딸은 그 쉐어하우스 친구들이 졸업식 점심때 학부모들을 집으로 초청해서 베이글과 커피, 음료를 먹으며 담소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쉐어하우스 친구들은 한국인 (교포)들도 있고 중국인(교포)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집은 부모가 그 대학이 있는 도시에 거주하는데 딸은 집에서 나와서 쉐어하우스에 살았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쉐어하우스의 장점, 그리고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서 자율적으로 일정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크거든요.
아이들은 위 3번의 고층 아파트식 쉐어하우스보다 1번의 단독주택식 쉐어하우스를 더 선호했습니다. 작은 사회의 강한 결속력을 좋아하더군요.
쉐어하우스는 돼지우리에 맞먹게 어질러 놓았고 여자아이들의 긴 머리카락도 바닥에 많지만, 졸업날 점심에 초대받아 온 학부모들은 집을 정리하라는 잔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않더군요. 이야기 중 한 중국 어머니는 제 부부와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힘든데 집을 치울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모두 다 좋은 부모들이었습니다.
서클과 사교클럽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들어서 서클과 사교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는 경로는 고등학교 친구, 그리고 그 친구가알고 있는 대학교 선배들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미국 고등학교 친구가 없는 유학생들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서클은 비즈니스 컨설팅 종류였습니다. 경영학 전공 학생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제 딸)도 있었죠. 인근 중소기업에서 프로젝트를 받아오거나, 경진대회에 나가는 식으로 활동했습니다.
서클 선배 중에는 졸업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제 가족이 대도시에 놀러갔을 때 제 딸이 그 도시에서 취직한 서클 선배하고 저녁을 먹는다고 단독적으로 나가서 만나고 오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선배에게 그 도시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들어보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 방을 얻을지 자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도시에 직장을 얻었죠.
서클의 활동 자체가 이력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선배들의 눈에 띄는 활동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눈에 띄는 요건은 (1) 실력이 있는가? (2) 야망이 있는가? (3) 후배들을 잘 도와줄 성격인가? 인 것 같습니다.
사교클럽은 영어로 fraternity(남), sorority(여) 라고 하는 것으로서, greek letter club (그리스 문자 클럽, 클럽 이름들을 그리스 문자로 짓기 때문에) 이라고도 불립니다. 이것도 위의 서클과 비슷한 것입니다. 입회 자격 심사를 하며 사교클럽 내에서 선배와 후배를 1:1로 매칭시켜줘서 후배를 끌어주는 연습을 시킵니다. 사교클럽에 들어온 학생들은 엄격한 입회 자격 심사를 통과한 실력자들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지요.
사교클럽의 효과도 위의 서클과 같아서, 미국 전국 각지에 퍼진 선배들을 통한 교류입니다.
서클과 사교클럽의 일은 정규 학업 위에 얹히는 부가적인 일이라서 힘들지만, 주변 학생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으므로 제 딸들도 얼떨결에 완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턴십 (internship)
인턴십은 반드시 그 회사 정직원으로 취직되지 않더라도 유명한 회사의 인턴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유명한 회사에서 인턴 물을 먹어봤다는 것으로 입사 심사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거든요.
인턴십은 주로 2학년이 끝나고 여름방학이 가장 치열합니다. 1학년만 끝난 학생에게는 제대로 된 인턴 자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2학년 끝나고 하는 인턴이 첫 단추거든요. 이 2학년말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해 2학년이 되자 마자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한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여러 개 봅니다. 제 딸들은 면접을 보기 위해 대도시로 가는 면접 여비 (비행기값, 호텔값 포함)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인턴 자리는 결국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인턴십에 신경쓰지 않는 학생은 취업이 어렵습니다.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해보니, 인턴십에서의 성패는 취업률과 강하게 연관되었습니다. 제가 잘 가는 태국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의 딸도 제 딸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데 (전공은 다름), 취업이 안 되어서 고민하시더군요.
큰 회사들은 높은 기준으로 선발한 인턴 중 성과가 좋은 인원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인턴으로 오기로 합격된 인원들을 주말에 캘리포니아의 유명 리조트 호텔로 초청해서 2박 3일동안 화려한 단합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제 딸은 그 단합대회 사진을 보여줬는데, 정작 인턴은 그 단합대회에 갔던 회사가 아니라 다른 더 좋은 회사에 붙어서 갔습니다.
요점은 2학년 끝나고 좋은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해 2학년 초부터 정식 취업 노력에 버금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의 중요성
위 내용들, 쉐어하우스, 서클, 사교클럽, 인턴십 모두 다 부모가 시킨 것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에서 시작해서 대학교에서 새로 생긴 친구들에게 들은 정보로부터 "다들 하니까" 하더군요. 고등학교 때 어떤 친구들하고 놀라고 부모가 지도해 주지도 않았으나, 실력이 쟁쟁한 학군에서 열망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능한 교사들과 학교 재쟁의 지원을 잘 받은 것이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쟁쟁한 학군이라도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성공하려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비율이 적기 때문에 열망을 키운 아이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과 자녀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댓글 중---
TLDR
프래터니티, 소로리티를 일반적 ‘사교’클럽으로 보시면 좀 위험합니다. 심심찮게 강제음주, 입단 의식을 빙자한 헤이징 등으로 지원자 학생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 얼마전 100년 넘은 아시안 프랫 하나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4fifty5
@TLDR님 맞습니다. 그런 경우도 있어서 조심해야 하고, 저도 제 딸이 sorority에 가입했다고 해서 그 후로 딸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습니다.
다행히 제 딸이 가입한 sorority는 긍정적인 쪽이고, 제 딸은 자기가 맡은 little(즉 후배)를 저에게 소개시키는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핏클
자녀들을 미국 고등학교 대학교로 보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영어는 당연히 늘테고...글로벌 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신건지..^^;
인페이즈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녀서 대학에 적응을 잘 했네요.
대학부터 가면 저렇게 즐기면서 다니기 힘들고 결국 한국학생들 끼리만 교류하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