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의 『역사』, 사마천의 『史記』, 김부식의 『삼국사기』 등은 역사서고, 에드워드 H. 카
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 이론서다. 따라서 위의 세 사람을 역사가라고 하고 에드워드 H. 카처
럼 역사 이론이나 사적(史蹟)을 연구하는 사람은 역사학자, 역사 이론가 또는 역사 연구자라고 부른
다. 비문(碑文) 연구에 탁월한 족적을 남겨 우리나라 금석학의 태두로 불리는 추사 김정희도 빼어난
역사 연구자였다. 역사학자는 역사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지, 역사가는 어떤 목적과 관점에 입각하
여 역사서를 써야 하는지, 역사는 어떤 방법으로 서술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여 그 방법을 제시한
다. 그러나 역사학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역사학자가 쓴 역사 이론서는 수명이
길지 않다.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1961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적합한 이론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6년에 처음 출간되어 현재까지 스테디셀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학계에서는 역사가보다 역사 연구자를 더 높이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다.
영국의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H. 카는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1916년부터 20년 동
안 외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1936년부터 1947년까지 웨일스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강의했다.
당초 정치학자였던 카는 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독학으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41년부터 19
46년까지는 일간지 <The Times>의 부편집장을 겸직했다. 이후 UN의 ‘세계 인권선언 기초위원회’ 위
원장으로 활약하면서 「20년의 위기」「역사란 무엇인가」「평화의 조건」「러시아 혁명사」 등을
출간했다. 노년에는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임했다. 에드워드 H. 카의
저서 가운데 「역사란 무엇인가」는 모교인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행한 특강을 정리하여 펴낸 책이다.
사학계에서는 혁명적인 역사 진보의 개념을 확립한 역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간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여 많은 역사가 및 역사학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해설하면서 유시민은 50년 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를 첫
째는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읽어도 재미있기 때문이며, 둘째는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다른 역사
이론서만큼 어렵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해놓았다. 유시민은 「역사란 무엇인가」 제2장의 일부
문장을 인용하면서, ‘책 전체가 정보를 압축한 문장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배경에 대한 지식과 독해능
력이 부족하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역사란 무엇인가」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
니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를 잘 알아야 이해할 수 있
으며, 괴테의 「파우스트」는 원작보다 더 두터운 해설서를 읽어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
「역사란 무엇인가」에는 서구의 저명한 역사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모두 망라되어 있으며, 유럽
지성사의 걸출한 철학자 및 사회학자들과 그들의 이론도 모두 인용되어 있다. 모두가 에드워드 H. 카
의 역사 이론과 서술 방법론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다. 유시민은 「역사란 무엇인가」가 얼마나 어
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납득시키기 위해 ‘지적 수준이 에드워드 H. 카의 발밑에도 가지 못한 나
는 이 책을 열 번 넘게 읽었지만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놓았는데, 유시민이 이처럼 겸손한 고백을
한 구절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역사가와 그의 사실
제2장 사회와 개인
제3장 역사, 과학, 도덕
제4장 역사 속의 인과관계
제5장 진보로서 역사
제6장 지평선의 확대
제1장부터 제4장까지는 역사가의 관점에서, 제5장과 제6장은 지식인의 관점에서 세계와 인류문명의
장래를 설명한 내용이다. 역사서는 역사가의 취사선택에 의해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백제의 부흥운동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고구려의 맥을 이은 발해의 역사를
단 한 줄도 기록하지 않아 우리 고대사에서 제외해버렸다. 당시 고려의 지도층이 중국에 대한 사대주
의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왜국은 19세기 중반부터 사학자들을 총동원하여 방대한 『조선사』
를 편찬하면서, 왜국이 가야를 지배했다는 소위 ‘임나일본부설’을 비롯하여 『삼국사기』의 내용을
준용하여 철저하게 우리 역사를 왜곡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조선은 별 볼일 없는 나라이니 저들의
식민지 치하에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 왜곡된 『조선사』가 이
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상굿도 통용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에드워드 H. 카는 제5장에서 ‘나는 역사의 진보가 종점에 도달했다고 믿지 않는다’는 사족들 달아놓
았다.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역사의 진보도 끝날 수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후배 역사가나 역사학자
들도 당대의 달라진 관점에서 역사와 역사학을 계속 연구하고 저술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의 동력
으로는 과학과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꼽았다. 실제로 에드워드 H. 카가 1960년대의 관점에서 예측
해놓은 미래도 이미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련과 동유럽이 무너지고 대서양 중심의 세계 권력
이 점차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도 미국 중심의 1국체제로 바뀌
었다가 이내 미국‧EU‧중국‧러시아의 다국체제로 바뀌었다. 모두가 과학과 기술의 빠른 발전에서 빚어
진 새로운 역사 질서다. 에드워드 H. 카는 과학과 기술 발전의 정점을 핵무기 대량생산으로 예측했지
만, 그가 알지도 못했던 인터넷‧인공지능‧정보통신혁명으로 미래에는 보다 빠른 변혁이 올 것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날씨가 더워 반팔을 입고 나가지만 전철안은 에어콘 바람으로 춥기까지 하여 윗도리를 챙겨야 할 정도 입니다. 허벅지 근육통이 약으로도 진통되지 않아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정형외과 두곳을 번갈아 다지지만 별 효과가 없어 저절로 의 낫기를 기다리지만 불편을 느끼는 일상 입니다. 좋은 날씨, 걸으시며 즐거운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