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머무는 곳에
- 자선음악회에서 받은 감명 회원가입으로 연결
- 자선사업 주체는 후원자에게 감명으로 보답
무대 위에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10여 명의 백발 할머니들을 늙수그레한 합창단원들이 한 분씩 모시고 무대 앞에 도열한다. 합창단장이 ‘어머님의 은혜’를 함께 부르자고 제의하자 장내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 무대 위의 아버지 합창단과 콘서트홀을 꽉 메운 청중들이 함께 어머님의 은혜를 열창한다.
나는 끝까지 따라 부르지 못하고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여기저기 눈시울을 훔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것은 내가 어저께 가본 음악회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어제 낮 절친한 친구로부터 음악회 초대를 받았다. 자선음악회이므로 금일봉만 희사하면 되는데 내가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여 집사람과 함께 갔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가보니 ‘제5회 무의탁 어르신 돕기 자선음악회’ [사랑이 머무는 곳에]가 시작되기 직전인데 사람들로 로비가 꽉 들어 차 있다. 친구가 우리부부의 손을 이끌어 주최자를 소개하는데 보니 한복차림의 부인이었다.
이렇게 큰 음악회를 주최하는 분이 마치 이웃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아주머니라니...... 나중에 알았지만 이 분이 사회복지법인, ‘평안의 집’ 이은경 이사장인데, 친구가 다니는 천주교회에 함께 다니는 오랜 知人으로 독실한 신자이며 양로원 등 사회사업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한다.
경기도립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유명 성악가의 노래, 오케스트라 연주, 바이올린 연주, 소리꾼의 노래, 서울 아버지합창단의 합창 등으로 엮어졌는데, 출연음악가들 모두 유명한 음악가인데다가 레퍼토리도 우리가 잘 아는 곡들이라서 재미가 있었으며 특히 70여 명의 아버지들로 구성된 ‘서울아버지합창단’의 합창이 인상적이었다.
자선음악회라 해서 큰 기대는 안하고 초대해 주는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따라나선 면도 있었는데, 의외로 음악회를 정말로 재미있게 즐겼다. 특히 마지막 ‘어머님의 은혜’를 무대와 관중이 함께 목메어 부를 때는 무언가 가슴에 복 바치는 게 있었다.
처음 성금접수처에 성금을 내니 팜플릿과 사회복지법인 ‘평안의 집’ 안내 책자, 성금 지로용지가 있었다. 집에 가져와 모두 읽어보니 ‘평안의 집’은 무의탁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양로시설이고 자선음악회는 동 시설운영을 위한 기금마련과 후원회원을 늘려나가기 위한 행사의 하나이자 기존회원을 위한 사은행사 성격으로 벌써 수년 째 정례화한 행사임을 알았다.
또 이 자선음악회의 행사도 점점 명성을 얻어 후원자와 팬이 늘고 있으며 ‘평화의 집’도 운영규모가 늘어 무료양로원과 요양원, 실비요양원 등으로 다양화한 사업을 펼치고 있음을 알겠다.
그리고 이은경 이사장은 일찍이 젊은 때 혼자되어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60대 중반인 지금까지 이러한 사업을 해온다는 내 친구부부의 말을 듣고 나는 감격하였다. 여자 혼자의 힘으로 이런 일을......? 40대 중반 정도로 보인 부인이 60대 중반이라고......? 나는 그리스도적 사랑의 위대한 힘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내년에도 초대해 주겠다는 친구에게 꼭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후원회에 가입해야겠다고 속으로 결심했다. 육이오 이후 우리는 버스 등에서 상이군인, 전쟁고아, 나중에는 고학생이라며 동정을 구하는 일이나 육교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일, 지하철에서 맹인이 찬송가 녹음기를 틀며 동정을 구하는 일 등을 숫하게 보며 살아왔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형편이 닿는 한 도와야 하고 또 돕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나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뜻 주머니에서 잔돈이라도 꺼내주지 않고 망설여질 때도 있다.
요즈음 세상은 하도 험악해서 고학생이라는 사람이 고학생이 아니며 장님이라는 사람이 진짜 장님도 아니고 찬송가 들려주는 사람이 기독교 신자도 아닐 뿐 아니라 그들에게 준 그 돈은 그들이 쓰는 것도 아니고 그 뒤에서 이 돈을 챙기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착취/폭력조직이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발목절단환자가 목판을 밀고 다니며 물건을 파는데 그 배후에는 생사람을 잡아다가 발목을 자르고 그런 일을 시키는 조직이 있다는 것이 방송에 나와 충격을 준 일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적절한 배분이 있어야 하는데, 세제 등을 통해 재분배가 이루어지지만 위와 같은 적선도 그 한 방법이요 사회사업이라는 것도 그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적선에는 남의 발목 자르고 일을 시키는 악덕착취자들 때문에 적선을 망설이게 하는가 하면 요양원 등이 정부보조를 받고 원생을 학대하는 등 후원자를 실망시키는 일 들이 사회사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는 자선사업의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다. 참가자는 기분 좋게 성금을 내고 성금을 받은 주체는 성금을 낸 사람에게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함으로서 보답하는 이런 좋은 풍토로 사회사업이 이 땅에서 뿌리를 굳혀나가 그 결과 지하철이나 육교에서 동정을 구하는 불우한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호영
베네모어통상대표/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물류신문】 2004년 6월 14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 (140) 에 게재
아래에 팜프렛과 평화의집 안내책자가 있으니 뜻이 있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음악회 팜프렛
평화의 집 안내책자표지 : 뜻이 있는 분은 연락처로 연락하여 회원가입, 봉사 등에 등에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나실제 괴로움 다잊으시고...." 26년전 어머님 회갑때 이노래를 부르다가 목이 메였던일이 불현듯 떠오르네,
이 기회를 통해 이승표씨 부부에게 감사드립니다 별로 기대를 안하고 간 음악회였는데 이호영씨도 저도 아주 좋았어요 다음번에도 또 부탁해요
사랑이 머무는 곳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어라! 승표가 뿌리는 꽃씨가 좋은 땅을 찾았구나. 더 많은 꽃씨와 좋은 땅의 결합 있을 지어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 제목만 보아도 감동이 오는군. 사랑이 있는 곳에 영원한 축복이 있을 지어다.
음악회는 클라식에서 세미팝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가 더 좋았고 끝난후 이호영군 내외와 같이 한 늦은 저녁의 설렁탕 맛이란 .... 참고로 평안의 집은 국내 최고시설의 양로원 2 곳을 운영 중이며 금년 중에 정부 보조로 건축, 운영되는 실버타운이 오픈됩니다 혹 노년을 실버타운에서 보내실 계획이 있는 친구는
연락 주시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음악회에 가고싶으신 분 연락주시면 제가 입장권은 책임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