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8월 여름의 지리산은 길고도 험한 길이었다.
그래도 묵묵한 끈기가 나의 저력이었으므로 힘든 내색 없이 산행은 순탄하게 이루어졌다.
그때 쌀과 행동식,코펠 등 가방이 꽤나 무거웠는데 산행 도중 가방 끈이 떨어져
남자 선배님께서 들어주시겠다는 배려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가방끈 하나에 의지하며 종주를 마쳤다.
그 이후 나의 별명은 '공포의 가방끈'~~ 독하단 뜻인가보다
그날 이후 지리산 산행에 대한 계획은 전혀 머릿 속에서 그리지 않았고
빗속의 하산길, 정상에서의 운무 등만 머리에 스쳐지나 갈 뿐 지리산은 잊혀져 갔다.
7년 전의 일이다.
친구가 어떤 모임에서 추진하는 지리산 무박 2일의 산행을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하는 산행~~그리고 지리산은 다녀온 경험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결정하고 산행에 임했다.
13년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 때와의 날씨와 경치도 달랐을 테지만,
자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및 오감 아닌 육감이 변했던 것이다
이것이 성숙인 것인가~~ 지리산 3님의 후기처럼
여러 풀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야생화가 좋았다.
그리고 새벽 어둠에서 세상이 밝아지기까지 하늘 빛의 오묘한 변화가
마음을 환희와 감동으로 물들였다.
바로 2~4일전의 일이다.
7월에 친구와 동료 등 5명 정도 2박 3일의 지리산 종주를 약속하였다 .
의외로 그러한 제안에 그들은 얼른 답하였다. 다들 지리산이라는 대자연에 대한 기대와
힘든 일정을 극복하고 해내겠다는 도전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하지만 3명은 모두 일정이 맞지 않아서 평소 산을 몇 번 같이 다녔던 등운 언니와
둘이서 출발하게 되었다.
어김없이 8월 여름의 지리산은 어여쁜 꽃들이 싱그럽게 피어있고, 비가 와도
안개가 자욱해도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은 나를 즐겁게 했다.
세석까지 가는 길은 나와의 대화의 시간이었다.
힘든 순간 내가 어떤 마음의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몸의 에너지가 바뀌었다.
끝까지 지친 기색없이 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를 믿고 끊임없이 힘을 북돋워주며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올랐기 때문이라 믿는다.
평소 다양한 삶의 장면 속에서 순간 순간 일어나는 여러 생각과 감정이 머릿 속을 채운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을 한다. 물론 선택하지 않고 끌려다닐 수도 있지만
일단 나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의식과 삶의 밝기가 결정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렸다.
하하하
우리(나+등운 언니)는 세석에서 우연히 만난 조나단, 지리산 3, 그리고 나와 같은 용띠 두분, 카르페디엠님과 일정을
같이하였다.
춥고 배고플 때 나누었던 뜨거운 라면 국물과 김치찌개 국물이 감사와 기쁨으로 통하여 우리를 팀으로 묶어준 듯하다.
장터목 산장에서 바로 하산하고자 하는 계획이었으나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여
잠시 얼굴을 드러낸 햇빛을 보며 다시 천왕봉까지 오르기로 하였다.
역시 오르기를 잘 한 것 같다. 종주라고 하는데 정상을 오르지 않았으면
아쉬움에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과 징표를 남기기 위하여 줄을 길게 서가며
천왕봉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내내 비가 내렸다.
법계사에서 토,일요일에만 공양하는 비빔밥도 먹고, 내려오는 길 계곡에서
머리도 감고, 발도 시원한 계곡 물에 담궜다.
행복했다.. 자유로웠다. 사회에서는 여러가지 조건으로 제약 받는 부분이 많으나
이 곳에서는 많은 것을 허용해 주었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탈출로 자연인임을 선언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산을 찾아 오는가보다.
지리산 종주를 마무리하며 제로쿨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였으나
기사님께서 안성 휴게소에서 휴식의 기회를 주신 덕분에 시간을 단축하며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모두 지하철 놓치지 않고 제 시간에 귀가 하셨는지 궁금하였고 죄송스럽기도 하였다.
마무리를 깔끔하게 한 듯 하였으나 나의 물건들을 차에 두고 내렸다.
다행히 우리 미소가 멋지시고, 친절하신 연어대장님께서 챙겨두셨다가 오늘 택배로 보내셨다고 하신다.
다음 기회에 꼭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연어님
감사드립니다. ^^
지리산 종주 함께 하셨던 모든 분들 일상에서 화이팅하시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웃으며 긍정을 선택하셔요,,,'씨크릿'에서 '끌어당김의 법칙' 강조하잖아요
우리 좋은 것, 진정 원하는 것 생각하고 끌어당겨서 원하는 것 이루는 인생을 살자구요,,,
안녕히 계세요
글이 너무나도 길다~ 그냥 나의 사색이었는데... 읽으시는데 힘드시진 않으셨는지~~
글 주변 없는 저의 글 끝까지 읽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간 부족, 인내력 부족, 시력 감퇴로 인해 고민이신 분은 그냥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백곰님, 저 정회원 시켜주실거죠~~ 꾸벅 ,,, 감사합니다. )













첫댓글 끝까지 함께 산행하진 못했지만 ,, 여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산행기입니다 ^^
정민씨의 멋진 산행을 너무 잘 풀어 놓은것 같군요~~~ 장터목에서의 스트레칭 지도 덕분에 피로를 날릴 수 있었고, 등운님과 윤정민님 함께 산행하면서 즐거웠습니다.....굳럭^^
좋은 글과 사진 즐기고 갑니다.
역쉬 저력이 있으셨군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이번 지리산행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듯 아주 힘들게 한 산행...정말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 산행이 되어서 기분이 상쾌하게 일상으로 돌아올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산행기 읽고 갑니다.
저도 언젠가 지리산 종주할 시간이 있겠죠 글과 사진 모두 어느 작가 못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