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 사는 꽃 / 송옥근
꽃은 그리움이다. 마음이 흐린 날에는 꽃집으로 향한다. 세상사는 일이 늘 즐겁지만은 않기에 에너지로 재충전이 필요할 때 그를 찾는다.
잘생긴 얼굴과 밝은 웃음을 가진 그는 위안과 용기로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젊은 아저씨다. 그는 27년째 손님의 입장에서 화원을 경영한다. 다른 사고와 사람을 중심에 둔 철학으로 성공하여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하며 겸손하다. 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삶의 가치를 이웃과 함께하며 낮은 자세로 따스한 마음으로 대한다. 특히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앞장서서 새로운 생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마라톤으로 자신의 건강 유지에도 힘쓰고 있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력도 다지고 마라톤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자세도 기른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으로 주변 사람들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장애인에게는 따뜻한 마음으로 꽃꽂이와 식물관리 실습을 자신의 화원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장애인도 노력하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에게 도전하여 얻는 자신감과 작은 행복을 맛보게 한다. 그가 데리고 있는 장애인을 마라톤클럽에 가입시켜 함께 달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따뜻한 불씨 하나씩 갖게 한다. 평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없던 나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다. 꽃들의 모습과 향기가 각각 다른 것처럼 사람들도 저마다의 환경에서 자신만의 향기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그의 유년기는 불우했다. 15세 때 소년가장이 되어 새벽에 신문을 돌리며 난방도 안 되는 신문사 쪽방에서 동생과 어렵게 생활하였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소년이었다. 삶의 거친 모퉁이에서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서울화원 빌딩을 세웠다.
그는 비타민 같은 사람이다.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함이 있다. 뜨거운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는 모두에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작은 꽃에도 눈길을 주듯 세심한 손길로 꽃의 마음을 팔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환한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사람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릴레이 방식의 ‘코로나19 예방 군민운동’을 앞서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로부터 ‘우리 동네 영웅’으로 선정되었다. 이웃과 함께 위기를 이기고 서로 도와주는 노력을 몸소 보여준 모습은 이웃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주었다. 또한 2021년에는 충청남·북도 화훼업종 중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지역을 빛낸 자랑스러운 ‘우리 동네 꽃집아저씨’는 향기를 뿜는 꽃으로 주위에 눈길을 끌었다.
2018년 군청 민원행정팀장으로 근무할 때다. 그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원실 환경을 꽃과 글과 그림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로부터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어 5천만 원의 특별교부세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나는 이웃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기회가 되어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고 봉사가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그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 정신을 놓고 걷다 왼쪽 발목을 접질려 휴직하는 바람에 승진 기회마저 놓쳤다. 내가 많이 힘들어할 때 어머니처럼 포근한 볕으로 그가 다가왔다.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여 의미를 주려고 하는 그에게서 나를 들여다보고 남을 존중하게 되었다. 사랑의 무늬를 수놓는 마중물 같은 그와의 인연이 소중하고 향기롭다.
나는 그를 마주할 때마다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대방의 어려움을 배려하지 못한 지난날을 돌아본다. 주어진 남은 시간은 봉사하면서 뜻깊게 마무리해야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해본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그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모난 내가 그를 통해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나의 스승이다. 사람은 타인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것 같다. 오늘도 그는 재능기부와 원예치료로 꽃의 문화에서 정(情)으로 살아나는 문화로 행복을 디자인한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시대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알차게 일궈낸 ‘우리 동네 꽃집아저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퇴근길, 문득 꽃집에 사는 꽃이 생각나 발길을 돌린다. 벌써 꽃향기가 마중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