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자연생태박물관
입구]
일요일.
천수만을 다녀온지 한달이 더 지났으니 오랜만의 나들이다. 목적지는 경기도 부천. '자연생태박물관'과
드라마 '야인시대'로 유명해진 '판타스틱 스튜디오' 그리고 전 세계의 유명건축물의 모형들을 전시해
놓았다는 ‘아인스월드’를 돌아 보기로 하고 부천으로 가기 위해
지도를 펼쳤다. 첫 목적지로
정한 '자연생태박물관'은 서울 신정동쪽에서 부천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까치울'이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까치울',
이름이 참 이쁘다. 부천시 오정구 작동(鵲洞)의 옛이름인 것이다. '까치 작'을
써서 작동이라 불린다. 까치가 많아 까치울이라 부리웠다고도 하고,
또
까치는 예로부터 작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작고 아늑한 마을이란 뜻으로 지어진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이렇게
부르기 좋고 듣기도 좋은 이름을 굳이 한자어로 바꾸어 써 불러야 하는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침 9시 미사를 마치고는
부천을 향해 출발. 서울로 들어가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신정동 화물터미널에서 좌회전하여 시계를 넘으니 고개 내리막 오른쪽으로
'까치울 정수장'이 보인다. 그 길 건너 야트막한
산과 밭을 앞에 두고 넓직한 터에 '자연생태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박물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작은 동물원을 꾸며 놓았다. 여기서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슴, 흑염소, 당나귀, 금계, 칠면조 등이 우리속에서
아이들을 반겨준다. 평소 볼 수 없는 동물들이라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가까이 다가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우리 안
흑염소 무리 사이에 있던 흰 염소가 군밤을 손에
든 인혜를 보자 발을 들어 올리며 다가선다. 감짝 놀란 인혜가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아마 염소가 먹을 걸 보고 다가선 듯 한데 인혜는 자기에게
덤벼드는 걸로 생각한 것이다.
[인혜에게
다가선 염소]
정겨운 모습의 동물원을 지나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는데
무당벌레 형상의 매표소가 눈길을 끈다. 아마도 곤충관련 자료가 많은
듯 생각되었다. 모두 3층으로 이루어진 이 곳의 1층은 각종 곤충의 세계를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는 제1전시실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전시해 놓은 제2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2층은 공룡관련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3층은 공룡영상관이다. 한시간여 아이들과 함께 전시자료들을
차근차근 읽어보며 돌아보고서는 박물관 앞마당으로 나갔다.
[곤충을
돋보기로 들여다 보는 인혜]
아마도 풀꽃들로 하여금 겨울추위를
견뎌내라고 짚으로 싸서 덮은 모습의 정원을 지나니 한쪽 공간에 중부지방의
민속가옥을 재현해 놓았고 가옥 옆으로는 찾아드는 사람들을 위한 널뜀틀이
준비되어 있다. 윤덕이와 윤홍인 옛가옥을 보는 것보다는 옛놀이가 훨씬
더 관심이 많아 둘이 마주 서서 널뛰기를 신명나게 해댄다.
[널뛰기하는
윤덕이와 윤홍이]
혼자 하는 컴퓨터게임같은 요즘 놀이보다는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을 수 있는 이런 놀이가 우리 아이들 정서에는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을진대 요즘은 동물원에서 염소를 봐야 하듯 우리
고유의 놀이 또한 아무데서나 할 수 없는 시절이 되었으니 이 또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윤덕이와 윤홍이는 이마에 땀방울이 살짝 맷힐 정도로
널뛰기를 하고서는 중부지방 전통가옥과 옛사람들의 생활도구 등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 후 자연생태박물관을 나섰다.
시간은 어느새 점심때,
박물관 앞에 보이는 안내플래카드 따라 호젖한 산길을 넘어가니 '남원본가추어탕'이란
음식점이 보였다. 주저없이 차를 세워 음식점 2층으로 올라가 전원과
산을 바라보며 맛난 점심식사를 했다. 아내도 아이들도 밥을 말은 추어탕과
곁들인 만두, 그리고 어린이 볶음밥까지 모두 흡족한 표정이다. 아내가
덧붙이는 말, "당신이 찾아가는 음식점은 어디든 틀림없이 괜찮아."
다음 목적지는 '판타스틱 스튜디오', 까치울에서 계남대로를
따라 중동시가지를 통과하여 거의 부천 끝에 위치해 있다. 인천의 새
택지개발지구인 삼산지구와 인접한 곳에 있다. '판타스틱 스튜디오'라는
이름보다는 지난해 최고의 인기드라마였던 '야인시대' 촬영세트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입구는 마치 영화관을 보는 듯 하다. 야인시대의
홍보용 영화간판이 커다랗게 한쪽 벽에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판타스틱
스튜디오의 출입구]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주위가 온통 캄캄하다. 마치 옛날 어릴적 어머니 손 잡고 극장 들어갈
때의 기분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10여m 터널을 통과하니 바같 풍경이
진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좁은 아스팔트길, 낮은 2층집 상가들,
도로 한복판과 인도를 제멋대로 오가는 사람들,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광고지들 등등의 풍경은 어릴 적 고향 제주의 1960년대 풍경이다. 옛추억을
떠올리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한쪽 골목엔 드라마 '야인시대'를 기념하는
사진촬영대도 마련되어 있다. 윤덕이와 윤홍이는 어느새 그리로 가서
사진 찍을 폼을 갖췄다. 인혜도 한몫 끼고, '찰칵'.....
[야인시대의
주인공이 된 우리집 아이들]
옛 종로거리를 재현한 곳에 실물
크기의 전차가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진짜로 운행도 한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하루의 운행일정이 아마 끝났는지 서 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영천 동대문' 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이정이 눈길을 끌었다.
[종로
거리의 전차]
화신백화점도 옛날을 생각케 해준다. 1980년대
초반까지 서 있던 건물이다. 24년전 대학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종로에서 바라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그러고보니 24년이라니
정말 세월이 눈깜작할 새에 지나간 느낌이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시간이
이미 지나 있는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옛 생각으로
마음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 하다.시끄럽게 돌아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날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어준다.
[화신백화점을
배경으로]
그 외에도 종로경찰서, 우미관,
종로회관, 혼마치(충무로), YMCA 등 1930년대 종로거리의 많은 볼거리가 있다.요즘
다시 옛날로 복귀 공사가 한창인 청계천도 만들어져 있는데 수표교 아래
판자집과 움막까지 재현해 놓았다.
[협객 김두한이
어린 시절을 보낸 수표교 아래 청계천]
비록 세트장이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옛날 거리를 따라가는 한시간여의 여정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을 넘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튜디오를 빠져나왔다.
다음은
'아인스월드', 판타스틱 스튜디오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려니 많은 차들이 혼잡하게 느껴질 정도로 드나들고
있었다. 휴일에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
듯 하다.화려하게 꾸며진 출입구가 눈길을 끌었다.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갔더니 '우왁, 입장료가 만오천원, 이렇게 비싸다니.....' 다 둘러보려면
시간도 꽤 걸린다는 안내원의 답이다. 단지 전 세계의 유명건축물의
모형을 만들어 전시해 놓은 곳이라는 외에는 별다른 정보 없이 온 곳이라
다음에 충분한 시간과 정보를 갖고 오는 것이 나을 듯 싶어 입구에서
기념촬영만 마치고 하루 부천 나들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