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 펜샵 방문에 대한 아쉬움으로 심천 펜샵 방문을 다짐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서안을 출발해서 심천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마음같아서는 호텔에서 짐을 풀자 마자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밀린 업무 등등을 처리한 뒤에 오늘 일요일 점심을 인근의 한국 식당 명동 칼국수에서 냉콩국수로 맛있게 먹고, 택시를 타고 심천 남산구에 위치한 해암성이라는 이름의 백화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콩값이 매우 싸서, 정말 제대로 된 콩국수를 먹을 수 있습니다. 콩비지를 시키면, 콩비지가 아니라, 삶은 콩을 그냥 갈아서 넣어준 것과 같은 찐함이 먹는 이를 감동스럽게 합니다. 택시를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 탔는데, 그 와중에 택시 기사가 졸아서 끔찍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택시 탈 때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대도시 택시 기사들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많이 졸음 운전을 합니다. 한 번은 푸동 공항 가는 길에 룸미러 비친 택시 운전사의 눈이 맛이 가면서 고개가 상모 돌리기를 하길래, 앞자리에 앉은 중국 직원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기사에게 졸지 말라고 할 것. 더 졸릴 것 같으면 당장 차를 세우라고. 기사 답변이 참 황당하데요. "내가 조는 것 어떻게 알았어??" 저는 항상 택시 뒷자리에 앉아서 룸미러로 기사의 눈을 뚫어져라 봅니다. 조는지 안 조는지... 상해에서 기사가 졸음운전으로 1차선에서 4차선으로 순간 이동하며 죽음의 고비를 넘긴 이후로, 택시 안에서는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말이 다른 곳으로 샜습니다.

해암성 백화점 전경입니다. 사실 오른쪽에 건물이 더 있습니다만, 아이폰으로는 다 보이지가 않네요. 나름 명품 브랜드들도 입주해 있고, 상당히 고급 브랜드가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보이는 곳은 2층 광장입니다. 오른쪽 보이지 않는 곳에 스타벅스, 버거킹 등 먹거리도 많습니다. 복전구의 만상성 백화점과 쌍벽을 이루는 큰 백화점입니다. 1층으로 내려가면 길 건너, Jusco라는 할인매장인 듯 싶기도 하고, 백화점인 듯 싶기도 한, 일본계 백화점이 이어져 있습니다.
해암성에서 한 참을 헤매다가(직원들한테 물어보니), 어떤 직원은 3층에 만년필 가게가 있다고 해서 가 봤는데, Zippo가 있기는 하더군요. 중국인 직원 왈,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이 지포에 가면 만년필이 있다고 했답니다. 충격이네요. 다른 직원들한테 물어보니, 1층에 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없고, 혹시 맞은편 Jusco에 있나 하고 방문해 보니, 과연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2층, 3층은 Jusco 건물과 이어져 있고, 1층만 분리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물었을 때, 1층에 있다고 답변한 직원들은 전부 2층에 있는 직원들이었으므로, 혹시나 해서 Jusco에 가 본 겁니다).
아참, 여기서 매우 재미있는 사실 하나. 직원들이 만년필 가게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중국인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중국말로 만년필을 한국말로 직역하면 뭐냐고. 그랬더니만, 쇠펜 뭐..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ㅋㅋ

Jusco에 있는 만년필 가게 입니다. 문구라고 써 놓았는데, 벽면에는 볼펜 등이 진열되어 있고, 디스플레이 박스에는 만년필이 있습니다. 피카소, 파커, 빠이롯트가 있네요. 파커가 역시나 3개의 진열장을 차지 하고 있고, 빠이롯트가 2개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캡리스 광고도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캡리스는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년필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어떤 불편함을 감내하는 고집스러운 것인데.... 캡을 여닿는 압력의 영향을 생각하면서, 항상 조심스럽게 경건한 마음으로 푸쉬캡을 열거나, 것도 아니면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스크류 캡을 선호하는 사람들인데, 캡리스는 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갠적으로는.. 편하게 쓸려면 153을 써야지요, 빅볼펜이나..ㅋ

바닥에는 가장 대중적인 모델들이 진열이 되어 있고, 여기서 가장 비싼 모델은 어반 프리미엄 락카였는데, 가격이 무려 RMB758이네요. 현재 환율로 대략 14만원 정도로 한국보다 엄청 비쌉니다. 특별 할인(어버이날 행사)로 10% 가량 할인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역시나 비싸네요. 이것이 이 펜샵의 중앙 디스플레이 박스입니다. 파커의 가장 보편적인 모델들을 중앙에 배치했다는 것이 이채롭네요. 그만큼 잘 팔린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있는 모델들도 한국 대비 가격이 비쌉니다. 반대편에는 듀오폴드만 전용으로 진열을 해 놓았고, 파커 45가 있느냐고 물으니, 이 가게에는 최신 모델만 있어서 45는 없다고 하네요. 매장 직원이 기본적인 지식은 있는 듯 했습니다.

피카소. 색감이 괜찮습니다. 시필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필을 해 볼까 하다가 그냥 참았습니다. 괜한 관심은 화근을 불러올 따름이지요..

중앙 오른쪽 디스플레이 박스. 파커의 중간 가격대의 모델들입니다.

빠이롯트. 여기서 보다가 맨 아래 보이는 저 데스크펜을 살뻔 했죠. 프레라(옆쪽 디스플레이 박스, 사진은 못 찍었슴) 투명이 주력 모델인 듯 한데, 가격이 거의 한국돈으로 십만원 정도 하네요. 중국이 환율 등의 영향으로 인해서 이제는 한국보다 훨씬 더 비쌉니다.

어반 프리미엄 락카를 시필해 보기로 합니다. 잉크는 Quink를 적셔 주더군요. 처음에 내 놓은 시필 종이가 볼펜 시필하는 매우 저렴하고 질이 좋지 않은 A4용지여서 종이를 바꿔 달라고 하니, 파커 시필용지를 꺼내 주더군요. 종업원이 제품명을 중국어로 소개를 해 줍니다. 중국 직원이 통역을 해 주는데 "도시"라고 하더군요. 뿜을 뻔 했습니다.
파커 제품은 많이 써 보지는 않았지만, 이 제품을 써 보니, 아.. 이거구나 싶은 느낌입니다. 프런티어만 써 봤는데, 프로티어와는 상당히 다른 필기감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 둔하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워터맨 챨스톤 같은 것은 조금 예민하게 필기의 세밀한 감이 오는데, 이놈은 아.. 그냥 부드럽니다... 먹물을 갈아서 써는 것 같은 입자감도 살짝 느껴지는 것 같구요. 순간적인 욕망에 사로잡혀서 가격 흥정에 들어갔습니다. 기본 10% 할인(중국 어버이날 기념)에 다가 회원 가입을 하면, 추가 할인을 해서 약RMB565원, 한국돈으로 약 10만 3천원 정도합니다. 잉크는 RMB55원이니 대략 만원 정도 하는 폭입니다. 필레아를 조금 쉬게 해 주고, 이 녀석을 구입해서 메모나 직원들에게 주는 업무 노트용으로 사용을 해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치밀어 오르더군요.
워~~~워~~~~~ 욕망대로 하다가는 큰일을 치르게 됩니다. 것도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중국에서... 점원에게 잠시 커휘 한잔 하면서 고민 좀 해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2층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깁니다. 언능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베스트펜에서 가격 확인을 해 봅니다. 9만9천원이네요. 4천원의 가격 차이는 사실,지금 당장 이놈을 손에 넣어서 쓸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너무 작은 액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 더 참아 줍니다. 원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나? 나의 원래 목적은 45를 구매하는 것이었다라는 생각을 커휘를 마시면서 계속 주입을 하게 됩니다.
한 시간 가량 중국인 직원과 어찌할까를 논의하다가, 그냥 택시타고 호텔로 돌아옵니다. 택시비하고 커휘값만 RMB120 지출하는 선에서 잘 자제를 하였습니다. 2주 후 한국에 돌아가면, 45를 사겠습니다. 그리고, 시필 때 써본 Quink잉크의 느낌.. 괜찮았습니다. 같이 써 봐야겠습니다.
후기 : 베스트펜을 보다가 P145 EF가 수입이 되었더군요. 쩝... 아직 저는 충분히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참아야 합니다...
첫댓글 와우~ 생생한 방문기 잘 봤습니다.
파카 "도시"도 좋은 펜인 모양이네요.ㅎㅎㅎ
중국은 만년필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현실인데 여기도 곧 최저점을 찍고 다시 상승하겠죠, 한국처럼??
와우~ 너무나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일단,, 중국이 우리보다 비싼게 많이 놀랍네요.. 그리고,, 잘 참으셨어요.. ㅎㅎㅎ
네.. 채소하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빼 놓고는 중국이 다 비쌉니다. 사실 요즘은 중국 출장 오면 물가 때문에 부담스럽습니다. 북경, 상해, 심천은 더 더욱 부담스럽구요. 잘 참긴 참았죠? 제가 마흔 넘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아요..ㅋ
저도 플래티넘 데스크펜을 가지고 있는데.. 섬세해서 일기 쓰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45는 하띠꾸님이라면 기본 아이템으로 한개 가지고 계셔도 좋을 펜이죠.. 45 구입하신 다음에 재미난 글솜씨 다시 한 번 보여주세요 ^^
데스크펜을 사무실에다 가져다 놓자니, 별짓을 다한다고 할 것 같고 ㅋㅋㅋ, 집에 가져다 놓자니 이제 3살 먹은 둘째놈이 이것을 가지고 사고를 칠 것 같고.. 23일날 귀국을 하는데, 21일 저녁 때쯤에 인터넷에서 구매를 하고, 25일 출근하면 회사에서 받아볼 수 있을 겁니다..ㅋㅋㅋ
우리 회사 중국 청도 법인에서 조선족 과장이 심천 출장팀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본사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 1명(87년생), 중국 청도 법인 과장(75년생),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입니다. 어제 저녁 제가 두명의 직원들에게 중국에서의 만년필 사용 실태에 대해서 물었죠.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샘들이 무조건 만년필 쓰라고 한답니다.한자 쓰기에 좋다구요. 시험을 볼때는 무조건 파랑잉크와 군청색 잉크만 사용을 하도록 한다네요. 영웅, 듀크 엄청 부자되었을겁니다.초중고합치면 적어도 일본 인구 + 우리 나라 인구 정도 되지 않을까요?
네 중국이 만년필을 많이 사용한다 하더군요.. 영웅이나 듀크가 성장하는데 한 몫 했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만년필 문화가 보다 활성화되려면 어린 학생들에게 필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어린이들 연필 한 번 쥐어보고는 바로 컴퓨터니 말이죠.. ^^::
유럽도 초등학교에서 만년필 의무사용인 국가 있다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초등생들에게 샤프, 볼펜대신 연필사용을 권장하는것과 비슷한것 같네요.
후기글이 엄청 재밌습니다. 저도 공부 많이 해서 모델끼리 비교하면서 시필평도 해보고 싶습니다. 한번 날잡아서 공부한다 한다 하다가 여직 안하고 있다는...^^;;
그래도 이렇게 후기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덧/괜한 관심이 화근을 불러올 수 있다는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
안녕하세요? 공작에 관한 게시글이 무척이나 강렬했습니다. 사실 저도 만년필에 대해서는 암것도 모릅니다. 그냥 몇 자루 써 봤을 뿐입니다. 화근이 맞습니다. 갈길이 다른 브랜드는 아예 관심 금물입니다, 당분간은...
좋은 제품과 글을 잘보았습니다...... 역시 단연히 으뜸은 파커 만년필 입니다....
파커는 제가 잘 관심 두는 모델이 아니었는데 카페를 통해서 파커 재발견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파커는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그중 단연히 으듬은 51 과 21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