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브로커>
1.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관한 이야기이며,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아이’를 둘러싼 몇 개의 시선이 충돌하며 공존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이’의 문제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결단’의 문제이다.
2. 성매매인지, 불륜적 관계인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아이의 아버지는 제멋대로 출산한 여자의 결정에 격분하고 여자는 남자를 살해한다. 여자는 ‘베이비 박스’ 앞까지 왔지만, 아이를 스스로 상자에는 넣지 못한다. 아이를 상자에 넣는 사람들은 그녀를 추적하는 형사들이다. 영화는 아이를 베이비 박스에 넣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은밀한 이해관계가 작동한다. 돈을 받고 아이를 원하는 사람에게 넘기는 일이 ‘베이비 박스’를 관할하는 내부 집단에서 자행된다. 하지만 일명 ‘브로커’들은 결코 자신들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부모들을 만나게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인지, 고아 출신의 남성도 같이 참여하는 것이다.
3. 하지만 아이의 엄마가 다시 나타나고, 결국 브로커들은 엄마와 함께 새 부모를 물색하게 되고 형사들은 인신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 그들을 추적한다. 몇 번의 거래(?) 과정에서 치졸하거나 애정없는 문제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할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출산한 아이를 어쩔 수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 불가피했던 고통이 표출된다. ‘출산’은 진정으로 소중한 인간의 탄생이지만,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다른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4. 아이를 버린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고 비난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살인자가 된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려 한 행동은 오히려 아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결단이었다. ‘고아’가 된 아이들에게 입양은 또다른 삶의 가능성이다. 부모관계가 반드시 핏줄로만 연결되지 않고 ‘사랑’과 관심이 중요한 요소라면 가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생모와의 모든 단절을 고려했던 양부모들도 그럴 필요가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5. 하지만 아이를 입양시키려는 과정은 불법 인신매매로 처벌받게 된다. 법은 내용의 디테일한 상황을 처음부터 고려할 수는 없다. 결국 결과와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은 ‘인간’을 위한 결정이어야 한다. ‘아이’의 성장은 소위 ‘인신매매’(?)라고 비난받았던 사람들이 공동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진다. 냉혹한 현실의 따뜻한 반전이다. 경찰도, 아이를 사려했던 사람들도, 아이를 넘기려 했던 사람들도 같이 아이들을 돌본다. 갑작스럽고 파격적인 결말일 수도 있지만, 비극은 갑자기 따뜻한 가정극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들의 ‘결단’이다. 이 상황에서 핵심은 아이가 잘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위치와는 관계없이 아이를 성장시키는 숭고한 행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부모이든, 또는 다른 형태의 가족이든 중요하지 않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존재라면 충분한 것이다.
6. 영화는 비극적인 살인사건과 영아의 인신매매라는 냉혹한 현실을 그리면서도, 그 속에서 잃지 않고 지키려했던 인간들의 사랑과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한다. 현실적인 결말을 고려하다면 아이를 구매하려 했던 부모들은 충격으로 그 일에서 멀어졌을 것이고,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들은 다시 다른 업무에 매달렸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 또한 그 일을 잊었고 아이는 다시 고아원으로 보내졌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모든 사람들이 아이 곁에서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 서있는 것이다.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행복한 결말이다. 그럼에도 결코 불가능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누군가, 아니 모두가 선택할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행 속에서, ‘아이’에 대한 소중함을 경험했다면 누구도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던 것이다.
첫댓글 저마다의 상황에 따른 행위가 보여주는 현실, 그럴 수밖에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