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 없는 3월 폭설로 5일 경부와 중부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개통 이후 처음으로 차단되면서 고속도로에 갇힌 운전자와 가족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아우성이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목천IC∼남이분기점 30㎞ 구간에는 차량 수천대가 차선 구분도 없이 갓길까지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오전 9시쯤부터 이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정모(34·서울 봉천동)씨는 “차들이 남이분기점 앞 고갯길을 넘지 못해 이렇게 서 있다”며 “왔던 길로 돌아갈 수도 없고 밤까지 갇혀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고속도로에 갇혀 있는 운전자들은 승용차 기름이 떨어질까봐 시동도 끈 채 추위에 떨며 제설차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갓길조차 없어지는 바람에 제설차량은커녕 119구급차마저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남이분기점 부근에 정차 중인 한 119구급대원은 “오전 11시쯤 이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 2명을 태운 뒤 청주에 있는 병원으로 가는 중인데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운전자들은 승용차를 세워둔 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30분 가량 떨어진 인근 휴게소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천안휴게소 직원 염정희(25·여)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휴게소를 찾기는 처음”이라며 “30분 넘게 걸어서 햄버거 등을 사러 오는 손님이 많았지만 준비한 음식마저 거의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밤 늦도록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운전자들은 고속도로순찰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전화를 걸어 분통을 터뜨렸다. 5시간째 길에 갇혀 있다는 신모(34)씨는 “오늘 새벽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대전에 있는 병원으로 가는 중이었다”며 “도로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도로공사가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충청남도는 이날 오후부터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목천IC∼남이분기점과 공주∼논산간 고속도로에서 오가지 못하는 운전자들에게 움료와 빵,차량 연료를 긴급 지원했다. 천안시 성남면사무소 직원들은 인근 가게를 돌며 빵 300여개와 휘발유 100ℓ를 구입,고속도로에 발이 묶여 있는 운전자들에게 나눠주는 등 긴급 구호활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