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전국 시조백일장 입상 작품
대학 일반부 장원
산사(山寺)
-봄뜰에서
이양순/부산시 사하구 괴정4동
동백꽃 벙그는 소리 문설주를 자분대니
묵언은 무리지어 쪽빛으로 밀려오고
햇살은 꽃살을 찍어 법당문이 환하다.
저 산사(山寺) 적멸궁은 불경처럼 차분하고
끌고 간 달빛 자락 아침이 묻어오니
연잎에 뭉그는 이슬 노승 눈빛 흔들린다.
하늘 땅 이 미혹을 솔향기가 씻어가니
추녀 끝에 매인 풍경 졸던 낮달 깨우고
불이문(不二門) 바람 벗하여 먼 바다로 떠난다.
대학 일반부 차상
산사
이태정/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사는 일이 숨통을 턱턱 조여 올 때
욕심을 버리고 싶은 곳에 오르면
투명한 풍경소리에 마음이 멈춰 선다.
앞만 보고 달린 세월 잠시 내려놓고
한 계단씩 내려가는 길을 찾는 고요의 시간
잊고 산 소중한 것들이 나와 함께 걷고 있다
노을 속 깊어지는 산사의 침묵 담아
많은 말 하지 않는 깊고 푸른 울림처럼
오늘 난 누군가에게 휴식 같은 사람이고 싶다.
대학 일반부 차하
산사 풍경
박정분/부산시 진구 개금 1동
범어사 청대들의 묵언 소리 엿들으며
일주문 앞에 서서 사람기둥 되어본다
진흙길 안쪽에 자리 잡은 불전에 절한다
고향을 되묻는 목어의 자맥질은
바다에도 산정에도 여울을 만들다가
샛별이 원점처럼 빛나면 산사로 돌아온다
바람 속에 자갈밭을 구르던 쇠북소리
어둠에도 추위에도 미망으로 울다가
여명에 영원의 창을 열고 빈 마음을 노래한다
탑돌이 걸음마다 모서리 진 마음들이
와불처럼 가라앉아 바람을 지운다
노승의 꼿꼿한 염불소리 능선처럼 푸르다
대학 일반부 차하
산사
천유철/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 1동
그리움에 피는 꽃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이내 마음 노을에 가서 붉은 구름 피어나는 날
동그란 회포 안고서 산행 길에 오릅니다.
담 넘고 또 담 넘어 산야를 돌아가면
골짝 우거진 길에 작은 절이 보입니다
태백의 정점에 서서 맛들어 가는 백담사
굽이굽이 흐르는 숨결 가슴 환히 트여 내고
고장 난 풍경조차도 옛 내음 차마 고와
세상의 모퉁이에 선 빛바랜 충격 맞댑니다.
빗물에 색이 번진 산사의 담벼락에는
고단함과 쓸쓸함이 책 안에 가만히 고여
태엽의 낡은 시간을 말아 쥐고 흐릅니다.
종기 난 바람벽을 시멘트로 다스려도
세월 속에 담백하고 황홀하게 농익어 간 몸
자연은 본능적으로 몸에 시간을 새겼구나
낡았으나 비루치 않고 해졌으나 허술치 않은
드러난 귓불 붉어져 창피해 할 줄도 아는
세월의 고운 흔적들 산사는 품고 있습니다.
대학 일반부 차하
산사
김정수/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수미산 넘나들며 돌아본 지난 삶들
티끌도 부질없어 종종걸음 내려 놓고
때 절은 마음 씻고 와 연등 하나 밝힙니다
누각의 범종 울어 손 모으는 허물 앞에
부처님 설법인 듯 불어오는 청솔바람
더 무엇 갖지 말라고 가슴 헹궈 줍니다
처마 끝 청동물고기 날 보라 헤엄칩니다
댕그랑 댕겅댕겅 자주 울어 주는 것은
아마도 맑은 고요를 채워주나 봅니다
고등부 장원
새
이승훈/서울 보성 고등학교
구름을 헤치며 바람을 헤치며
허공의 길을 따라 새들이 날아 간다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날고 싶은 푸른 꿈
편안한 가지를 떠나 어미의 둥지를 떠나
산 넘고 바다 건너 새들이 날아간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홀로 가는 어린 새들
가슴속에 타오른 뜨거운 꿈을 안고
언젠가는 우리도 떠나야 할 어머니 품
오늘도 파닥여 보는 우리들의 날갯짓
고등부 차상
겨레
한정현/경기도 군포 고등학교
동천에 해가 뜨면 거센 바람 안고서
황토에 씨앗 뿌려 일구던 뜨거움이
신명난 북소리에 섞여 함성되어 퍼지더니
슬픔을 삭여내며 피어난 꽃들처럼
한세월 짓밟혀 강물이 멈춰서고
한 뼘씩 가슴이 없어져도 당당하고 의연했다
옹이진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이역 땅 무릎 꺾여 핏빛 물든 그들에게
온누리 뒤척이도록 새 숨결을 적셔라
황사바람 걷어내려 일어나는 숲을 보라
굽힌 허리 곧게 펴 꽃을 피고 새순 키우듯
저 먼 땅 짙푸르러지도록 등불 밝혀 섰거라
고등부 차하
겨레
정규나/부산 사대부설 고등학교
백두산 줄기 따라 옛 고구려 답사길
육자쌓기 백암성 수백계단 오녀산성
그 시절 광개토대왕 기상담은 비석문
용맹한 고구려장수 넘나들던 압록강
엎어지면 코 닿을 듯 북녘을 바라보며
강 건너 저편에 있는 우리 민족 생각한다
강가의 북녘주민 잘가라이 외침에
잘있어라 대답하니 가슴 깊이 저며오네
우리는 하나의 겨레 다시 이을 한반도
고등부 차하
새
이가인/김해 영운 고등학교
초록이 물든 오월 열달을 뿌리내려
엄마 배 맑은 양수 자분자분 마신 나
열일곱 나이테 등에 피워 가녀린 날개 달았지
여린 잎 물관체관 햇살과 교신하듯
이제는 내 꿈도 작은 날갤 펼칠 때
당당히 넓은 세상 속으로 힘차게 날아가리
고등부 차하
새
홍진근/부산 부경 고등학교
내가 사는 기숙사엔 밤에 우는 새가 있다
시간마다 잠시 나와 서러운 바깥 본다
내 처지 날지 못하는 뻐꾹새와 닮았다
내 팔목 시계에도 뻐꾹새가 살고 있다
갇혀있는 내가 싫어 나가본 하늘에
유유히 나는 새 보고 안쓰러워 시계 본다
중등부 장원
뜰
한연주/부산 해운대 여자 중학교
새싹은 피어나고 참새는 종종걸음
연두빛 나무들이 하늘 아래 출렁이며
아이들 종소리 같은 웃음 바람 속에 흔들린다
새로이 시작되는 봄의 기운으로
뭐든지 잘하고픈 마음을 뜰에 담아
내 꿈 속 나의 모습을 키재기 해본다
중등부 차상
뜰
임재헌/ 부산 여명 중학교
뜰 안에 피어있는 노오란 민들레꽃
순수한 마음 품고 소박하게 자라난다.
깜깜한 어둠속에서도 빛이 나는 민들레꽃
잠시나마 그 자리 그 모습을 지키며
우리들의 마음을 환하게 달래준다
내 마음 한 구석에도 민들레꽃 피었으면
중등부 차하
꿈
이영빈/부산 부산진 여자 중학교
이른 봄의 내 꿈같은 덜 피워진 꽃망울들
그 꽃망울엔 나의 꿈이 펼쳐진 큰 세상이
오늘도 꽃망울 피기 위해 높고 높게 생각한다
중등부 차하
꿈
김지호/부산 학산 여자 중학교
뒤뜰에 심어놨던
어릴적 나의 꿈은
어느새 꽃이 되어
화사한 봄을 주고
언제나 들리는 소리
꿈이 피는 봄소리
중등부 차하
꿈
성지수/부산진 여자 중학교
드넓은 창공 아래
날아든 어린 참새
끝없는 하늘 보며
도전하는 어린 마음
공허한 푸른 물결 속
자라나는 여린 몸
초등부 장원
별
이윤승/부산 강동 초등학교
뭐든지 잘하고 싶은 욕심쟁이 내 마음
반장도 되고 싶고 우주도 날고 싶고
별들은 알아챘을까?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초등부 차상
별
이연정/ 부산 예원 초등학교
밤하늘의 꽃이 되는 어둠속의 여왕이다
별자리도 만들고 어둠과 친구된다
예쁘게 나들이 다니며 신나게 놀러간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색색별이
소곤소곤 별들의 회의를 시작한다.
내 마음 어딘가에도 별들을 심고 싶다.
초등부 차하
별
한승윤/부산 강동 초등학교
해 뜨면 부끄러워 도망친 예쁜 별들
온종일 뛰어놀다 깜박 잊고 있었는데
총총총 우리집 찾아와 하늘 얘기 들려준다
초등부 차하
아버지
오성민/부산 사하 초등학교
아버지 주름살이 움푹 패어있네
그 동안 흔적들로 살아온 모습
무엇을 그토록 위해 온 힘을 쏟았나요.
아버지 온 몸에 파스가 붙여있네
힘들지 않은 척 묵묵히 있는 아버지
무엇이 그렇게 아버지 마음을 붙잡았나요.
아버지 양말에 구멍이 뚫려있네
구멍 난 곳으로 보이는 땀방울
무엇을 생각하면서 하루종일 뛰었나요.
초등부 차하
별
안진우/사천 동성초등학교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반짝 떠있지
서로서로 반가워 손 흔들며 인사해
숨었다 술래잡기하며 열심히 뛰어놀지
달님이 나타났다 안보이게 숨어라
구름이 별친구를 얼른 와서 숨겨줘
구름아 정말 고마워 방실방실 웃는다
카페 게시글
마음을 쓰다듬는 시조
제27회 전국 시조백일장 입상 작품
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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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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