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흑석지맥은(黑石枝脈)은 땅끝기맥의 별뫼산(464m)에서 서쪽으로 분기해서 가학산(575m), 흑석산(652.5m), 두억봉(528m), 선황산(182m), 호등산(127m), 삼불산(81m), 소아산(173m) 대아산(182m), 원용당을 지나 목포만의 영산강 하구에서 그 맥을 다하는 41.1km인 산줄기이다. 목포 앞바다를 두고 영산기맥 유달산과 마주하고 있다. 영암군 삼호읍 대불대학교 앞에서 영암호 인공수로(연암제수문)가 산줄기를 자르고 있지만, 사실상 섬이 된 수로 건너편 15km를 인공수로가 없었던 조선지형도(1918년)에 따라 어어가야 한다.
1구간은 월출산의 기상을 이어 받은 가학산과 흑석산이 산세를 압도하고 있지만 두억봉에서 내려서면 산세가 지리멸렬하다. 거리로 본다면 2구간을 훨씬 길게 잡아야 할 것이고, 도로 주행도 제법 길게 해야 할 것 같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별뫼산(분기점)-가학산-흑석산-깃대봉-두억봉-선황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18.2km (실제거리 13.6km, 접속 2.1km/하산 2.5km)
- 산행일시 : 2024년 9월 11일(수) 08:40~17:30
★ 흔적들
목포역에서 500번 버스를 타고 독천미널에 도착하자 6시 50분이다.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묵동행 군내버스는 8시 출발이라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별뫼산과 흑석지맥 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묵동입구에서 하차를 하고 도로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날씨가 곧 비가 올 것처럼 흐리다. 습도도 무척 높아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올해 더위는 예년과 다르게 무척 심하고 오래가고 있다.
8시 40분 땅끝기맥 밤재 들머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별뫼산까지는 무척 가파르다. 700m 떨어진 정상에 이르기까지 50분이나 소요되었다. 별뫼산은 밤하늘에 별과 같은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별뫼산 암봉을 머리부분, 별뫼산 정상을 왼쪽 다리 부분에 해당한다. 여신이 머리를 늘어뜨리고 나체로 누워서 왼발을 오그리고 치부를 가린 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모습이라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서 잘 모르겠다. 땅끝기맥 답사하면서 그 암봉을 나는 혹부리 영감의 혹으로 봤다.
이곳에서 땅끝기맥은 왼쪽으로, 흑석지맥은 오른쪽으로 가게된다. 본격적인 지맥답사에 들어가자 주변은 운무로 꽉 채워지고 한 차례 후다닥 비를 뿌리고 지나간다. 바지는 얼마가지 못해 다 젖고 등산화 안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며 축축한 느낌이 전해진다. 맨 처음 다다른 곳이 383봉이다. 산패가 달려있는 것으로 알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11시, 암릉구간이 이어지며 발목을 잡는다. 비는 또 한차례 내렸다. 판쵸우의를 걸쳤지만 바람에 펄럭이며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발에 밟히기도 했다. 이외로 바위가 미끄러워 시간지체가 많았다. 그래도 서둘지는 않았다. 도로에 내려서면 그나마 월출산과 같은 바위 전시장은 더 이상 보지도 못한다.
뾰족한 만년필 모양의 가학산이 점점 다가왔다. 암릉구간이 이어지지만 로프나 안전 시설물이 잘 설치되어 있어 어려움은 없었다. 평평하고 넓은 바위 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식사를 마치고 로프를 잡고 올라가자 12시 39분 가학산(575m)에 이르렀다. 암릉구간을 내려면서 갑자기 이번에 바람이 불어댔다. 판초우의를 걷어 배낭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날씨는 계속하여 변했다. 조금 지나자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그래봤자 얼마가지 않아 이번엔 잔뜩 구름을 몰고 와 사위를 가득 메웠다.
13시 24분 이정표상 흑석산에 도착했다. 실제로는 638.8봉이지만 이정표에는 높이가 653m로 되어있다. 400m 떨어져 있는 깃대봉이 실제 지형도상 진짜 흑석산이다. 13시 37분 국방부 지리연구소의 대삼각점이 박혀있는 실제 흑석산(깃대봉)에 도착했다. 흑석지맥의 주봉이다. 주변을 운무로 꽉 채워 조망을 할 수 없는게 안타깝다.
바람재 방향 이정표를 따라 내려섰다. 13시 53분 바람재를 지나 14시 21분, 542.5봉에 이르게 된다. 중간에 전망대가 있었지만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14시 43분 가리재를 넘어 물을 잔뜩 머금은 암릉구간을 로프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잠깐이나마 운무를 걷어주자 부지런히 주변경관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억봉 갈림길에서 배낭을 부려놓고 휴대폰만 들고 두억봉으로 향했다. 15시 25분 사위가 운무로 꽉 만힌 두억봉(528m)에서 정상석만 흔적을 남기고 갈림길로 되돌아왔다. 갈림길 입구는 잡목으로 뒤덮여있지만 막상 들어가자 길은 이외로 편하고 좋았다. 올라설 때는 가파른 암릉구간이었지만 내리막은 완만한 흙길이다.
15시 52분 전망대에서 자몽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마루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독천터미널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리막에서 영암의 기찬묏길 정자를 만나고, 218봉 정상에 있는 정자를 지나 계속 내려가자 마을에 접근하는지 대나무 군락지를 통과해야 했다. 도로에 내려서서 미산교회 방향으로 걸어가자 미촌마을 비석이 보였다. 향양버스정류장 뒤편으로 오르자 초로의 아낙네가 땅콩을 캐고 있어 혹시나 놀랄까 봐 멀리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산에 간다고 하니 선답자를 만난 경험이 있는 듯 "어디서 왔소"하면서 편하게 응수한다. 이외로 봉우리 같지 않은 봉우리까지 등로는 막힘이 없다.
17시 정각 75.5봉을 넘어서자 농로로 떨어졌다. 갑자기 휴대폰이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꺼져버렸다. 보조배터리를 꺼내 충전을 해봤지만 잘 되질 않는다. 대강 방향은 이미 확인했던 터라 선황산 방향으로 농로따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방죽마을 선황로에 도착한다(17:30).
휴대폰이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답사를 종료하고 독천터미널로 향했다. 미리 산 위에서 독천터미널 방향을 확인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마침 비가 쏟아져 내렸다. 판초우위를 걸쳐 갓길로 터미널에 도착하자 1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18시 25분 목포행 무료버스가 들어왔다. 올해 9월 1일부터 영암군은 모든 군내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고 한다. 다음 구간은 100m가 되지 않는 산 같지 않은 산을 찾아가며 마무리를 해야 한다. 짧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거의 뛰다시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