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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스캔들] 12 - 당신이 나의 동지여서 다행입니다.
S#1. 폐건물 안 (11부 엔딩 편집씬/ 낮)
근덕, 송주를 부축하고 들어온다.
텅빈 공간 맞은 편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멈칫하는 송주.
근덕, 인기척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라진다.
잠시 당혹스러운 송주, 이내 자세를 바로 잡고 인기척이 들리는 곳을 향해 당당히 선다.
송주 : 거기.... 계신건가요?
수장 : (대답이 없는)
송주 : 룰이라고 해서 따르긴 했지만, 설마... 이대로 대화를 나누자는 건 아니겠죠?
수장 : (역시 대답이 없는)
송주 : (포기하고) 그래요. 공 남작 거사는 수장님의 지시 없이 제가 단독으로 진행했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수장 : (대답 없는)
송주 : 물론 조직의 상하체계를 무시한건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 일을 꼬투리 잡아 거사에서 저를 제외시킨다는 건
유치한 보복이라고 밖에는, (하다가 문득 울컥 화가 치솟는) 이봐요, 듣고 있어요? 거기 있기나 한 거예요!!
그때, 송주의 귓가에 들리는 구둣발소리.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소리에 멈칫하는 송주. 송주의 뒤로 다가와 묶인 결박을 풀어주는 수장.
송주,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당황스럽다. 손은 풀렸으나 눈가리개를 풀어도 되는 것인지...
결박을 풀어준 수장, 다시 송주에게서 멀어지는데,
송주 : 비겁하군요. 수장이라는 사람이 고작 이 정도 밖에...
수현 : (E) 제가 여러 번 경고를 드렸는데,
송주 : ! (목소리에 멈칫! 하고)
수현 : (E) (앞 대사 연결) 차송주씨에게는 경고가 통하질 않더군요.
송주, 설마,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눈가리개를 푼다.
트인 공간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햇빛을 역광으로 받고 서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
점점 시야가 뚜렷해지며 남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라보며 찌푸렸던 눈이 점점 커지는 송주!
수현 : (담담한 표정으로) 반갑습니다. 차송주씨. 애물단의 수장, 이수현입니다.
놀라 굳은 채로 혼이 빠져나간 듯 바라보는 송주에서.
S#2. 애물단 아지트 앞 (낮)
세워놓은 차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는 근덕.
송주의 도발에 수장을 만나게 해주기는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심난한 표정으로 아지트 쪽을 바라보는 근덕에서.
S#3. 아지트 안 (낮)
여전히 충격으로 수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는 송주.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어이없는 헛웃음이 허,허, 새어나온다.
그런 송주를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수현.
송주 : 정말 대단한 위장이네요.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수현 : 보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합니까?
송주 : (다시, 허, 새어나오는 웃음) 그동안 그 모든 지령을 내린 게 당신이었어요?
수현 : 그렇습니다.
송주 : 그동안 내 앞에 나타나,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도 결국, 경고 차원이었던 거군요 그러니까.
수현 : (좀 웃으며) 먹히진 않았지만, 노력은 했습니다.
송주 : 도대체 조직원들에게까지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이유는 뭐죠?
수현 : 조직원 간에 서로를 알아보는 것 이상의 위험이란 없으니까요.
송주 : 그럼 친구한테는 어떤가요?
수현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송주 : 선우완과 이수현, 두 사람 사이에 풀어야 할 오해가 있는 거 아닌가요?
수현 : ... (보다가) 조직의 보안을 위해, 그 어떤 경우에도 예외란 없습니다.
송주 : 그럼 이제 와서 정체를 밝히는 이유는 또 뭔가요?
수현 : 차송주씨가 너무 깊이 파고들려 했기 때문입니다.
송주 : 내가 파고들기 전에 먼저 말해줄 순 없었나요?
수현 :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진 않군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집니다.
수장의 존재는 언젠가 때가 되면 밝히게 될 겁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비밀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송주 : 한 가지만 더요. 저를 거사에서 제외시키는 이유가 뭔가요?
수현 : ...
송주 : 괘씸죄인가요?
수현 : ...
송주 : 아니면, 유치하게 시리 내가 여자라서 못 믿겠다는,
수현 : (OL) 상처는, (송주 멈칫 보고) 괜찮습니까?
송주 : (본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데, 이까짓 상처가 대순가요. (피식) 조직원 보호차원에서 미리 계획하고 하신 일인텐데요.
수현 : 실수였습니다.
송주 : (좀 웃으며) 냉정한 수장님이, 실수라는 것도 하는 군요.
수현 : 보는 순간...흔들렸으니까요.
송주 : (...!)
수현 : 다시는 적으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기억합니까? 당신이 나의 동지여서....다행입니다.
송주 : (바라보는 표정에서)
S#4. 애물단 아지트 앞 (낮)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차를 향해 걸어오는 송주.
근덕, 차문을 열어주면 차에 오르고. 운전석에 올라 차를 출발시키는 근덕.
S#5. 달리는 송주의 차 안 (낮)
송주는 창밖만. 근덕은 운전만. 잠시 말이 없는 두 사람.
송주 : (창밖을 보는 채로 불쑥) 저 사람... 저대로 총독부에 둬두 괜찮은 거야?
근덕 : ....
송주 : 배신자. 밀고자. 변절자라는 소린 어떻게 된 거야.
근덕 : ...
송주 : 각성하고 다시 변절한거야?
근덕 : (무거운 한숨처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다만... 꽤 아픈 사연을 가진 인물이라는 거 밖에는....
송주 : (문득 서글픈 웃음 흠흠 나오며) 자신을 저렇게 철저히 위장하면서 살아가는 거 이상, 더한 형벌이 어딨구,
더한 상처가 어딨다구.
근덕 : ...
송주 : (울컥해지는 표정 위로)
송주 : (E) 과거의 자신을 죽여야 될 만큼, 지금 모습에 만족하시나봐요?
S#6. 명빈관 마당 (4부 62씬)
송주 : (비식) 그 모습이 훨씬 더 멋있었는데 아깝게 왜 죽였을까?
수현 : (피식) 대답할 의무 있습니까?
송주 : 해주시면 고맙구요.
수현 : 그럼에도....살아가야 하니까.
S#7. 달리는 송주의 차 안 (낮)
본의 아니게 수현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이 미안해져서 마음이 아파오는 송주이고.
송주 : (E)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S#8. 명빈관 마당 (8부 46씬)
수현 :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송주 : (보면)
수현 : 조선총독부 보안과 이수현.
S#9. 달리는 송주의 차 안 (낮)
어쩐지 울컥해져서 눈가 붉어지는 송주에서.
S#10. 애물단 아지트 (낮)
한 손에 총을 들고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수현.
(F.C) 자신이 쏜 총탄이 송주의 팔을 스치는 장면.
총을 든 손을 천천히 내리며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송주 쪽을 바라보는 수현의 표정 위로, (10부 54씬의)
어린수현 : (E) 죽지 마. 절대루 살아. 너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너를 강하게 만들 뿐이란 사실을 보여 줘, 세상한테.
S#11. 명빈관 마당 (3부 16씬)
어린수현 : (웃으며) 나는 이수현. 너는?
어린송주 : (눈가 붉어져서) 차송주...
S#12. 애물단 아지트 (낮)
참 먼 길을 돌아 만나게 됐군....아픈 표정으로 피식 웃는 수현에서.
S#13. 명빈관 마당 (낮)
완, 파라솔 의자에 앉아 인호와 영랑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
영랑은 교재를 노트에 열심히 베끼고 있고, 인호는 수학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는 중이다.
인호 : (수식이 완성된 노트를 완에게 내밀며) 다 풀었어요.
완 : 어디보자. (노트를 훑어보는)
이때, 마당으로 들어서는 송주와 근덕.
완을 발견하고는 멈춰서는 송주. 수현과 완의 구원을 알기에, 두 사람이 전부 안쓰러운 느낌으로 완을 바라보며 서있는 송주다.
완 : (노트 다 확인하고는) 와우, 대단한데? (인호 머리 마구 쓰다듬어주며) 요릿집 요진보로 썩기엔 니 머리가 너무 아깝다 임마.
잘하면 대학도 갈 수 있겠는데?
인호 : (완의 칭찬이 싫지 않아 쑥스럽게 웃고)
영랑 : (부러워서 보고)
완 : (웃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면 자신을 바라보며 서있는 송주) 뭐야. 왔으면 인기척이라도 내야 될 거 아냐.
송주 : (표정 지우고는, 평상심으로 완에게) 나 잠깐 봐. (하고는 먼저 방으로)
완 : (근덕에게) 쟤 왜 저러냐?
근덕 : 들어가 보세요. (하고는 자리 피하는)
완 : ? (보는데서)
S#14. 송주의 방 (낮)
서안 위에 두툼한 돈 봉투가 올려진다.
완 : ? (송주를 본다)
송주 : 설계도면 값이야. 일본 갈 때 가지구 가.
완 : (돈 봉투를 슬쩍 열어보며 장난스럽게 휘파람을 분다)
송주 : (진지한 표정으로)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알고 있겠지?
완 : 알지 그럼.
송주 : 목숨이 걸린 일이야. 만에 하나 검문에 걸리면, 미유키상은 빠져나갈 수 있어도, 그댄 절대 못 빠져나가.
그대의 아버지도 힘이 되줄 수 없어. 그건 우리 역시 마찬가지야.
완 : (걱정해주는 마음 알기에 피식) 겁주는 거야?
송주 : 그대가 운반하는 건 그냥 그림이 아니라, 사제 권총 설계 도면이야. 무기와 암살은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말이야.
걸리면 못 빠져나가. 총 맞구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어.
완 : 살벌하게 왜 이래. 알아들어 글쎄. 목숨 걸어야 한다는 거.
송주 : 그래도....할꺼야?
완 : (보는) 무슨 대답을 원해 도대체.
송주 : 솔직한 대답. 여경씨 막아주려다가, 그대가 죽을 수도 있어. 순간적인 영웅심이나 호기심으로 덤빌 일이 아니야.
그래도 할꺼야?
완 : 누가 그래. 영웅심이나 호기심이라구.
송주 : 아니야 그럼?
완 : 가 볼 생각이야. 형도 걷고, 그 자식도 걸었던 그 길 끝에 뭐가 있는지.
송주 : ... (보다가) 그 길 끝에 밀고가 있을 수도 있어, 배신이 있을 수도 있고, 죽음이 있을 수도 있어.
완 : 니들이 말하는 조국해방이 있을 수도 있겠지.
송주 : (멈칫 보는)
완 : 호기심이나 영웅심이 아니야. 니들 말로 하면, 결의야.
송주 : (보며)
완 : (짐짓 웃으며) 나 살짝 감동했다. 니가 나를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지 예전에 미처 몰랐거든. 구구절절이 감동이었어.
송주 : 내 말이 아니야. 수장이... 너를 걱정 해.
완 : (수장이 나를 왜? 싶어 보고)
송주 : (두 사람의 관계가 안쓰러워서 짠해지며) 나는 전해달라는 말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야....
완 : ? (보는데서)
S#15. 해화당 앞 (밤)
불켜진 해화당 서점을 바라보며 서있는 수현.
서점의 불이 꺼진다. 안에서 여경이 나온다. 서점문을 자물쇠로 닫고 돌아서다가 수현을 발견하는 여경.
여경 : (놀라서) 아우, 깜짝이야. 언제 오셨어요? 설마... 이 시간에 책 사러 오신 건 아니겠죠?
수현 : (좀 웃으며) 혹시나 해서 들렸습니다.
여경 : 혹시나 왜요?
수현 : 만나지게 되면 만나려구요.
여경 : 저를요? 왜요?
수현 : 우에다 미유키상 환영파티 일도 미안하고, 또 드릴 말씀도 있구요.
여경 : ... (보다가) 그럼 안에서, (하며 자물쇠를 다시 열려는데)
수현 : 아니요. 집으로 가는 길이면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가면서 얘기하죠.
여경 : (보며) ....
S#16. 해화당 앞 거리 일각 (밤)
달이 떠있다. 수현과 여경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여경 : (슬쩍 수현을 올려다본다) 저....하실 말씀이라는 게....
수현, 말없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여경에게 내민다.
여경, 받아서 보면 깡통 안에 든 색색가지 과일사탕이다.
여경 : 뭐예요 이게?
수현 : 사탕이네요.
여경 : 먹으라구요?
수현 : 어릴 때 여동생이 무척 좋아했던 사탕입니다. 그때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사줄 형편이 안됐는데,
이젠 여유가 생겼는데도 받아줄 동생이 없네요.
여경 : 오늘도 여동생 대신인가요? 도대체 언제까지 제가,
수현 : 오늘까집니다. (*위장연애의 끝을 알리러 온 것)
여경 : 네?
수현 : (걸음 멈추고 보며) 고맙습니다. 그 동안 정말 여동생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여경 : (영문을 몰라 보는)
수현 : 이제부터 나여경씨가 내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도 그냥 그런가보다 무시하겠습니다.
옷도 안 사줍니다. 커피도 함께 안 마십니다. 영화 간판도 같이 안 봅니다.
여경 : (큰일났다! 실패다! 싶어서 얼른) 저기,
수현 : 이제부터는 나여경씨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마음을 보이세요. 저도 다른 사람 대신은 싫습니다.
여경 : 아니 그래도 저기,
수현 : 그럼 잘 지내세요. (하고 돌아서서 가는)
여경 :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운) 저기요!
수현 : (멈추고 돌아보는)
여경 : 금 밟았어요.
수현 : ?
여경 :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키며) 금 밟았다구요.
수현 : ? (해서 보면)
땅바닥에 백묵으로 그려져 있는 사방치기 도면.
수현 : ? (여경을 보는)
여경 : (어디선가 납작한 돌멩이 하나를 들고 와서 손바닥에 올려 놓고 공중에 던졌다 받았다 하며)
여동생들은 오라버니들이 같이 놀아주면 무지 좋아하거든요.
수현 : (좀 당황해서) 같이....하자는 겁니까 지금?
여경 : 안녕을 고할 때 고하더라도, 나으리 웃는 모습은 한번 보고 끝내야겠어요. (하더니, 수현에게 납작한 돌멩이를 던진다)
수현 : ! (반사적으로 받고는 여경을 보는 표정에서)
S#17. 해화당 앞 거리 (몽타쥬 느낌으로/ 밤)
달빛 아래 둘이서 사방치기를 하는 여경과 수현.
검정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폴짝폴짝 뛰는 여경. 따라 해보라며 수현에게 턱짓하는 여경.
민망해서 얼른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 수현.
그런 수현의 손을 잡아 끄는 여경. 민망한 표정으로 뛰어보는 수현.
재밌어서 픽 웃는 여경. 수현이 보면 얼른 지도자의 표정으로 돌아와, 또 금 밟았다며 지적하는 여경.
민망한 수현, 그러면서도 여경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수현.
마치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그렇게 천진하게 뛰어노는 두 사람.
처음으로 긴장감 없이 환하게 웃는 수현의 모습.
송주 : (E) 있잖아... 그 사람 말이야. 그만...용서해주면 안될까?
S#18. 명빈관 방 (밤)
(*송주의 방 말고 완과 송주가 함께 촛불 켜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곳)
완 : (차를 마시다가 멈칫 보는) 그 사람이라니. 누구?
송주 : 총독부 이수현.
완 : (찻잔 내려놓으며) 말했잖아. 바라지도 않는 용서 해줘서 뭐하냐구.
송주 : 용서를 바라는 위악일 수도 있잖아.
완 : 그거까지 헤아려줘야 돼 내가?
송주 : 아직 믿고 있다며. 뭔가 사연이 있었겠지. 언젠가는 들켜주겠지, 기다리고 있다며. 그 사람한테 그렇게 말해주면 안될까?
완 : 너 오늘 왜 이러냐, 답지 않게 끈적끈적.
송주 : (상관없이) 그 사람, 소리 내서 웃는 거 본 적 있어? 제대로 화내는 거 본 적 있어?
희노애락 없이 늘 담담하거나 비죽이거나 둘 중 하나잖아. 그렇게 혼자 죄 값 치르고 있는 거 아닐까?
완 : (본다)
송주 : 그 사람한테 면죄부 줄 사람, 그대 밖에 없어.
완 : ... (보다가 일어나서 나가버리고)
송주 : (보며, 사연을 말 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
S#19. 해화당 앞 거리 (밤)
적당한 곳에 나란히 앉아있는 수현과 여경.
여경 : 역시 경찰이라 그런지 운동신경이 좋으신데요?
수현 : (좀 소리 내서 웃으며) 사방치기 하는데도 운동신경이 필요합니까?
여경 : 웃는 모습이 참 근사한데 왜 잘 안 웃으세요?
수현 : (그대로 표정 정지된다)
여경 : 그럴 줄 알았어요. 웃네요? 하면 안 웃고. 친절하시네요? 그러면 금새 차가워지고.
나으리는 늘 뭔가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 같아 보여요.
수현 : ...
여경 : 여동생은, 아니 가족들은 왜 나으리만 남겨놓고 북간도로 간 건가요?
수현 : ...
여경 : 그럼, 선우완 기자님이랑은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건가요? 정말 선우완 기자님의 첫사랑을 뺏었나요?
수현 : .... (일어나며) 오늘 즐거웠습니다.
여경 : (따라 일어나며) 마음속에 얼마나 큰 상처를 감추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때로는 위선보다 위악이 더 나쁘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수현 : (좀 웃으며) 참 훌륭한 여동생이네요.
여경 : 가끔은 좀 웃으세요. 그래도 돼요.
수현 : (피식) 그래도....됩니까?
여경 : 네. 여동생인 제가 허락할께요.
수현 : 고맙습니다. 그럼....
피식 웃고는 돌아서는 수현. 가슴 한 켠이 짠해진다.
가끔은 웃어도 된다는 여경의 말이 굳어있던 심장을 어루만져준 느낌이다.
수현을 바라보는 여경. 어쩐지 쓸쓸해보이는 수현이 안타깝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20. 종로경찰서 외경 (낮)
강구 : (E) 아직 애물단의 거사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S#21. 종로경찰서 안 (낮)
경찰서로 걸어들어오는 코우지를 위시한 수현, 강구.
강구 : (코우지를 뒤따르며) 다만 지난번 총기 거래가 무산됐으니, 분명 다른 경로를 통해 무기 반입을 도모할 가능성이 큽니다.
코우지 :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는데 지금 당장 섣불리 움직이려 들까? 일단 추이를 봐가면서 기회를 엿보지 않을까 싶은데.
강구 : 아닙니다. 분명 지금 움직일 겁니다.
코우지 : 근거는?
강구 : 중국인 총기상과 거래하기로 했던 무기의 양이 꽤 많았던 걸로 보아,
애물단에선 또다른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코우지 : (고개 끄덕이며) 좋아, 그럼 현재 활동하는 무기 밀매상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파악, 단속하고,
해외에서 밀반입 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으니 기차역과 항구에서의 검문, 검색을 강화하도록 한다. 알겠나?
강구 : 네,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수현 : (혼자 생각)
강구 : (그런 수현의 표정을 의미심장하게 관찰하는 표정)
S#22. 해화당 (낮)
손님이 부탁한 책을 준비해놓으려는 지 메모지에 적힌 여러 개의 책제목을 눈으로 읽으며 서가의 책을 둘러보고 있는 여경.
서가 맨 꼭대기에 있는 책 한권에 시선이 머문다.
발돋움을 하며 그 책을 꺼내려 애쓰는데 키 안 닿는다. 끙끙... 용쓰는 여경인데,
언제 왔는지 여경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서서 여경이 꺼내려던 책을 뽑아드는 완.
여경 : ...! (뒤에서 자신을 안듯이 해서 서있는 완의 심장박동 소리 느껴져서 기분 묘해진다, 키가 이렇게 큰 지도 몰랐다)
완 : (뽑아낸 책을 내밀며) 이거야?
여경 : 네? 네....(받고는, 새삼 완을 보며) 키가...참 크시네요?
완 : ? (뜬금없어서 보다가 피식 웃는) 무심하시긴. 그걸 이제 알았습니까?
여경 : (말 돌리려) 그...근데 언제 왔어요?
완 : (그 대답은 않고, 턱짓으로 여경이 손에 들고 있는, 방금 자신이 건네준 책을 턱짓하며) 읽어보게?
여경 : 손님이 부탁해놓고 간 책인데, 괜찮다길래 한번 읽어보려구요.
완 : (시간 낭비 하지 마, 하는 표정으로) 읽지 마. 별거 없어.
여경 : (의심스럽게) 읽어...봤습니까?
완 : (서가를 눈으로 훑으며) 읽어봤을껄? 내용은 잘 기억 안 나지만... 남의 이론 가져다가 자기 생각인 양 떠들어대는 기술이며,
(적당한 책 한권 꺼내 넘겨보며) 어렵고 현란한 말을 잔뜩 나열해서 독자를 주눅 들게 하는 능력은 탁월했지 아마. (책 읽는)
여경 : (그 모습 의외라서 가만히 보는)
완 : (책 보는 채로) 뭘 봐. 봐봐야 잘 생겼지.
여경 : (흠칫하는데)
완 : (책 탁, 덮고 여경을 보더니 웃으며) 나, 내일 일본으루 가.
여경 : ! (표정 정지되지만, 이내 평상심으로) 그, 그렇습니까?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완 : (여경의 팔을 확 잡아당겨 안듯이 해서는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말로만?
여경 : (당황해서) 마....말로는 부족합니까?
완 : 당연하지. 너는 아무래도 수업을 좀 길게 받아야겠다.
여경 : 수업이라니요?
완 : 그동안은 내가 니 혁명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니까, 이번엔 니가 내 수업을 들을 차례잖아. 오늘 첫 수업을 시작하자.
여경 : 저...저는 별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빠져나가려는데)
완 : (다시 잡으며) 느낀 만큼 행동하고 실천하는 게 혁명이라면, 사랑도 마찬가지거든. 행동하고 실천하는 만큼만 사랑이다!
여경 : 그래서요?
완 : 말로만 나불나불 떠드는 이론가들, 을마나 밥맛 없냐. 사랑도 마찬가지거든. 마음이 있다면 그....뭐랄까...
행위예술로서 표현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 (하면서 얼굴 바싹)
여경 : (째려보며) 당신 머릿속에는 순전히 그런 응큼한 생각밖에 없습니까?
완 : (씩 웃으며) 원래 남자들이 다 그래.
여경 : 됐다고 봅니다. (하고 홱 돌아서 나가는)
완 : (에이 씨... 너무 빨랐나? 따라 나가는)
S#23. 해화당 앞 (낮)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는 여경이고, 뒤 따라나오는 완.
완 : 야! 이건 약속 위반이야. 나는 혁명을 배우려고 성심껏 노력 중인데 니가 이렇게 수업 거부를 하면 안 되지!
여경 : 그런 저질 수업은 안 받겠습니다.
완 : 아, 진짜, 진도 나가려면 한참 멀었구만. (팔을 잡아끌고 나가는)
여경 : (끌려가며) 왜 이러세요! 어디 가시는 겁니까!
완 : 보충 수업하러. 한동안 못 볼 테니까 오늘 한꺼번에 해둬야지. (씨익 웃으며 끌고 가고)
여경 : (주변의 시선 신경 쓰며 끌려가면서도 싫지 않은 느낌으로)
S#24. 경성 거리 일각 (낮)
여경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는 완.
여경 : 어디 가는 겁니까?
완 : 헌책방. 책 몇 권 살게 있거든. 고보 시절에 잘 가던 헌책방인데 아직 있나 모르겠네.
여경 :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더니. 서점주인 앞에서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완 : (웃으며) 꽤 오래 된 책인데다가, 일본어로 된 책이라 조마자씨 서점에는 없거든요?
하는데 저만치 전차가 도착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기고보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두 명이 찐빵 따위를 먹으며 걸어오고 있다가
전차를 발견하고는 전차를 향해 우다다다 달려간다. 가면서도 서로의 교모를 툭툭 치며 장난하는 두 소년.
그런 두 소년을 바라보는 완의 모습 위로.
(F.C) (2부에서) 전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달리던 어린 어린 완과 어린 수현의 모습.
완 : (두 소년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그리운 미소가 생기고)
여경 : (그런 완을 보며) ....?
S#25. 달리는 전차 안 (낮)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전차 안에 완과 여경이 서있다.
전차가 흔들릴 때마다 완의 가슴팍에 이마를 찧는 여경.
완, 그런 여경의 어깨를 끌어당겨 아예 안듯이 해서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는.
여경,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완을 올려다보면, 여경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있는 완.
얼른 시선을 피하는 여경. 그러다 다시 슬쩍 완을 올려다보면, 어느 한 곳을 보며 서있는 완.
완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낄낄낄 장난치며 웃고 있는 어린 수현과 어린 완의 모습. (2부에서)
완 : (그리워지는) .....
여경 : (그런 완을 보며) ....
S#26. 헌책방 (낮)
1930년대의 정서가 느껴지는 낡은 헌책방 안.
서가 앞에 서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책을 한 권 씩 꺼내들고 읽고 있는 완과 여경.
문득 책에서 시선을 들다가 멈칫 하는 여경. 그 시선에 빈 서가 사이로 보이는 완의 모습.
어느 새 독서에 빠져들어 여경이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는 완.
그런 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여경... 처음 보는 지적이고 진지한 모습에 약간은 설레는 느낌으로.
사치코 : (E) 선우상은 도대체 언제쯤 사무실에 나오는 거죠?
S#27. 지라시 사무실 (낮)
사무실에 와 있는 사치코, 완이 없음에 못마땅한 듯 신경질을 부리고 있고, 그런 사치코 때문에 안절부절하는 미유키.
사치코의 신경질을 다 받아주고 있는 탁구. 벽에 붙어 서서 질린 듯 보고 있는 세기, 왕골.
탁구 : 그게...오늘 아주 중요한 보충수업이 있다고...
사치코 : 선우상이 학생도 아니고, 웬 보충수업? 내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내 자서전 마무리는 하고 가야 될 거 아니야!
선우상이 이렇게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었던가?
미유키 : 어머니, 선우상도 떠나기 전 정리할 게 많을 텐데 굳이 오늘까지,
사치코 : (OL) 귀여운 딸. 내 말을 들어봐요.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를 해야 자서전 발간을 할 수 있을 테고,
그래야 다음 편으로 넘어갈 거 아니겠니?
탁구 : (히익! 머리카락 쭈뼛 서며) 저,저, 저기 싸모님. 정말 자서전을 시리즈로 다섯 권까지 발간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사치코 : 왜 아니겠어. 다음 편이 궁금해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스릴있게 쓸 생각이야.
탁구 : 아니, 이게 무슨 추리소설도 아니고....편집장의 입장으로 봤을 때, 그냥 한권으로 깔끔하게 마감을 하심이,
사치코 : 이게 장난인 줄 알아요? 한권? 꼴랑 한권?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어떻게 꼴랑 한권에 나의 방대한 생애를
어떻게 다 담겠다는 거야?
탁구 : (울고 싶고) 꼴랑 한권도 양이 대따 많은데....
미유키 : (그런 사치코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오는)
S#28.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심난한 표정으로 조용히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미유키.
계단을 내려가는데, 뒤이어 사무실 안에서 나와 미유키를 따르는 세기와 왕골.
세기 : 우에다상! 우에다상!
미유키 : ? (돌아보는)
세기 : 어디 가십니까?
미유키 : 어머니가 편집장님과 말씀 나누실 동안 까페에서 기다릴까 해서요.
왕골 : (세기와 마주보고는 눈빛 반짝!했다가) 잘됐네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미유키 : 괜찮습니다. 혼자 가겠습니다.
세기 : (급해져서) 아니, 저희가 우에다상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래요.
왕골 : (울고 싶은 표정으로) 예에. 제발 저희 부탁 좀 들어주세요. 이 일을 할 수 있는 분은 우에다상 밖에 없으세요.
미유키 : 부탁....이라니요?
왕,세 : (울듯이 합창) 어머님의 자서전 발간을 좀 막아주세요! (에서)
S#29. 경성 거리 일각 (낮)
한 손에 책 꾸러미를 들고 있는 완과 두어 권의 책을 가슴에 안고 걸어오는 여경.
완 : (손 부채질 하며) 어우 더워. 깔패디엠 가서 시원한 거 한 잔 마시고 가자.
오랜만에 머리를 좀 썼더니 온 몸의 세포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여경 : 아까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었어요?
완 : 어? 아아 그거. 저번에 미유키상이 추천해준 책이 한권 있었는데, 마침 눈에 띄길래 한번 읽어봤어.
여경 : (약간 민감해져서) 미유키상이요?
완 : 음, 조선의 독립 가능성에 대해 일본인이 쓴 글인데, 아무래도 편파적인 글이긴 하지만, 개중 그래도 객관성이 있어서
볼만은 하더라구.
여경 : (보는)
완 : (자기도 모르게 진지해져서) 문제는, 아무래도 아직까진 우리 실정에 맞게 확립된 우리만의 논리가 부족하다는 거야.
그나마 있는 논리라는 것도 결국은 강국이 만들어 놓은 이론을 바탕으로 변주한 것에 불과하고, 또
(하다가 보면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경) 왜?
여경 : 뭔가 활기차 보이네요.
완 : 물론! 토론 대상이 생겼으니까. 내가 또 승부근성 빼면 시체거든. (혼자 결의에 차서) 생각해 봐. 그 여자랑 일주일동안이나
같이 지낼텐데, 논리 싸움에서 지면 쓰겠냐? 그거야 말로 민족적 수치가 아니겠냐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지 열심히!
절대 논리 싸움에서 질 수 없어!
여경 : (그런 완이 왠지 멀게 느껴지고, 왠지 불안해지는 심정으로 보고)
S#30. 깔패디엠 (낮)
미유키를 앞에 앉혀놓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세기와 왕골.
세기 : 이렇게 장르도, 목적도 불분명한 책을 발간했다간 세상에 놀림거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왕골 : (간절하다) 예에, 초고를 읽어보셔서 알겠지만, 그게 어디 자서전입니까? 사이비 교주 탄생기지?
미유키 : (민망해져서 약간 시선 돌리며 쥬스잔 들고 마시는)
세기 : 게다가, 알에서 사람이 나왔다는 사실이 닭이나 새들에게 알려져봐요. 걔들이 무서워서 알을 품으려 들겠습니까?
미유키 : (쥬스잔 내려놓다가 멈칫, 어느 한 곳에 시선 집중되는)
왕골 : 그렇습니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라도 이번 자서전은 반드시, (하는데)
미유키 : (시선 고정시킨 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세기, 왕골 ? 해서 미유키의 시선 따라가보면, 여경과 함께 깔패디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완.
세,왕 : ! (헉! 양다리 현장이다! 얼른 일어나서 병풍처럼 어깨동무를 한 채로 서서 미유키의 시선을 막는데)
완 : (미유키를 발견하고는) 미유키상!
세,왕 : (에이 씨... 털썩 자리에 무너지는)
미유키 : (목례하고는) 사무실에 안 나오셔서 걱정했는데, 여기서 만나뵙네요. (하고는 자연스레 시선이 여경을 향하며) 누구.....
완 : ! (아차, 여경을 보는) 아, 얘 말입니까? (얼른 여경을 한 쪽으로 밀어내며) 우리 잡지사 수습기잔데, (한쪽으로 밀쳐진 여경,
임무 수행임은 알지만 완을 보며 조금 섭섭하고) 기자 일이 처음이라 취재하는 법을 가르치는 중이었습니다. 하하하!
왕,세 : (마주보며 황당해서, 수습기자?)
미유키 : (그제서야 미소 생기며) 아, 그러시군요? (여경에게) 반갑습니다. 우에다 미유키라고 합니다.
여경 : 나여경입니다. (인사하는데)
완 : (얼른 여경을 돌려 세우며) 넌 이제 그만 가 봐. 이만큼 가르쳐줬으면 앞으로 혼자서도 취재 잘 할 수 있지?
(하며 임무 수행중이니 얼른 가라는 눈짓 요란하고)
여경 : (완을 째려보며) 안 그래도 갑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미유키에게 목례하고는 홱 돌아서고)
완 : (미유키에게) 하하하. 쟤가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싸가지가 좀 없어요.
왕골 : (눈치 없이) 조마자씨가 지라시에 입사하겠대? 진짜?
완 : 하하하하! (왕골 몰래 째려보고는 다시) 하하하하! 저기, (세기를 와락 잡아내며) 신기자? (왕골을 와락 잡아내며) 지기자?
우리 수습기자한테 기자정신이 뭔지 좀 가르쳐주고 오지? (하며 길가에 내동댕이치듯 세기와 왕골을 치워버리고는)
앉으시죠, 미유키상.
미유키 : 네.... (앉으며 뭔가 이상하고)
완 : (씩 웃으며 시침 뚝)
S#31. 깔패디엠 근처 거리 (낮)
혼자서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는 여경.
여경 : 수습기자? 이제 그만 가봐? (허! 코웃음 치며) 지령 핑계대구 아주 신이 나셨구만 신이!
자발적으로 일본에 간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하며 빠르게 걸어가다가, 천천히 걸음 멈추는 여경. 깔패디엠 쪽을 돌아보는.
헌책방에서 사온 책을 함께 보며 미유키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 완.
보며 심정이 좋지 않은 여경인데, 시선을 느낀 미유키가 이쪽을 바라보는.
여경 : ....! (얼른 시선 피해 걸어가고)
미유키 : ... (보며, 직감적으로 완과 심상치 않은 사이임을 느끼는)
S#32. 깔패디엠 (낮)
미유키 : ... (여경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완 : (책에 시선 두고 있다가) ? (보며) 왜 그러십니까?
미유키 : (퍼뜩 시선 거두며)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미소 지으며) 오늘 저녁에 저희 부모님과의 저녁 식사, 잊지 않으셨죠?
완 : 물론입니다. (웃는데서)
S#33. 해화당 (낮)
우울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여경. 테이블 앞에 털썩 앉는 모습 위로,
완 : (E) 아, 얘 말입니까?
S#34. 깔패디엠 앞 (낮)
완 : (얼른 여경을 한 쪽으로 밀어내며) 우리 잡지사 수습기잔데, 기자 일이 처음이라 취재하는 법을 가르치는 중이었습니다.
하하하!
S#35. 해화당 (낮)
분하디 분한, 서운하고도 서운한 여경의 표정 위로, 완의 웃음소리가 얄밉게 에코로 메아리쳐 울리고.
그 웃음소리 털어내려는 순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경.
그러다 문득 문 쪽을 돌아보는 여경.
여경 : 잘 갔다 오라는 인사도 제대루 못했는데....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우울해지는 여경이고....
S#36. VIP룸 (밤)
테이블 위에는 스테이크와 와인잔이 놓여있고.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마모루, 사치코, 미유키, 완.
완 : 어쨌든 이렇게 저를 믿고, 따님과의 동행을 허락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모루 : (찜찜한) 사치코 때문에 허락을 하긴 하는데, (의심스러운) 자네 갑자기 우리 미유키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가
뭔가? 처음 맞선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완 : 아무래도 격식을 갖춘 만남이 좀 부담스러웠는데, 미유키상을 직접 만나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치코 : 원래 사랑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시작되는 거예요 마모루. 우리처럼.
마모루 : (당황해서 얼른 와인잔 들어 마시고는) 그, 그건 그렇고. 이제 비밀 댄스홀 출입은 좀 자제해줘야 하지 않겠나?
미유키 : ? (완을 보고)
마모루 : 밀수서적 문제로 아버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도 없어야겠고 말야.
완 : (얼른 미유키쪽을 한번 봤다가, 이내 너무나 반성하는 표정으로) 한때의 방황을 지적하시다니,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미유키상 덕분에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됐달까요.
이번 기회에 일본에 가서 학문과 사상을 더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사치코 : 브라보! 일본의 선진 문화와 정신을 배우려는 이 자세, 정말 대견해요.
완 : 칭찬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목례하는데)
사치코 : 같은 젊은 지식인들이 대오각성해서 우수한 일본인으로 거듭나는 날이 정말로 기대되는군요.
완 : (고개 숙인 채로 표정 정지되는 위로)
마모루 : (E) 말이 나왔으니 얘기지만, 난 조선인들은 신뢰하지 않아요.
마모루 : 비천한 짐승도 은혜를 아는 법인데 말야, 미개한 조선을 근대화의 물결로 이끈 천황폐하의 은덕을 무시하고,
반항하는 조선인들을 보면 속이 뒤집힌단 말이지.
완 : (표정 관리하기 점점 힘들고)
사치코 : 참, 칠필살 살인사건은 마무리가 됐나요, 마모루?
마모루 : 그 얘긴 나중에 하지.
사치코 : 어떻게 대일본제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불순분자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이해가 안가요.
일본이 얼마나 조선을 사랑하는데, 그걸 왜 모르지?
완 : (몰래 고개 숙인 채로 비식 웃고)
미유키 : (부모의 조선인 비하발언에 완의 눈치를 보다가 그런 완을 봤고)
마모루 : 천성적으로 미개하고 아둔한 조선인들을 각성시키고, 불순분자들을 뿌리 뽑는 게 우리의 할 일이야.
사치코 : 선우상이 공부를 하고 돌아오면, 유능한 황국신민이 될꺼예요.
마모루 :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조선인은 근성이 글러먹어서 말이야.
어쨌든 내가 유일하게 능력을 인정하는 조선인은 딱 한 사람뿐이야.
사치코 : 아, 그 바람직한 기럭지를 가진 청년 말이죠? 이름이... 이수현이었던가?
완 : (표정 정지되고)
사치코 : 미유키, 난 그 청년도 맘에 든단다. 아직 모든 선택의 기회는 열려 있어.
미유키 : (안절부절 못하며) 어머니. 선우상도 계신데 그런 얘기는 좀...
사치코 : 그러니까 선우상, 한시 빨리 총독부에 들어와 일본제국에 대한 충성심을 인정받도록 해요.
그럼 총독부에 훌륭한 조선인 인재가 한 사람 더 늘어나는 거 아니겠어요?
완 : (애써 미소 짓는 표정)
S#37. 깔패디엠 앞 (밤)
안에서 마모루, 사치코, 미유키, 완이 나온다.
기사가 열어주는 차문으로 올라타는 우에다 가문의 세 사람.
마모루 : 태워다 줄테니 함께 타고 가지?
완 : 아닙니다. 만나 볼 사람이 있어서요.
미유키 : (설마... 그 여자일까? 싶어 보는)
사치코 : 그럼, 내일 경성역에서 봐요. (하고는 차에 오르는)
떠나가는 차에 목례를 올리는 완.
차가 출발하고 나면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드는 완.
참고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되며, 살벌해진 눈빛으로 우에다의 차 쪽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S#38. 수현의 하숙집 앞 (밤)
하숙집을 향해 걸어오는 수현. 멈칫 서고 만다. 하숙집 앞에 완이 기다리고 서있는 것이다.
수현 : 설마 나 만나러 온 거냐?
완 : 그랬으면 좋겠냐?
수현 : 설마.
완 : 근데 어쩌냐. 그 설마가 사실인데.
수현 : (보며) ...
완 : (보며) ...
S#39. 수현의 하숙집 안 (밤)
완과 수현이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완, 관심 없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순간 순간 수현의 하숙방을 힐끔거린다.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한 것이다.
수현 : 일본 간다며.
완 : (순간 경계의 눈빛으로 본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수현 : 잊었어? 우에다 미유키양의 아버지가 내 상관이라는 거.
완 : 빌어먹을.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너하고 연결되어 있군.
수현 : (찻잔에 손 뻗으며) 여행은 며칠 예정이야?
완 : (OL)(불쑥) 형이 죽은 곳이 어디냐?
수현 : (순간 표정 정지되는)
완 : 말해봐. 정확히 어느 장소, 어느 지점이야.
수현 :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본다)
완 : (그 표정에 답해주듯) 갑자기 형이 참 대단히 숭고하고, 멋진 삶을 살다갔구나, 그 동안 내가 너무 몰라주고, 외면만 해왔구나,
미안해져서 말이야. 꽃 한 송이 바치고 올라 그런다. 왜 괴롭냐?
수현 : ....
완 : 괴로워도 할 수 없어. 어쨌든 넌 살아남았으니까. 이 시대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너나, 나나 모두 유죄니까.
죄 값 치른다고 생각하고 말해. 어디야, 형이 죽은 장소가.
수현 : .... (보다가) 호세이 대학 예과에 민이 형 친구가 연구원으로 있어.
완 : 형 유골함 들고 왔던 창석이 형?
수현 : 찾아가면 안내해줄 거야. 연락처와 약도를 적어주지. (책상으로 돌아앉아 만년필과 메모지를 꺼내드는데)
완 : ... (보다가 그 등에 대고 불쑥) 수고했다.
수현 : (멈칫하는 표정)
완 : 청춘 바쳐 나라 구하느라 고생했다구.
수현 : ....
완 : 총독부 이수현이 아니라, 스무살 니 청춘에게 전하는 말이야.
수현 : .... (울컥해지는)
S#40. 수현의 하숙집 앞 거리 (밤)
수현의 하숙집에서 나오는 완. 몇 걸음 가다가 멈추고 다시 한번 수현의 하숙집을 바라보는.
수현 역시 불쌍한 청춘이다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지는 완.
아프게 외면하며 돌아서는 완인데,
수현의 하숙집을 향해 걸어오던 인호, 완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리는.
완 : (발견하고는 의아해서) 강인호.
인호 : (겁에 질린 표정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완 : 인호 니가, 이 시간에 여긴 무슨 일로, (하는 순간)
인호 : (뒤 돌아 도망가기 시작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는 완! 인호를 쫓아 뛰기 시작한다!
S#41. 수현의 하숙집 근처 골목길 (밤)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인호. 그 뒤를 쫓아 달리고 있는 완.
결국 골목 끝에서 완에게 붙들리고 마는 인호.
완 : (인호를 벽에 밀어붙이며) 뭐야. 왜 도망 쳐.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인호 :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외면하고)
완 : 말해. 이 시간에 여기 나타난 이유는 뭐구, 날 보자마자 도망치는 이유는 또 뭐야! 설마...너 총독부의 이수현을 찾아온 거야?
인호 : (시선 외면한 채로) 내 문제예요. 나 혼자 처리하면 되니까 못 본 척해주세요.
완 : 조직원이 총독부 관리랑 비밀리에 만나는 게 어떻게 너 혼자만의 일이야?!
인호 : (그제서야 보며 애원하듯) 형, 제발.
완 : (OL) 못 본 척은 못해. (위협하듯 무섭게) 말해! 니가 저 자식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뭔지 말 하라구!!
인호 : 부...북간도에 있는 동생을 만나게 해준다구 했어요.
완 : 뭐?
인호 : (괴로움에 두 눈 질끈 감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송주 누나랑, 나여경 선생님을 감시해서 보고하면,
북간도에 있는 동생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완 : ....!!!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 듯 멍....해진다)
S#42. 수현의 하숙집 앞 (밤)
완, 대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수현이 대문을 열어준다.
수현 : 무슨 일이야 또. 뭐 놔두구 간 물건이라도, (하는 순간)
완 : (수현의 멱살을 와락 움켜잡는다) 너 뭐야 이 자식아.
수현 : (보는)
완 : 어디까지야. 어디까지 할 거야 도대체!!!
수현 : 무슨 일이야.
완 : (배신감에 울컥 눈가가 붉어진다) 용서하고 이해할 기회를 줘야, 나도 마음이 좀 편해질 거 아니야.
왜 그 기회 하날 못 만들구 매번 배신이야, 왜 매번 사람 뒷통수를 후려치냐구, 이 개자식아!
수현 :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완 : 너 하나로는 모자라? 모자라서 너 같은 인생을 또 하나 만들어? 앞길 창창한 젊은 놈, 프락치 만들어놓고 잠이 와? 맘이 편해?
수현 : ....! (인호를 만났구나)
완 : (붉어진 눈가가 살벌해지며) 분명히 경고하는데, 두 번 다시 너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진 않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지켜! 니 심장에 칼을 꽂아서라도 내가 지킨다구! 알았어!
쥐고 있던 멱살을 확 풀어주고는 뒤돌아가는 완.
또 다시 쌓여가는 오해에 마음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수현.
S#43. 해화당 (밤)
꼬맹이들 모아놓고 야학을 하고 있는 여경.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열심히 공책에 한글을 쓰고 있는 꼬맹이들을 지도해주고 있다.
문득 시선을 들어 시계를 바라보는 여경. 그러다 출입문 쪽을 바라보는. 오지 않는 완을 기다리는.
S#44. 경성거리 일각 (밤)
수현에 대한 배신감에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있는 완.
S#45. 명빈관 앞 (밤)
여경, 완을 기다리며 서있다. 가끔 골목 입구 쪽을 살펴보는 여경. 저도 모르게 가벼운 한숨.
S#46. 해화당 앞 거리 (밤)
해화당 앞에 와서 서는 완. 서점 문엔 자물쇠가 걸려있고, 불 꺼진 서점 안.
S#47. 경성 거리 일각 (밤)
걸어오고 있는 여경. 큰일을 앞두고 떠나는 완을 만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여경의 표정.
다른 편 길에서 걸어오고 있는 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상대를 보지 못하고 그렇게 엇갈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48. 선우관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49. 선우관의 집 주방 (아침)
아침 식사 중인 선우관, 허영화, 완.
허영화 : (수저를 탁 내려놓고는, 물 한 모금 마시고, 약간 들떠서) 나는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천천히 먹구 나와.
아니, 너무 천천히 먹지는 말고, 좀 서둘러. 우리 쪽이 먼저 나가 있는 게 예의 아니겠니?
선우관 : 왜 이렇게 어수선하게 굴어. 애 체하겠어. 시간 아직 많이 남았는데 왠 호들갑이야.
허영화 : 이이는. 짐들구 움직이는 데 보통 때 보다 재게 움직여야죠. (벌써 일어나며) 암튼 나 먼저 일어나요?
(하고는 완에게) 천천히, 아니 얼른 먹구 나와? (나가고)
완 : ... (말없이 깨작깨작 밥 먹는데)
선우관 : (역시 국 뜨는 둥, 마는 둥 하며) 긴장 풀고, 든든하게 먹어둬라.
완 : ? (본다)
선우관 : 사람, 밥 힘으로 산다고, 기운 없으면 맘 약해지고, 소심해지고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수도 하게 되고...
기운이 있어야 용기도 생기는 법이야. 든든히 먹어 둬.
완 : (알고...있나? 보는)
선우관 : 공부 계속할 생각으로 일본으로 가는 게 아니지?
완 : ! (본다)
선우관 : (좀 웃으며) 니가 신념을 세우면, 아마도 그 길이 될 거라고, 내심 각오는 해두구 있었다.
완 : (놀라서) 어떻게.... 아셨어요?
선우관 : 니 눈빛. 점점 민이 눔 눈빛이랑 닮아가는 니 눈빛.
완 : ... (보다가) 안 말리세요?
선우관 : (픽 웃으며 자조적으로) 자기 신념도 못 세운 인물이 남의 신념을 어떻게, 어떤 논리루 꺾을 수 있겠냐. 그저....
(잠시 말을 멈춘다)
완 : (기다린다)
선우관 : 만일 니가 위험해진다면.... 내가 어떤 식으로든, 목숨 값을 치러서라도 너한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길...바랄 뿐이다.
완 : ...
S#50. 경성역 (낮)
일본으로 떠나는 완과 미유키를 배웅나온 허영화와 사치코.
사치코 : 귀여운 딸. 경성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떠나보내다니.
미유키 : 곧 돌아올 텐데요 뭐.
허영화 : 고귀한 가문의 영애께서 우리 완이를 위해 이렇게 몸소 일본까지 동행해 주시구.
정말 황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미유키상.
미유키 : 아닙니다. 선우상에게 도움이 된다면 제가 오히려 기쁘겠어요. (하며 완을 보면)
완 :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여경을 찾고 있는)
사치코 : 그럼 나는 선우상만 믿겠어요.
완 : (여전히 여경 모습 찾는)
사치코 : (경청 안하고 있자 확 빈정 상해서) 이봐요, 선우상!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내가 지금 선우상만 믿겠다고 말하잖아요!
완 : (그제서야 퍼뜩) 예? 아 예....
미유키 : (짐작하고 보며) ....
S#51. 경성 거리 일각 (낮)
여경, 필사의 힘을 다해 경성역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S#52. 경성역 (낮)
달려오는 여경. 사람들을 뚫고 역 입구를 향해 달려가다가 멈칫 선다.
사치코와 허영화의 배웅을 받으며 막 역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완과 미유키의 모습!
나서지는 못하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여경. 완의 모습이 역 안으로 사라지고 만다.
허영화, 사치코를 자신의 차로 깍듯하게 안내하며 함께 차에 오른다.
허영화의 차가 여경의 앞을 지나간다. 여경 반사적으로 얼른 몸을 돌린다.
허영화의 차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역 쪽을 바라보는 여경인데,
송주 : (E) 한 발 늦었네요 나두.
여경 : (소리에, 돌아보는)
송주 : 뭐 일찍 왔어두, 기 센 두 아줌마들 때문에 나서서 배웅은 못했겠지만. 여경씨는 왜 늦었어요?
여경 : (시무룩하게) 오늘 따라 서점 손님이 이것저것 찾아달라는 책이 많아서요.
송주 : 저런. 안타깝네요.
여경 : (좀 웃으며) 그래도 떠나는 뒤통수는 봤으니까 됐어요.
송주 : (웃고는) 좋은 소식, 나쁜 소식 두 가지가 있는데 어떤 거부터 들을래요?
여경 : 좋은 소식이요.
송주 : 축하해요. 위장연애 지령이 종료됐어요.
여경 : (표정 활짝 개이며) 정말이요?
송주 : 물론이예요. (귀에 대고 작게) 수장이 직접 내린 지령이니까.
여경 : 아우, 다행이다. 안 그래도 실패의 조짐이 보여 불안불안했는데.
그럼 이제부터 총독부 나리한테 일부러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송주 : 그럼요. 이제부턴 좋아하는 사람과 맘껏 연애하세요.
여경 : (너무 좋아했나 싶어 약간 민망) 나,나쁜 소식은 뭔가요?
송주 : 완이씨가 그 사실을 모르고 떠났다는 거겠죠?
여경 : (다시 역 쪽을 돌아보며) ....
송주 : (그런 여경을 보다가) 축하와 위로의 의미로 술 한 잔 어때요, 여경씨?
여경 : 술...이요? 나 술 마시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땡기기는 하는, 갈등하는 표정에서)
S#53. 송주의 방문 앞 (낮)
동기들 송주의 방문 앞에 모여 키득거리며 엿듣고 있고.
방문에서 새어나오는 술 취한 여경의 노래소리.
S#54. 명빈관 송주의 방 (낮)
역시나 술 한 잔에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여경이고.
그런 여경을 어이가 없어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송주.
송주 : 어머나. 당황스러워라. (웃으며) 어쩜 한 모금에 그렇게 취해요?
여경 : 네? 저 말입니까? 제가 원래 좀 그렇습니다. 하하하.
송주 : (귀엽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해서 웃어버리고)
여경 : (한숨 푸욱 쉬며) 맞다. 다른 남자 앞에선 술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송주 : (알겠는) 으음. 누가 한 말인지 대충 짐작이 가네.
여경 : (다시 활짝 웃으며) 하지만 송주씨는 여자니까 괜찮습니다. 대신 송주씨가 수장님한테 건의 좀 해주세요.
송주 : 뭘요.
여경 : 앞으로 위장연애, 이딴 거 전술로 사용하지 말라구요.
송주 : 저런. 상처가 깊었나보네.
여경 : 사실 내가 할 땐 몰랐는데요,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위장연애 하는 거 보니까 속이 뒤집히더라구요.
나보고 글쎄 후배 기자래요, 후배기자.
송주 : (웃고)
여경 : (문득 우울해지며) 잘 갔다 오라는 말도 못했는데....
송주 : 잘 갔다 올꺼예요.
여경 : 갔다가...안 오진 않겠죠? 공부 계속 하고 싶어하는 눈치던데.
송주 : 그 인간하고 공부는 상극이지.
여경 : 위험해지진 않겠죠?
송주 : 든든한 방패막이가 있잖아요.
여경 : 설마 죽진....않겠죠?
송주 : 여경씨.
여경 : 죽으면 안 되는데... 나 꼭 할 말이 있는데.... (하더니 쾅! 상에 이마를 박으며 잠들어버리는)
송주 : (피식 웃으며, 혼잣말) 그래도 부럽네 나는. 위장이든, 내기든 어쨌든 함께 있었잖아 두 사람은.... 우린.... 그것도 못해요.
(자조적으로 비식 웃으며 술잔 들어 마시는데서)
S#55. 수현의 하숙방 (밤)
수현과 인호가 마주 앉아있다.
수현 : 방금 뭐라고 했지?
인호 : 프락치 노릇.... 그만 두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수현 : 그만 두겠다?
인호 : 차라리 고문을 받는 게 낫겠어요. 남을 감시하고 밀고하는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하겠습니다.
수현 : ... (보다가) 알았다.
인호 : (오히려 놀라서) 네?
수현 : 감시는 이제 끝이다. 단 일주일에 한 번씩 나에게 오는 건 계속하도록 해.
그냥 차나 같이 마시면서 책이나 읽다 가면 되는 거야. 알겠지?
인호 : (너무 쉬워서 오히려 불안한) 보고 할 일도 없는데 여기 계속 와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수현 : 글쎄 뭘까...?
인호 : 위장인가요? 다른 경찰들의 눈을 피해 저를 보호하기 위한?
수현 : 제법 똑똑하구나.
인호 : 이유가...뭔가요?
수현 : 그것도 스스로 한번 알아내 봐.
인호 :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도대체 나으리는 어떤 분이세요? 애초에 저를 정말 프락치로 이용하려고 하긴 했던건가요?
아님 저를 시험해보기 위해 덫을 놓은 건가요.
수현 : 질문이 많아졌군. 그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고, 배움에 집중시켜. (하고는 책 몇 권을 건네며)
시간 나는 틈틈이 읽어봐. 도움이 될테니까.
인호 : (이 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S#56. 수현의 하숙집 앞 (밤)
하숙집의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인호.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걸어가는데, 그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
인호, 시선을 들어 보면 인호 앞에 살벌하게 미소 지으며 서있는 강구!
강구 : (여유 있게 웃으며) 강인호. 나랑 잠깐 얘기 좀 할까?
인호 : ! (불안과 공포, 경계의 눈빛으로 보는 표정에서)
S#57. 후미진 야외 일각 (밤)
겁에 질린 채 벽에 붙어있는 인호이고. 한 팔로 벽을 짚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강구.
강구 : 어때? 널 믿고 있는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보단, 널 이용하는 놈을 배신하는 게 훨씬 낫지 않겠어?
인호 : (겁에 질려있지만 당당하려고 애쓰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강구 : (머리 쓰다듬어주며) 이거 왜 이래. 머리도 좋은 놈이.
인호 : (그 손짓 피하며 노려보고)
강구 : 간단해. 이수현이 시키는 프락치 노릇은 계속 하되, 나한테도 좀 협조를 해달라는 말이야. 이수현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했는가, 감시하고 체크해서 나한테 보고를 올리면 된다는 말이지.
인호 : (단호하게) 나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강구 : (OL) 싫다고 말할 순 없을걸. 니 대답 여하에 따라 북간도에 있는 니 여동생의 생사가 갈릴 테니까.
인호 : ! (보는 표정에서)
S#58. 수현의 하숙방 (밤)
인호와 함께 마신 찻잔들을 천천히 치우고 있던 수현.
문득 인호가 두고 간 야학교재를 발견한다. 교재 앞에 적혀있는 강인호라는 이름. 몇 장 넘겨보면 열심히 공부한 흔적.
수현, 어쩐지 마음이 짠해진다.
S#59. 명빈관 내 완의 방 (밤)
송주와 동기들, 술에 취한 여경을 데리고 들어온다.
먼저 들어온 난향이 얼른 이불을 내려 바닥에 깔기 시작한다.
잠자리가 마련되면, 송주와 월선이 여경을 이불 위로 눕힌다.
소홍 : (킬킬 웃으며) 주인 없는 이불에 혼자 재워서 어째?
난향 : (역시 키득키득 웃으며) 마자 언니가 오라버니 이불에서 자고 간 거 알면, 완이 오라버니 난리 나겠다.
소홍 : 오라버니 돌아오면, 입성 기념으루 두 사람 한 방에 집어넣어줄까?
월선 : 어머, 그럼 우리 덕분에 완이 오라버니 화초 머리 올리게 되는 거야?
난향 : 과연 화초머리일까? (꺄아아 웃는 동기들)
송주 : 순진하게 자고 있는 사람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얼른들 나와. (하면서 먼저 돌아서는 입가에 역시 재밌다는 미소)
S#60. 명빈관 마당 (밤)
동기들과 함께 완의 방에서 나오다가 마당에 근덕과 함께 서있는 수현을 발견하고 멈칫 서는 송주.
뭔가 은밀하게 작은 소리를 주고받다가 송주를 발견한 두 사람. (*인호와 완이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중)
수현 : (주고받던 이야기를 멈추고 근덕에게 인호의 야학교재를 넘겨주며) 어쨌든 인호 학생이 돌아오면 전해주십시오.
(가려는데)
송주 : (수현에게)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근덕 : (얼른 수현의 눈치를 살피고는, 송주에게 하지 말라고 눈짓 주는)
송주 : 거절하시면, 여기서 그냥 큰소리로 얘기해 버리구요.
근덕 :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숨 쉬고)
수현 : (송주를 보는데서)
S#61. 명빈관 내 완의 방 (밤)
잠들어 있는 여경. 문득 부스스 눈을 뜬다. 주변을 둘러보면 낯선 공간.
후다닥 일어나 앉다가 골이 흔들리는 지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자리끼를 집어 든다. 주전자 비어있는.
주전자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여경.
S#62. 송주의 방 앞 복도 (밤)
챙피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걱정되기도 해서 한 손에 주전자를 들고 조용조용 걸어오고 있는 여경인데.
송주 : (E)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어요.
여경 : ? (걸음을 멈추고 송주의 방문을 바라보는)
송주 : (E) 정말 완이 형을 밀고한 사람이 당신인가요?
여경 : ! (표정 굳는데서)
S#63. 송주의 방 (밤)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수현과 송주.
송주 : 밀고자가 어떻게 애물단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거죠?
수현 : ....
송주 :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거....맞죠?
수현 :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때 다 말씀드린 걸로 기억하는데요.
송주 : (OL) 만일, 당신이 정말 밀고자라면 우린 당신을 믿고 따를 수가 없는데요.
수현 : (피식 웃으며) 반란입니까?
송주 : 완이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요.
수현 : (보는)
송주 : 진실을 기다리다 지친 친구를 위해 저라도 대신 들어야겠어요. 말해 봐요. 어떻게 된 사연이죠?
수현 : ...
송주 : 할 수 없군요. 당신이 애물단의 수장이란 걸 완이가 알게 되면, 그래도 조금은 위로받겠죠? 적어도 변절자는 아닌 거니까.
수현 : 협박하는 겁니까?
송주 : 혼자 죄값 치른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적어도 완이에게 용서할 기회는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수현 : 용서할 수....없을 겁니다. (좀 웃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유죄라고 하더군요. (하며 술을 마신다)
송주 : (보는데)
수현 : (빈 술잔을 바라보는 채로) 좀 긴 얘기가 될 지도 모르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S#64. 명빈관 마당 (밤)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멍....한 표정으로 안에서 나오는 여경. 수현의 모든 이야기가 충격이고 아픔이다. 그 모습 위로,
완 : (E) 형이 한 명 있었어.
S#65. 해화당 앞 (7부 53씬)
완 : 젊디젊은 나이에 독립운동 하다 죽었어. 그것도 가장 믿었던 친구한테 밀고당해 개죽음 당했어.
니가 총 맞았을 때 잠깐 형 생각이 났어. 형도 이렇게 죽었겠구나. 무서웠겠구나. 외로웠겠구나.
S#66. 명빈관 마당 (밤)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추어지며 점점 더 멍해지는 여경. 천천히 수현이 있는 방 쪽을 돌아보는 모습 위로,
수현 : (E) 어떻습니까 제 이야기가.... (좀 웃으며)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
수현과 완의 숨겨진 이야기를 모두 알게 된 충격과 아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여경의 모습에서... 길게 F.O
S#67. 애물단 아지트 안 (다른 날 낮)
뭔가 초조한 표정으로 아지트에 모여 있는 송주, 여경, 근덕.
이때 아지트의 문이 열리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 한명이 들어온다. (애물단의 다른 조직원이다)
남자에게 일제히 쏠리는 시선.
근덕 : (다급하고 초조한) 왜 이제야 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남자 : 내가 사립탐정이야?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갑자기 불러내 일시켰으면, 나도 알아볼 시간은 줘야될 꺼 아냐.
근덕 :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알아는 봤어?
남자 : 일본 쪽에 사람을 놔서 알아봤는데, 도면은 무사히 전달된 모양이야.
송주 : 근데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거지? 벌써 입국 예정일에서 삼일이나 지났잖아.
여경 : (완이 걱정스러운) 혹시 검문에 걸린 건 아니겠죠?
남자 :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런 얘기는 들리지 않으니, 검문을 피해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지도 모르죠.
여경 : (걱정스러운)
남자 : 어쨌든 그 미유키라는 여자와 함께 있는 건 분명하니까 조만간 소식이 전해질꺼야. 침착하게 기다려보자구.
일동 : (마음이 무거워지고)
S#68.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지라시 사무실 앞에 와서 서는 여경. 소식이 없을 줄은 알지만 무작정 사무실을 향해 가보는 여경인데,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걸어오다가 여경의 뒷모습을 발견한 지라시팀.
탁구 : 조마자, 아니 나여경씨!
여경 : (돌아본다)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우루루 여경을 향해 달려오는 세 사람.
왕골 : 저기, 혹시 완이한테 소식 온 거 없습니까? 이 자식이 오기루 한 날짜를 삼일이나 넘겼거든요.
여경 : (역시... 이쪽에도 연락이 없구나 싶어 심장이 내려앉는) 미유키상 어머니가 여기서 자서전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세기 :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그게요, 사치코 여사한테두 연락이 안 되는 모양이드라구요.
아무 죄 없는 우리만 들들들 볶아대는데 아주 돌아버리겠어요. 혹시 뭐 아는 거 없어요?
여경 : (고개를 가만히 젓고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목례를 하고는 돌아서 가는 여경이고.
심난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향해 걸으며 추측성 발언을 날리는 세사람.
세기 : 그 자식 걸핏하면 유학 유학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 일본에 눌러앉을 생각인 아니야 이거?
탁구 : 모르지 또. 미유키상이 완이 녀석을 꽤 맘에 들어 하는 눈치던데, 여행 중에 정분이라도 났을지.
왕골 : 하긴...사치코 여사 분위기로 봐선 완이를 데릴사위라도 삼을 눈치였어.
여경 : (걸으며 듣는 표정) ..
S#69. 지라시 사무실 (낮)
심난한 표정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탁구, 왕골, 세기. 역시 우울한 표정으로 각자의 자리로 향하려는데,
왕골 : (뭔가를 발견하고) 저게 뭐야?
하고 보면, 테이블 위에 갈색 여행 가방이 떡 하니 놓여있다.
탁구, 왕골, 세기, 의아한 표정으로 시선을 주고받고는 얼른 가방을 향해 모인다.
탁구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어본다. 가방 안 가득히 꽉꽉 들어차있는 포리스 가제트!!
탁구 : (기쁨으로 멍해지며) 완이다....!
세기 : (역시 기쁨으로 멍해서) 완이가 돌아왔다....!
왕골 : (역시 멍해서) 완이의 일본 출장 선물이다...!
세사람 : (표정 환해지며, 몰아쳐라 감동이여!) 완아아아아-----!
기쁨으로 충만한 얼굴로 포리스 가제트를 한 권씩 꺼내보며 환희와 감동으로 하하하하! 웃는 세 사람에서.
S#70. 총독부 보안 과장실 (낮)
무사히 도착해서 인사를 올리러 온 완과 미유키를 맞이하며 기뻐하고 있는 마모루와 사치코.
사치코 : 미유키. 귀여운 나의 딸. 이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완 :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소식을 전하려고 했는데, 미유키상의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럴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치코 : 알아요 알아. 우리 미유키가 멀미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입성이 늦어졌다지?
마모루 : 자네가 우리 미유키 입원해 있는 동안, 밤새 간호를 해줬다는 감동적인 실화를 들었네.
미유키 : 정말 선우상이 아니었으면 낯선 병원에서 저 혼자, 너무 힘들 뻔 했어요.
사치코 : 입성은 늦어졌지만, 덕분에 두 사람 사이가 훨씬 가까워졌으니 나는 만족해요.
완 : (애써 미소 짓고)
미유키 : (완을 호감으로 보는데서)
S#71. 총독부 보안과 복도 (낮)
보안 과장실에서 나오는 완, 과장실을 향해 걸어오던 수현과 마주친다.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친다.
싸늘하게 수현을 외면하며 스쳐지나가는 완.
수현, 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완이 무사히 경성에 도착했음에 안심한다.
S#72. 해화당 앞 거리 (낮)
완이 걱정에 심난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여경.
이때 야학 아이들 둘이 신난 표정으로 어디론가 달려가다가 여경을 발견하고는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한다.
여경 : 어 그래, 필성이하고 영숙이 어디 가니?
영숙 : 야구 하러 운동장에 가요.
여경 : 더운데 너무 많이 놀지 마? 이따 공부도 해야되잖아.
필성 : 괜찮아요. 아저씨가 시합 끝나면 아이스케키도 사준댔거든요. (하고는 영숙과 함께 신나서 달려가고)
여경 : 아저씨? (하다가 설마!! 아이들이 간 쪽을 돌아보는데서)
S#73. 운동장 (낮)
어떤 기대감에 운동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여경 운동장을 바라보는 순간, 멈칫 서고 만다.
그 언젠가 처럼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야구를 하고 있는 완의 모습!
여경, 환하게 웃고 있는 완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안도감과 반가움에 왈칵 눈물이 고인다.
시원하게 홈런을 날리고는 환호하며 홈으로 달려 들어오는 완. 아이들과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여경을 발견한다.
완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나선생님! 같이 한판 뜁시다.
여경 : (울컥해서 완을 보며) ...
필성 : (신났다) 같이 해요 선생님! (야구 배트 들어 보이며) 이거 전부 아저씨가 일본에서 사온 거예요! 우리 선물이래요!
여경 : (대답 없이 완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완 : (헉! 겁먹어서 아이들을 방패막이로 삼으며) 아니, 내가 양물건을 들여올라고 해서 들여온 게 아니라,
아이들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완의 방패막이 안 서주고 ‘저....저쪽으로 가서 하자....’
선생님 눈치 보며 의리 없이 홱 흩어진다,
완 : (흩어지는 아이들을 둘레둘레 바라보며 무지하게 당황하며) 아아니.... 애들 생각도 나고, 이게 또 무...무지하게 싸드라고.
그래서 그냥 애들 선물로다가.... (하는 순간)
여경 : (그대로 달려와 완을 와락 안아버린다)
완 : ! (여경에게 안긴 채로 멍해진다)
여경 : (완을 안은 채로 안도감과 반가움에 울먹이는) 보고 싶었습니다.
완 : ! (멍한 채로, 여경이 울고 있음을 느낀다)
뭔가에 홀린 듯 천천히 손을 들어 여경의 머리를 가슴에 안기게 하는 완.
그대로 힘을 주어 여경을 품에 안아버리는 완에서.
S#74. 명빈관 외경 (밤)
탁구 : (E) 월간 지라시의 숨은 보석, 선우완 기자의 무사귀환을 축하하며, 다 같이 위하여!
S#75. 완의 방 (밤)
술잔을 높이 들고 다 같이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하는 완, 탁구, 세기, 왕골.
술잔을 쭈욱 들이키고는 오늘도 역시 이교도들처럼 지라시! 선우완!을 외치며 간증집회다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지라시팀들.
오늘도 어김없이 오바하는 동료들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완.
S#76. 송주의 방 (밤)
모여 있는 송주, 근덕, 여경. 완이 일본에서 공수해온 사제 권총 설계도면을 펼쳐보고 있다.
바라보는 송주의 눈빛이 반짝인다.
송주 : 만들면 꽤나 예쁘겠군. (근덕을 보며) 조립할 사람은 준비시켜놨지?
근덕 : 그게 문제가 좀 생겼어.
송주 : 문제라니. 또 무슨 문제.
근덕 : 권총을 제작해주기로 한 조직원이, 노동쟁의를 일으켰다가 주동자로 잡혀간 모양이야.
여경 : 그럼 목숨 걸고 구해 온 이 도면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단 말이예요?
근덕 : 그게....적당한 사람이 한 명 있긴 있는데....하려고 들지는 잘.....
송주 : 어떻게든 끌어 들여야지. 누군데 그게.
근덕 : 의열단의 말단 조직원이었는데, 총기 관련 조립 전문가였어. 기질적으로 소심하고 심약한 인물이라 결국 거사를 앞두고
종적을 감춰버렸다는데, 어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아.
송,여 : (바라보는 표정 위로)
탁구 : (E) 내가 의열단에 있을 때!!
S#77. 완의 방 (밤)
취해서 또 주사를 부리고 있는 탁구이고.
세기 : (짜증) 아, 또 시작이다 또!
탁구 : (상관없이) 의백과 나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였어. 알아 임마?
완 : (어이없어 피식 웃으며) 의백이 누군데?
탁구 : 그것도 모르냠마! 의백은 의열단의 수장을 말하는 거야.
왕골 : 슬슬 갈 때가 온 건가. (하며 일어서는데)
탁구 : (확 잡아 앉히며) 우리의 의백이셨던, 약산 김원봉 장군! 그 외모와 인품에 반한 수많은 사람들이
의열단에 구름처럼 몰려들었지.
완 : (허, 웃고)
탁구 : 여자들한테 인기는 또 어찌나 많았는지 따로 조직화 사업이 필요 없었다니까.
완이 저 자식 작업 실력은 그거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안된다 이거야!
왕골 : (탁구 입을 틀어막으며) 아, 그만 쫌 해. 또 옆방에 총독부 회식 나와 있으면 어쩌려구 그래?
탁구 : (뿌리치며) 그깟 총독부가 대수야! 난 총독부 폭파의 임무를 띄고,
일동 : (기겁하는 표정 위로)
탁구 : (E) 비밀리에 훈련까지 받았던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일동 : (순간, 이불을 꺼내 탁구를 덮어버리고, 그 위에 올라타는 세 사람이고)
S#78. 명빈관 마당 (밤)
결국은 탁구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회식방에서 끌고 나오는 완과 세기, 왕골.
입이 틀어 막혀서도 뭔가 계속 웅얼거리며 뻗대고 있는 탁구.
세기 : (탁구 등을 밀어내고 있는, 힘들고 짜증) 아우, 뭘 주워먹었길래 이렇게 힘이 쎄에 진짜!
완 : (역시 힘들어서) 야, 추근덕! 강인호! 나와서 힘 좀 보태에!!! (소리치는데)
영랑 : (인호의 방에서 나오며) 오라버니, 큰일났어요!
왕골 : (영랑 발견하자마자, 잡고 있던 탁구 팔 한 짝 놓으며, 탁구는 덕분에 휘청 기울고) 영랑아!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나.
영랑 : (상관없이) 인호가, (편지 보이며) 편지만 남겨두고 없어졌어요!
완 : !!! (순간 잡고 있던 탁구의 팔 한 짝 놓으며-덕분에 탁구는 완전히 바닥에 널브러지는- 편지를 뺏어 읽어보는)
S#79. 송주의 방 (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완.
송주 : 놀랐잖아. 무슨 일이야. 기척도 없이.
완 : (문을 닫고는) 인호가 없어졌어. 아는 바 있어?
일동 : ! (보는)
근덕 : 곧 돌아오겠죠. 갈 곳도 없는 녀석인데.
완 : 곧 돌아올 녀석이, 찾지 마라, 생각이 정리되면 돌아오겠다, 이딴 편지를 쓰고 사라져?
송주 : 확실치도 않은 일에 왜 흥분하고 난리야.
완 : 내가 흥분 안하게 생겼어? 그 자식 뭔가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말도 없이 내뺀 거 아니야!
여경 : 생각이 정리되면 돌아온다잖아요. 기다려보면,
완 : (OL) 기다려? 언제까지? 니들이 경찰서에 다 딸려 들어갈 때까지? 니네 조직은 뭐가 이렇게 허술하냐! 키울 게 없어서
프락치를 옆에 두구 키워? 니들 돌탱이냐 다? 이수현이 아무 대가없이 그 놈을 풀어줬을 때 의심부터 했어야 될 꺼 아냐!!!
일동 : (서로를 보며) (*세 사람 모두 수장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여경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송주,근덕이 모름)
완 : 이수현 이 개자식! 결국은 성과 하나 올리셨군. (하고는 밖으로 확 나가버린다)
여경 : (그런 완이 위험해보여서 뒤 따라 나가는)
송주 : (마음이 무겁고)
근덕 : (한숨만)
S#80. 명빈관 앞 (밤)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완.
여경 : 잠깐만요! (뒤따라와서 완의 팔을 잡아채며) 잠깐만 기다려요.
완 : (뿌리치며)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여경 : (다시 잡으며)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요!
완 : (OL) 내 앞에서 그 자식 편들 생각이라면 관둬!
여경 : (본다)
완 : 너는 그 자식이 어떤 놈인지 몰라! 그 자식이랑 내가, 어떤 악연으로 묶여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구!
같잖은 설교 같은 거 할꺼면,
여경 : (OL) (담담하게) 형을 밀고해서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죠.
완 : ! (멈칫 본다)
여경 :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든 일이라는 거, 나도 압니다! 그런 배신, 그런 변절, 나도 겪어봤으니까요.
완 : (보면)
여경 : 한동네에서 오누이처럼 함께 자랐던 오라버니가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는 악질 순사가 되었을 때,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 역시 아직까지도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완 : 그래서? 날더러 어쩌라는 거야?
여경 :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데, 용서하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될 진실이 있습니다.
완 : (뭔가 이상해서) 진실? 무슨 진실?
여경 : 진실을 안 후에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면, 그런대로 살아가세요.
대신 다시는 괴로워하지도 아파하지도, 자신을 포기하지도 말고 살아가세요.
완 : 내가 알아야 될 진실이 뭐냐구 묻잖아!!! (소리치는데서)
S#81. 수현의 하숙집 앞 (밤)
수현이 대문을 열고 나온다. 대문 앞에 완이 살벌한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서있다.
수현 : (비식 웃으며) 오늘은 또 뭐야? 주먹인가? 멱살인가? 폭언인가?
완 : (살벌하게 노려보기만)
수현 : 뭐든 짧게 하고 가주지. 하던 일이 있어서, (하다가 멈칫 보면)
완 : (살벌한 눈가가 서서히 붉어지고 있다) 왜 그랬어.
수현 : (보며)
완 : (터지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왜!!!
수현 : (완이가 모든 진실을 알고 왔음을 알고 멍해지고)
완 : (그런 수현을 바라보며 눈물이 쏟아진다)
두 남자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