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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66 - 내일 1
S#1. 아침 교문 부근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차들...그 중에 정태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주욱 달려오다가 슬쩍 까리용 쪽을 보고 지나쳐가다가 멈춰선다. 다시 한번 까리용을 보고, 그리고 자기 시계를 본다.
까리용의 시계는 정각 9시를 지나고 있다.
/ 길 반대쪽. 자현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정태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자현 : 야. 김정태.
정태, 자현을 발견못하고 까리용쪽만 쳐다보고 있다.
같이 그쪽 하늘을 쳐다보다가 어어어... 쓰러지는 자현.
정태, 그제야 자기 옆에 넘어져있는 자현을 본다.
정태 : 너 왜 그러구 있어?
자현 : (일어나며) 내가 묻고싶은 말이다. 우주선이라도 떴냐? 아침부터 하늘은 왜 멀거니 쳐다보구 있어?
정태 : 어... 너 시계있어? 지금 몇시냐?
자현 : 뭐 점심때는 안됐고 아침먹을 시간은 지났지. 왜?
정태 : 저 까리용, 종소리가 안 나는거 같아서.
자현 : 까리용? (보고) 음... 저게 울린다는 소문만 들었지 한번도 들어 본적은 없는데...내가 옛날부터 체질적으로 학교종소리를
싫어했 거든.
정태 : (어이없어 웃고)
자현 : (바지에 묻은 흙자국 손으로 비벼 털어내며) 아, 이거 오랜만에 외부로 원거리 출장나가는 길인데 스타일 구기게 생겼네.
정태 : 원거리출장?
자현 : 어, 기계연구원에 심부름 가는 길이다.
정태 : (픽 웃으며) 기계연구원이면 차로 5분이면 가는데잖아.
자현 : 야, 5분 거리가 어딘데. 일주일전에 쪽문밖에 나가서 떡볶이 1000원어치 사먹고 들어온 이후로 학교밖에는 한발짝도 못 나가봤다.
이 정도면 원거리 출장이지. 그럼 계속 종소리 기다려봐. 먼저 간다.
자현, 자전거 몰아 가버리고 남은 정태, 다시 한번 까리용쪽을 쳐다본다.
거기 우뚝 서있는 까리용.
S#2. 기계연구소 어느 복도
연구실 문앞에 서있는 남자(연구원)와 자현.
자현,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선다. 으 힘을 줘 어깨를 펴보고 호기심으로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자현.
S#3. 수조동
커다란 수조동안. 물위에서는 수조동에서 선박이 한채 떠있고 테스트중인 듯 물결이 일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연구원 1,2.
문 빠끔히 열리고 자현이 머리를 들이민다. 우와 좋아하며 들어와 계단쪽으로 올라서는 자현.
연구원1 : (돌아보며) 누구세요?
자현 : 아... 저 지나가던 사람인데 구경좀 해도 되겠습니까?
연구원1 : (어이없어하며) 작업중이니까 나가주세요.
자현 : (모른척) 야, 이거 너무 멋있네요. 선박 테스트 중이 신가봐요?
연구원2 : (자현을 보며) 추자현. 자현이 아니냐?
자현 : (반가와) 아이구 선배님. 여기 계셨어요? (연구원 1보며) 저 이분 찾아온겁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 시거든요, 예.
연구원1 : (연구원2보면)
연구원2 : (자현보고) 일년 내내 연락한번 없던놈이 존경은 무슨. 잠깐만 기다려.
연구원 1,2 다시 테스트에 열중하고 자현, 그들 눈치를 보면서도 다가서는데 한켠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수상자전거가 눈에 띈다.
체인도 빠져있고... 버려진 듯한.
자현, 금방 생기가 돌아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다가.
자현 : 선배님. 이거... 버린 겁니까? 버릴거면 제가 처리해 드려요?
방해받고 돌아보는 연구원들.
자현, 이미 자전거를 자기 것인 듯 끌어안고 눈을 깜박이며 보고 있다.
S#4. 이교수 랩 / 낮
이교수와 명환 중희 만수 정태, 회의를 끝내며 이교수가 수첩을 챙기며.
이교수 : 수고많았어. 짧은 시간 내에 에러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니들 모두 고생많았구. 업체 쪽에서도 아주 만족해하드라구.
아이들 기분이 좋고. 이교수를 따라 다들 일어서며.
만수 : 그럼....축하 회식이 있는겁니까? 오늘 점심 굶구 기다릴까요?
중희 : (작게) 너 벌써 점심 먹었잖아.
이교수 : 그런데 그래서 덕분에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어.
만수 : (우거지 상이 되고)
이교수 : 업체 쪽에서 하나 더 해줬으면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자세한 거는 명환이가 가서 알아보면 좋겠다.
명환 : 알겠습니다.
이교수 : 전산과 박교수한테두 말해놨으니까 그쪽 랩의 학생도 같이 갈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놓구.
명환 : 예.
이교수 : 그럼 내일 보자.
교수 나가고, 아이들 인사하고... 만수, 명환을 째려보며.
만수 : 똑바루 하세요. 똑바루.
명환 : 뭐 임마.
만수 : 박교수님 찾아가서 괜히 어리버리하지 마시구요. 어떤 학생과 같이 가구 싶다구 똑바로 말씀하시란 말입니다.
명환 : (당황하면서도)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만수 : 에에에.. 저 내숭 떠는 얼굴 좀 봐.
중희 : 만수 임마. 그런 건 은근슬쩍 뒤에서 도와야지. 앞에서 노골적으루 말하면 되냐. 봐라 우리 선배님 얼굴 벌개지는 거.
만수, 중희 등 즐겁고, 명환 자기 자리로 도망치고 하는 와중에.
정태는 혼자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으로 간다.
S#5. 복도
이교수 걸어오는데 뒤에서 달려오는 정태.
정태 : 교수님.
이교수 : (멈춰서 돌아보는)
정태 : 저.. 까리용이 좀 이상합니다.
이교수 : 까리용이 왜?
정태 : 그게....... 종이 안울리는데요. 정각이 되두.
이교수 : (잠시 보다가) 또 그러는거야?
정태 : 예.
이교수 : 확실해?
정태 : 오늘 아침부터 정각마다 가서 확인해봤습니다.
이교수, 찌푸려지며 정태를 본다.
S#6. 교수식당
이교수 박교수 처장과 서교수가 모여서 식사 중.
박교수 : 고장났으면 고치면 되잖아요. 가만 있어봐. 까리용의 시계가 고장난거니까 시계방 사람을 불러야되나.
처장 : 허어...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박교수 : 뭐가요. 까리용 시계는 특별히 복잡한가요?
처장 : (슬쩍 이교수의 눈치를 보며) 조금 복잡하죠 그게.
박교수 : 거기 무슨 복잡한 프로그램이라두 들어있나요? 그럼 우리 전산과에서 한번 뜯어볼까요?
서교수 : (기억을 더듬으며) 그거 전에두 한번 고장났었다구 들은 거 같은데... 그땐 뭐가 문제였었죠?
이교수 : (그저 밥만 먹고 있다)
처장 : (다시 이교수를 신경쓰며) 그랬었죠. 그게 몇 년전이었나. 허허.. 자아 식사들 마저 하시죠. 고장난 문제는 제가 알아볼테니까..
이교수 : (수저 놓으며) 4년전이었어요. 그때 우리 전자과에서 수리를 하겠다고 맡았었구요. 몇 명의 학생들한테 팀프로젝트로 줬었는데..
결국은 네덜란드의 기술자를 불러다가 해결을 봤죠.
박교수 : 에엥? 네덜란드요?
처장 : 원래 그 시계가 네덜란드에서 제작이 된거였거든요.
박교수 : 그게 뭐에요.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요.
서교수 : (박교수를 말리려고 하지만 늦었다)
이교수 : 그때 담당이 저였어요. 저도 자존심 상했었구요. (식판을 들고 일어난다) 전 먼저 가겠습니다. 그럼..
이교수, 가버리고 박교수, 오잉해서 처장을 보고 서교수를 본다.
서교수 : 박교수.
박교수 : 네.
서교수 : 말을 할 때는 미리 생각이라는 걸 해보는 게 어때. 상대방 눈치도 좀 보면서 말야.
박교수, 뭔가 변명을 해보려고 하지만 할말이 없다.
S#7. 엔진 랩 천막
수상자전거가 떠억하니 버티고 서있다.
대욱과 자현, 수상자전거를 앞에 놓고.
자현 : (이리저리 살펴보며) 버린 거 확실하다니까.
대욱 : 거기 연구원들이 확실히 그렇게 말했어? 버리는 거라구?
자현 : 거참 말이 많네. 어떤 할아버지가 테스트 해달라고 찾아왔다가 그냥 두고간지 벌써 석달째란다. 소식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고...
그래서 잠시 빌려 왔다. 됐냐?
대욱 : 빌려온 거라면 언젠간 찾으러 올거잖아. 그런데 이걸 또 뜯어보겠다고?
자현 : 찾으러오면 주면되지. 잠깐 분해해서 살펴보고 수리비까지 받을 거니까 넌 가서 다른 일 걱정해. 봐, 여기 체인 빠지고 고장났잖아.
대욱 : 고장난 거 보면 뭐든 그렇게 열어보고 싶어?
자현 : 그래, 그렇다. 근데 강대욱. 너 안가냐? 계속 거기 앉아서 잔소리하구 있을거야?
대욱 : .... (잠시 망설이다) 나도 고장난거 같은데, 열어보고싶지 않습니까?
자현 : (정신팔려 잘 못듣고 헐 부분 두들겨보며) 야, 이거 FRP로 만든 거 같은데, 이게 마찰계수가 낮은 편이거든.
대욱 : (좀 더 용기를 내서) 요즘 내 안에 체인이 하나 빠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엔진도 자꾸 덜그덕거리고 연료탱크에도 이상이 생긴 거
같습니다. 선배라면 수리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자현 : (계속 체인 연결부분 살펴보며) 중요한건 이 안에 있을거 같은데... 가만 내 공구 어딨지? 대욱아. 저기 공구 상자 좀 갖다줄래?
자현, 고개 들어보면 대욱이 씩씩거리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대욱 : 내 말은 들리지도 않지?
자현 : 아, 뭐가 고장났다 그랬지?
대욱, 보다가 휙 돌아서 가버린다.
자현 : 저 자식이 또 왜 저래. 야! 고장난 게 뭔데?
S#8. 박교수 랩
박교수 듣고 있고, 남희가 설명중. 지원과 마이클 규한도 있고.
남희 : 저두 잘 기억은 안나는데요. 까리용 시계가 교직원 회관하고 연결이 되있거든요. 근데...
박교수 : 연결이 되있다니. 뭐가.
남희 : 원래 콘트롤 유닛은 교직원회관에 있거든요. 그게 선으로 연결되서 까리용에서 모터를 통해 종을 치는 기계적 신호로
바뀌게 되있다구 들었어요.
박교수 : 오호... 그렇군. 그럼 끊어진 선만 다시 이으면 되잖아.
남희 : 근데 그때 아마 그걸 무선으로 해보자.. 이래서 전자과에서 작업에 들어갔을 거에요.
박교수 : 그걸 이교수께서 담당을 했단 말이지.
남희 : 이교수님이 학생들 중에 자원자를 받아서 팀을 만들어줬을 거에요. 아 맞다. 거기 정태도 있었는데.
지원 : (돌아본다)
남희 : 유일하게 학부 1학년으로 그 프로젝트에 꼈을걸요. 다들 석사 이상 선배들이었는데.
마이클 : 역시 정태형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남희 : 근데.. 그게 어떻게 됐다드라.. 결국 못했다고 한 거 같은데.
규한 : 못하다니. 그렇게 간단한 걸 못했단 말이에요
S#9. 위성 센터 랩
석우가 서교수에게 설명 중.
석우 : 간단한 게 아니었나 보드라구요. 결국 처음 시도했던 무선화 작업은 포기했구요. 까리용에 있는 여러개 종 중에서
한개인지 두 개인지... 아예 고장이 난 게 있어서 그건 어쩔 수 없이 기술자를 불러서 해결을 했을걸요.
서교수 : 네덜란드 기술자를 불렀다는 게 그 얘기였군.
석우 : 그때 학생들하고 학교 측이 충돌이 있었다구 들었는데..(하다가 옆에서 작업을 하는 민재를 보고) 민재 넌 모르냐?
거기 니 친구가 팀원이었다며.
민재 : 저두 자세한 건 모르는데요.
경진 : (얼른 나서며) 제가 좀 아는데요. 그 때 학생들은 새로운 방식을 주장했었대요. 근데 학교에서 그건 너무 돈도 들고 시간도 든다.
이래서 못하게 했다지요.
서교수 : 그 새로운 방식이란 게 뭔데.
경진 : 거기까진 모르죠. 너무 자세한 이야기라서. 저는 언제나 대충 자세한 것들만 알고 살거든요.
서교수 : (망설이며) 사실은... 내가 박교수한테 말려든 일이 하나 있는데. (석우에게) 그거 고치는 일을 돕겠다고 했거든.
석우 : 돕겠다는 건.. 그러니까 우리 랩에서 인력을 보내주는 겁니까?
서교수 : 그렇지. 아무래도 관련된 각 랩에서 한명씩 모여서 머리를 모으는 게 나을거 같다구 해서 말야.
석우 : 첫 번째 까리용 프로젝트두 그렇게 팀을 모았을 걸요.
경진 : 고 부분에 대해선 제가 좀 압니다. 그때 통신랩에서 한명 레이저 관련 랩에서 1명. 태양전지 랩에서 한명.. 그리고 또 어디드라...
석우 : 넌 어떻게 그런 쪽으로는 그렇게 기억력이 비상하냐.
경진 : 저두 가끔 괴롭습니다. 어째서 내 머리는 이렇게 좋을까...
서교수 : (웃으면서) 그래. 그럼 머리 좋은 경진이가 나서볼래?
경진 : (석우의 눈치를 보며) 저야 뭐든지 하라면 합니다만. 시어머니께서 사정을 봐주실지 그게 걱정이죠.
석우 : 으이그....
민재 : 저두 해보고 싶은데요.
서교수 : 그럴래? 시간이 되겠어?
민재 : 급한 일 몇 개를 처리해서 시간이 좀 남거든요.
석우 : 경진아 들었지. 이런 일은 시간이 남는 사람이 하는거야. 너처럼 맨날 할 일 못해서 헤메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고.
경진 : (서교수에) 들으셨죠 교수님. 저는 이 랩에서 콩쥐입니다. 민재는 팥쥐구요. 저한테는 맨날 밑빠진 독에 물길어다 채우라고 하구요.
민재한테는 쉬운 일만 줍니다. 저는 너무 서럽습니다.
석우 :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너하구 민재가 콩쥐팥쥐면 난 계모구 교수님은 누구라는 거야.
서교수 웃으며 문으로..
경진 : 어디 가십니까. 교수님.
서교수 : 도망가는 중이야. 잡지 마.
S#10. 민재 사무실
의자를 붙여놓고 누운 정태, 등을 지고 돌아누으며.
정태 : 안해.
그 뒤에 경진과 민재가 있었다. 민재, 핸드폰의 번호를 찍다가.
민재 : 무슨 소리야. 니가 껴야지.
정태 : 글세 안한다구. 안 껴.
민재 : 야야. 지금 첫 번째 프로젝트를 했던 선배들은 아무두 없어. 취직해 나가구, 군대 가구, 유학 가구. 너밖에 안 남아있다구.
정태 : 난 그때 한것두 없어. 아는 것두 없구.
민재 : 너 그 때 맨날 밤새구 완전 미쳐있었잖아.
정태 : 맞어. 미친 짓이었어.
민재 : ....왜 그래. 뭐야.
정태 : 어 증말 시끄럽네. (벌떡 일어나더니 문으로 간다)
민재 : 나 모르는 뭐가 있는거지? 털어놔봐.
정태 : (문을 열어 잡은 채 돌아본다) 너 웬만하면 하지 마.
민재 : 뭐?
정태, 뭔가 더 말하려다가 그냥 나가버린다. 문이 쾅 닫긴다.
민재 어이없어 보다가 경진을 돌아본다. 아무말 없이 보고만 있던 경진이 손을 내민다.
민재 : 뭘.
경진 : 물고기가 말을 안 들으면 미끼를 바꿔야지.
민재의 핸드폰을 잡아채더니 번호를 찍기 시작한다.
S#11. 박교수 랩
박교수와 남희, 마이클 둘러 앉아있고 규한, 그들에게 복사물을 돌리고 있다.
박교수 : 규한군이 처음 맡은 프로젝트지?
규한 : 예. 열심히 했습니다.
남희 : 생각보다 결과도 잘 나왔어요. 믿고 맡겨도 될거 같은데요.
박교수 : 그래. 우리 남희양이 그렇게 말하면 나도 그렇게 해. 그런데.. 그래두 한번 봐야지.
모두들 복사물 들춰보는데 울리는 전화벨.
지원, 받는다.
지원 : 인공지능 랩입니다. 어 경진아. (랩원들쪽 보며) 지금은 좀 곤란한데.. 회의중이거든.
박교수 : 경진양이야?
지원 : 예. 죄송합니다.
박교수 : (일어서 수화기 받아) 아, 경진양. 까리용은 어떻게 되가구 있나? .... 아, 우리 지원양? 나야 뭐 괜찮지.
사실은 억지로 붙들어다가 시키고 싶은걸 참고있는 거라구.... 그래 그럼 잘 설득해봐.
지원 : (무슨 소린가 보는데)
박교수 : (수화기 넘겨주며) 나한테 전화한게 아니라는데? 천천히 얘기해. 천천히.
지원 수화기 받아들고 무슨 일인가 박교수 보면 박교수, 다시 자리로 돌아가 복사물을 보고 있다.
지원 : (수화기에 작게) 무슨 일이니?
S#12. 까리용 근처 /
까리용이 서있다. 시계도 보이고..
정태 한쪽에 서서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천천이 다가가서 아래 쪽의 전력공급하는 장치를 살펴본다.
S#13. 교직원 회관 상담실
한쪽에 보이는 콘트롤 유닛.
다가서는 정태, 열어본다. 안에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회로들이 보인다.
정태 주위를 둘러본다. 비어있는 공간.
S#14. 회상 동 장소 / 흑백.
4년 전 그 자리의 상황.
헤어스타일이 다른 정태가 우두커니 서있다.
몇 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료들을 챙기고 가방을 챙기고. 그리고 서로의 등을 쳐주거나 악수를 하거나.. 헤어지는 분위기.
하나씩 방을 나간다. 누군가 정태의 등을 쳐주고 간다. 정태 혼자 남는다.
S#15. 동장소
정태가 잠자코 콘트롤 박스의 문을 닫는다. 돌아서려는데 울리는 호출기. 정태 주머니에서 호출기를 꺼낸다.
S#16. 엔진 랩
자현이 컴퓨터 앞에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잘 안되는지 머리 벅벅 긁으며 인상 쓰는데 들어오는 동현.
동현 : 추자현.
자현 :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슴다.
동현 : 추자현!
자현 : 오랜만에 열심히 일하는 거 안 보이십니까?
동현 :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벼락치기를 하는거겠지.
자현 : (돌아보며) 아이구. 선배님. 왜 또 이러십니까. 또 뭐가 잘못됐어요?
동현 : 그렇지? 뭔가 잘못하긴 했지? 누가 너 찾는다.
자현 : 이거 오늘 안에 끝내야된다면서요. 없다구 그러세요. (다시 화면 들여다보면)
동현 : 그러니까 니 말은, 내가 다시 밖에 나가서 그 할아버지한테 추자현이 없다고 전하랍니다, 말하고 다시 여기까지 걸어 들어와서
너한테 보고하란 말이냐?
자현 : 아 증말... (성질내려다가) 할아버지요?
자현, 돌아보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할아버지. (김용수, 60대 초반 정도)
용수 : (동현에게) 사람 하나 불러오는데 몇시간이 걸리는거야? 그렇게 굼떠서 일이나 제대로 하겠어?
동현 : 죄송합니다.
용수 : (둘러보며) 추자현이 누구야?
자현 : (엉거주춤 일어서며) 전...데요.
용수 : 손버릇만 나쁜 줄 알았더니 버르장머리도 없구만. 나이 든 사람을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자현 : (어이없지만 꾸벅) 안녕하세요.
용수 : 안녕 못하다.
자현 : 예?
용수 : 내 자전거 어딨어? 니가 훔쳐간 내 자전거 어딨냐고.
S#17. 천막 앞
수상자전거가 분해되서 처박혀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있는 용수.
자현 : (부품들 대충 수습하며) 참 말씀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험악하게 하십니까. 이거 보십시오. 제가 지금 이걸 수리해주고 있잖습니까.
자알 수리해서 도로 갖다놓을려고...
용수 : (흥분해서 자현이 들고 있는 부품을 뺏고 이것저것 끌어모으며) 이게....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게 어떤건지나 알고 이렇게 만들어놓은게야, 지금?
자현 : 거야,.. 수상 자전거 아닙니까. (손으로 페달 밟는 시늉하며) 물위에서 타고 가는거.
용수 : 내가 3년 걸려서 만들어놓은걸 이렇게 부셔놔? 이런이런..(부들부들 떨리는데)
자현 : 3년요?
용수 : 그래. 3년.
자현 : 에이, 이런거 만드는데 뭐 3년씩이나 걸려요?
용수 : 뭐이 어째.
자현 : 하긴, 할아버지가 쉬엄쉬엄 만드시면 3년 걸릴수도 있겠네요.
용수 : (애써 참으며) 지도 교수님이 누구신가?
자현 : 그건 왜요?
용수 : 학생이 남의 물건 갖다가 맘대로 부셔놨는데 교수라도 책임을 져야지. 어디야? 안내해. (걸음 옮기는데)
자현 : (막아서며) 아이구, 할아버지. 고대로 만들어드리면 되잖아요. 예? 금방, 오늘 내로 만들어드린다니까요. 예? (싹싹 비는 시늉)
S#18. 까리용 근처
정태가 걸어오다 보면, 저 앞에 지원이 서서 까리용을 올려다보고 있다.
정태 그 뒤로 가서 선다. 지원 돌아보지 않는 상태에서 정태가 온 것을 알고 미소 짓는다.
지원 : 금방 왔네.
정태 : (지원의 뒤에 선 채로 같이 까리용을 보며) 날라왔어. 니가 먼저 호출을 해서 보자구 하길래.
지원 : 뭐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했어.
정태 : 내 마음에 대해서라면 다 알구 있잖아.
지원 :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정태를 향해 돌아선다) 알고 싶은 건 까리용과 너에 대해선데..
정태 : (난처한 듯 이마를 긁으며) 민재냐? 민재가 널 끌어들인거야?
지원 : 민재하구. 경진이. 나한테 그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구 하드라. 디지털 신호처리 부분을 맡아보라구.
정태 : 그렇군. 경진이가 낀 거였어.
지원 : 대충 얘기 들었어. 까리용프로젝트 원에 대해서.
정태 : 까리용 프로젝트 원이라....
지원 : 그 때 너두 팀원이었다면서.
정태 : 큰일났군. 그 얘기는 하기 싫은데.
지원 : ..... (보다가) 그래. 그럼 하지 마. (연못 쪽으로 가며) 여기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어. 혹시 너두 기억하구 있나 몰라.
정태 : (뒤를 따르며) 너와 내가 함께 한 기억을 말하는 거야?
지원 : 그래. 이쯤인가... 여기 앉아서 니가 나한테 그랬어. 너는 나를 확실히 싫어한다구.
정태 : 으윽... (괴로운 표정)
지원 : 싫어하는 세가지 이유를 말했었어. 기억나?
정태 : 아뇨.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요.
지원 : (웃으며) 첫째는 내가 시를 싫어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음악을 싫어하기 때문이고. 셋째는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구.
정태 : (짐짓 괴로운 표정)
지원 : 그러면서 나한테 시를 들려줬어. 안도현님의 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정태, 조용히 웃고 있는데. 지원 먼저 벤치에 앉더니 한손을 내어민다.
정태 그 손을 잡고 지원이 이끄는대로 그 옆에 앉는다.
정태 : 그 시까지 외고 있었니?
지원 : 그날 밤에 도서관에 가서 찾아봤거든.
정태 : (돌아본다)
지원 : (다른 데를 보고 웃는) 밤에 잠이 안 오드라구. 그래서 밤중에 나와서 도서관을 찾아갔었어.
정태 : .....그날 밤 나 도서관에서 너 봤어.
지원 : (보면)
정태 : 너, 혼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나가드라구. 니 자리를 보니까 코피가 떨어져 있었어.
화장실 앞에까지 가서 너 나오는 거 기다렸어.
지원 : .....난 너를 못봤는데.
정태 : 당연하지. 숨어있었으니까. (웃는)
지원 : 너하구 숨어 있는 건 어울리지 않는데?
정태 : 나두 내가 왜 숨었는지 모르겠어. 아마... 당황하고 있었나봐.
지원 : 왜.
정태 : 그날 이 자리에서 너한테 왜 시를 외워줬는지 알어?
지원 : (보는)
정태 : (딴데를 보며 좀 어색하게) 그때.. 아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너한테 키스를 할 거 같았거든.
지원 : (놀라서 보는)
정태 : (벌떡 일어나더니 몇걸음 걸어가서 돌아본다) 지금도 그래. 그래서 아무 말이나 하겠는데...
음... 까리용프로젝트 투. 나두 참여할게. 내키진 않지만.
지원 : (그저 보고 있다)
정태 : ...그렇게 계속 쳐다보지 마. 자제력이 흔들리니까.
지원 : (웃고 고개 숙였다가 다시 들더니) 고마워.
정태 : 뭐가.
지원 : 나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태, 그런 지원을 보다가 문득 딴데를 보는데 어쩔수없이 번져나오는 미소.
S#19. 전산과 복도
명환이 오락가락하며 기다리고 서있다. 그러다 보는 곳, 저만치 남희가 걸어온다.
명환 : (반기며) 그냥 랩으로 찾아갈까하다가요.
남희 : 아녜요. 이렇게 중간에서 만나야 저두 덜 미안하죠. 근데 무슨 일인데요.
명환 : 아 그게.. (하다가 갑자기 들고 있던 수첩을 바쁘게 뒤지며) 업체에서 프로젝트를 하나 더 맡아줬으면 한 대요.
그래서 회사루 찾아가서 설명을 들어야 할 거 같은데요. 우리 쪽에선 제가 가기루 했거든요. 그쪽 랩에서 누구 갈 사람 있을까요?
남희 : 언제 가실건데요.
명환 : (스케쥴을 보는 척하며) 제 생각에는 이번 금요일이 어떨까 싶은데.
남희 : 금요일이면... 저는 곤란하겠는데요. 그럼 우리 랩에서..
명환 : (재빨리 가로채어) 일요일두 좋구요.
남희 : (보는)
명환 : (어색해지며) 일요일은 회사가 놀겠죠. 그럼 ...월..요일은..
남희 :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갔다. 수줍어지며) 토요일 오전이면 괜찮아요.
명환 : 오전... 좋습니다.
남희 : 아무래도.. 제가 직접 가는 게 낫겟죠. 그래두 랩장이니까..
명환 : 그럼요. 그래야죠.
남희 : 네.. 그럼.. 토요일에..
명환 : 일찍 떠나야할 거 같은데..
남희 : 8시쯤?
명환 : 여덟시 네. 그럼 제가 기숙사 앞에서 기다릴까요.
남희 : 그래주시면..
명환 : 그러겠습니다.
남희 : 네.. 그럼 그날..
명환 : 예. 여덟시에..
서로 어색하게 고개 숙여보이고.. 각자 돌아서 다른 방향으로 가다가
거의 동시에 돌아보고 다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 숙여보이고 헤어진다.
그들이 아웃되고 난 잠시 후.
복도 한쪽의 휴게공간의 칸막이 뒤에서 중희와 만수의 머리가 동시에 올라와서 양쪽을 보더니 다시 내려간다.
// 칸막이 뒤
나란히 앉은 만수와 중희.
만수 : 이게 뭐야. 그래주시면.. 그러겠습니다. 여덟시에.. 예 그럼 그날...
중희 : 환상의 콤비다. 진짜 어울려. 십년은 같이 산 부부같다야.
만수 :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십년을 같이 산 부부라면 권태기란 얘기에요? 이래선 안돼. 뭔가 수를 써야지.
파바박 타오를만한 뭔가 사건을 만들어주든지 해야지 원. 어이구 답답해요 정말.
중희 : (그러는 만수를 팔꿈치로 쿡 찌른다)
만수 : 왜요.
중희 : (두번 더 찌른다)
만수 : 아 왜요오.
중희 : 정만수 너 알고보니 멋진 구석이 있긴하네. 응?
만수 : 그걸 인제 아셨단 말입니까? 나 원래 멋, 그 자쳅니다.
중희 : 쉽지 않았을텐데. 그치? 질투가 나거나 배 아프거나 깽판 놓고 싶거나 그러지는 않냐?
만수 : 어허.. 가야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사람의 뒷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르세요?
중희 : 알어. 그래서 말하는거야. 너 멋져. 아름다워.
만수 : 그게 말이죠.. (하다가 잠시 멈췄다가 갑자기 시무룩해지며) 그게... 명환선배만 아니라면... 상대가 좀만 더 한심한 놈이었다면 ...
내가 이렇게 .....이렇게..
중희 : (만수의 어깨를 감싸주며) 알어. 다 안다구.
만수 : (울먹이기 시작한다)
중희 : 울어. 내 안아줄게. 괜찮아.
만수 : (중희의 품으로 파고든다) 혀엉..
중희 : 그래그래. (다독여주며) 울고 싶은 건 나두 마찬가지다. 나를 봐라. 나를. 난 보내줄 여자두 없잖냐. (중희도 울고 싶은 표정이다)
S#20. 천막 일각 / 밤
자현이 열심히 분해된 수상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용수, 근처 간이의자에 앉아서 자현이 일하는 것을 일일이 기웃거리며 보고 있다. 자현과 눈 마주친다.
자현 : 근데 이거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직접 만드신 거 맞아요? 혼자 다 만드신 거에요?
용수 : (인상이 험악해진다)
자현 : 아아. 알았어요. 못 믿겟다는 게 아니라... 근데 이런건 왜 만드신 건데요?
용수 : 알아서 뭐해?
자현 : 얘기하기 싫음 관두세요.
용수 : (잠시...있다가) 그거 타고 현해탄 건널거야.
자현 : 예?
용수 : 나이도 어린 게 가는 귀를 먹었나. 내 손으로 수상자전거 만들어서 그걸 타구 현해탄을 건너는 게 내 꿈이라 이 말이야.
자현 : (보다가 갑자기 푸하하 웃는다)
용수 : (안색 변하는데)
자현 : (웃음기 거두며) 아, 죄송합니다. 근데 아이구, 할아버지. 이걸 타고 어떻게 현해탄을 건너요?
용수 : (불퉁해서) 못 건널 이유는 또 뭐야?
자현 : 바다잖아요, 바다. 그냥 노 저으면서 노는 놀잇배가 아니라구요.
용수 : 누가 몰라?
자현 : 난 모르시는줄 알았죠. 바다가 아니라 요앞에 갑천이라도 문제는 마찬가지에요. (체인쪽 가리키며) 이 체인이 빠질 경우는
어떡하실 거에요? 자전거가 빠지면 그거 탄 사람두 빠져요. 바다 한가운데 빠지면 그 다음에는요.
용수 : .... (약간 기죽었다가 벌컥) 체인이 왜 빠져?
자현 : 동력이 수평체인을 통해서 뒤쪽 톱니로 전달해주게 돼있잖아요. 근데 전달하려는 동력이 클 때 수평체인이 이완측이 이탈할수도
있다구요. 그걸 방지하는 장치도 없고.
용수 : .... (뭔 소린지...)
자현 : 체인구동방식도 축을 사용하는 축동력 전달방식으로 바꿔야돼요. 그래야 스트럿 저항이 감소되고, 속도도 높일수 있죠.
용수 : ..... (그래도 유심히 듣는)
자현 : (주위 둘러보며 혼자 중얼) 체인 스트로킷 휠이 어딨지? 분명히 여기 뒀는데 .... 베벨 기어는 어디루 간거야? ...
말하다 멈칫하고 용수의 눈치를 보는 자현, 생각에 잠겨있던 용수와 눈이 마주친다.
용수 : 왜?
자현 : 꼭 거기 앉아계셔야 됩니까? 학교구경이라도 하다가 오시라니까요. 신경쓰여서 일이 안되잖아요. 일이.
용수 : 이런건 일도 아니라고 큰소리 친 사람이 누군데? 그리고, 내가 너를 어떻게 믿어?
자현 : (말이 안통한다. 포기하고) 아이구, 맘대로 하세요. 맘대루.
자현, 일어선다.
용수 : 어딜 도망갈려구?
자현 : 부품 가지러 갑니다.
용수 : 어디 뒀는데? 어디다 팔아먹은 거 아냐?
자현 : 그런거 돈 준다해두 가져갈 사람도 없어요.
자현 툴툴거리며 나오는데.
용수 : 1시간 안에 안오면 담당교수한테 바로 찾아갈거니까 그렇게만 알구있어.
자현 : (벌컥) 아아참 할아버지 그 교수님 소리 좀 그만하시라니까.
용수 : 교수. 느이 교수! 교오수!
자현, 으악...해서 나간다.
자현 나가자 용수, 부리나케 자전거 옆으로 와서 자현이 지적한 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S#21. 지원 경진 방 (밤)
경진, 뭔가 생각에 잠겨 망원경을 손질하고 있다가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누른다. (4자리)
경진 : ...아, 민경진인데요. 대희선배? 밤늦게까지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 저두 열심히 작업하고있습니다. 그럼요.
거기 민재 있습니까? 아, 그래요? 아뇨. 뭐 불러다 주실 것까진 없습니다. 예....
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자현.
자현 : 경진아. 너 자전거 바꿀 때 됐지?
경진 : (전화기에) 아이구, 누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그럼 저두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끊고) 노크 좀 하구 다닐수 없냐?
자현 : 자전거, 자전거 안 바꿀거냐고. 너 전에 자전거 하나 새루 사야겠다고 했잖아.
경진 : 왜?
자현 : 부속품이 좀 필요하거든.
경진 : 자동차가 아니구 자전거?
자현 : (앉으며) 그래, 하.. 미치겠다. 어떤 이상한 할아버지한테 걸려서 일두 못하고 붙잡혀있단 말야.
경진 : 무슨 소리야?
자현 : 자전거 버릴거면 나 달라구.
경진 : 아직 잘 나가는데 걸 왜 버려?
자현 : 그럼 팔래? 중고값 잘 쳐주께. 지금 어딨냐? 열쇠줘봐.
경진 : 흥정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일 다시 얘기하자.
자현 : 지금 하자니까. 얼마?
경진 : 지금은 안돼, 나가봐야된다구.
자현 : (벌떡 일어서며) 아 그럼 진작 얘기하지. (시계보며) 너 땜에 2분이나 손해봤잖아.
자현, 씩씩거리며 우당탕 나가는......
S#22. 엔진랩 천막 / 밤
용수,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용수,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다가오는 대욱. 자현이 있던 자리를 기웃거린다.
용수 : 누구 찾나?
대욱 : 예.... (대답은 하면서도 계속 두리번거리는)
용수 : 어른이 물었으면 제대로 대답을 해야지. 예에..가 뭐야?
대욱 : (새삼스레 보고) 저 여기 추자현이라고, 대학원생인데...
용수 : 손버릇 나쁘고 예의없고 껑충하니 키만 큰 여학생 말이지?
대욱 : 예?
용수 : 추자현 말야.
대욱 : 예. 맞습니다. 아세요?
용수 : 왜 찾아왔어?
대욱 : 뭐 근처에 들렀다가 잠깐...
용수 : 둘이 사귀나? (혀차며) 사내자식이 여학생 꽁무니나 쫓아다니는거 보니 자네도 앞날이 훤하네.
대욱 : 예?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멈칫하고 갑자기 긴장하며) 혹시,, 자현선배 할아버지 되십니까?
용수 : 난 그런 손녀딸 둔적도 없고 두고 싶지도 않네.
대욱 : (긴장풀며) 그럼 할아버진 누구신데요?
용수 : 계속 여기 있을거면 지도교수 찾아갔다고 말이나 전해.
용수, 걸음 옮기려는데 헐레벌떡 뛰어오는 자현.
자현 : 어, 대욱이 너 웬일이야.
대욱 : 어. 근데 이분 선배 아는 분이야?
용수 : (본척만척 나가려는데)
자현 : (붙잡으며) 아이구, 할아버지, 아직 한시간 안됐잖아요.
용수 : 8분이나 지났어. 부품은?
자현 : 저어.. 그게... 오늘은 안되겠구요. 내일 만들어드리면 안될까요?
용수 : (자현 밀쳐내며) 지도교수님 방이 어디라구?
자현 : 할아버지이! 내일까진 진짜 만들어드려요. 이 추자현의 명예를 걸고 약속합니다, 예.
용수 : (버럭 화내며) 내일까지 어디서 어떻게 기다려? 이 천막 안에서 기다리란 말이냐. 이 늙은일 한데서 재우겠다는게야?
자현, 뭐라 더 말을 못하고 안절부절인데...대욱, 어리둥절해서 보고있고.
S#23. 인공위성센터 복도 (밤)
경진, 불이 거의 꺼진 복도를 걸어온다.
불이 켜진 랩앞에서 잠시 멈춰서는 경진. 조심스럽게 안을 살펴보려고 고개를 들이미는데.
뒤에서 툭 치는 손. 돌아보면 석우다.
경진 : (화들짝) 아, 선배님.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
석우 : 이 시간에 웬일이야?
경진 : 아, 잊고 간개 있더라구요. 왜 이렇게 정신이 없나 몰라....
급한 듯 들어가는 경진과 뒤따라 들어가는 석우.
S#24. 센터 랩 (밤)
민재는 두꺼운 까리용 관계 매뉴얼을 보는 중이었고.
석우는 저만치서 뭔가를 체크 중이고.
경진, 서서 자료 챙기는 척하며.
경진 : 넌 뭐가 좋다고 아직까지 여기 붙어있는거냐?
민재 : 까리용 관계 매뉴얼이야. 근데 이거 별 도움은 안되겠네. 그냥 사용자 설명서 수준인 거 같애.
경진 : 근데 넌 어쩜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렇게 없냐. 니가 이 시간까지 책상머리에 붙어있는데 일찍 간 나는 뭐가 되 겠어?
내가 밉보이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냐. (석우의 눈치를 살피며 얘기중이다)
민재 : 나 때문이라구?
경진 : 비교대상이 너밖에 없잖아. 성실한 이민재와 뺀질이 민경진.
민재 : 찾을 거 찾았으면 가. 방해하지 말구.
경진 : 방해라... 방해... 그 참 쓸쓸한 말이구만.
민재 : (아차 말실수를 했다싶어서 경진의 눈치를 보는)
경진 : (챙기는 척 하던 자료들을 도로 터엉 내려놓고는) 지원이하구 정태, 까리용 프로젝트에 붙기루 했어.
역시 정태한테는 지원이만한 미끼는 없다는 것이 증명된거지.
민재 : 어... 그랬어? 정태가 한다니.. 든든하네. (뭔가 말을 더 해야겠어서) 근데 지원이는 어떻게 설득했냐. 지원이라면 재미삼아
이런 일을 할 애는 아닌 거 같은데.
경진 : 지원이에게 미끼는 정태지.
민재 : 뭐?
경진 : 정태에게 까리용 프로젝트는 아킬레스건이며 콤플렉스다. 그 콤플렉스를 극복시켜야 될 거 같다...
이런 식의 얘기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포장해서 얘기해줬거든.
민재 : (보다가 아...하하 웃어보이는)
경진 : (웃는 민재를 물끄러미 보다가 입구 쪽으로 가며) 아아 나는 언제쯤에나 누군가의 미끼가 될 수 있을까.
(석우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먼저 갑니다. 나를 좋아하면서 말도 못하는 나의 선배님. 수고하십쇼.
석우, 어이없어 나가는 경진을 보다가 민재와 눈이 마주친다. 민재 황황이 시선을 돌리는데.
석우 : (피식 웃더니) 사실이야. (작업 계속하는)
민재 : 예?
석우 : 내가 민경진을 좋아하는 거 사실이라고.
민재 : 예에.. (웃으려다가 만다. 웃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석우 : 그 놈을 보고 있으면 그래도 세상이 좀 쉽게 보이거든. 그렇구나. 그렇게 오만상을 찌푸리고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구.
민재 : 예 좀 어이없을만큼 씩씩한 녀석이죠.
석우 : 짝사랑까지도 그렇게 씩씩하게 하고 있잖아.
민재 : (말을 못하는데)
석우 : 어이 이민재.
민재 : 예.
석우 : 경진이 마음을 받아들이는 게 아무래도 어렵나?
민재 : 그게 사실은...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한테는 기다려야 되는 친구가 하나 있거든요.
그 친구의 마음을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그래서.. 섣불리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석우 : 경진이는 두 번째다.
민재 : 그런건 아닙니다. 그런 얘기가 아니구..그때까지는 내가 다른누구를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그건 일종의 약속이라서..
석우 : (웃는) 경진이 때문에 부담을 가지거나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사실 불쌍한 건 경진이가 아니구 너나 나같은 사람이거든.
민재 : (보는)
석우 : (작업하던 것의 마무리를 하여 다시 살펴보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당당하게 맘껏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지.
경진이는 그렇게 열린 마음을 가진놈이니까 곧 다른 사람을 찾게 될거야. (민재를 보고 웃어준다) 그러니까 니가 걱정할 건 없다구.
석우, 문쪽으로 가며 시계를 본다.
석우 : 너무 늦었어. 잠을 자야 내일을 또 시작할 수 있는거야. 가서.. 좀 자라구.
민재 엉거주춤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석우가 나간 뒤에도 잠시 그렇게 서있다.
S#25. 민재,정태의 방 / 밤
문쪽을 비추는데...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들기고 있다.
정태, 컴퓨터 작업중이다가 돌아본다.
정태 : 누구세요. 문 열렸는데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자현.
자현 : 이야 다행이다. 있었구나. 있어 주었어.
정태 : 이 밤중에 웬일이냐.
자현 : 여기서 하룻밤 신세좀 지자. 딱 하룻밤이면 돼.
정태 : 니가 여기서 자겠다구?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건 좀 곤란하지 않겠냐.
자현 : 아니, 내가 아니구... (밖 내다보며) 들어오세요.
들어서는 용수. 휘 내부를 둘러본다. 그 뒤를 따라서 접는 간이 침대를 든 대욱이 들어선다.
대욱 : (정태에게 꾸벅) 밤중에 죄송합니다.
정태 : 무슨 일이야....(하며 용수를 보는데)
자현 : (용수에게) 여관 잡아드릴 돈은 없고, 기숙사도 안되고. 그러니까 오늘밤만 여기 계세요. 예?
나보단 착한 애들이니까 잘해드릴거에요. (정태 보며) 민재는 아직 안왔냐? 오면 얘기 좀 잘해줘라.
정태 : 어... (하며 용수에게 엉거주춤 인사를 하는데)
용수 : (둘러보며) 나가서 씻어야 되는거야? 안에 욕실 없어?
자현 : (대욱이 든 침대를 받아 놓으며 정태보고) 없지?
정태 : 어. 없는데.
자현 : 없대요.
자현, 침대 펴놓느라 부산을 떨고, 대욱 괜히 미안해서 정태를 보고 웃으며 자현을 돕고.
용수는 방안을 둘러보고 있고. 정태, 어리둥절해서......
S#26. 민재 방 전경
아침, 햇살이 눈부신데 그 안에서 들려나오는 요란한 소리.
가구를 옮기며 여기저기 부딪치는 소리다.
S#27. 민재 방
민재나 정태 것으로 보이는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용수, 가운데의 가구들을 양쪽으로 밀어놓고 있다.
침대쪽을 보면 아래칸에는 민재가 자고 있고. 이쪽의 간이 침대에는 정태가 잠이 들어있다.
용수, 자는 아이들을 못마땅한 듯 돌아보고는 비어진 가운데 서서 체조를 하기 시작한다.
허잇 허잇 요란한 기합소리를 내며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민재와 정태, 뒤척이면서도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용수, 더욱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체조를 한다.
민재 뒤척거리다가 할수없어 부시시 일어나 용수를 보고. 정태, 이불을 뒤집어써버리고.
S#28. 식당 / 아침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밥을 먹고있는 정태와 민재.
용수, 꼿꼿한 자세로 앉아 함께 식사중이다.
용수 : 사람이 게으른 것만큼 큰 죄가 없어. 해뜨면 박차고 일어날 생각을 해야지. 이불 껴안고 뒹굴다보면 쥐도새도 모르게
나이만 먹는다 이 말이야. 알겠어?
정태 : 어제 밤에 작업을 하느라고 새벽에 잤거든요. 그래서..
용수 : 밤이라는 게 자라고 있는 것인데. 뭐한다고 눈뜨고 새워? 그렇게 밤샜다하고 아침에는 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그게 무슨 미련한 짓이야. 사람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몸이 먼저 병들고, 그럼 자연히 정신도 병들게 되있어.
봐, 얼굴이 누렇게 떴잖아. 젊은이들 얼굴이 어떻게 나보다 못해.
정태 또 뭔가 말할려고 하면 민재, 가만있어라 눈짓하고 밥만 먹는데.
용수 : 여기 과일 쥬스는 없나? 난 아침에 과일 쥬스를 한잔 마셔야되는데.
정태와 민재 반사적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서로 손가락질하다가 용수의 눈치를 본다.
용수, 근엄한 얼굴로 보고 있다.
정태와 민재 슬그머니 손을 내리더니 테이블 밑으로 재빨리 가위바위보를 한다. 정태가 졌다.
S#29. 석학의 집
쥬스 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용수, 미순, 지민, 정태.
용수, 신나서 얘기에 한창이고, 정태는 옆에서 거의 졸고 있다.
용수 : 요즘 젊은이들이 운동을 안해요. 컴컴한데 처박혀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고작 한다는게 기계 앞에서 쿵쿵 뛰는거.
그런거밖에 몰라.
지민 : 디디알, 펌프요?
용수 : 그게 뭐든간에. 내가 윈드서핑을 좀 하는데 한강에 나가봐도 젊은이들 찾아보기가 힘들어. 맨날 나같은 노인네들 뿐이야.
근데 윈드서핑이란게 노인네들이 하긴 좀 힘들거든.
미순 : 그래서 그 대신 수상자전거를 타시려는 거에요?
용수 : 윈드서핑 대신에 탈만하지. 이 한강물이란게 말이야. 물은 더럽지, 변변한 샤워시설은 없지, 한번 빠지면 아주 괴롭거든. 게다가
여름 한낮엔 바람도 없어. 그러니까 이 노인네들이 잔뜩 폼 잡고 나왔는데 바람이 안 불거든. 짜장면 시켜먹고 기다려도 안불어.
짬뽕 시켜먹고 기다려도 안불어. 나중엔 심심하니까 소주 한잔씩 걸치고 놀다보면 운동이 뭐야. 그냥 술병 끼고 밤새 우는거지.
미순 : 그런 용도라면 제품으로 나와있는 것도 있잖아요. 굳이 힘들게 만드실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용수 : 이 수상자전거라는 게 국산이 없어요. 맨 외국애들이 만든 거 수입해온 것들 뿐이란 말이야. 현해탄을 건너는데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외제를 끌구 나가. 메이드인 코리아 턱 달구 나가야 폼이 나잖아.
지민 : 현해탄이요?
용수 : 원래는 일본 거쳐서 태평양 건너는게 꿈이었는데 조금 타협을 했어. 현해탄만 건너자.
미순 : 잠깐, 그러니까 수상자전거 끌고 바다를 건너시겠다 이말이에요?
용수 : 왜요?
정태도 잠이 깨서 보다가 웃고. 지민도 웃는다.
용수 : 왜 웃어?
미순 : 그래, 웃을일이 아니지. 아이구, 큰일날 소리 마세요. 그 연세에 쾌속정 타고 가는 것도 힘드실텐데 자전거는 무슨 자전거에요.
그냥 운동삼아 강에서 슬슬 타구 다니신다면 모를까.
용수 : (완강하게) 자전거 시속이 20키로만 나와주면 먹고 쉬고 놀고 하는 시간까지 합해서 30시간이면 갈수 있는 거리야. 뭐가 어려 워?
지민 : 위험하잖아요. 파도가 막 치믄 어뜩해요. 고장이 날수도 있고,..
용수 : 그러니까 안전하게 만들어야지. 이번에도 나 부속품 구하느라고 일본 갔다 왔어. 우리나라에서 2개월을 뒤졌는데도
마땅한 베아링이 없는거야. 녹이 안슬면서 단단해야하거든. 보여줄까? 아세탈 베아링이라는 건데....
주머니 뒤지는 용수를 쳐다보는 아이들과 미순.
S#30. 이교수 랩
명환이 책상에서 자료들을 챙기며.
명환 : 내일 오전에 출발해서 일보고 돌아올려면 좀 늦을 거 같으니까 미팅을 저녁 이후로 잡으면 어떨까. 8시쯤 괜찮겠어?
뒤에 있던 만수와 중희가 서로 마주보고 명환이 몰래 고개를 젓는다. 만수가 중희에게 어서 얘기하라고 찌르고..
중희 : 미팅은 그냥 모레하면 어떨까요.
명환 : 왜. 준비가 덜 된거야?
중희 : 준비야 거의 다 되가지만..
만수 : (말을 가로채서) 선배님 피곤해서 안됩니다. 서울까지 다녀오실려면 그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나이 생각을 하셔야죠.
명환 : (돌아보는) 내 나이가 뭐?
중희 : (만수를 막아서며) 모레 아침이면 좋겠습니다 그럼 준비도 더 완 벽하게 될 거 같구요. 그러니까 내일은 편하게 다녀오십쇼.
만수 : 서울 간 김에 연극이나 한편 보구 오면 좋지 않겠어요?
중희 : 그렇지? 요즘 하는 연극 중에 괜찮은 게 있던데..
만수 : 아아.. 그거 아주 유명한 거 말이죠. 여자들이 특히 좋아한다구 하던데..
중희 : 맞어. 바루 그거야. 뮤지컬이라구 했지?
만수 : 근데 뮤지컬두 연극이라구 합니까?
중희 : 뭐 연극의 한 종류 아닐까? 부분집합이라고 봐야겠지?
명환, 수상해서 둘이 하는 양을 보고 있는데..
만수 : (명환에게) 교수님 방에 가신다구 하셨잖아요?
중희 : 기다리시겠는데요.
명환, 의심스럽지만 문으로 가며.
명환 : 니들.. 나 없다구 밤새 술 마실 생각을 하나본데...
중희 : 어이구 전 앞으로 내 회사의 거래처 사람들하고 아니면 술 안마시기루 했습니다. 몸 생각을 해야죠.
명환 : 니 거래처가 어딨어.
중희 : 뭐 앞으로 내 회사를 만들면 그럴거라는 말이죠. 다녀오십쇼.
명환이 영 찜찜해서 나간다. 문이 닫기자마자 재빨리 명환의 책상 앞으로 다가서는 만수와 중희.
중희 : 여기 수첩에 껴놓는 게 좋겠다.
만수 : (주머니에서 연극표 두장을 꺼내며) 우리 동서남북이 막힌 랩장께서 이 연극표의 의미를 알까요.
중희 : 모를 거 같으면 중간에 핸드폰 넣어주지 뭐.
만수 : (몹시 아까운 듯 표를 수첩에 넣어준다)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발전이 없으면 내가 도로 빼았을겨.
중희 : 도로 빼앗긴 임마. 언제는 가진 적이 있었냐?
만수 : 형님.
중희 : 알았어. 그 손 좀 떨지 말구 그냥 떼. 사내자식이 미련떨기는.
만수 : 내가 지금 미련땜에 이러는 줄 아십니까.
중희 : 아님 뭐야. 수첩 그냥 놓으라니까...
만수 : (비죽거리다가) 미련 맞아요 혀엉... (중희에게 안기는데)
중희 : (안아주는 듯 하다가 머리통을 때려준다) 으이그....
S#31. 갑천
다 조립된 수상자전거를 물에 띄우고있는 자현과 대욱.
용수, 그들을 지켜보고 서있다.
용수 : 잘해. 잘못해서 박살내지 말구.
자현 : 알았다구요. 알았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 귀에 못 박히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대욱 : 꼭 테스트까지 해야되는겁니까? 조립만 해주기로 했잖아요.
자현 : 그러게 말이다.
용수 : 어떻게 테스트를 안해봐? 그냥 덥석 갖구 갔다가 문제 생기면 어떡해? 책임질거야?
자현 : (물에 내리고) 다 됐어요, 타보세요.
용수 : 먼저 자네가 타봐.
자현 : (타면서) 그렇게 겁이 많으면서 어떻게 현해탄을 건넌다고 그러 십니까.
//자현, 수상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용수, 초시계를 들고 시간을 재고 대욱, 1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서있다가 자현이 그 앞을 지나가면 손을 번쩍 들어준다.
초시계를 누르는 용수. 보고 고개를 젓는다.
S#32. 캠퍼스
규한이 바쁜 듯이 걸어가다가 마주오던 여학생과 부딪힐뻔한다.
규한 : 어이 미안합니다.
하며 비켜서 가려다가 다시 그 여학생을 보더니..
규한 : 어. 선영이 아냐. 선영이지. 아니 이럴 수가. 니가 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여학생 : (어리둥절해서 규한을 보며) 나 선영이 아닌데요.
규한 : 아니라구?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살펴보며) 정말...아니에요?
여학생 : 아닌데요. 난 이 은정인데요.
규한 : (아주 슬픈 얼굴로 여학생을 보다가 고개 숙여보인다) 죄송합니다. 나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두 그앨 잊을 수가 없나봐요. 이은정씨라고 하셨죠.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보이고 지나쳐간다. 여학생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돌아보고 갈길을 가고..
그러는데 저만치에 숨듯이 보고 있던 마이클이 달려나와 규한에게 오며.
마이클 : 댓츠 잇? 그게 전부야?
규한 : 그렇지. 이런 식으로 인상을 남겨놓는 거야. 이렇게 되면 두 번째 만날 때는 두 번째 스텝을 밟을 수가 있는거지.
마이클 : 오 예. 세컨 스텝..
규한 : 일단은 이런 식으로 되도록 많은 여자들을 확보해놓는 게 중요해.
마이클 : 오케이 이해할 수 있어. 기회가 많을수록 확률이 높아져.
규한 : 그렇지. (저 앞쪽을 보며) 한번 더 보여줄테니까 잘 보라구. 저 여잔 어디서 보던 여자 같은데...
마이클 : (규한이 보는 쪽을 보다가 놀라는)
규한 : (모르고) 내 얼굴 표정같은 걸 자세히 보구 배우란 말야.
마이클 : 잠깐 스톱.. .형. 저 누나는 안돼... 저 누나는...
하는데 이미 규한은 앞으로 가고 있다. 마이클 어쩔줄 모르다가 에라 난 몰라해서 숨어버린다.
규한의 앞으로 자현이 오고 있는데 잔뜩 씩씩거리며 화가 나서 급하게 오는 중.
규한, 자현의 앞으로 가서 부딪힐 뻔 해 서더니.. 아까와 같은 과정.
규한 : 어.. 너 선영이 아니냐? 선영이지? 아니 이럴 수가. 이렇게 널 만나다니. 선영아.
자현 : (어이없어 보다가) 너 누구야.
규한 : 나 모르겠어? 나야 규한이. 야 선영아. 우리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자현 : (미친놈 취급하고 피해서 가려는데)
규한 : (앞을 막아서며) 선영아.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알어?
자현 : (울컥해서 규한의 멱살을 틀어잡더니) 야 이 자식아. 니가 누굴 찾는진 모르겠지만. 난 지금 한 대 패줄 놈을 찾고 있거든.
그러니까 조용히 살고 싶으면 조용히 비켜라 응?
자현, 규한의 멱살을 벌컥 놔주더니 씩씩거리며 가던 길을 급히 간다.
규한, 어이가 없어서 자현을 보고.. 마이클이 숨은 쪽을 본다.
마이클은 자현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다가 규한과 시선이 마주치자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S#33. 전기공학 실험실
회로기판, 파워 서플라이, 오실로스코프, 펑션 제너레이터 등이 놓여있는 탁자.
경진과 지원이 보는 가운데 민재가 실험하고 있다.
기판에 꽂혀있는것과 똑같은 회로소자를 이용해 빵판에 꽂아보고 게인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 작업.
정태는 저 뒤에 좀 떨어진 곳에서 다른 걸 괜히 들여다보고 있고.
민재 : 파형이 어때.
경진 : (오실로스코프를 확인하며) 파형은 좋은데.
민재 : 그렇다면 이건 앰프 문제인 거 같은데. 회로를 원래꺼하고 같이 구성해보니까 게인이 잘 나왔거든.
그냥 이걸 기판으로 제작하면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거 같은데?
지원 : 그 방법은 회로의 stability가 여전히 문제가 되지 않나? 그것보다는 앰프 설계를 다시 하는게 좋을거 같은데?
경진 : 어이 김정태. 니 생각은 어때.
정태 : 그런 경우에는 D/A 컨버터에서 들어오는 신호의 랜지, 모터에 입력되는 신호에 대해서도 자세한 spec이 필요하다구.
User Interface하고 모터만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전부 다시 설계해야될거야. 남이 짠 프로그램 고쳐서 일하는거보다
차라리 내가 새로 만드는게 더 나을때가 많잖아.
민재 : 그걸 어느 세월에 하냐. 시간이 너무 걸린다구.
정태 : 내가 해볼수 있을 거 같은데.
민재 : 생각은 좋은데... 기판만 새로 제작하는걸로 해보자.
정태 : 결국 회로가 불안정하다는건데 그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구. 그렇게해선 언젠가 또 고장날걸.
민재 : 시간이 너무 없잖아. 기존에 있는 회로소자의 값들을 모두 측정해야 하는 일일텐데 거기만 매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태 : 그래서 대충 땜질이나 해서 몇 년만 작동시키면 된다 이거야?
민재 : 내가 언제 대충 땜질만 하자구 했어. 현실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거지.
정태 : 도대체 그 현실 가능하다는 게 어떤 뜻이야?
민재 : 뜻이라니.
정태 : 니 말대루라면 요령껏 눈가리구 아웅식으로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는 뜻이잖아.
민재 : 너 말이 왜 그래. 우리 다 바쁜 사람들이야. 이것만 붙잡구 있을 순 없으니까...
정태 : 그러면서 왜 이 일은 맡겠다구 한거야?
민재 : 뭐?
정태 : 그런 식으로 할거면 안하는 게 낫지. 니가 나서지 않았으면 누군가 제대로 할 사람이 맡을 수도 있었잖아.
민재 어이가 없어서 정태를 보고. 경진과 지원도 둘의 눈치를 본다.
정태 에이해서.. 옆의 가방을 나꿔채더니 돌아서 문쪽으로 간다.
민재 : 말하다 말구 어디 가.
정태 : 냉수 먹고 속 차리러 간다.
민재 : 저 자식이.. (화나서 따라간다)
지원이 경진을 본다. 경진, 양손을 들어보인다.
S#34. 엔진랩 근처
자현이 씩씩거리며 달려온다. 거기 백곰과 용수, 대욱이, 모여있다.
자현 : 아이 도대체 뭣땜에 그러세요. 실험하다가 달려왔잖아요오.
백곰 : 나 역시 업무 중에 호출받고 달려온 사람이에요. 자아.. 피의자가 왔으니까 차근차근 다시 얘기해봅시다.
자현 : 피의자....뭐라구요?
백곰 : 그러니까 우리 추자현 학생이 뭘 훔쳤다구요?
자현 : (어이없어 대욱을 보면)
대욱 : 일단 들어봐. (지쳐 있는 얼굴이다)
용수 : 내 수상 자전거의 부품 중에 일부를 이 학생이 훔쳐간 게 틀림없습니다.
백곰 : 추자현 해명해봐.
자현 : 으아 정말 미치겠네. 원래 있던 그대로 조립해 드렸대니까요.
용수 : 근데 왜 스피드가 12킬로밖에 안나와 내가 테스트했을땐 적어도 15는 나왔었다구. 어딘가 잘못 조립을 했거나 빼먹지 않았으면
이럴 리가 없잖아.
대욱 : 아니, 아까부터 말씀드렸지만. 이 선배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지꺼를 잊어먹고 다니긴해도 남의 거를 갖고오진 않는다구요.
용수 : (백곰에게) 이 학교 학생들 다 이렇습니까? 나이든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속일려고나 들고 말이죠.
백곰 : 아니 잠깐만요. 이 학생이 무슨 짓을 했다고 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 전체를 걸고 넘어지심 안되죠.
자현 : 글세 내가 무슨 짓을 해요오.
용수 : (자현에게) 체인 스트로킷 휠, 어디서 빼온거야?
자현 : 어... (당황하는데)
용수 : 톱니수가 달라지면 프로펠러의 성능이 떨어질수가 있잖아. 이래도 아니라구? 날 속일 셈이야?
자현 : 속인게 아니구요. 예. 자전거 부속에서 빼온거 맞습니다. 하지만요. 그거 사실 별 차이 없어요. 할아버지 자전거가 속도가
안나는건요. 프로펠러나 다른 성능에 문제가 있어서 속도가 안나오는겁니다. 아니, 휠 하나 조금 다른거 썼다고 3킬로씩이나
차이가 납니까?
용수 : 왜 차이가 안나? 더 말할 거 없어. 속도 15킬로 나올때까지 다시 만들어내.
자현 : 예?
용수 : 15킬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들어내라구. 그럼 이번 도난 사건은 없던 걸로 해줄테니까.
자현 : 으으....
자현, 미칠 것 같은 기분으로 옆의 벽으로 가서 박는다.
S#35. 민재/정태의 방 (밤)
정태가 먼저 들어서며 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놓는다. 뒤이어 들어서는 민재.
민재 : 뭐야. 뭐가 문제야
정태 : 말했잖아. 까리용 고장은 근본적인 문제다.
민재 : 너 태도가 우습잖아.
정태 : 내가 원래 좀 우스운 놈인가부지.
민재 : 봐. 말하는 거 하구.. 너 왜 그렇게 비딱해.
정태 : 내 태도는 비딱하다 치구. 넌 왜 그렇게 변했어.
민재 : 뭐야.
정태 : 너 언제부터 그렇게 현실적인 놈이 됐냐? 우리 시간에 맞춰서 현실 가능하게 뭘 어떻게 하자구?
민재 : 어쭈. 이젠 인신공격까지 하는 거냐?
정태 : 벌써부터 말하고 싶던 걸 오늘에야 말하는 거야. 너라면 벤처가 아니라 뭘해두 안 변할 줄 알았어.
그런데 너 아까 말하는 게 그게 뭐야.
민재 : 글세 내 말의 뭐가 그렇게 잘못됐냐고.
정태 : 니가 아까 한 말. 4년 전에 우리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어르신들의 말하구 똑같았어. 다시 말해줘?
넌 축구로봇의 기어를 깍던 그 이민재가 아니라고.
민재, 역시 화가 나서 뭔가 말하려는데..
용수 : (E) 계속 할건가?
돌아보면, 입구에 용수가 서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용수 : 그럼 좀 더 기다려주고.
민재 : 할아버지. 여긴 어떻게..
용수 : 하루밤 더 신세를 지러 왔어. 난 조용히 저 옆에 있을거니까 남은게 있으면 계속들 하라고.
(냉장고 쪽으로 가며) 이 집에 과일 쥬스같은 건 없나?
냉장고를 뒤지는 용수, 황당해서 멈춰있는 민재와 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