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책입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도 한번씩은 들어보셨을 책이겟죠?
모두 26분이 두분씩 대담을 하신것을 책으로 역은 책이죠.
기본적으로 두시간씩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내용인데요. 여러가지 분야별 얘기들이라 전반적인 지식이 없는 저로써는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그렇기에 알게된 부분도 많지요.
단한번의 만남과 시간제약으로 인해 내용들은 단편적일 수 밖엔 없지 않았나 하지만 그정도의 맛배기 글이라도 괜찮은 읽을거리라 생각됩니다.
책을 읽다보니 김주환이란 분이 볼로냐대학을 나왔더군요. 그곳에서 움베르토 에코에게 기호학을 배웠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움베르토 에코선생에게 배운사람이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젔습니다. 그내용에서 좀더 움베르토 에코에 관한 얘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그냥 슬처지나가는 정도더군요. 이책 뿐만 아니라 여러 책에서 간간히 에코의 얘기들이(특히 장미의 이름) 나올때면 왠지 나와 어떤 연관성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여기 장미의 카페 일원이기도 한 것이겠지요.^^;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너희 아버지 어디 갔니?
우리 아버지 배를 타고 한강수에 놀러 갔다.
봄이 오면 오시겠지?
봄이 와도 안 오신다.
꽃이 피면 오시겠지?
꽃이 펴도 안 오신다.
여름이 오면 오시겠지?
여름이 와도 안 오신다.
......
(제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가장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아버지 언제 오실까요?ㅜㅜ)
<독자서평>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dew_queen@hanmail.net 2002년 12월 12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최근 들어 소설 이외의 분야에 책을 산것은 매우 드물었다. '춘아 춘아~'를 사게 된 건 무슨 기자회견장에 갔다가 어떤 일간지 기자가 그 책을 들고 있어서였다. 참고로 난 기자가 아니다. 단지 그 기자회견의 주최측의 직원이었을뿐.
음...문화부기자가 들고 다니는 책은 무슨 책일까 하고 궁금해했었다. 더구나 표지가 붉고 커다란 글씨로 '춘아 춘아 옥단춘아~'지 않은가.이 책은 정치, 환경, 문학, 예술, 종교 등 각 분야에 걸쳐서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두 사람씩 나와 대담을 한 것을 엮은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담집이다.
그 둘은 친구, 동료, 선후배 사이이며, 심지어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대담도 있다. 내가 흥미있게 읽은 것은 헌책방 주인과 인터넷서점 주인(?), 여성학 교수와 여성운동가, 최인호와 윤윤수, 김화영과 이문열의 대담들이다.
그외에 대담들은 각각 자신들의 분야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나눴으나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웠다.김화영과 이문열의 대화가 특히 인상깊은데, 김화영이 이문열의 소설을 비판하는 대목이 매우 맘에 들고 동감한다.
문외한인 내가 읽어봐도 민음사 세계의 문학 100호 기념 특별 기획으로 만들어진 책은 우리나라 문화사상 참 의미있는 책인 것 같고, 많은 이들이 읽어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올 가을에 책 한권을 읽었습니다.
Happygirl(ejfreei@hotmail.com) 2002년 11월 12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얇은 옷자락을 움직이던 선선한 가을 바람이 한 밤, 두 밤 지나고 나니 나무를 흔드는 스산한 초겨울 바람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코를 훌쩍이고 계절을 탄다며 우울해져 있는 친구의 목소리도 들린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 식욕도 식욕이지만 마음도 왠지 모를 공허함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나보다. 이런 점에서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풀어놓은 이 책은 생각이 고픈 이 가을에 정말 다양한 생각들을 품게 한다. 실제로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편안한 문체도 대담집인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생긴 것도 다르듯이 생각도 다르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우리는 넘 쉽게 이 사실은 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끈질기게 상대방을 설득하려 든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느끼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도 이러한 한계가 드러나 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다 뭐다 해서 우리의 관심을 한 곳으로 모으려 드는 각종 사회적 이슈에서 벗어나 나에게 신선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책에는 다양한 직업의 참여자들이 나온다. 그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때로는 강하게 표현해 놓았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해 동의하고 반대하면서 자신들만의 정의를 내려 놓았다. 책을 읽어 가면서 그런 내용들은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모든 이야기들을 동감할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실한 직업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어린 대학생 딸에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예술은 정열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아버지 이윤기 소설가가 그랬고, 수줍음이 많고 숙기가 없어 자신의 전공이 주제인데도 탁석산 철학박사에게 내내 대담의 주도권을 내주는 듯 보였던 최창조 지리학자의 “풍수란 사람이 살기 위해서,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 길게 살기 위해서 땅을 보호하자는 거라 생각합니다.”라는 소박한 풍수론이 그랬다.
책을 덮을 무렵에는 이들의 사고와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궁금해 진다.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주제들이 다루어지면서 나의 삶에 대한 정의의 문제와 가치관의 주체인 진리에 대한 문제가 다가온다.
책에서 이강숙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사고에는 어떤 뿌리가 있을 텐데 아닌 것을 뿌리라고 믿고 사는 거라면 내 삶은 헛것이다 싶었지요. 그래서 진짜 내 사고의 뿌리를 찾고자 마음먹고 왔다갔다했던 겁니다.” 어쩌면 나를 비롯한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사고의 뿌리’에 대해 무관심한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것 같은 대로 생각을 기울인다. 이 책은 나에게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안겨주었다.
이 책을 덮고 잠시 나만의 대담집을 그려본다. 그 동안 생각을 위한 시간을 내지 않고 살아 온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진솔한 대화가 드러내는 이 시대의 얼굴
화~ 2002년 10월 14일
'우리 시대의 삶과 꿈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일종의 대담집이다. 동일한 분야에 종사하거나 같은 뜻을 가진 이들 혹은 아버지와 딸이 일대일로 마주앉아 나눈 대화를 이 책은 여과없이 묶어놓았다.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담의 내용은 주로 현 시대의 정신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대와 궤를 같이 하는 다양한 삶의 양식과 정신들이 대담의 형식을 빌어 기술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시대를 드러내는데 있어 왜 하필 대담의 형식을 취한 것일까. 이 책을 엮은 이들에 의하면 ' 오늘의 글이 진리를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는 쪽으로, 내적인 반성 보다는 외적인 반사 쪽으로 경도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혼자서 쓰는 글보다는 마주앉아 나누는 대화가 더 진솔하다는 뜻일게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엮은이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담자간에 오고간 대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 인해 글의 진정성이 확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담자들이 품고 있는 시대속에서의 고민, 시대와의 불화 혹은 타협...., 까지 솔직히 까발린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진솔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열고 읽은 부분은, '사람은 땅을 닮고, 땅은 사람을 닮는다'는 소제가 붙은 장이다. 세 번째 대담으로 묶인 이 장엔 철학박사이신 탁석산님과 경산대 풍수학과 객원 교수로 계신 최창조님이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한때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던 최창조님은 스스로 교수직을 사임한 이유에 대해서 털어놓으셨는데 그것이 내 마음을 불편케 했다.
최창조님은 서울대 교수로 온 후 처음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동료교수로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교수 품위에 손상이 간다는 말을 듣고 부딪히기가 싫어서 엑셀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엔 차종이 교수 품위를 훼손한다고 말들이 많았나 보다. 최창조님은 이때 싸우고 부딪히기 싫어서 교수직을 사임해 버렸다고 했다. 교수의 품위와 권위가 차종에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인격이나 품성이 아닌, 외관상 드러나는 차종이나 옷차림 등에서 권위와 품위를 찾으려는 현 시대의 우울한 부분이 학자층이라고 해서 다를바 없다는게 씁쓸했다.
소위 말하는 지식인 계층의 허위성에 대해 교수직 사임으로 반발한 최창조님께 나는 존경심을 느꼈다. 물론 최창조님은 그에 대한 불만을 정면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단지 내게 맞지 않았다는 식으로만 말할 뿐이었다. 삶의 태도에 대한 자신의 뚜렷한 신념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을 터이다. 나는 그러한 최창조님께 무한한 경외감을 느꼈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게 있다면 바로 최창조님과 같은 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주목할만한 대화와 인물이 적지 않았다. 확고한 미학적 신념으로 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 여성의 권익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현실 속에서 드러내는 분들.....등 내 이목을 끄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나는 이 시대를 읽는 새로운 눈을 조금은 키울 수 있었다.
본 책을 기획하고 엮은 이들은 말한다. 지난 세기는 이념의 홍수를 이루었던 세기였고, 그 이념은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한채 화석화 되어 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하여 또다시 화석화될 사유의 세계를 지리하게 나열하는 것은 지양하고, 껍데기를 벗어던진 날 것의 대화를 통해 현 시대를 반성하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적어도 내겐 엮은 이의 의도가 그대로 먹혀 들었다. 대담에 참여한 이들이 털어놓는 사소한 에피소드만으로도, 충분히 현 시대를 읽을 수 있었고 또한 반성적 사유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진솔한 대화가 드러내는 이 시대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스타전의 묘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흑백TV(parkhaboy@hanmail.net) 2002년 9월 29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월드컵의 열기로 프로축구가 한동안 인기였다.프로야구는 대신에 찬밥신세였다.프로야구의 위기를 우려하는 이들이 상황을 역전시키고자 내 놓은 것은 화려한 올스타전이었다.별중의 별들이 모인 화려한 멤버도 멤버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경품 등으로 관중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아마 매진이었을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라 칭하는 작금의 현실,프로야구의 위기와 같다.이들이 택한 것 역시 26명의 정예멤버로 구성된 인문학 올스타들이다.이름만 들어도 다들 거물급이다.걔중에는 생소한 젊은 분들도 계시지만 그 분들은 감독추천선수 정도로 이해했다.
이들의 면면을 한 책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히 행운이다.더군다나 다양한 분야에 찝적대는 나의 책읽는 스타일과도 너무나 딱 맞는 그런 책이었다.두꺼운 책을 보고 지레 겁먹은 독자들이 있었다면 건 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인문학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해주고 싶다.
나는 우선 이러한 시도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위기의 본질은 무엇보다 관심끌기에 실패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찾아 볼 수 있다.지식인들끼리 아무리 공감하고 심혈을 기울인다 해도 읽어주지 않는 성과물은 존재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이 책 중간에 포진한 이강숙씨와 김병종씨와의 대담은 이 책의 존재가치를 드 높인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구해 봤자,자기들끼리만 쑥덕거리고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지 않는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겠죠.제 아무리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구해 봤자,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얘기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대중들도 함께 감상하고 호흡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이 책의 대담자 선정도 흥미롭다.분명 연관이 있는 듯한 분들도 있지만 어울리지 않는 쌍도 분명 있다.가령 최인호씨와 윤윤수씨 같은 커플.소설가와 CEO와의 만남.그런데 그러한 연계가 가능한 것이 인문학이 가진 묘미가 아닐까 한다.이른바 크로스오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기독교와 불교를 대표해 대담을 한 양명수씨와 도법스님은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어쩌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표를 형성해 준다고 생각도 해 보았다.조화와 균형,혹은 공존..
올스타전은 분명 축제의 장이다.그런데 그 축제가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선 안된다.대중들도 함께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그리고 그러한 축제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전체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지표를 형성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일단 출발선상에서 이제 막 스타트를 끊은 마라토너처럼 기대를 가져보게끔 한다.그 마라토너에 기대하는 기대치만큼 우리들은 또 그들에게 환호섞인 응원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빨간 책
이종열(ljyleaf@hanmail.net) 2002년 9월 25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갔니?' - 이윤기 외
2002년 한일 월드컵. 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레드 콤플렉스' 의 완화(!!)다. 50년간 지배했던 이 시뻘건 이데올로기의 사슬을 백프로 사라지게 할 수는 물론 없을거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월드컵 덕분에 '레드'에 친숙해졌다. 언제까지 그렇게 친하게 지낼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많이 친해졌다. (뜬금없는 실례-서해교전으로 우리의 국군 장병들이 희생되었어도, 예전처럼 '북으로 쳐들어가 김정일을 단박에 응징하자' 따위의 구호는 들리지 않는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갔니? 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하얀 바탕에 빨간색 테두리와 빨간색 활자로 제목을 쓴 맛있는 책이다. 아직 레드 콤플렉스가 완화되기 전인 작년 유월 호국의 달에 시뻘건 제목을 달고 출판된 이 책은, 정말 맛있다.
신화적인 신화번역가 이윤기와 스물두살 철학도인 그의 딸. 인터넷서점 사장과 헌책방 주인. ‘상도’의 작가 최인호와 연봉 24억으로 유명한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 정재서 교수와 김주환 교수가 나누는 ‘포켓몬스터와 산해경’에 대한 대담 우리 시의 살아있는 전설 김춘수와 한양공대 출신 포스트모더니스트 이승훈시인. 프랑스 문학의 대가 김화영과 가부장적 소설의 대가 혹은 가부장적 지식인 이문열의 대담. 풍수 박사와 철학박사의 '터' 에 대한 말. 함인희, 이숙경 두 아줌마의 행복하게 살기. 혹은 팽팽하게 살기 등등 무려 열 세쌍, 스물 여섯명의 대담자가 지리하지 않고 깔끔한 대화를 나눈다. 무려 열 세쌍, 스물 여섯명의 대담자가 지리하지 않게 깔끔하게 대화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이 책은 맛있는 책이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갔니?' 는 맛있는 빨간 책이다.
이땅의 지식인들은 무슨 고뇌를.?
김혜영(simmian516@yahoo.co.kr,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걸림없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서른 중반의 아줌마) 2002년 9월 11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이 책이 나올 때 선전을 보면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과연 어떤 내용의 대담들이 오고 갔을까? 궁금증으로 책을 열었다.
민음사의 출판의도가 있어서 순수한 책이라기보다 목적을 가진 책이기에 신빙성은 갖지 않았지만, 허심탄회한 대화들을 통해서 그들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을 엿보고 사고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가늠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제목이 눈길을 끌었고, 대담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시는 전문가들이기에 더 흥미를 느꼈다. 이윤기씨와 딸의 대화를 보면서 부녀지간의 지적인 공감대를 보면서 참으로 부러웠다. 딸에게 교수를 하지 말고 함께 세계의 신화에 대해서 연구해보자는 제안까지 하는 아버지로서 신화학자로서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순수 학문으로 살아가는 지식인이 드문 세상이기에 최창조씨의 풍수이론이 순수한 영혼을 감지하게 했다. 상도를 쓰신 최인호씨와 CEO로 연봉이 24억이나 되는 분의 대화도 흥미가 있었다. 돈에 대해서 도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롭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헌책방과 인터넷 서점의 주인 두분의 대담도 인상 깊었다. 서점에 나가서 책을 보고 고르는 재미도있고, 여러 책이 필요할 땐 편하게 책 정보를 보면서 고르는 일도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절약하는 일이기하다. 하지만, 헌책방에서 책의 내음을 맡으면서 책을 고르고 좋은 책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을 더 높게 인정하게 됨을...
무엇보다 정신적인 의식이 높으신 도법 스님의 말씀에 깊은 삶의 지혜가 살아 숨쉬고 있어서 반가웠다. 지식적으로 많은 것을 알아서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삶 자체에서 진실한 향기가 나와야 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인, 페미니즘, 종교인, 학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대한민국 지성인들의 고뇌와 생각의 고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세계의 문학 100호 기념으로 특별 기획된 책이라 주제가 산만한 면도 있었지만, 넓게 숲을 볼 수 있어서 반가운 책이였다.
떠도는 말. 말. 말.
아라비스(aspasia12@freechal.com, 동화와 신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2002년 8월 30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페르세우스의 방패도, 화려한 말잔치나 지성의 향연도 아니었다. 세계의 문학과 민음사의 정치적 성향은 차치하고라도 어떠한 지성적, 감성적 울림도 주지 못했다.
많은 독자들의 평가와 리뷰기사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자 막강한 문화권력이라 할만한 이들을 대담자로 선정하고 두 인물을 적절한 주제 아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우리 시대의 사유와 글이 우리 삶을 화석화시키는 현실을 개선해보고자 한다는 취지 아래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떤 울림도 주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은 대담이라는 형식에 있다. 이 책이 각광받았던 중요한 까닭이고, 무엇보다 신선했던 책의 탄생 이유에 바로 그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기획자들도 '성공적인 대담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현실에 너무 만용을 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했다'고 밝힌 바 있듯 기획력은 돋보였지만 이를 찬찬히 엮어나가는 실무역량에 있어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작 대담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는 첨예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개개인의 단편적인 견해-누구나 그 정도쯤은 잘 알고 있는, 더이상 새로울 것도 깊이있을 것도 없는-의 나열에 그치고 말았다. 대부분의 대담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대담자의 과거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주제의식과 기획의도는 사라졌다. 함인희씨와 이숙경씨의 대담이 가장 혹평을 받은 부분은 이러한 이유가 너무 단편적으로 드러났다는데 있을 뿐 다른 대담 역시 대동소이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담 역시 편집과정이 필요했고 글에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사회자의 냉철한 진행이 있었어야 했다. 대담자들에게 대담의 목적을 명확히 상기시키고 기획자의 의도대로 맞추어줄 것을 보다 대담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두세시간 정도 만나서 두 사람 얘기시키고 녹음하고 그대로 정리한 것으로 기획의도와 주제의식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아쉬움에서 우러나는 질책이다. 좀더 잘 했으면... 기획의도는 신선했고 사람들 반응도 좋은 편인 듯 하다. 단 하나, 책의 가치가 과대포장된 것이 불만이고 그러했던 시스템이 착잡할 뿐이다.
옥단춘의 아버지
zaziny@hanmail.net 2002년 8월 22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친구의 소개로 이책을 펴들었는데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아버지 어디갔니?'라는 제목이 우습게도 그러나 참 정겹게 다가왔다. 지금도 이 책을 읽고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고 싶은 대담집이 있다면 딸과 아버지의 대화를 다룬 곧, 이윤기씨와 이다희양의 대담부분이다. 두꺼운 책에 맨 앞부분을 장식하면서 표지 제목을 그 대담에서 따 와 적지않게 눈이 가는 부분이었다. 딸과 아버지의 대화는 서투르면서도 어색해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온당히 펼치기위해 꽤 많은 노력을 들인 부분인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이 대담부분을 특정지을 만큼 내세우는 것은 이윤기씨가 글로 불러준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너희 아버지 어디갔니>라는 노래 때문이다. 봄이 와도 아버지는 못 오고, 꽃이 펴도, 여름이 와도 못 온다는 그 노래는 얼마전 49제를 마친 아버지의 죽음을 송두리채 끌고와 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오래 울게 했다. 아직도 그 노랫말이 생각난다. 음도 몰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옥단춘이라고 이름 지어준 그 아버지가 너무 그립다.
자기성찰 혹은 페르세우스의 방패
gosoo71@freechal.com 2002년 8월 8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21세기의 한국사회.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백 년의 세월, 그 이상의 세월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일에 대해서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궁금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춘아, 춘아, 옥단춘아......'는 13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의 주제당 두 명씩, 26명의 사람들이 이야기한 대화집이다. 주제의 가짓수가 꽤 되다 보니 전혀 모르는 분야도 있고 알고는 있으나 관심이 없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의 주제의 이야기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 주제를 가지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두 사람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인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김화영, 이문열/90점이 아닌 70점짜리 문학은 가라'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에 속하고 '최인호, 윤윤수/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쓸 수 있다'는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따라 달렸지만 전자의 경우가 후자의 경우보다 더 많은 편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 속의 대화들이 갖는 의의는 두 가지 종류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라는 말로 요약될 것 같다. 그중 하나는 서로 같은 분야, 혹은 유사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간의 횡적인 의사소통이다. 헌책방 사장 노동환과 알라딘 서점 창업자 노유식의 대화가 그렇고 양명수 목사와 도법 스님의 대화가 그렇다. 같은 시대, 같은 위치의 대척점에 서있는 이들의 대화는 어렴풋하게나마 그들이 종사하는 분야의 윤곽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과거와 현대에 속한 이들의 종적인 의사소통이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대화인 부녀지간의 이윤기와 이다희의 대화가 그렇고 약간은 다르지만 최장집과 강유원의 대화가 그렇다. 이들의 대화는 그들이 혹은 우리들이 속한 시대가 가야할 방향과 숙제를 제시한다.
토론과 합의에 서투른 한국사회에서 같은 분야의 대척점에 있는 이들이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큰 성과이고 구세대와 신세대가 한자리에 모여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여운을 준다.
책머리의 말처럼 정신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여 준다는 점에서 이 대화집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성찰, 혹은 '페르세우스의 방패'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울리는 책이다.
지식을 통해 삶을 얘기한 그들..
ssalbori@hitel.net 2002년 7월 30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을 읽거나 듣는 것보다 약간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접했을 때 오히려 흥미를 갖고 능동적으로 알려하는 적극성을 띄게 된다. <세계의 문학> 100호 기념 특별 기획집으로 각 분야의 권위자인 총 13분의 대담이 실린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을 통해 대충 알고 있었던 혹은, 전혀 알지 못했던 지식이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거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특히, 각 분야에 확고한 전문적인 지식과 실력, 권위를 갖고 있는 이 책의 대담자들이 단순히 자신의 분야에만 전문성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닌 철학, 문학, 예술, 종교, 정치, 사회 등등 전반의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하여 사회를 시대를 꿰뚫고 있는 통찰력을 갖춘 분들이다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히딩크의 토탈싸커, 멀티플레이는 이미 이 책의 담론자들이 오래전부터 갖춰온 지식활용방법이었던 것이다. <글>이 아닌 <말>이라는 의사 표현수단으로 삶과 꿈을 얘기한,결국에는 시대에의 성찰을 보여주어 삶의 깊이와 깨달음을 준 좋은 책이였다.
한 번은 읽고 넘어 갈 책
이동형(dhlee78@lycos.co.kr, ㅎ) 2002년 7월 25일
나와 같은 학생은 특히 졸업반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많은 고민들을 한다. 작게는 생계의 기로 그리고 크게는 자아 실현이나 윤택 여유 등등 그러나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그러한 숙제들 보다 더 큰 고민과 생각을 안겨준 책이었다. 다시 말해 당장의 학점이나 취업 진로의 문제 보다도 더 큰 무언가가 같이 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각 분야의 최일선에 계신 분들을 모셔서 대담의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흔치 않은 형식을 띄고있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를 유발하는 점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것이 바로 양명수 목사님과 도법 스님 편에서처럼 종교라는 같은 범주의 대담안에서 다른 시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대담이 주류라는 것이다.
작가, 경영인, 교수, 시인, 박사, 학자, 대학생등 그 주제 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대담을 나누셨으며,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풍수, 출판, 문학, 철학, 종교등에 관하여 알게 되고,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실로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새로운 의식이었으며 선진 21세기를 향한 우리나라의 현재 시점에 관한 진맥이었고 학교 교육 속에서 무지했던 그리고 생존이라는 급박함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또는 넓은 안목과 다양한 관심을 갖출 수 있게 배려한 책이다.
이제 막 사회로의 그리고 이 책에서 대담했던 분야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자들은 한 번은 읽고 넘어 갈 책이라 사료되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발전 움직임들에 관해 일상이 바쁘다한들 가슴 이나마 잠시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이라 소개하고 싶다.
많은 시간이 지나 나만큼이나 책장에서 나이를 먹은 이 책을 다시 보았을 때 나 역시 '춘아 춘아 옥단 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의 시리즈 열 두 번째 후속집에 등장 하리라는 야심차게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책 장을 덮었던 지금의 20대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쉴틈없는 지성의 향연
dosagong@orgio.net 2002년 7월 22일 서평자 글 모두 보기
그저 내가 알고 싶은 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며 사는 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펼쳐든 책인데, 너무 어마어마한 사람들만 잔뜩 들어있는 이책이 그래도 반가웠다. 소위 초고농축 먹물들의 이야기. 이성의 과포화가 빚어내는 그 쉴틈없는 지성의 향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나도 내가 누리는 사유의 틀이 무너지고 겁도 없이 나를 그들과 함께 두는 요상한 버릇이 생겨났다. 적절히 가공이 된 대화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그 무지막지한 지적 소산들은 부럽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대담... 그 말그대로 큰 이야기들이었다. 인문, 사회, 경제, 문학, 역사, 종교의 영역을 마구 넘나들며 펼쳐대는 그들의 이야기는 시종 나의 눈과 귀를 깨어나게 했으며, 일상에 쫓겨 잊어가던 커다란 담론들을 다시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속에서도 쉽게 인정할 수 없거나 반박하고 싶은 내용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최창조의 풍수에 대한 접근들은 무척이나 새로웠고, 김화영의 작가와 글에 대한 생각들은 깊은 공감을 주었다. 사람들이 직접 나눈 이야기이다 보니, 특별히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겨나게 마련인데, 나에겐 특히 김화영과 김주환이 그랬다. 탁월한 그들의 사유의 폭으로 이문열과 정재서는 시종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후에 그들의 저작을 꼭 읽어보고 싶다.
<세계의 문학> 100호 기념으로 출간된 이 단행본으로 인해 근래들어 비슷한 편집의도를 가진 책들이 속출하고 있다.(꼭 대담형식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시도들이 무너져가는 이나라 인문학의 위기를 돌파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책을 덮었다.
듣고 읽는, 삶에 관한 성찰
박정현(jinyhyony@freechal.com) 2002년 5월 3일
대담이라는 형식이 먼저 눈길을 끈다. 글은 고도로 정제된 결과인 반면 대담을 통해서는 사유의 전개와 감정의 변화, 즉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말에는 화자의 개성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글을 통하여 차가운 지성만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대담 속에서 인간적으로 다가옴을 발견하는 것은 큰 재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 전에 '들어야' 한다. 대담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역동적 흐름을 느껴야 한다. 이에는 대담자들의 표정이 생생히 살아있는 사진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그 압도될 만한 크기와 흑백 처리는 대담자들의 개성과 현장의 진지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주제의 심화나 논의의 명확한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은 대담 형식이 어쩔 수 없이 안아야 하는 단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식의 논리적 습득이 이 책을 읽는 주된 목적이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각 대담자들의 저서를 읽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담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나열하기에만 급급하여 평행선을 긋는 대화가 간혹 있어 아쉽다. 한편 상대방에게만 너무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를 하려는 듯한 일방적인 자세 또한 문제가 된다. 그러면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대담자가 마주 앉은 의미가 없다. 바람직한 대담의 양상은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오고가면서 논의의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상호보완이나 변증의 모습을 띨 수도 있지만 때로는 첨예한 대립 구도가 될 수도 있다. 날카로운 논리로써 상대를 비판하는 고도의 지적 공방이 펼쳐지는 대담은 흥미진진한 것이 된다.
이러한 대담의 형식적 묘미는 김화영, 이문열 편에서 잘 나타난다. 두 쟁쟁한 대담자 사이에서 내내 미묘한 파열음을 감지할 수 있다. 김화영 선생이 이문열 소설에서 나타나는 계몽성을 꼬집는 장면은 인상 깊다. 영향을 준 작가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하여 짜증내는 그의 짧은 대사에서는 인간 이문열에 대해 적지 않은 것을 느끼고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대담을 '들은' 후에는 다시금 그 내용을 음미하며 '읽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번 듣는 것만 가지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용 자체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가 '우리 시대의 삶과 꿈에 대한 13가지 이야기'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잠시 멈추어서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들이 두서 없이 보여도 결국 인간 삶의 본질적 문제들을 거의 빠짐 없이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하여 선택된 대담자들의 대담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읽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풍수지리와 같은 주제는 아직 지나치게 특수한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의 선택된 주제들은 그 자체로 한정된 구체적 의미를 가지면서도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대표한다. 한편 대담자들은 한 개인인 동시에 그 분야와 시대와 사회의 한 생각을 반영한다. 탈(脫)세대, 간(間)학문, 혼(混)영역의 대담자 조합을 기획한 것은 탁월한 시도였다.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치는 곳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보편성과 특수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어쩌다 <돈 안 되는 인문학>에 빠지게 되었냐는 이윤기 선생 딸의 질문은 물질 문명의 세례를 받는 현세대 전체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책 전체에서 주제와 내용에 대해 대담자들이 각자 분야에서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아쉬운 점이 있다. 지적편력을 늘어놓는 데에 그친다든지 지나치게 현학적인 쪽으로 빠져들어 이해를 어렵게 한다든지 하는 부분들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볍지 않은 주제들인데 그것을 다루는 지식인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조장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지금까지 이야기한 특징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처음 접하는 이에게 낯선 느낌만을 주는 제목을 아쉬운 점으로 지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