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풍덩” 빠져버린 사량도(하도),
칠현山이야기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흐르지 않는 것은 섬(島)이다.
우리의 삶을 통해 다 흘러도
거기 흐르지 않고 남아 두고두고 뒤돌아보아지는 것이 있다.
내 수염처럼 돋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리움은 길을 만들고----
아아, 그리하여 오늘도 낮선 들판을 지나 저문 도시 향해 가고 있는 것은
나의 그림자인가, 나의 영혼인가? (김 혜태作 시간속의 섬에서)
중국 대륙이 찜통더위 속에 빠졌다고 한다.
수도 베이징(北京)은 60년 만에 가장 뜨거운 7월 초순을 맞고 있다.
한 낯 최고온도가 일부지역에서는 40도 안팎으로 솟구쳤고 지표(地表)온도가
68도로 측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시민들은 날계란을 도로에 깨뜨려보니 3분 만에 익었다고 하는데
“뙤약볕이 불같이 뜨겁다”는 표현처럼 태양열로 화상을 입은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동북부지역에도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구가 환경재앙으로 인해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여름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인 소서(小暑)가 지났다.
장마전선이라는 불연속전선(不連續戰線)이 한반도 중부지방을 가로질러 장기간
머무르기 때문에 습도가 높고 많은 비가 내리는 시기라고 하는데.
광주지방은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도나 되는 무더운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마른장마가 지속되면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요즘 농가에서는 김을 매거나 피사리를 해 주고 퇴비를 장만하기도 하는데
가을보리를 베어내고 콩, 조, 팥을 심어 이모작을 하기도 한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로 호박이나 각종 채소가 나오는 계절음식이
제철을 만나 입맛을 돋우는데 국수나 수제비 등 밀가루 음식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
바다에서는 민어가 한창이어서 이 때 잡은 민어로 요리한 조림, 구이, 찜, 회를
비롯해 민어 포, 민어고추장국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계절이다.
오늘은 경남 통영시 사량면(蛇梁面) 사량도(하도)에 있는 칠현山을 가기로 했다.
사량면 사량島는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해있으나 지리적으로는 고성군과 사천시
(삼천포) 앞바다 떠있는 섬으로 구성된 面이다.
상도(上島), 하도(下島), 수우도(樹牛島) 등 3개의 유인도와 학도(鶴島), 잠도(蠶島),
목도(木島) 등 8개의 무인도를 포함하고 있다.
하도는 사량면에 딸린 섬으로 아랫섬, 또는 南사량島라고도 부르는데 북서쪽의
상도(윗섬, 北사량島)와 함께 사량島를 구성하고 있다.
예로부터 뱀이 많고 섬의 돌출부가 뱀같이 생겼다 하여 사량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2개의 큰 섬 중 아래쪽에 있어 하도라고 하는데 통영시에서 서쪽으로 14㎞,
사천시에서 남동쪽으로 16㎞ 해상에 있으며, 1.5㎞의 좁은 동강(桐江)이라 불리는
해협을 사이에 두고 상도와 마주보고 있는 섬이다.
북쪽에 망峰(349m), 칠현山(348m)이 있으며, 그 외에도 곳곳에 대곡山(303m)·
이망峰(242m), 外망峰(266m) 등 봉우리가 솟아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섬 산행은 항상 항구의 배 시간을 맞춰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산행버스
출발시간을 30분이나 앞 당겼다.
다소 생소하게 느낄 거라는 섬이란 단어가 山行인들에게 무한한 동경심을 불러일으켜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07시30분, 금광산행버스는 만석이 되었는데 죄 없는 총무만이 자리가 없어서
“왔다갔다” 하는 플러스알파 신세가 되었어도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우리회장님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서 초면(初面)들과 인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산행紙 내용이 부실해서 알아보니 조교장님이 산행에 불참하셨는데 산악회에 무슨
불편한 점이라도 계신지 궁금하다.
“조교장님, 우리는 길 잃은 양이 되옵니다. 부디 굽어 살펴주소서.”
산행버스는 광주역광장을 서둘러 출발했고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주암에서 잠깐 쉰 뒤,
승주, 광양, 섬진강휴게소를 훌쩍 지났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산행버스는 고성으로 가는 국도와 이름 모를 지방도로를 이리 저리
달려가더니 고성용암포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회원들은 용암포터미널에서 오전11시에 출발하는 사량도行 배를 탔다.
아름다운 바다풍광과 옹기종기 머리 맞대고 소꿉장난하는 아이들처럼 생긴 섬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고 나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양쪽에 끼고 있는 한려수도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하도의 덕동터미널에서 내렸다.
칠현山(七鉉山)은 사량면 하도(아랫섬)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348m이다.
고려 때 혜소국사가 일곱 도적을 선도하여 도를 깨치게 했다하여 부른 이름이란다.
상도(윗섬)의 지리산, 불모山, 옥녀봉 등에 가려 덜 알려졌지만 바위능선이 마치
성(城)을 쌓아 놓은 듯해 그 모습이 볼만하다.
통영시에서 사량島를 관광 섬으로 개발하기 위해 등산로를 잘 정비해 두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이라 한다.
오늘산행은,
1팀은=덕동 -봉화대 -칠현峰 -읍포로 내려오는 (6km, 3시간소요) 코스와
2팀은=읍포 -칠현峰 -대곡山 -통포로 내려오는(10km, 5시간소요) 코스로 나눴다.
덕동港에서 왼쪽시멘트포장길을 따라가다 보니 등산입구 표지판이 있었다.
비탈진 숲길을 따라 오르면 넓은 빈터에 이정표가나오고 서쪽으로 주능선에 올라
첫 번째 봉우리를 지나면 바위능선이 나오는데 山城길을 걷듯 길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른장마속 무더위가 아침부터 우리를 위협하며 겁을 주고 있었다.
섬이라 바다바람이 시원할거란 우리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알게 해줬다.
햇볕에 데워진 바위 길은 그대로 자연에 설치된 자외선 석(石)사우나 실이었다.
바위 능선에 올라서면 상도의 지리망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로는 금평포구가 내려다보였다.
봉수대와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니 정상이 나왔는데 山이름이 적힌 기념비가 있었다.
조선시대에 水軍의 망루였을 정도로 정상의 전망이 좋아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한산도와 고성까지 바라보였다.
섬 일주도로는 하나의 끈처럼 해변을 따라 길게이어져 있었고 어촌마을과 터미널의
포구마을은 자연이 묶어 둔 실매듭처럼 옹골지게 보였다.
푸른 바다와 바위산, 길과 어촌마을이 어우러져 내마음속의 풍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더위에 지친 회원들은 자기능력에 맞는 장소에서 뿔뿔이 헤어져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량도 앞바다는 1544년(중종39년)에 왜선이 변란을 일으켜 우리나라 사람과 말을
약탈해간 사량진왜변이 일어나자,
조정에서 임신조약(壬申條約)을 파기하고 일본인들의 내왕을 엄금하였던 곳이다.
상도와는 달리 내부까지 해안선이 깊이 파고들었고, 북쪽해안에는 석호(潟湖)가 있다.
해안지형은 전반적으로 암석(巖石)해안인데,
남서쪽 해안에는 해식애가 북서쪽 해안에는 사빈(砂濱)이 발달하였다.
일곱 개의 봉우리는 제각각의 특색이 있어 아기자기한 묘미를 더해주었고 암벽을
내려가는 곳에는 굵은 로프도 메어져있었다.
가파른 비탈길을 한참 내려가니 흑염소사육을 위한 철조망이 넓게 둘러져있었고
읍浦 쪽 일주도로의 한곳이 나왔다.
덕동터미널엔 먼저 온 회원들이 쉬고 있었고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이 났다.
용암포터미널빈터에서 하산酒를했다.
돼지국밥에 소주한잔, 시원한 수박이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힘들고 배고픈 사람은 이리로 오라” 이상설회원과 송 국장이 음식서빙을 하고
여기저기서 “브라보, 위하여!” 소리가 터진다.
천국이 따로 있을까, 극락이 어디 메일까? 여기가 극락이요 천국인 것을.
오늘 하산酒는 총무가 마련했다고한다.
금광의 음식문화는 유별나다.
“더운데 시원한 약물한잔하고 올라가요”
“집에서 담근 술이야, 한 잔만 해봐”
“이것 맛없어도 내가 만든 것이니 먹어봐요”
싫다고 짜증을 내도 못 먹는다고 거절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안쓰럽고 측은해 보이는 동생을 대하듯 내 것 주면서 사정하는 곳은 세상에
금광밖에 없을 것이다.
염천더위에 누구를 위해서 불을 지피고 국을 끓이고 찌개를 만드는 것입니까?
양동매씨들, 젊은 여성회원님들이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인가요, 아니면 전생에 부처를 모시던 보살이었을까요?
다음 불로그:-kims1102@
-경남 통영시 사량면 하도 칠현山을 다녀와서-
(2010년 7월 9일)
첫댓글 산행후에 기다려 지는 산행후기지금까지 이글을 몇번읽었을까너무나 감동을 사로 잡네요^*^.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칠나게 멋들어진 표현은 사랑도를 가보지 안아도 머리속에 그림같은 산세가 절로 그려지네요.
그리고 수고하신분들을 소중이 생각하시는 마음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