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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산에 오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등반(登攀)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등산은 주거지역 가까이 있는 낮은 산을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지형과 기후조건이 위험해 상당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산에 오르는 행동패턴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등산은 의·식·주의 이동이며 목표를 달성하고 무사히 출발지로 귀환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 등산지식과 기술습득은 필수적이다. 등산 이론과 기술은 인류의 오랜 경험과 지혜의 소산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더욱 과학화된 훈련과정, 첨단 소재를 활용한 의류나 각종 등반장비의 개발 등은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있다. 산악강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산악 선진국조차도 등산과정에서 필요한 ‘식’에 관한 관심은 다른 분야에 비해 미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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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식 - 반건조 진공포장 간식. 수분율 30%로 식감을 고려한 행동식. 주로 시럽에 마리네이드한 과일과 고구마를 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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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중 음식물의 조리와 섭취는 일상의 식생활과는 분명히 다르다. 기본적으로 가볍고 조리가 간단하며 적절한 영양분이 있으면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식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등산식량에 관한 논의는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취지 이외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산악음식의 식단과 조리법 등이 중구난방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음식물의 섭취는 개인적 기호에 좌우되는 것이고 산행의 패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제는 산악음식의 개념이라든지 조리방법 기타 이와 관련된 부수적인 과제를 검토하고 체계를 세워야 할 때다.
사실 나는 산악전문가도 못 되고 더더욱 요리연구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월간山에서 산악음식의 체계와 이론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하여 과감히 지면을 할애해 주었다. ‘Cook and Pack’은 나만의 서술의 장이 아니다. 독자 제현의 지도와 편달,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먼저 산악음식의 개념과 특징을 정리하고자 한다. 통상 야외취사의 경우에는 최근 캠핑요리가 활성화되고 있고, 즉석식품을 비롯해 비상식량 또는 전투식량이 적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산악음식이라 할 수 없다. 산악음식은 경량화·간편화를 원칙으로 하되 맛과 모양을 가미한 조리법이어야 한다. 또한 계절음식,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의 활용을 기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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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동식 - 전투식량의 대명사인 미군의 MRE(Meal, Ready to Eat)와 최근 시판되고 있는 에너지 보충제. MRE 한 팩의 무게는 570g 내외이나 음식물 염도가 높은 편(1.2%)이고, 포장지 등 잔존물이 20% 이상인 점에서 바람직한 산악음식으로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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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전문가의 시각에 의하면, 조리는 신선한 재료를 조합해 독창성이 있어야 하고 시판되는 즉석식품을 활용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악음식은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건조식품 등의 식재료나 시판되는 인스턴트식품의 부분적 활용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독자의 이해를 구한다.
경량화 취지에서 포장(Packing)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악식량을 위한 포장은 경량이어야 할 뿐 아니라 개폐가 쉽고 상온에서 보존성이 우수해야 한다. 더하여 포장된 음식을 바로 섭취하거나 가열 등 다양한 조리방법을 주변 상황에 맞고 편하게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포장용기 등 잔존물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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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간편식, 점심은 행동식, 저녁은 정찬
전통적인 포장기법은 건조 및 동결건조, 진공포장, 질소충전 포장 등을 들 수 있는데, 산행일정과 유형에 따른다. 행동식의 경우,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섭취식품의 수분율이 30% 내외가 적절하고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압축진공포장이 유리하다. 장기 원정등반의 경우는 포터와 전담 요리사를 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다양한 식재료를 동결건조하거나 튜브화된 겔타입의 자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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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 식사 - ‘Cook and Pack’에서 저녁은 정찬형을 기본으로 한다. 조리된 음식의 내용에 따라 압축진공 포장과 레토르트 포장을 활용했다. 4~5인용으로 1. 건조베이컨과 달걀전식, 산채나물과 돌김. 2. 물만두, 버섯고추장찌개, 어묵전골과 야채 및 생선튀김. 3. 오믈렛, 옻닭 죽, 건 누룽지와 찹쌀 프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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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and Pack’의 서술방법은 ‘식자재의 선택과 전 처리 → 조리법 → 포장 → 섭취 및 뒤처리’의 순서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조리법은 120년 전통의 프랑스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의 레시피 기술체계를 원용할 것이다. 매회 소개하는 식단은 하루 세 끼 기준 총 3,000kcal 내외로 아침은 최대한의 간편식, 점심은 행동식, 저녁에는 정찬의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 물론 한식을 위주로 하되 글로벌 스탠더드의 충족이라는 취지에서 세계 각국의 요리기법이 소개될 것이고, 테마 식재료를 선정해 산악음식에 부합하는 메뉴를 개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전문산악인의 조언과 평가와 더불어 요리연구가의 자문과 식품 및 포장관련 전문가의 지도를 구하고, 주제별 요점을 정리해 첨언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산악음식도 소위 ‘story food’, 즉 ‘이야기가 있는 음식’ 추세의 도입과 발굴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통상 음식이름은 식재료와 조리법을 합하여 불리고 있다. 김치+찌개, 된장+국, 새우+튀김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음식명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그 나라의 음식문화 수준이 낮다고 한다. 최근 세계 각국은 자기 나라의 음식문화 수준을 높이고 음식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개발하거나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식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나 관련업계가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알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무미건조한 묵무침이 아닌 ‘탕평채’로, 수육전골이 아닌 ‘열구자탕’이 그 사례이다.
산악음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단순히 고 박영석씨가 남극대륙을 횡단할 때 섭취한 ‘말린 과일’이라기보다는 당시의 횡단기록을 검토해 ‘이야기가 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한 음식이름이 탄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산악음식과 관련된 독자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dkmypark@naver.com
필자 동국대학교 교수(법학)로 재직하고 있으며, 코오롱등산학교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 라이브 부문 동상(2014-154)과 International Food 그랑프리 창작요리 5코스 부문 금상(2014-KCF2327)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