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비가 내린다. 산행을 가는데 기상악화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작년 축령산 우중산행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출발장소인 청구상가로 갔다. 오늘은 36명이 경상도 합천의 남산 제일봉(*가야산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합천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해인사인데 아쉽지만 시간관계상 들르지 못할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시간이 지날때마다 날씨는 점점 개고 있었고 기상청 날씨예보에서도 11시쯤엔 비가 그친다고 그랬다. 지난 달에 시산제를 무사히 치렀으니 분명히 합천에 도착하면 비 안 맞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5월 하순인지라 봄꽃들이 길가에 핀 아카시아와 등산하면서 보게 될 철쭉밖에 없을것 같다고 했더니 영옥님(*나영욱 대장님 아님)이 한 마디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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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으로 안 보이십니까?" -- 깜짝 놀랐어용~~ 꽃님!! 죄송합니당~~
청량사 입구에 내린 우리 일행은 여느때처럼 자기 소개도 하고 준비체조를 시작했다. 모두들 매송 회장님의 기억력에 감탄하면서.... (다 끝났나 싶더니 또 있고 또 있고... 정말 많다. 오늘 따라 종류가 늘어난 느낌이다. * 팔운동, 목운동, 가슴운동, 옆구리운동, 등배운동, 팔다리운동....)
저 멀리엔 산을 절반쯤 덮은 안개와 구름.... 우리들 눈앞에는 보슬비가 마치 분무기를 가장 옅게 뿌리는 것처럼 미세한 물방울들이 내려와 살갗에 닿았다. 황산저수지가 청량사 입구근처에 있었는데 산행이 끝난 뒤에 생각해보니 남산 제일봉으로 오르는 도중에 만난 바위 병풍이 중국의 황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어서 황산 저수지가 된 것은 아닐까싶다. (순전히 내 생각)
아무튼 멋드러진 풍경화(?)를 감상하며 올라가니 신선이 되러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도화지에 물감 묻히고 반으로 접었다 펴면 양쪽이 쌍둥이 모양이 되는 데칼코마니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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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슨 길이 이렇게 경사가 졌는지 매표소에 닿지도 않았는데 300미터나 쉬지않고 오르막길(시멘트 포장도로)만 나온다. 가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이 길을 고행길이라고 부른단다. 정말 그 말이 정답이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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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제일봉의 빼어난 조망을 보러 왔건만 불청객 운무(雲霧)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거기에 입장료까지 내야하다니... 오 마이 갓!!! 다행히 산을 오르는 팀이 거의 없으니 우리들이 이 산을 통째로 빌리는 값이라 좋게 생각하자!
올라가는 동안 많은 기암들이 보였다. 월출산 바위 못지않게 갖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날씨만 맑았더라면 이리저리 고개 돌려가며 감탄사를 늘어놓았을텐데... 쫌 아쉽구만!!
두 개의 철계단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랐다. 거의 1자에 가깝다. 이 계단때문에 남산제1봉인가?ㅋㅋ 그 높은 곳에 계단을 설치한 것이 신기할 뿐이다. 짱구님은 엄마랑 일요일을 보낼수 있을거라 기대했다가 산에 간다는 말에 아쉬워하는 막내 이야기를 하신다.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문수를 데리고 올걸 하고 아쉬워했다. 역시 엄마나 아빠는 산에 올라와서도 아이들 생각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가보다.
산바람을 타고 더덕향기가 찐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더덕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는 싶지만 냄새만 맡고 말아야지 오늘같이 안개낀 날에 무단이탈 했다가는... 으악!! 그러고보니 작년 공작산(5월)에 올라갔을 때에도 더덕향이 진했고, 철쭉이 막바지였지.
전망대가 나왔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아무것도 안보인다.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인 이 곳 전망대에서 허탈감이란 말의 뜻을 절감하고 말았다.
오늘 찍은 사진 중 이 사진이 제일 맘에 들어 올려본다. (회장님 무엇을 보고 계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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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황산이 웅장한 멋이 있다면 이 곳의 바위들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우리가 중국에 가서 황산 구경을 가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남산제일봉을 올라봐야 할 것이다. 이 산의 옛 이름은 바로 천불산(千佛山)이다. 맑은 날에 암석들을 둘러보면 모두 불상처럼 생겼다고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서 있는 불상, 앉아있는 불상... 내가 봐도 그렇게 생긴 것들이 여럿 있었으니 이름은 잘 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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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짙은 철계단길, 잠시 멈춰 하늘을 봤는데 시커먼 까마귀 한 마리가 머리위로 휘잉~ 지나간다. 까마귀 녀석도 안깨때문에 우리들이 안보이는 모양이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안개 덕분에 가까이서 까마귀 구경도 했네~ 반면에 산행하는 내내 안개가 끼어서 포르테님, 리더스님의 안경은 자꾸만 뿌옇게 김이 서린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
~정상에서 먹는 점심식사. 잔치잔치 열렸네~~ 맛난 음식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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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자리에 구호식량이 든 것 같은 커다란 포대에 소금이 꽉 들어차 있었다. 무슨 까닭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화강암으로 되어있는 남산제일봉의 기운이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의 기운과 맞부딪쳐 해인사에 화재가 발생한다고 하여, 이 봉우리 정상에 소금을 담은 다섯 개의 옹기단지를 다섯 방향(동서남북+중앙)에 묻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진짜 화재가 없었다고 한다. 써프라이즈~~ 와우!
내려가는 길은 분당산사랑을 따라다녔던 15번의 산행 중에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등산로 양쪽에 쭈욱~ 이어진 단풍나무로 보아 만약 가을에 왔더라면 단풍에 취해서 내려가는데 며칠이 걸렸을 것이다. 계곡물은 어찌나 맑던지... 모두들 널찍한 물가에 터를 잡고서 양말 벗고 족욕을 했다. 그뿐이랴? 당연히 조금 위로 올라가 머리도 감고 차가운 물로 몇 번이나 세수를 했는지 모른다. 내 발 밑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돌아다닌다. 4시간을 걷느라 뜨끈뜨끈해진 발바닥이 냉동실에 들어간 것처럼 얼얼해졌다. (^_^)
다시 양말을 신으니 어찌나 따뜻하던지... ㅎㅎ 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이 골짜기 이름이 '돼지골'이란다. 옛날에는 멧돼지가 많이 돌아다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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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하고 쁘니님, 막걸리님, 산으로님은 언제나처럼 쑥을 뜯습니다. 다음 달에 쁘니님이 쑥떡이나 쑥으로 만든 음식을 해 올까요? 제법 뜯은 것 같던데... (^_^)
사찰음식 전문점인 부산식당에서 맛난 음식을 먹었습니다. 산에서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희한하게 또 뱃속으로 음식이 들어가네요. 뽈록 나온 배가 언제쯤 꺼질지 모르겠습니다.
포르테님이 껌을 한 뭉치 사서 회원들에게 나눠주십니다. 고마워요~ 오늘 처음 산행에 참여하신 오포소녀님은 잔디님과 짱구님이, 우주님은 촌사람님과 관용님이 함께 올랐는데 포르테님만 혼자였네요. 그래도 중간중간 매송 회장님이나 창곡님과 이야기나누는 모습을 봤는데 몇 번만 함께하시면 금방 친해질거예요! 5월의 신입회원분들 계속 분당산사랑과 함께 하자구요! 회장님, 산행대장님, 총무님도 좋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마음속으로 흐뭇해 하신답니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각! 5분만~~ 10분만~~을 외치는 사람이 있었으니 거창의 친구를 만나게 된 영옥님! 정말 짧은 친구와의 만남~ 너무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서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 찍어드렸지요! 오늘을 기념하면서 영원히 우정 나누시길...
돌아오는 버스안, 소방차님께서 칡순주, 머루주 그리고 왕오징어를 꺼냈습니다. 꽤나 무거웠을텐데 왜 아껴두셨을까??? 아마도 <행복이 언니>가 좋아하는 쁘니님을 위해 아껴둔 것 같습니다. 오전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해인사 한 바퀴만 돌까도 생각했다던 쁘니님은 하산한 뒤부터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백기석님은 흑기사(아시죠?)였다가 백기사였다가... 버스 앞쪽으로 왔다가 쁘니님한테 혼이 빠져서 제자리로 돌아갔답니다. ㅎㅎ
아 참... 오늘은 이래저래 뽀빠이님의 보디빌딩하는 모습을 못봤네요. 아쉽습니다. 차 안에서 뽀빠이님 TV출연한 모습 봤는데 정말 멋져요! 부럽기도 하구요~ 내공을 갖춘 연예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전국구 연예인은 뽀빠이님, 분당산사랑 전속 연예인은 쁘니님.
닉네임에 "ㅃ" 이 들어가면 연예인 될 수 도 있겠네요. ㅎㅎ
궁금한 분들을 위해 몸짱 연예인 뽀빠이님의 근육을 조금만 공개할게요! 괜찮죠? 뽀빠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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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나무님께서 선두부터 후미까지 전천후로 사진도 찍어주시고 동영상 촬영까지 해주셔서 사진도 많아졌네요. 말씀도 재밌게 잘 하시구... 정말 고맙습니다.
덧붙임 -
이번 산행은 단체사진도 깔끔하게 잘 나왔고, 부부가 함께 온 분들이 많아 카페 대문 사진을 단체사진과 부부 회원 사진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다음 달은 태백의 기운을 받고 와야겠지요? 많은 참여 부탁해용~~ 싹수 올림!
첫댓글 수고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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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하게 산행기 올려줘 늘고마워요 싹수님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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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진 많이 닯었어요 그렇죠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저도 가끔 아내랑 찍은 사진을 보면 남매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하물며 몇 십년을 함께 해오신 분들은 남녀 쌍둥이란 소리까지 나오지 않을까요? ㅋㅋ
희뿌연 날씨에 더 운치있는 산행이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고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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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쵝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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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산행기에 동영상등등 싹수님만 바쁜것 같아 죄송..
전 댓글 열심히
대문사진도
제가 한 일입니까 어디... 돼지털 카메라가 알아서 해준거지요!!
댓글에 힘내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젠 매달 대문사진 어떻게할지 고민해보렵니다.
맑은 날보다 더 운치있는 사진들~ 아쉬운대로 즐거운 산행을 마쳤습니다~ 다음달은 사전 예약을 해야 하기에 서둘러 신청하셔서 또 다른 산행의 즐거움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웬만하면 갑니다. 한 달에 제가 하는 일은 회사다니는 것, 애기들 돌보는 것, 그리고 산사랑 쫓아가는 것 딱 이 세가지밖에 안하거든요!!
산행의![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거움은 산과 길에 있고, 조망은 덤인데 이번은 덤이 없어서 그렇지 다른 건 더 좋았어요.![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이 늘어 재미가 더합니다. 감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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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인원이 많으니까 이야기꺼리도 많아지고, 싹수님 글솜씨도 다
한 모임의 산행기를 쓰는 사람은 눈과 귀가 여럿이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기억못하는 것들은 동영상이 알아서 기억해준답니다. 고마운 친구지요!! ㅎㅎ 싹수는 분당산사랑을 통해서 한달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충전하지 못하는 달이 절대 없어야 할텐데... ^*^
개근상도 받아야지~~~ㅎㅎㅎ
싹수님의 산행후기를 읽어 보니 매화산이 다시 생각이 나네여, 본의 아니게 버스 안에서 소란을 피운것 같아 조용히 버스안에서 휴식을 취하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버스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분들은 꿈나라에 가 있었으니 걱정마세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같이 산행하게 돼서 기뻤습니다.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우리들을![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겁게 해주는 싹수님, 고마워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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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산행뒤엔 산행기써야 끝난느낌이 든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