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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논평]
위기의 버스시스템, 그대로 둘 것인가 ②
사모펀드의 횡포와 공영제 버스의 몰락,
지자체의 대응은 완벽했는가
버스는 공공교통 체계 안에서 누구나 차별을 겪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생존과 직결된 교통수단이다. 앞선 논평에서 버스가 이해관계자들의 담합 수단으로 전략하는 순간 공공성은 후퇴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경험한다. 그렇기에 민간사업자가 보유한 사유재라 하더라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과 통제가 함께 해야 적절한 교통서비스와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대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아니 역할을 못 하는 순간부터 버스 체계는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결과가 바로 사모펀드 지분이 준공영제 운수업체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과 화성시 공영제 시내버스의 감축이다. 특히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준공영제의 대안으로 공영제를 제시하였는데, 2020년 수도권 최초의 공영제와 무상교통 정책실험을 성공시킨 화성시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는 곧 공영제 계획을 수립한 여러 지역의 모범사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3월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대전에선 사모펀드 자본이 들어간 버스회사에서 재정지원금 유용사례가 적발되었고, 화성시는 무상교통과 더불어 공영제 관련 예산을 감축하면서 장기적으로 민간 운수업체에 다시 매각할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결국 지자체의 대응이 부실했거나, 완벽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이에 담당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뻔하다. “관련 법상 할 수 있는 역할이 미약하다.”라고 말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면 분명할 수 있음에도 사업주의 눈치 보느라 타이밍을 놓친 것일까. 만약 후자처럼 눈치 보느라 그랬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사모펀드 운영에 따른 문제점.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지난 2020년부터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사모펀드 지분의 버스회사 운영개입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목소리와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힌 면허제의 문제를 준공영제가 극대화한 시점에서 사모펀드까지 개입하게 된다면, 사업주의 기득권을 더욱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사모펀드가 운영에 깊게 개입했다는 점인데, 시내버스 분야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차파트너스’와 ‘MC파트너스(K1 모빌리티그룹)’가 대표적이다.
특히 차파트너스는 서울은 물론 인천, 대전, 제주까지 총 18개 업체로 규모가 가장 큰데, 대전시는 2019년도에 동인여객과 대전승합이 사모펀드에 인수되었다. 이 중 동인여객에서 보조금 부당수령이 발각되어 노조에서 업체 퇴출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하여 드러났다. 눈여겨볼 점은 퇴출을 거론한 노조가 한국노총 노조라는 점인데, 보통 사업주와 의견을 같이하거나 준공영제 확대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전시 동인여객 사례를 볼 때 한국노총 노조가 직접 나서 보조금 부당수령 업체에 대한 퇴출을 거론했을 정도라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다르게 보면 대전시 사례를 계기로 사모펀드 운영이 결코 합리적일 수 없음을 반박할 근거를 남겼다. 지자체에선 준공영제 제도에 대한 고민 중 대형화(M&A)와 원가 절감을 사모펀드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사모펀드 기업들은 인수하면서 법인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지원금을 챙겼으며, 인수한 업체들 공통으로 자체 충전소를 보유했거나 차고지 땅을 지자체가 보유한 경우였다. 결국, 사모펀드가 공익성이 아닌 사익에 집중했음은 물론 준공영제 체제에서 손실을 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미리 간파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천의 경우 민영제와 준공영제 노선을 같이 보유했다면, 준공영제 노선들만 따로 분리하여 인수한 사례를 생각하면 근거는 더욱 뚜렷해진다. 작년에 사회공공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같은 계열인 동인여객과 대전승합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이었던 2020년도에 각각 2억 9천6백, 4억 2천4백만의 당기순적자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7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것만 보더라도 동인여객 사례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여객자동차법 개정을 통하여 사모펀드의 진입을 까다롭게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준공영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실제 운수업체의 면허를 반납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동인여객과 비슷한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크다. 특히 재정지원금이 용도에 맞게 투명하게 사용하였는지, 집행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지자체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이상 대전시 역시 업체를 퇴출할 방법을 찾지 못할 공산이 크다. 아니 몇 년이 지나도 못한다.
장기적으로 사모펀드들은 투자금과 배당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시 되파는 작업. 엑시트를 준비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비록 준공영제가 있지만, 아니었더라면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것이다. 만에 하나 정말로 사모펀드가 운영에서 손을 떼는 순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 역시 과제인데, 결과적으로 사모펀드가 버스 산업에서의 공공성을 가질 것이란 예상과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준공영제 안에서 재정지원금 부당 사용이 20년째 되풀이된다는 점은 지자체가 사업주의 기득권에 의해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에서 비롯되는 만큼 가히 개탄스럽다.
화성시 공영제 버스감축, 화성도시공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버스 문제를 정치적 논리와 당사자 관계성으로 따지게 된다면 초반에 좋은 정책이라고 시민들에게 호응을 받는다 한들 안정적으로 유지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화성시 사례를 통하여 완전공영제 도입이 어려운 것이 아닌,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고 공영제가 시작되면 시민들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 역시 증명된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영제와 동시에 어린이, 청소년, 청년,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교통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전체 대상자 중 약 90%의 시민들이 만족한다는 응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단순 요금이 무료라 긍정적이라는 것이 아닌, 버스가 안 다니던 지역에 노선을 투입하여 이동권을 보장한 것. 자가용이 없는 시민들에게 무상교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동에 차별을 없애고, 더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이런 성과를 만들어냈음에도 최근 화성시는 공영제 버스를 감축하거나, 일부를 민간 업체에 다시 재매각하려는 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이용률이 저조하다.”라는 것이 논리인데, 되물을 필요가 있다.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곧 공영제를 담당하는 기관인 화성도시공사의 잘못과 책임이 없냐는 것이다.
첫째로 화성시 공영제는 시작부터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애초 계획한 인원에 비해 승무 사원이 채용되지 않아 전체 노선이 부분적으로 개통되어 시작부터 원활하지 않았고, 여기에 공사와 노조의 갈등까지 겹쳐 공영제로서의 장점을 확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파행으로 인한 시민들의 외면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앞서 공사와 노조의 갈등 사례를 언급했지만, 승무 사원 부족 원인에는 거주지와 차고지의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부담과 공공기관 급여체계에 따라 급식비가 급여에 포함되어 별도의 음식을 제공할 수 없는 한계점. 일일이 개인이 직접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 등이 지원에 걸림돌이 되고, 이것이 곧 승무 사원 부족으로 연결되었다.
즉, 본론으로 돌아와 공식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다녀야 하는 버스들이 승무 사원 부족 등을 이유로 파행을 일삼았고, 버스가 안 다니면 시민들은 바로 외면하기에 즉시 이용률 저조로도 연결된다. 실제 화성도시공사 소속 관외 노선 중 마도산업단지~수원역 구간의 H404번 버스가 배차시간표에 나온 시간 일부를 고의로 중단하는 등의 민원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시민들이 해당 노선을 타려면 영업소에 직접 문의하여 시간표에 적혀있음에도 시간대별로 정상적으로 다니는지 확인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례만 보더라도 화성도시공사 역시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어야 할 것이며, 시시비비를 구분하지 않은 상태서 오로지 정치적 논리로만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매우 동의하기가 어렵다.
애초 시내버스 공영제는 초기 도입 시엔 예산이 비교적 많이 투입되지만, 운영이 안정화될 경우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것에 비해 낮아진다. 오히려 민간 업체로 노선이 다시 재매각될 경우 보조금 액수가 늘어날 것은 물론이며, 적자가 심해질 경우 별도의 통보 없이 감축하거나 대수를 줄일 공산이 크기에 민간 업체에 매각한다는 것은 곧 시민들의 발을 다시 묶겠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이 발생한 원인에는 화성시와 비슷한 사유로 작년 하반기에 공사 산하 마을버스를 민간에 재매각한 경기도 광주시를 근거로 들었을 가능성이 큰데, 공영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민간 회사로 노선을 철수시키겠다는 생각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 반대로 지금 화성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공영제 시행 과정에서의 문제를 무슨 방법으로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미 화성시와 화성도시공사는 실질적으로 공영제 폐지를 주장하지 않지만, 화성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운행하는 노선들에 대해선 민간 업체에 매각하여 화성시 관내 노선에만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서 거론했지만, 화성시 공영제의 몰락 원인은 이용률 저조와 투입 예산보다 저조한 실적이 아니다. 공영제란 이유로 효율성만 따지면서 운수종사자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여 공영제의 성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화성도시공사에 첫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만에 하나 책임을 회피하면서 어렵게 도입한 공영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시민들에게 어렵게 제공한 교통복지를 화성시 스스로 빼앗는 것이다. 그렇기에 2020년부터 4년째 운영하면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무엇이 부족했는가를 화성시와 화성도시공사 모두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이번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해결점이다.
행정이 약하면 버스 문제도 더욱 커진다.
대도시를 포함하여 지방까지 버스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에 머물러 있다. 지역마다 사연과 이유는 다르지만 한 가지의 공통점은 바로 ‘지자체와 관계부서 행정력의 무능함’인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권한과 행정력, 감시를 동원했더라도 상황이 크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오로지 민간 업체들에 의지하거나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방심이 오늘날의 버스 문제를 키워왔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신기할 정도로 똑같은데 법의 한계는 버스로 갈등을 겪는 시민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들 역시 매일 이용하는 버스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지자체들은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이 미흡하면 문제 해결은 더욱 멀어진다. 대전시 사모펀드 업체의 보조금 부당수령 내용으로 확인했지만, 준공영제를 적용받는 운수업체들 모두 재정지원 사용 및 집행에 대한 감시를 일절 받지 않는다. 이는 2004년에 처음 적용할 때부터 업체와 맺은 잘못된 협약 때문인데, 고칠 수 없이 영구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사업주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변질되어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서울에선 최근에 사모펀드 지분을 보유한 운수업체 사장이 서울시 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대전시처럼 서울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준공영제는 수명이 다 된 낡은 정책이지만, 당장 없애지 못한다면 공적 기능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매우 시급하다.
결과적으로 준공영제와 사모펀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사실상 병립형 공영제의 장기적인 전환이 유일한 대안이자 희망인데, 이미 경기도 광주시를 통하여 공영제 전환이 실패한 사례를 경험했다. 물론 관리 기관의 운영능력 부족도 있었지만, 화성시 사례와 같이 볼 때 여전히 지자체가 업체들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탓에 분명 법의 테두리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로 연결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된다면 버스 산업의 카르텔은 영원히 깨지도 못할뿐더러, 시민들과 현장노동자들의 고통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요구한다.
우선 대전시는 동인여객을 포함한 13개 준공영제 업체들 대상으로 보조금이 정상적으로 집행되었고, 유용사례가 없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를 요구함과 동시에 사모펀드에 대한 철저한 감시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다. 마찬가지로 화성시도 단순 재정적인 문제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화성도시공사의 운영방식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며, 시민들의 민원을 철저히 분석해 문제를 개선해야 함을 촉구한다. 이는 모두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 역시 사모펀드의 횡포와 부당사례, 화성시 공영버스 축소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와 모니터링과 함께 정책적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갈 것이다. 아울러, 버스로 문제를 겪는 시민들과도 계속 연대하여 버스 분야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사업주들의 무능력함. 버스 산업을 지대추구의 온상으로 변질시키는 부분들에 대해 지금처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끝)
2024년 3월 28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