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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늦여름은 포도가 주저리주저리 익어가는 계절이다. 들판을 휘감은 달콤한 포도 향내가 코끝을 스치면 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들. 올 늦여름엔 우리나라 최고의 포도 고장으로 이름 높은 충북 영동으로 길을 떠나보자.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에선 포도 향내뿐만 아니라 국악의 향기도 더불어 맡을 수 있으니. 게다가 금강변엔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름 높은 천태산이 손짓하니 어찌 머뭇거리겠는가.
충북 영동군은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인 국악의 고장이지만, 전국 최고의 포도·와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박연 선생을 기리는 난계국악축제와 영동 포도를 홍보하기 위해 열리는 포도축제는 그동안 영동의 양대 축제로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부터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 동시 진행
지난해까지는 두 축제가 서로 다른 시기에 열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에 영동군은 올해부터 두 축제를 과감하게 하나로 묶기로 했다. 축제 관계자는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의 장단점을 보완해 같은 시기에 개최함으로써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가 동시에 열리면 포도·와인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 가락을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등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 셈이다.
이렇듯 올해 처음으로 동시에 진행될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는 8월22일(금)부터 26일(화)까지 닷새 동안 군민운동장, 용두공원, 난계사당 등에서 펼쳐진다. 우선 난계국악축제의 행사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난계 박연 선생의 뜻을 계승하고 있는 난계국악축제의 올해 슬로건은 ‘국악, 포도, 와인과 함께하는 한여름의 축제’다. 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전문성·참신성을 살려 국악의 명인과 신세대가 어우러진 무대로 꾸며 예술성·대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국 최고의 국악 한마당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각오로 밝힌다.
먼저 개막식 공연부터 눈길을 끈다. ‘비상(飛上)’을 통해 국악·대중가요·월드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명인들이 축제의 개막을 축하하는 조화의 무대를 이끌어가며, 영동의 자부심인 난계국악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영동 출신의 한스밴드의 공연에 이어 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공연이 이어진다. 또한 월드뮤직축제로의 도약이라는 취지에 맞게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온 아티스트 에릭 알리아나와 콩고잼(Erik Aliana & Korongo Jam)이 국악 세쌍둥이 아이에스(IS)와 협연으로 개막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또 ‘난계 악가무(樂歌舞)’를 통해서는 우리 국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세 가지 기본요소인 음악·노래·춤을 기반으로 국악의 과거·현재·미래가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국악이 낡은 옛것이 아니라 동시대에서 살아 숨쉬는 음악임을 확인하고 세계적인 음악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난계 초이스’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최고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피리 명인 박용호와 함께 하는 ‘명인으로의 초대’, 가야금 연주의 정수를 보여줄 ‘가야금 오감 콘서트’, 군민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공연인 ‘난계 록페스티벌’, 불교음악제를 테마로 한 반야사와 명상음악제를 테마로 한 영국사의 ‘산사음악제’ 등이 준비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국악원과 서울시립예술단의 특별공연과 더불어 토·일요일 낮에 용두공원에서 펼쳐질 풍물, 천하제일탈의 공연은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폐막공연 ‘절정’을 통해 국악축제를 마무리하게 되는데, 폐막 무대에서는 한국해금앙상블, 몽라, 웅산밴드, 국악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자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한편 용두공원 상설무대에서는 지역의 많은 동호인과 학생들, 단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관객들과 함께 장단을 즐기는 영동 국악한마당이 개막 이튿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펼쳐진다.
주요 공연 프로그램 일정은 다음과 같다. 첫날인 22일(금)은 군민운동장에서 개막식(18:30), 우리 춤의 재발견(19:30), 박용호 명인의 대금지몽(21:00)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튿날인 23일은 용두공원에서 가면연희극(11:00)·영동국악한마당(12:00), 반야사 산사음악제(15:00), 난계국악당 나라음악 큰잔치(15:00), 군민운동장 월드뮤직페스티벌(18:00)·난계록페스티벌(20:00) 등이 이어진다.
일요일인 24일은 용두공원에서 가면연희극(11:00)과 영동국악한마당(12:00), 천태산 영국사 산사음악제(15:00), 군민운동장 가야금오감콘서트(18:00)과 국립국악원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또 월요일인 25일은 용두공원에서 영동국악한마당(12:00), 군민운동장에서 서울시립예술단공연(18:00), 난계한마당(19:30)이 이어진다. 축제 마지막 날인 26일(화)은 용두공원에서 영동국악한마당(12:00), 군민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추풍령가요제(19:00)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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