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구간-어둠 속에서 멧돼지 호위를 받으며...

[한 산]

제32구간:조침령~한계령.

• 산행일시: 08.05.17~18.
• 같이한이: 운해님+그대로님+한산.
• 산행구간:조침령-북암령-단목령-오색삼거리-점봉산-망대암산-십이담골갈림길-한계령.
• 구간거리: 23.9km.
• 누적거리:677.40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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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가량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 식수 보충도 하고 배낭을 다시 정리 하고나니

먹다가 남긴 닭고기와 죽을 다시 차려다 주시며 밤새 걸어 가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고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을 베푸신다.

지난밤을 꼬박 새우며 차안에서 시달린후 20km 넘는 산길을 아홉시간 이나 걸어 왔으니 먹는것 보다는 잠이 고프지만 또 가야하니 입안이 까슬해도 억지로 우걱우걱 밀어 넣을수 밖에 없다.

환갑은 훌쩍 넘어 보이는 노 주인이 다시 털털거리는 화물차로 조침령 까지 태워 주시고.....

북암령 방향 황혼..

10분만 서둘렀으면 멋진 일몰을 볼수도 있었는데 잠도 고프고.... 쩝...

 조침령 들머리...

 ...

전망대에서...

벌써 달이 저만큼이나 떠올랐다. 

 돌아본 마룻금...

해는 넘어 갔지만 아직 어둠이 채 오기전 모습.

 양양군 서림리 방향 정족산..

 전망대 에서 그대로님.....

중국에 있는 자회사 출장 관계로 대간길이 원만치가 않은데 모처럼 동행을 하게 되었다.

호랑이 띠면 적지 않은 나이인데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도 있다니까 올해를 넘기지 말고 결혼을 하시기를.....

 900.3봉에서....

전망대에서 30분쯤 진행해 이곳 까지는 어둡지를 안아 그나마 다행 이었는데...

이후 달빛은 밝지만 참나무 숲속이라 랜턴을 켜야만 했고 아무것도 볼수없이 길만 따라 터벅터벅....

 양수발전소 상부댐 경고문.

밝은 낮이라면 산위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도 볼거리 일것 같다.

호수에 반사된 불빛이 길게 드리우는 모습이 나무 사이로 언뜻 언뜻 비추이니...

 6km통과...

 북암령 도착.

한발 내 디딜때 마다 졸음이....

 단목령.....

이곳은 공단 직원이 상주 하다시피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쉴수 있는 통나무 의자도 있어 좀 쉬면서 허기를 채우자 하니 운해님 근처에 공단 직원들이 막영을 할지도 모르니

빨리 이곳을 벗어나 좀더 진행후 쉬자고 재촉을 하신다.

난 배고프면 움직일수가 없는 체질인데.....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겨우 올라서야 바람을 막아주는 움터 같은 자리에 판초를 깔고 신발까지 벗고 40여분쯤 휴식을.....

 오색 삼거리...

오대산 부터 멧돼지가 밭을 일구어 놓은듯 하더니 이구간은 더 심하다.

야간 이니 더 그렇겠지만 우는 소리가 계속해 들려오고 몇번이나 앞에서 마주쳐도 도망을 안가고 버티고 서서 여유를 부리니.....

나 혼자 이구간을 야간에 지나칠 생각 이었으니 그랬다면 겁을 좀 먹었을것 같다.ㅠㅠ

 점봉산 정상석.03:10"

애초에는 이곳이나 망대암산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추위 때문에 두시간을 버틸 방법이 없어 바로 하산을.....

건너다 보이는 서북능 실루엣과 중청대피소 불빛이 아련하고 한계령과 오색에서 출발해 올라가는 산님들 랜턴 불빛도 간간히 눈에 뜨인다.

 망대암산 가는 길 옆으로는 주목도 간간히 있지만 지치고 귀찮아서 그냥 그냥 지나치고....

망대암산에서 내려다 보니 한계령을 출발해 이쪽으로 올라오는 랜턴 불빛이 제법 여러개 보였는데 한참을 내려 가서야 만났는데

두시에 한계령을 출발해 조침령까지 진행을 하는 서울 ㅇㅇ산악회 분들인데 대간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팀이라고....

딱지를 떼일 각오로 출발 했다는 이분들 아마 단목령을 무사히 통과하긴 여려웠을 텐데.....

운해님 사진 펌.

 망대암산 을 내려 오다가 너무 졸려서 10분만 눈을 붙이고 가자고 했는데 으슬으슬 추워도 깊게 잠 들었었나 보나.

모두가 잠들면 위험 하다고 운해님은 못자고 지키고 있었다며 그 짧은 시간에 코까지 골며 얄밉도록 잘도 자더라고 하니....

12담계곡 갈림길을 지나 1157.6봉을 앞에놓고 쳐다보니 그냥 이대로 주저않고 싶은 생각이.....

앞서 진행하신 운해님은 한참을 기다려야 겠지만 가파른 오름길을 쉬고 또 쉬며 능선에 올라서니 그대로님도 지쳐서 못 가겠다고 쉬고있다.

이후 조금은 여유로운 능선을 따라 오르니 정상 갈림길에서 운해님은 편한 자세로 휴식을.....

이제부터는 암릉 구간이니 스틱을 접어 넣으라고 하지만 그것마저 귀찮아 그냥 진행을 한다.

가다가 정히 안 되겠으면 그때 접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

 용아능 처럼 우회로가 있기는 하지만 넘어야 하는 구간도 나오고 평시 같으면 신바람이 날 터인데 만사가 귀찮기만 하니...

 ,,,

 밤새 이정표 몇개만 찍었으니 귀찮더라도 몇장 찍기는 찍어야 겠는데....

 ....

 ...

 ...

 가리봉.

 아침 시간이긴 하지만 통제소를 피해 필레계곡 쪽으로 우회를 하자니 시간도 더걸리고 길도 잘 안 나있어....

 고생고생 하면서 도로에 올라 한계령을 향하는데 한분이 막아놓은 철망을 넘어 나오신다.

약 오분쯤 걸어 올라 가는데 웬 화물차가 갑자기 발앞으로 달려와 급정거를 하고는 내리는 사람이 공단 직원이다.....

등산복에 꾀죄죄한 모습이니 당연히 심증이야 가겠지만 현장을 놓쳤으니 어쩔 것인가.

그게 분한듯 국립공원 안에있는 도로를 걸어 가는것도 불법 이라며 억지를 부리는데 생각 같아선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내 할일은 다했고

피곤하긴 하지만 기분좋은 아침에 다투기 싫어 알았다고 대답만 넹넹 했더니.....

그 둑일넘의 인간은 더 짜증이 나는지 30년 경력이라 척보면 안다며 흥분을 해 길길이 날 뛰는걸 보며 휘적휘적 걸어가니 따라오며 시비를 걸지만....

5분쯤 빨리 도착한 그 짜릿한 쾌감이 콧노래가 나올만큼 유쾌,통쾌 했으니 모두가 피곤도 잊고 웃고 또 웃으며.....

 비어있는 통제소....

여기를 지키는 인간들 아침에 출근 하자 마자 차로 한바퀴 돌며 찾아 다니나 보다.

그런줄 알았으면 저기 위에서 숨어 있다 모두가 나간후 콧노래를 부르며 나올걸....

 ...

 점봉산으로 올라가는 바윗길...

 한계령 도로...

 한계령 휴게소도 보이고...

 다음에 이어갈 휴게소 뒤 능선....

 이렇게 휴게소에 도착을 한다.

기분좋은 아침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산행중 이렇게 기분좋고 짜릿하고 유쾌한 것도 처음인듯.....

 

 다음 들머리...

 휴게소에 들어가 갑갑한 실내가 싫어 바깥 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려니 거기는 차만 마시는 곳이라 식사를 하려면 안으로 들어와야 된다고 한다.

악법도 법 이라지만 손님도 없는 한적한 아침에 그걸 규정 이라고 따지는 못생긴 아가씨 심뽀가 미워서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계리로 가자고 하니 모두가 찬성이다.

인천 모 산악회 버스를 얻어타고 한계 삼거리에 도착을 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황태 구이에 반주를 곁들인 아침 식사를 하고 서울 가는 교통을 알아보니

원통이나 인제까지 나가야 하는데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불러야 한단다.

비가 오고 기분도 그러니 택시를 불러 달라고 식당 아주머니께 말씀 드렸는데 주인 아저씨가 원통으로 나가니 태워 주신다고......

산행을 하면서 이번처럼 일사천리로 짜맞춘듯 쉽게 풀리는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통 터미널에 도착하니 30분 가량 시간이 남아 건너편 골목 순대집에 들어 갔는데

그 맛이 또 일품이라 방금 식사를 했지만 자꾸만 손이 간다.

지금껏 먹어본 순대 술국 중에서 최고 라는 생각은 나만이 느낀게 아닌듯...

이제 한번만 더 오면 미시령을 지나 진부령에 도착하고 이어 6월14일은 향로봉 출입 신청까지 마쳤다니

남한구간 대간길을 단 한번의 순서 바뀜도 없이 끝에서 끝을 끝을 이어온 종주를 온전하게 해맬수 있게 되었다.

이후.....

서너달 휴식후

대간을 완주 했거나 정맥 세개 이상을 마친 사람들 만으로 팀을 구성해 낙동정맥에 들어 가자는 운해님의 야무진 제안에

내가 과연 그 대열에 끼일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끄덕여 본다.

태백 매봉산에서 시작해 400여km 대 장정에 몸을 실어 부산 몰운대 해변가에 설수 있을지.....

내일 걱정은 내일로 미루어 두고 버스에 오르자 이틀동안 한시간 가량 밖에 못잔 잠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못보고 진행한 이구간은 대간을 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범법자가 되거나 이렇게 가슴 조이며 도둑 산행을 해야하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공원이 어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울화 이전에 이런 나라에 살아가는 나 자신이 서글퍼 진다.

점봉산 정상에서 건너다본 서북능 실루엣을 잊을수 없어 대간을 마치고 휴식기때 꼭 다시한번 찾을 생각이다.

그것도 정상 공터에서 비박을 하며 저녁 일몰과 아침 일출을 감상하며.....

 한계령/양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