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사람들과 함께 한 덕유산 산행
향적봉에 추억하나를 올리고...
글. 그림 / 기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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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무주군과 장수군. 경상남도 거창군과 함양군에 위치한 덕유산(1614m)은 대간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과 속리산을 만들고 다시 지리산으로 가는 중간에 빚어놓은 명산을 덕유산이라 했는가? 곳곳에 소와 폭포를 거느린 33경 구천동을 찾아가는 산객의 마음은 설 지나면 김천으로 떠나는 부회장이 가득차 온다. 2005. 2. 6. 오전 8시30분 고향후배 내외.참사랑총무 내외. 김해아우 그리고 부회장 그리고 졸자를 합쳐 8명 설밑이라 다들 가자고 떼도 쓸수없고 마음이 없는데 몸이 따라온들 어디 제대로 또 산행은 되겠는가? 어이가세 맘 맡는 사람 넉넉한 사람 모여서 산길가니 인원이 뭐그리 대단턴고? 신나게 대진고속도를 달려 덕유산 휴게소에서 차한잔을 나눈 우리는 무주 나들목을 나와 구천동으로 길을 몬다. 간간히 눈이녹아 빙판길도 있고 적상산엔 흰눈이 제법 깔려있다. 예전에는 이곳도 첩첩산중 이었으리라. 산적이 길손 약탈할만한 고개마루엔 이제 넓은 도로가나 무주는 더 이상 산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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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련사 일주문
삼공리 매표소에 도착하여 긴 구천동계곡을 따라 올라야한다. 장장 5.6km.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눈이 약간 길위에 쌓여있어 걷기에 용이하다.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남덕유산 까지 1천3백미터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데 이 장쾌한 코스를 동업령이라 부르고 겨울등반의 묘미를 만끽할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차량문제도 있고하여 구천동 삼공리(매표소)기점에서 신대휴게소- 송어양식장- 구월담과 비파담- 구천폭포- 언덕길(이속대)- 백련사 일주문- (우측 돌계단위)백련사- 우측 등산로- 능선길- 향적봉 정상- 중봉- 갈림길- (왼쪽 계곡길) 오수자굴- 백련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 19.5 Km, 약 6시간 소요)를 선택했다. 눈바람 드세기로 소문난 이곳도 우리가 가는날 봄날처럼 포근하다. 송어양식장 식당에서 비싼 오뎅(우묵)과 동동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백련사를 향해가지만 계곡길이 너무 지루해 다들 지친 기색이 역역하다. (약간 오버패스) 백련사 우측을 돌아 계단을 오를때 졸자 역시 피곤하다. 계속된 음주가 심신을 지치게한 것이다. 2시간 45분여 드디어 향적봉에 닿았다. 모두들 길게 늘어선 눈쌓인 덕유산줄기를 쳐다보며 흐뭇해한다. 향적봉 산장 취사장에서 씨래기국을 끊여 근사하게 식사를 하고 아이젠을 착용하는데 역시 부회장의 도움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약간 복잡해서...)이제 남릉을 따라 중봉을 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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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자료에 의하면 덕유산은 8개의 계곡이 있는데 그중 우리가 거슬려온 덕유산의 북쪽인 무주와 무풍사이를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까지 흘러드는 곳이 바로 유명한 구천동 계곡이다. 이곳에는 이루 헤아릴수 없는 많은 소와 폭포 기암 절벽이 흐른는 청류와 더불어 절경을 뽐낸다.
그래서 풍류를 즐겼던 옛 선인들은 이곳에 구천동 33경을 지명하였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추월담. 수심대. 월하탄. 인월담. 사자담. 구월담. 연화폭포. 구천폭포....를 비롯하여 안성계곡. 양악리계곡. 송계계곡. 산수리등 구절양상의 계곡미는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다. 중봉으로 가는길엔 속내를 다 들어내 놓고도 북풍한설과 싸우는 고사목이 눈길을 끌고 살아천년 죽어천년을 지킨다는 주목 고사목이 산객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또한 덕유산은 지리산보다 눈이 더 많이내리는곳으로 향적봉 산장 주변 철쭉군락에 핀 상고대는 꽃보다 설화보다도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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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주목. 천년의 세월에 속까지 썩어도 푸른가지를 피운다.
▲ 중봉가는길에서 뒤돌아본 향적봉. 사람들은 쉼없이 오르고 있다.
▲ 고사목 지대.
졸자도 다 외울수 없으니 좀 훔쳐오자 그래야 산행기 읽는 사람들 쉽게 덕유산을 접할수 있지 않을까 싶어 슬쩍 옮긴다. 속설인가 문헌인가는 확실치는 않지만 무주는 조선때 무풍과 주계를 합쳐 무주로 되었으며, 구천동이란 이름은 여러가지설이 있다. 그중
1). 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千)의 옛 시의구절외에도 지형적 으로 산이 중첩하여 구중천엽(九重千葉)같다해서 이름지었다는 설.
2). 풍수설에 의해 구천(九千)이라는 천(泉)이 천(千)으로 통했다는 설.
3). 소설 박문수전의 구(具)씨와 천(千)씨가 살고 있었다는 설.
4). 성불자가 9천명이나 되었다는 설.
5). 백련암에 승려가 9천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
어느 설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내 생각으로는 전국의 구천계 곡이라는 지명이 많은데,(*북한산의 대동문에서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로 내려오는 계곡, 경남 거제도의 최고봉 노자산과 북병산을 끼고 있는 산수수려하고,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구천계곡군립공원, 불모산에서 웅동면으로 내려가는 계곡 등등) 여기서 구천계곡의 공통점은 "꾸불꾸불하고 경치좋은 아주 긴 계
곡"이라는 사실로 봐서, 상기 1)번 설이 가장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참고로 *무주구천동 33경을 옮기면 나제통문, 은구암, 청금대, 와룡담, 학소대, 일사대, 함벽소, 가의암, 추월담, 만조탄, 파회, 수심대, 세심대, 수경대, 월하탄,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 구월담,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 안심대, 신양담, 명경담, 구천폭, 백련담, 연화폭, 백련사, 향적봉.등 전국의 명소의 이름이 비슷한게 많아 졸자도 헷갈린다. 중봉은 장쾌했다. 진양기맥의 시작점인 남덕유로 줄기차게 내려가는 남릉은 남덕유 줄기를 지나 60령을 거쳐 장안산을 빗고 이내 대간의 끝점인 지리산으로 달려갔겠지.... 그래 산은 이 맛 과 그리고 이 장중한 기개의 산줄기를 보기위해 오르고 또 오르는게 아닌가? 능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오자수굴을 향하는데 다리가 영 시원치않다. 한살 더 먹어서일까? 불현듯 무서움과 외로움이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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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덕유를 지나 지리로 가는 산줄기.
▲ 중봉에서 바라본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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