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의 노인복지- 노인병원, 은퇴마을, 요양관리, 연금 등
5회- 실비아 파크와 노인복지기관인 쉘린은퇴자빌리지를 탐방하였다.
2010년 12월 16일(목요일)- 하루 종일 비
본디 일정은 동물원을 가는 것이었지만,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오전에는 ‘실비아 파크’라는 쇼핑몰을 갔다. 실비아 파크는 대형 쇼핑몰인데, 2층으로 된 상가에 각종 의류, 식품, 전자제품 등 생활용품을 주로 파는 곳이었다. 뉴질랜드 시민들은 다양한 물건을 살 때에는 실비아 파크와 같은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고, 일주일을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품을 살 때에는 파킨세이브, 카운트다운 등 중형의 쇼핑센터를 이용하며, 우유, 빵, 과자, 음료수 등 간단한 용품을 살 때에는 데일리 샆이라는 작은 가게를 이용하는 듯했다.
숙소로 와서 점심을 먹고 노인복지기관인 쉘린재단(The Selwyn Foundation)이 운영하는 쉘린 은퇴자 빌리지(Selwyn Heights Retirement Village)를 방문했다. 이 기관은 한 수도회에서 1954년에 수도자의 노후대책으로 만든 양로원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노인용 빌라, 아파트, 전문병원(1인실과 다인실을 포함하여 88개 침대가 있음)을 갖춘 곳이었다. 이곳에서 부산 출신의 오정분 간호사로부터 기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주변을 견학하였다.
현재 이 기관은 성공회재단에서 인수해서 양로원보다는 아파트를 건립하고 있고 분양중이라고 했다. 아파트는 5층 정도 되었는데, 약 35세대 내외정도 된다고 했다. 오정분 간호사는 1994년에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왔다고 했다.
오정분 간호사는 한국에 친척이 있어서 한국의 실버타운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뉴질랜드에 비교하여 매우 좁고 개인의 공간이 부족한 듯했다고 말했다. 쉘린 빌리지에 있는 단독주택, 연립(아파트), 양로원, 병원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가까이에서 돌보아줄 가족이 없는 경우에 입주하여 단독 혹은 부부가 함께 산다고 했다.
빌라형 아파트는 은퇴한 부부가 많이 살고 있다. 노인이 주택가의 단독주택에서 살면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있거나 안전문제가 있을 때 긴급하게 도움을 받기 어렵기에 입소한다고 한다. 뉴질랜드에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남섬과 북섬에 떨어져 살거나, 영어가 통하는 호주, 영국, 미국 등에서 사는 경우가 많기에 위기시에 긴급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65세 이상이 되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중에서 일정한 기간이 지난 사람은 연금을 받는다고 한다. 노령연금은 2주일에 세금전 540달러를 받는데, 병원비가 1주일에 750달러 이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개인이 부담할 자산(20만불 이상)이 있으면 개인이 부담하지만, 개인이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일단 연금으로 부담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부담한다고 한다. 따라서 노인이 되어서 일상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이 생기면 사실상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노인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주택가에서 살면서 재가복지서비스를 받거나, 빌라형 아파트 등 노인마을에 입주하여 살고 있다.
노인이 전문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의(GP)의 도움을 받는다. 본인이 병원에 가거나 가족/친지의 도움을 받아서 병원을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복지사가 의뢰에서 가족의의 도움을 받는다. 만약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면 가족의가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더 많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국립오클랜드병원을 이용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는 몇 개의 권역별로 국립병원이 있어서 사실상 모든 국민의 의료문제는 국립병원이 최종 책임을 맡고, 가족의와 전문의를 적절히 활용하는 듯했다.
흔히 노인병의 경우에는 가족의가 노인병 전문의에게 의뢰를 하고, 전문의가 도움의 정도를 5등급으로 나누어서 판정한다. 5등급인 사람은 약간의 도움을 받아서 식사를 하고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 사람이고, 도움을 받아서 약물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보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4등급, 3등급, 2등급이 되고, 1등급인 사람은 거의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노인병전문의가 평가하여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에 입원시킨다. 병원에 입원하면 먹고, 입고, 샤워하는 등 신체수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간병인(한국의 요양보호사에 해당되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중에서 신체활동이 가능한 사람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고, 인지능력이 있더라도 신체활동이 어려운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비록 노인이 아니더라도 신체수발이 꼭 필요한 사람은 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1950년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기에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최근 경제가 나빠지고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복지기관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 커져서 직원을 줄이도록 한다고 했다. 직원이 줄어들면 한 직원당 일거리가 많아지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므로 벨을 눌렀지만 서비스를 빨리 받지 못한다는 불평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서비스는 매우 충실하게 제공되고 있다고 했다.
이 곳에서 간호사의 주된 역할은 개별 노인별로 케어 플랜을 짜고 총괄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한다. 케어플랜은 각 노인별로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짜는데, 모든 노인이 크고 작은 질병을 갖고 있고 신체수발이 필요하기에 ‘기본형’에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간병인,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인력이 별도로 있다. 작업치료는 매일 아침에 노인에게 신문읽기를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빙고게임과 같은 게임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노인들 중에는 인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기에 신문읽기 등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쉘린 빌리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없고 오클랜드병원 등에서 사회복지사는 가정형편을 평가하여 어떤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 지 등을 사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가에서는 가정케어를 권장하고 있는데 비용이 적게 들고 당사자도 가급적 가정에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사자들도 과거에 부모님등을 모신 경험이 있기에 시설보호가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 집이 최고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가정케어를 할 경우에는 직원이 가정을 방문하여 도움을 주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설보호를 한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비슷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2050년이 되면 노인인구수가 너무 많아서 연금수급자가 생산인구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노인인구수가 많은 것은 과거 인공유산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주장이 있기도 한다고 했다. 오정분 간호사는 향후 노인인구수가 늘어나면 노인의 시작 연령이 지연되거나 연금제도 등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탐방객이 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한지 등을 물었더니, 간혹 자원봉사자가 와서 즐거움을 주기로 하는데 노인을 돌보는 일이 전문적이고 혹 사고가 발생되면 책임성의 문제가 있기에 자원봉사자를 별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이었다. 만약 자원봉사활동을 원한다면 메니저와 상담을 하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간병인(caregive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간병인은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가 있고, 간병인이 신체수발을 하면서 변동이 있으면 간호사에게 보고하고, 간호사는 의사와 상담을 하여 전문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즉 이곳에는 의사가 상주하지는 않고 의사가 왕진을 오는 방식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있었다.
간병인의 경우에는 오정분 간호사가 입사한 1994년에는 현 기관에서 사람을 뽑아서 현임훈련을 통해서 간병인을 부렸다고 한다. 현재는 학원에서 6개월을 배우고 자격을 갖추면 채용되고, 채용된 후에도 매년 일정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 교육담당 간호사가 있어서 슈퍼비전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빌라 등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자신을 평생동안 돌보아왔던 가정의를 통해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쉘린 빌리지에 입주했다고 해서 쉘린 빌리지안에 있는 병원이나 쉘린 빌리지가 추천하는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해당 노인이 자신이 원하는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처럼 먼저 가정의의 진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고, 더 필요한 경우에는 오클랜드 지역은 국립오클랜드병원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현재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은 독립적인 생활을 강조하는데, 부부가 산다면 2개의 침실이 있고, 거실, 주방, 목욕탕이 별도로 있으니 한국으로 말하면 18평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단지 내에는 카페도 있고, 차를 타고 나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오는 정도의 시내나들이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제 오클랜드박물관에 갔을 때 Rest Home이라고 쓰인 미니버스를 몇 대 보았는데 야외 나들이를 오신 노인들이 타고 있었다. 이러한 나들이는 노인들 사이에는 흔히 아이스크림 외출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한국인이 이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려면 뉴질랜드 정부가 공인하는 영어시험에서 7.0 이상의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므로 의사소통능력이 매우 중요하기에 실질적인 영어실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현재 간호사로 일하는 외국인 중에는 영어를 상용하는 인도인들이 많고, 한국인은 별로 없다고 했다.
오정분 간호사는 주머니에 2대의 휴대폰이 있다고 보여주었다. 하나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반 휴대폰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고객으로 등록된 거주자의 응급전화를 받을 수 있는 전화라고 한다. 환자 중에는 자신의 GP를 선호하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등록하여 특별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 경우에는 추가로 서비스 요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쉘린 빌리지를 방문할 때 현관에서 볼 수 있는 첫 번째 팜플랫이 ‘건강과 장애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를 담은 것이었다. 이것은 이용자의 권리와 제공자의 의무를 담은 것으로 이용자는 존엄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고, 차별과 학대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위엄과 독립할 권리,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권리, 충분히 알 권리, 선택할 권리 등을 담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향후 일정을 강상진 선교사와 협의하여 최종적으로 확정지었다. 당초에는 19일 오전까지만 강상진 선교사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는데, 계획을 바꾸어서 뉴질랜드를 떠나는 12월 28일까지 강상진 선교사팀이 숙박과 차량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한국에서 준비한 예산이 적어서 당초 예산에 약간의 인건비를 추가하고, 현지 상황에 맞추어서 활동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기로 했다. 일정과 진행방식을 이렇게 정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차를 빌려서 운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뉴질랜드의 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 한국과 달랐고(세계 여러 나라중에서 영국, 일본이 그렇다), 차선 왼쪽으로 달려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왼쪽에 운전석이 있고 오른쪽 차선으로 달리는데 익숙한 한국 사람은 뉴질랜드의 도로에서 자칫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도로가 직선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지형을 살려서 도로가 만들어져 있기에 잘 모르는 길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기관방문을 마친 나머지 기간 동안 탐방팀만이 독자적으로 낯선 장소에 가서 잘 알지 못하는 활동거리를 찾아서 한다는 것이 여의치 않을 듯하였다. 자체적으로 시장을 보아서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다는 것도 조리도구의 준비와 시간관계상 쉽지 않기에 현재처럼 최윤정 선교사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액티비티비용은 현지의 상황에 맞추어서 하고, 우리팀과 지원팀의 비용을 각자 부담하기로 하였다.
저녁에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박재민- 한국과는 사회복지에서 개념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복지시설을 구경한 것만도 큰 도움이 된다.
조정욱- 쇼핑센터에서 조현재 양의 도움으로 많은 정보를 얻었다. 기본세금이 소득의 19%이고, 누진세를 적용하여 부자는 45%까지 세금을 낸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소비세가 있다. 뉴질랜드는 체계가 거의 완벽한 사회인 듯하다. 한국이 그렇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인구가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엄성범- 실비아파크에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익숙해졌다. 노인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가 한명도 없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간호사가 모든 환자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정훈-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 정책의 내력, 문화 등을 보다 정확히 이해해야 할 듯하다. 만약 한국에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세금을 올린다고 하면 국민의 반응은 어떠할까?
김태영- 우리들의 경험을 다른 학생들에게 나누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광주대학교 홍보단원으로 3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데, 신입생은 다양한 정보를 원하고, 재학생은 전문화된 정보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대상에 맞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안경순- 노인복지기관은 한 단지 안에서 욕구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돋보인다. 세금으로 노후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장하면 국민은 세금에 대한 감사함도 있을 듯하다.
이용교- 뉴질랜드의 복지제도는 공공성이 매우 높다. 욕구가 다른 노인들을 위하여 시설의 단지화는 한국에서도 최근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나눔시간을 마치고 숙소에서 자려고 하는데, 숙소에 쥐벼룩이 있다고 하여 연기가 나는 살충제를 뿌렸다. 현재 뉴질랜드는 한 여름이고, 주택가에는 나무가 풀이 많이 자라고 있으며, 숙소의 근처에는 바다의 만이 있기에 벌레들이 많이 산 듯하다. 쥐벼룩 등이 뉴질랜드 사람들보다는 외국인을 더 잘 문다고 하니 이것도 일종의 신고식인 듯하다. 방에 약을 뿌려서 밤늦은 시각까지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 공동체운영자가 보낸 메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