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도 찾아보고 저리도 찾아보는 등, 적절한 벽돌을 찾는데 기울인 노력이 제법 컸다. 시간도 많이 들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찾아낸 벽돌은 결국 표준 규격의 보통 시멘트 벽돌이다. 규격이 좀 큰 보도(步道)용 시멘트 벽돌은 단가도 비쌀 뿐 아니라 하동에서 취급하는 데가 없고, 규격이 큰 황도 벽돌은 하동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너무 비쌌다. 표준 규격의 적 벽돌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개당 80원의 벽돌을 1,000개 샀다. 배달료를 포함 가격이니 그리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구태여 벽돌로 구획을 지으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농사일을 좀 줄여보자는 게 첫째 이유고 그다음으로는 밭과 밭둑을 분리하여 무성한 풀을 관리하자는데 있다. 밭둑에는 잔디를 심을 예정이다. 그리고 더덕이나 도라지, 달래, 마, 채소 등을 구획이 지어진 칸에서 화초처럼 길러보고 싶어서이다.
구획을 짓는다고 잘 지어지겠는가? 벽돌도 초라하고 손길도 서툰데! 벽돌 줄로 구획을 짓는다고 무성한 풀의 점령을 저지할 수 있겠는가? 뽑을수록 더 번지는 한여름의 풀, 벨수록 더 왕성해지는 풀의 그 성장력 앞에서 앞발 뒷발 다 들어 항복을 선언하고만 여름을 몇 번 보냈는데! 아무튼, 줄을 가지런히 잘 지어 놓았다고 줄이 잘 맞으랴만, 뽄이 나랴만, 그래도 해볼 참이다. 그래도 꿈은 베르사유 궁전의 기하학적 정원처럼, 만다라처럼 오묘한 도형으로 밭이 구획되는 것이다.
이 겨울은 내내 벽돌을 들고 보낼 참이다. 놓아보니 재미있다. 벽돌도 안 무겁다. 블록은 무거웠는데, 블록 옮기다가 떨어트려 발등을 찍고 발가락 하나를 깨트려 여름 내내 고생했는데, 벽돌을 가지고 놀 때는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힘도 많이 안 든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겠다.
해보니 재미있는 벽돌 놀이, 공작놀이이다. 만들어질 화단 칸에는 부겐빌레아도 구해 심을 참이다. (2010년 12월 4일 토요일)
(The Old Country Church)
첫댓글 이 겨울날의 남도는 아직 푸르름이 남아 잇군요...ㅎㅎ 여전히 뭔가를 궁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번에는 발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안주인에게도 안부를 놓습니다.
아직은 푸름, 순한 푸르름!
거의 마지막인 밤나무 잎도 거의 떨어졌습니다.
밤나무 숲 단풍은 그 이전의 기세등등한 다른 잎들의 물듦과는 또 다른 순한 빛깔입니다.
안양들도 비었죠? 악양들도 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