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든 장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방향을 잡았나 싶다가도 다시 대외 악재에 힘없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흐름과 코스피가 별개로 움직이는 날도 많아지면서 방향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렵다.
국내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5개 증권사 대표 PB들에게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워낙 시장 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다 보니 전문가 역시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추가적으로 메가톤급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혼돈에서도 코스피는 지난달 18일에 기록한 전 저점(1392.42)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략 1380선을 단기적인 지지선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투자 심리를 진정시킬 전환점으로는 역시 미국 구제금융안 의회 통과를 꼽았다. 그러나 장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언제든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미국 경기ㆍ환율이 변수
= 시장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할 때가 많아 투자가들이 혼란을 겪듯이 센터장과 대표 PB 역시 지수 전망에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증권사 센터장 중에서는 연내 최저치가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을 제외하고는 '전 저점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익재(HI증권)ㆍ홍성국(대우증권) 센터장은 "연내 코스피 저점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대표 PB 답변 역시 비슷했다.
'신의 영역'에 속한다는 지수 추정에 대해 '과감하게' 의견을 내왔던 센터장 역시 금융위기라는 거센 파고 앞에서 두 손을 들고만 셈이다. 그러나 센터장과 대표 PB들은 한국 증시 저점이 1300~1400선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미국 의회가 구제금융안을 부결시켰음에도 장중 1370선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연말까지 글로벌 투자은행 연쇄 붕괴보다 더 큰 사건이 터지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기업 실적 예상치로 미루어봐도 1380선이 지지선 노릇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익재 HI투자증권 센터장은 "변수가 많아 정확한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전 저점이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구제금융안이 통과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미국 금융 위기가 잦아들면 글로벌 증시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는 최대 1700선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금융구제안이 한 번 부결됐다는 것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미국인 스스로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신뢰를 잃은 이상 코스피 반등폭은 1550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급한 기대는 금물
=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음에도 전문가들이 꼽는 변수는 대체로 비슷하다. 먼저 미국 경제가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미국이 금융회사 부실 정리를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소비 둔화가 심해지고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면 증시 반등 시점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원화 약세도 증시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조용준 센터장은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금리를 인하할 수 없게 만든다"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고객들을 접하는 증권사 대표 PB들은 '환율'을 중요 변수로 꼽았다.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조익재 센터장은 "금융 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회사끼리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소기업 자금조달 어려움이 심각해지면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연말이나 내년 초 주가가 다시 한 번 급락하는 '더블딥'이 찾아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안도 랠리 이후 연말 코스피가 1320까지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소비 둔화가 나타나고 그 여파로 기업이 줄도산 위험에 처하게 되면 지난 9월 주가 급락보다 더 큰 폭 하락이 찾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인고의 시간, 내년까지는 계속될 듯
= 의미 있는 반등에 대해서는 좀 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주 센터장은 "국내 경기가 2010년 회복될 것"이라며 "주가는 선행하는 만큼 내년 하반기께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센터장 외에도 조익재(각국 정부가 공동 금리 인하에 나설 때 내년 초) 조용준(내년 1분기) 이종우(내년 상반기) 센터장도 내년에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한 다소간 전망 차이로 인해 시차가 존재했으나 인고의 세월이 1년 안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이에 비해 홍성국 센터장은 "2~3년간 세계 경제 시스템 재정비 이후 대세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배당주ㆍ글로벌펀드에 관심둘만
= 시장에서 투자자들과 자주 접하는 증권사 대표 PB들은 일단 안전한 상품들에 더 관심을 가져볼 때란 점을 강조했다.
박준홍 동양종금증권 강남점 부장은 "물가연동채권이나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는 CMA, RP 등 현금성 자산도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회복기에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투자를 권해도 투자자로서는 직접투자에 바로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투자자들을 위해 대표 PB들은 "우선은 배당펀드와 글로벌펀드 등부터 접근해 보라"고 조언했다.
진미경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에서 신흥시장에 과도한 쏠림이 있었던 만큼 새로운 투자는 글로벌펀드 등을 중심으로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김학문 우리투자증권 PB전략센터장은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배당주 펀드가 답"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의 시기를 견뎌낸 투자자들이 지금은 금융공학펀드(박환기 대신증권 청담지점 부지점장), 자산배분형펀드(이동희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PB센터장)를 추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희동 센터장은 "KTB엑설런트혼합이 주식비중 조절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요즘 같은 상황에서 적절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리서치센터장들은 낙폭이 큰 가치주(김학주), 낙폭과대 대형주(홍성국) 등이 기술적 반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비해 조익재 센터장은 "특별히 유리한 업종이나 종목은 없다"고 조언했다.
[정욱 기자 / 김동은 기자]
출처 매일경제 08.1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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