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땅을 벗어나 백양사로 향하다가 갑작스럽게 고창 땅으로 방향을 바꿔 선운사로 들어섰다.
3월말의 선운사는 미당의 말처럼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아낙의 육자배기 소리 대신에 여기저기 장사 아주머니들의 물건 파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미당 서정주 시비
시장기가 돌았지만 참고 선운사에 도착하여 풍천장어와 복분자로 늦은 식사를 하였다. 선운사에서 먹는 풍천장어는 진품여부야 내 알 바 아니지만 느낌으로 먹는 그 맛은 가히 일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곳이 내 고향이라고 말했더니 쓸개주까지 덤으로 주시는데 먼 길을 가야 하는 운전이 웬수로다…….
선운사 입구의 벚꽃은 작년에는 만개했었는데 이번엔 조금 일러서인지 아직 몽우리 진 채로 서 있다.
선운사 일주문
선운사를 찾을 때면 언제나 새로움을 느낀다. 공교롭게도 근자에는 매번 봄 여름으로 찾았는데
어느 땐 제대로 동백 피는 시기를 맞춰 한없는 즐거움을 느끼며 가슴 뿌듯이
돌아오지만 대부분은 너무 이르든지 너무 늦든지 해서 제대로 동백을 볼 수가 없다. 올해도 예의 너무 일러 동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선운사 상사화
선운사는 봄도 멋있지만 가을의 선운사를 나는 꼭 추천해 주고 싶다.
추석 전후해서 피어나는 상사화를 나는 지난번 고향 까페에서 올린 사진을 보고 그만 상사병이 걸릴 정도가 되었다.
무더기로 피어나는 상사화는 전체적인 모양새도 아름답지만 각기 그 하나하나의 아름다움도 정말 놀라운 꽃이다.
이름에서 풍겨 나오는 신비한 전설-잎과 꽃이 서로 마주할 수 없어 상사화가 됐다는-로도 이 꽃만이 갖고 있는 애뜻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올 가을에는 꼭 상사화를 찾아 이곳에 다시 오리라……
봄의 선운사는 꽃 잔치라고 해야 한다. 벚꽃 개화기에는 조금 일렀지만 선운사 동백은 양지 바른 쪽으로 벌써 많이 피었고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몇 송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선운사 경내를 돌아보고 조금만 시간이 난다면 도솔암까지 올라야 선운사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도솔암까지 가는 길을 잘 닦아 놓아 가족끼리 부담 없이 천천히 걸어가면서 봄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는 노부모님과 같이 갔기에 다소 먼 거리로 느껴졌지만 그래도 도솔암까지의 길은 물과 숲과 바람과 문화재를 두루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코스이다.
선운사의 계곡이 유난히 검게 그을려 있어 우리는 상류에 위치한 상가에서 기름을 유출하여 생긴 오염된 물로 알았는데 그 궁금증이 더해질 즈음 입간판이 나타나 그 연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유는 나무에 있는 타닌이라는 성분이 나와 돌을 검게 만드는 것이란다.
잠깐이나마 이 청정계곡을 오염시켰다고 오해해서 남을 탓했던 내 마음을 부처님의 자비로 용서를 빌어본다.
내려오면서 고목나무를 바라보니 가는 새순들이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나오는 게 늙은 어미 품에서 갓난 아기가 태어나듯 그렇게 애처롭게 왠지 불안감이 밀려든다.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찾은 선운사……
낙조대는 너무 높아 오르지 못했지만 석양녘의 선운사에서 서해의 일몰을 맞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새삼 되새김 해본다.
첫댓글 천하장군에서는 4월22일 고창 선운사. 고일돌공원. 서정주문학관, 인촌생가등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미리 공부가 되어 고맙습니다. 그때는 동백꽃이 피어 있겠죠?
네...저도 그 다음주에 다시 선운사를 찾습니다... 이왕이면 고창읍성을 다시한번 다녀오시길....그리고 가을 추석 전후해서 상사화를 보러 선운사를 다녀오심이 어떠실런지요...? 아마 4월 그맘때쯤이면 동백은 흐드러지게 피고 송이째 떨어지겟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