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쓴다는 것은
- 수필 '인간화 人間花' 에서
열명 미만의 지기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처럼 나의 시는 내가 할줄 아는 서투른 외국어와 같은 것입니다 들만으로 최소한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듯이, 지금 내가 체험하고 사용할 수 있는 말들로 시를 씁니다 내 생각과 말들이 거의 바뀌지 않았으며 그 시절의 언어와 사색의 토양에 나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세월이었지만 뒤 돌아보면 이젠 먼길을 온 것 같습니다 마침내 인생은 갖가지 삶의 의미를 체험하기에 충분한 기간인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싶은 소원, 사랑했던 열정만으로도 우리는 그 문 안에 들어서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 완성을 향한 그리움으로 생명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를 쓴다는 것이 나에게는 정제되거나 잉여된 감정이 아니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말을 가지고 내가 만든 <密敎>로 가는 길 입니다
2000년 1월
시인은
시인은 의학사전에도 없는 병을 앓다가 죽는다
간혹, 어떤 지방에서는 같은 병을 앓던 사람들이 모여서 미완의 집을 만든다
시쓰는 일
인스탄트 칼국수 한 봉지를 끓이다가, 시쓰는 일이 얼마나 중노동인데 잠시 먹는 수준에 대하여 생각해보다
이 아저씨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
아마 나는 그때
다시는 시 같은 거 쓰지말자고 작정하는 날, 이력서처럼 그 시인의 病歷이 보인다
달팽이는 제 집이 세상 짐이다. 너처럼 가출하지 못하는 내가 그를 사랑하다보면 아마
나는 그때 지구촌 변두리에서 소용없는 시 같은 것이나 쓰고 있을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내 안에 그의 菌이 있다
그때는 내가 먼저
번번이 결심을 무너뜨리고 겨우 할 말을 찾아내기라도 한 날은 그 이유를 가지고 하루를 버팁니다. 용렬한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번도 당신을 원망해본 적은 없습니다. 무시라니요, 세상에는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요, 언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무시하는 거 보았습니까, 혹 주머니라도 좀 차면 그때는 내가 먼저 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누가 압니까, 내가 먼저 이런 것 다 잊어버릴지
시쓰는 일보다
시쓰는 일보다 읽어주는 일이 더 힘든 것을 안다
누구에게 바란다는 것이 애당초 쉽지 않다
시인은 독재자, 그의 심중을 헤아릴 길이 없다
그가 평생을 빈둥거리다가 좋은 시 하나 남길 수 있으면 존재할 이유가 있다
여전히 시쓰는 일보다 읽어주는 일은 내 자유에 속한다
깜짝 놀라다
우주 어느 센터에서
우주 어느 기획사에서
기억하는 나 때문에
12월 29일. 날씨 흐림
지엄마가 말하기 전에 둘째에게
제 발이 저려, 천대받는 담배를
아내가 시인이다
내가 시를 쓰는 일은 계속될른지
한때는 과분하였고 또 과분한 대접을 받으며 경전처럼 난해한 시를 읽다가 쓸쓸해진다
폐끼치지 말고 살아가자는
내 房
동남 아시아, 필리핀의 케손 시티
* 시인에게 / 푸쉬킨
시인이여! 사람들의 사랑에 연연해하지 말라
그대는 황제, 홀로 살으라. 보상은 그대 속에, 그대는 자신의 가장 높은 판관
어떤 맹세
사촌 兄에 의하면, 러시아의 설원에서
시인이 쑥스러운 사회, 꼭 부자가 되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시인을 특채하는 기업을 세우기로
편법
말을 아껴서 손해본 적은 없다 사람이 살고있지 않은 섬에도 모순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는다
술도 못 먹지, 숫기도 없는 나에게
어떤 고마움
마침표 하나 찍는 것 때문에 얼마나
12월에 시를 쓰는 이유
- 내 말에 귀기우려 주는 당신 때문에
때로는 내 안의 구름, 지금이야 나와 닮은 사람이 외워줄 오랫만의 해후보다 화해가
글쓰는 일
내 방은 침입자 없는
바벨탑을 세우다
아주 옛날에, 섭리에 지친
아내와 시 1
아내는 지금 갱년기 우울증에 나도 부자였으면 좋겠다
아내와 시 2
장마 끝, 열대
딸과 시
스쳐가는 생각 하나. 만일에
딸 아이가 아르바이트 나가던 날
이웃의 딸도
아침의 시론
시가 무엇인지 모를 때, 문자에 대한
老시인의 시론
준수한 청년이 타골의 시를 사랑하다 마침내
노년의 시론
시론을 읽다가 나는 오늘도 길 위에서
초정리에서 12 - 절망하는 시
절망하는 시
酒邪같은 시를 쓰는 나, 허깨비같은 시의
아내와 시
시는 써서 뭐 할거냐고 골부리다가도 슬쩍 ( 내일은 아내가 오는 날이다 )
다시 글쓰는 일
인간적인 글을 쓰자
버리고 싶은 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나
시
(詩를 破字해 보라) 나는 오늘도 사원을 빙빙
오늘도 시를 쓰는 이유
집 떠나는 일이 섭섭하여 시를 남기기로 하였다 작은 분량의 기억을 위하여 지금이야 네가 외워줄 시 하나 남기는 것이 소원이지만
자작시 1
혼자 취해 쓰는 시 독자가 없음으로 신경쓰이지 않는 시 아침에 받아보도록 딸들에게 전송하는 아빠가 쓴 시 나 혼자 읽는 시
자작시 2
하늘은 추상이다 거미줄은 생활이다 그 포충망에 걸린 내 文字들
시인과 일
서울행 고속버스 내 앞자리 그 옆에 앉았던 장사하는 시인, 평생을 바람만 일으킨 사람도
시인의 기도
기도라는 제목의 시는 얼마나 '시간과 영원에 대한 개인적인 관계를 이 말에서 나는 책을 덮었다 아, 지금 기도의 응답이 왔습니다.
후기 지난 밤 카페를 들랑거리다 단 두줄의 쪽지를 보낸 것이 고작이었는데 그 분이 기도라는 제목의 시를, 나를 위한 기도의 시를 아침에 보내셨습니다.
* 기도 / 김민홍
그의 외로움이 서서히 몸을 바꾸어
사랑과 시와 삶
섹스를 기다리는 일과 그것이 지나간
* <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 에 나오는 말
反詩
내가 써놓은 글을 정리하다가
시에게
시에 무슨 위로가 있을까, 한때 나는 시에 기대어 살고
김 시인의 근작시
고백합니다. 솔직히 근작시를 읽으면 꼭 나를 두고 쓰신 글같아
프로구단 같았으면 벌써 방출되었을 나, 그런 나를 두고 아직도 아마的인 아내는
내 시가 안 읽힌 이유
내 시가 안 읽히는 이유를 알겠다.
밤새 황시인의 까페에서 시를 퍼나르다
미완의 시
시를 쓰는 한 아직 미완의 내 시가 그래도 말보다는 자리가 잡힌
초정리에서 나는 시 숲에 빠졌다
이건 조금도 과장하지 않은 현재의 내 얘기인 어제 오늘 1박 2일 동안 나는 시 숲을 헤맸다 지천으로 떠있고 내가 도저히 쓸 수 없는 시 들을 끌어오는 동안 무량히 행복했다 왜 거기 놔두고 보지 않느냐고? 이것도 일종의 소유욕이겠지. 내 블로그에 모아 놓아 야 마음이 놓이는. 또 언제 그 까페 문 닫을지 알어, 이 일이 좋아서, 이 일을 위하여 오늘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어찌 그리 뽑아내는지 아, 시집의 제목만 모아 놓으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편의 시가 될까?
소용없는 시
나는 심심해서 시를 쓴다 할 일이 없어서 시를 쓴다
말 속에 시가 있다
허공에 시가 있는 줄 알았다.
말로 생활을 하고 말로 시를 쓰고 말을 놓으면
머리맡에 부는 바람
헌책방에 나가서 도발적인 제목과 은은한 보여주고.
* 루시아 자작시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주인공
좋은 시를 읽으면
좋은 시를 읽으면 시인을 부러워하다가
速讀 혹은 誤讀
원래 속독인 나는 시도 한눈에 읽는다. 속독을 했다 詩題만 보아도 내가 빠져 드는 그 시인은 이 생이라는 말을 말을 기피한다. 그러나 영혼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것이다 시는 자기 목소리라고 하지 않던가, 속독하지 못하는 시를 만난 날은 즐겁다 오독하지 않을 짧은 시를 기다린다
동행
언어를 가지고 不立文字를
* 이성선 시집 <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
詩들은 집으로 가라
별러서 헌책방을 나간 날,
겨울과 詩
원래 겨울은 따듯한 계절이었다 밤마다 시를 낭송한다 노래한다 쓰지 않는다 따듯해지는 계절이다
* 이기철 시인의 '地上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에서 인용
황시인 때문에
나는 황시인 때문에 행복할 때가 있다 눈이 오기 때문에 文字를 날리고 순전히 비가 오기 때문에 전화를 준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작다 아니 고요하다 언제나 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을 유념한다 빚을 진 나는 시인의 近作詩를 떠올린다 그가 山에 가더니 인디언처럼 나무를 '서있는 키큰 형제'라 부르더니 우리는 누워서 잠을 자는 족속이란다 그의 <산山> 詩는 절창이다
나에게, 건필을 기원하는 文友가 있다 이 즐거운 네 탓, 황시인 때문에 행복할 때가 있다
壇 아래 숨다
글쓰기 10년만에 등단을 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시인이 된 것인데 그 호칭이 익명의 자유를 빼앗아갔다 솔직히 처음 글을 써내려갔을 땐 첫아이의 탄생처럼 내 것에 빠졌다 언젤가 등단을 하면 가장 멋진 인삿말을 쓰려고도 했다 등단의 소식을 듣고 나는 壇 아래로 숨고 말았다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한 일이지만 괴로운 핑계를 대며 式場에도 가지 않았다 지금 나는 詩語를 잃어버렸다 그 일이 있고나서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아주 막막한 시인의 길, 아직 내 길에 들어서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내 안에 들끓던 그 말들이 어디로 갔다
길 위에서 16 - 무명시인에게
이 땅의 시를 채록하면서
세부(Cebu) 통신 25
- 수필 '인간화 人間花' 에서
지금은 일몰의 시간, 해가 꼴각 넘어갔다. 해거름 유년의 기억 중엔, 얼핏 선잠에서 깨어나면 어젯 밤 집에 안부전화한 것을 빼고는 며칠째 한국말
낮에 일면식도 없는 그 시인에게 용기를 내어 메일을
* 갈매기의 기도 / 이은심
내게 공중에 흠집 내지 않을 만큼의 연한 깃털을 주소서
- 이은심 시집 < 오얏나무 아버지 > 중에서
세부(Cebu) 통신 28
- 수필 '인간화 人間花' 에서
- 시인의 메일
십이월엔 예루살렘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합니다. 것 같아서 입니다. 날아오르는 그런 곳이지요. 내가 한때나마 시인이었음을 깨우쳐 주시는 글 부끄러움으로 읽었습니다. 오늘은 잠시 틈을 내어 막스 프리쉬의 <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를 조금 읽었습니다. 벅찬 것 같기도 해요. 정상인이 장님 행세를 하면 어떨까요. 그 비밀 덕분에 얻어지는 자유는 얼마나 짜릿할까요. 세상의 모든 남루를 덮고도 남는 것은 무엇이 될까요. 그 중 가장 맑은 것은 노래가 되거나 추억이 될라나요. 동산님 글을 읽으니 갑자기 심장이 생겨난 것처럼 훈훈합니다
2005. 12. 8 이은심
- 답신
다시 가본 유년의 운동장이 왜 손바닥만 했는지 알았습니다. 내가 살던 집도 방도 다리도 작아져 있었습니다. 나는 성장하였으며 묵은 글들은 더 이상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시를 믿고, 거기 기대면서도 내가 쓴 글들은 언제나 나처럼 시시하고 나를 넘어서지 못하는 까닭에 절망하면서 求道의 심정으로 서늘하게 아름다운 섬뜩한 시를 찾아 헤맸습니다. 잘가라 불온한 문서들이여,* 보낸 그 문서들에 빠졌습니다. '한 사람이 비명처럼 서있고 직감의 새가 날아 오르는' 시를 나는 보았습니다. 님의 시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말입니다. 저의 詩句에서 '당신의 광야는 허구다'란 것은 일상의 錠劑되고 剩餘된 감정을 말하려던 것인데, 시인께는 물론 취소입니다. 행세를 하면 어떨까요,에 대하여 그 다음의 일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횡설수설이 될까하여 여기서 줄입니다
어느 類人猿의 이야기 / 2004
너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고립되고 때로는 감금 당하여 나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니라. 다만 나는 너희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느니라. 나도 모임이 있느니라. (2004년 1월, 해바라기를 하는 어느 類人猿의
* 위 메일은 <갈매기의 기도>를 쓰신 이 시인의
*부분은 이 시인 시집 첫장의 시인의 말입니다
|
출처: 詩의 향기 / poem & photo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첫댓글 시적인 사고와 행위.... 다른데 말고.... 곧바로.... 거기..... 최상의 찬사를 보냅니다.
내공이 든든하신 동산님이 계셔서 행복한 밤입니다.
김시인님 내외분게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녁 통화 즐거웠습니다.....
2년 동안 서점에서 팔던 책을 2년이 지나면 덤핑 가격으로 1000원에 팔려 나간다기에 특별히 부탁을 드렸더니 2년 후 서점에서 회수되 온 책을 문학세계에서 저희편으로 44권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동산님의 '詩들은 집으로 가라' 를 읽다 보니 문득 그때가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오시는 손님들께 선물로 드리고 잘 쓰고 있습니다. 통화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군요, 동산님께서 즐기신다고 하셨던 시쓰는 과정들이..... 고개가 숙여집니다. 건필을 기원하면서.....
01:24---늦은 밤입니다. 중언부언 해놓은 글 읽으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