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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각산` ▲ 사천8경 중 제1경인 창선삼천포대교와 주변의 모습.
각산은 경남 사천시에 있는 산이다. 사천시는 옛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합쳐져서 새로 붙인 이름이지만 각산이 있는 곳은 예 삼천포시 바닷가 쪽이다. 그곳에 간 김에 등산도 하고서 바다 구경도 하고 겸사겸사하여 그곳으로 정한 것 같다.
이번 등산이 `삼천포`라고 하니 오래 전에 은방울 자매가 불러 공전의 히트작이 됐던 유행가 `삼천포아가씨` 노래가 생각난다. “비 내리는 삼천포에 부산 배는 떠나간다. 어린 나를 울려놓고 떠나가는 내 님이여…”로 시작되는 노래는 옛 정취가 흠뻑 묻어나는 노래다.
문화예술회관-각산약수터-대방사 코스 1시간 30분 소요
평일에 지인이 사무실로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경북매일신문에 난 필자의 연재물을 보고서는 등산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지금은 날씨가 좋아서 괜찮지만 지난 한여름 무더위 때는 어떻게 등산을 다녀왔느냐며 묻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올 여름 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다녔던 전국의 많은 산의 모습과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힘들었지만 용케도 잘 참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무더위로 고생했다는 말보다 사람의 의지를 살펴보게 한 등산이라서 산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더욱 느낀다고 말하니 그 사람은 `허허`하고 웃는다.
표정으로 봐서는 등산에 완전히 정신이 빼앗겼다는 표현 같은데 아무래도 좋았다. 산에 올라보지 못한 사람들은 산의 정상에 서서 지나온 길을 보면서 하늘을 마주보고 있는 등산가들의 기분을 잘 모를 것이기에 “등산 한번 해 보시지요”하고서는 말을 끝맺었다.
그러고 있는데 등산연합회 임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등산은 연합회 멤버들이 경남 사천의 각산으로 등산지를 정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활체육회 대구광역시등산연합회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기에 매달 한번 씩은 연합회 임원들과 동행하면서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등산이 있는 날이면 약속 장소에 새벽 일찍 간다. 그러나 이번은 등산일정에 여유가 있어 아침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임원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차에 오른다. 차는 구마고속도로를 달려서 사천시내로 들어와서 도심을 거쳐 사천문화예술회관 앞에 11시경 도착했다. 여기가 각산 등산로 들머리다.
일행과 함께 내려서 등산장비를 정리하는 등 준비를 하여 회관 뒤쪽에 보니 등산코스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 안내에 따르면 각산 등산로는 6개 코스가 있는데 5개의 코스가 이곳 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하도록 되어 있다. ▲ 대구시내 등산모임 임원으로 구성된 연합회 회원들.
이 코스가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길이고, 거의가 비슷한데 2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이곳 등산은 전국에서 바다와 함께 절경을 보러 오지만 사천시민들이 수시로 오르고 내리는 코스로 시민을 위한 안성맞춤의 등산로다.
일행들은 서서히 등산길에 나선다. 첫 도착지인 각산 약수터가 여기서부터 약 1km 지점에 있다. 필자는 연합회 부회장단과 상의하면서 등산로 초입의 흙길을 천천히 올라간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길이어서 주변에 운동시설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이다.
편안한 걸음으로 올라가니 각산 약수터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물 한 모금씩 마시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에 오르니 도심과 바다가 나타나고 그 풍경들을 보면서 계속 올라 송신탑을 지나고 전망대 테크가 눈앞에 있다.
15분 남짓한 시간에 전망대에 다다랐다. 여기서 남해바다와 시내 풍경을 조망해볼 수 있는 곳으로 전망대 테크가 잘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왼쪽 편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니 안전을 위해 35명 이상은 한꺼번에 올라가지 말라고 써져 있다.
일행과 함께 필자는 테크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중심인 삼천포 앞 바다의 사량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 멀리 금산 등이 보이고 남해읍이 저만큼에서 희미하게 보이고 삼천포시가지와 함께 작은 항구들이 보인다.
전체 풍경 중에서도 시야에 확 들어오는 것은 오른편에 보이는 다리모양이 예쁜 창선삼천포대교다. 이 다리는 이 도시가 자랑하는 사천8경 가운데 제1경이라 불리어질 만큼 주변의 경관이 빼어나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이번 등산에서 사천의 1경을 마음에 담는다. 삼천포는 아름다운 미항으로서도 소문이 나 있는데, 각산에 올라 시내와 항구의 모습을 보니 그 연유를 알겠다. 어느 곳이든 바닷가의 풍경은 바다를 보며 자라난 나에게는 정겨운 풍경인데, 산에 올라 하늘과 맞닿아 있으면서 바다를 보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머리를 스쳐가는 감정들을 한편의 시로 정리해본다.
`시내 가까이 있어/ 언제나 오르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오를 수 있는 산이/ 사천의 각산(角山)이다./ 이곳 정상이나 전망대에 올라보면/ 하늘과 저 아래 바다가/ 손을 내밀면 잡힐 듯 가까이 있다.// 각산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사천1경, 창선삼천포대교가/ 아름다운 그림처럼 떠있고/ 그 풍경에 가슴 적시는/ 상념 속의 나는 어느새/ 전설 같은 섬마을로 줄달음질친다.`(사천 각산에 올라) 잠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생각들을 하고서는 다시 다음 행선지를 향한다. 200m정도 오르니 각산이다. 각산은 정상이 해발 398m의 낮은 지대다. 삼천포항 서쪽에 바다와 접하면서 실안동을 말발굽처럼 둘러싸고 있는 도심에 있는 산이다.
삼천포에서는 각산 건너편에 있는 와룡산이 널리 소문이 나서 이곳 각산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입소문 따라 찾아오는 등산객들은 좋은 코스가 되고 기억에 남는 산으로 족하다. 일행은 정상에 올라 펼쳐지는 사천 시가지와 멀리 가까이 보이는 광경들을 보고나서 올해 마지막 정기산행 및 송년회를 기념하는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을 살펴보고는 옆에 자리한 봉수대쪽으로 향한다. 급경사 나무계단을 계속 올라가니 평지가 나타나고 작은 돌에 `각산봉화대`라는 글씨가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봉수제가 군사적 목적으로 시행된 것은 삼국시대이나, 그 제도가 확립된 시기는 고려시대로 확인되는바, 1149년(의종 3)부터 법으로 정하여 실시했다고 한다. 이곳 각산 봉수대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 대전 계족산 등산기에서 봉수대가 있어 언급한바 있지만 봉화는 고대의 통신방법으로 봉수라고도 한다. 연락할 일이 있을 때 높은 산 위에 일정한 장소를 정하여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불을 피워 신호를 주고받았다.
일반적으로 연락방법은 평시에는 횃불 1개, 적이 나타나면 2개,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3개, 국경을 넘어오면 4개, 접전을 하면 5개를 올렸다. 만약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서 연락이 안 될 때에는 봉졸(烽卒)이 차례로 달려서 보고했다고 한다.
각산 봉수대는 경남도 문화재 자료 제96호로 지정됐고, 다양한 크기의 자연석으로 넓고 둥근 단을 만들고 그 위에 둥근 굴뚝 모양으로 연통이 세워져있다. 이곳에서는 남해 금산의 구정봉에서 올린 봉화를 창선도 대방산 봉수대가 받아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 사천 용현면의 침지봉수와 곤양면의 우산봉수로 전달했고, 사량도의 공수산 봉수를 받아서는 고성의 좌이산 봉수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각산 봉수대에 올라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나서는 대나무 숲길을 헤쳐 나와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데, 여기서 우리 일행은 각산선성, 대방사 절 쪽으로 가지만 이 지역을 잘 아는 일부 등산객들은 모충공원 쪽으로 하산한다.
여기서 각산산성까지는 380m 정도의 가까운 거리다. 출발지인 문화예술회관에서 거리를 따지자면 2km정도이고, 이제 대방사까지는 1.2km 가량 남았으니 등산행사 가운데 산행거리로 치자면 3분의 1정도가 남았다.
각산산성은 각산의 8부 능선에 잇는 산성으로 남쪽 성문은 원형대로 남아 있으나 성벽은 대부분이 허물어졌고, 242m 가량이 남아 있다. 이 산성이 만들어진 것은 서기 605년(백제 무왕) 때 무왕이 가야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쌓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엔 이 산성을 보고서 이곳이 바닷가여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용도로 축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백제 무왕 때 만들어졌다고 하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각산산성을 따라 걸으면서 하산 길을 택하여 대방사로 내려왔다. 첫눈에도 조용한 사찰로 보인다. 마치 시골 산속에 있는 절과 같다. 이 사찰의 신도들도 물론 있겠지만 등산로 곁에 있어 오가는 등산객들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절과는 달리 대웅전이 없고 그 대신에 `큰법당`이라고 한글로 쓴 도량이 있고, 높이가 12m나가 되는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있는데, 대방사의 이름난 부처님 상이기도 하다.
둘러보니 절의 바로 뒤쪽 큰 봉우리가 봉황의 머리처럼 솟아 있고 그 양쪽으로 똑같은 높이의 작은 봉우리가 두 개씩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 모습이 풍수지리학상으로 봉황 한마리가 큰법당을 양 날개로 껴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일행들은 대방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서는 하산하여 올해 정기산행 마지막 행사를 일단 마무리했다. 송년회를 겸한 행사인지라 창선대교 밑 회식당에서 간단한 단합대회를 가졌다. 회장의 격려사에 이어 필자도 수석부회장으로서 한 마디했는데, 연합회 덕분으로 산 사랑이 더욱 커졌고, 경북매일신문에 산행기를 연재하고 있음과 내년에도 임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요지다.
대구시등산연합회 임원들이 오른 사천 각산은 전국의 등산객들에게는 입소문을 통해 잘 알려지고 있는 힐링을 겸한 트레킹 코스로 적합한 장소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