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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 가두선교의 결실
서울 명일동성당 순교자의 모후 Pr.-이계남 분도
때는 초여름 햇살이 다소 뜨겁게 느껴지는 지난 5월 셋째 주일 오후! 전철 5호선 고덕역에서 한 그룹의 신사들이 어깨에 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책을 나누어 주며 열심히 그들에게 무언가를 설명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정체는 과연 누구였을까?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의 어깨띠에는 ‘천주교를 알립니다’라는 선명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뒤에는 ‘명일동성당 레지오 마리애’라는 글씨가 돋보였다.
이들은 2∼3명씩 짝을 지어 전철역 주변 도로를 점거(?)한 채 사람들 사냥(?)을 하고 있었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외면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마지못해 책을 받은 사람들도 많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이들에게 말을 거는 중년의 한 부부가 눈에 뜨였다. 이들 부부는 자기들에게도 책을 한 권 달라고 하면서 순순히 이름과 주소 및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이들은 제대로 한 건 했다고 흐뭇해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대교구 명일동성당의 순교자의 모후 쁘레시디움은 약 1년 전부터 가두 선교를 시작하여 매월 셋째 주일 교중 미사 후 함께 모여 성모상 앞에서 시작기도를 하고, 인근 고덕역에 가서 행인들을 상대로 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원들 모두가 다소 어색하여 행인들에게 접근하는 것 조차도 어려웠고, 일부 행인들로부터는 자존심 상하는 언행을 듣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성당에서도 선교 활동을 하느냐고 의아한 반응을 보였고, 입교를 한 명도 구하지 못 할 때는 허탈한 심정으로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천주교를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으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도 조금 두꺼워 지고 행인들을 상대로 한 접근 및 대화 방법도 프로 수준으로 변하면서 지금은 대략 사람 얼굴을 보고 시선만 보아도 대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정도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매월 가두 선교를 정기적으로 하게 되면서 단원들이 레지오 정신에 입각한 선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활동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단원들간의 친교 및 우의도 매우 돈독해졌다는 점이다. 1년 이상의 이러한 가두 선교를 통해 상당히 많은 예비자들을 확보하여 세례를 하도록 도와준 바 있으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앞에서 소개한 중년 부부를 대상으로 한 활동이었다
우리 쁘레시디움은 지난 5월 가두 선교를 통해 이 부부의 인적 사항을 확보한 후 주회에서 이들의 예비자 교리반 입교 작전계획을 짰다. 마침 본당에서 시작하는 정기 예비자 교리반이 개강하였기에 시기적으로 안성맞춤이었고, 먼저 그 부부의 집 근처에 사는 단장님이 그 집을 방문하여 입교 권면을 하였다. 이들 부부는 삶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고비를 거치면서 산전 수전을 다 겪고 천주교 신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우리들과 만나게 되었고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오기로 흔쾌히 약속했다.
단장님은 비가 오는 날 일부러 우산도 없이 비에 젖은 채로 참기름 한 병을 들고 그 집을 방문하여 이들 부부의 인간적 감동을 유발시킨 점도 입교 약속에 한 몫을 하게 되었다고 귀뜸을 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6월 15일 명일동성당의 예비자 환영식에 참석하였으며, 이때의 환영식 참석 안내는 교리 교사를 하고 있는 내가 맡게 되었다.
이 부부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도 먼저 와서 나란히 책상에 앉아 시작 전 성가 연습도 열심히 하고 강의 시간에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매우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편 저희 본당은 6개월 교리 기간 중 3개월이 지나면 “함께 하는 여정” 나눔 교리를 격주로 하고 있는데, 마침 부부의 남편이 소속된 반의 담당 봉사자가 우리 쁘레시디움의 서기였다. 이들 부부와 우리 쁘레시디움과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게 지속되고 있었다.
세례를 받게 될 즈음 대부모 선정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들은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단장님과 상의한 결과 우리 단원 중 연세가 그 부부보다도 많고 성체분배 봉사를 하는 신심이 깊은 루까 형제 부부를 추천하여 세례를 받게 되었다. 12월 14일 주일 오후 3시, 세례식에서 이들 부부는 가브리엘과 가브리엘라란 세례명으로 하느님의 아들과 딸로 새롭게 태어나는 영광을 맛보게 되었다. 우리는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새로 영세한 가브리엘 형제를 우리 쁘레시디움에 입단시켜 지속적인 인연을 유지해 나가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들 부부와 우리 쁘레시디움과의 인연은 인간적인 차원을 넘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순교자의 모후 쁘레시디움은 선교 활동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가두 선교 외에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많지는 않지만 매년 약 20∼30명 정도의 세례자를 탄생시키고 있다. 우리는 전 단원이 매일 묵주기도 5단 이상을 봉헌하면서 영적 기반을 조성하고 이러한 선교 활동과 기타 사회복지 차원의 활동을 통해 보람과 의미를 느끼며 전 단원이 매주 기쁜 마음으로 만나 이 모든 것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있다. 특히 남성 레지오 마리애는 직장 생활 등으로 일주일에 한번 주회합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되기에, 활동면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마음만 있으면 시간도 할애할 수 있고, 또 직장에서나 사업상 접촉하는 사람들을 통해 얼마든지 복음을 전파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이고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주도 세력이 있어서 시대의 올바른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가톨릭도 2000년의 역사 기간 중에 어려운 시기마다 성인과 영성 단체가 나와서 교회의 등불 역할을 하였다. 이 시기에 우리 레지오 마리애는 감히 현세의 영성을 이끌어 가는 주도적인 단체로서 소공동체 운동과 함께 사람들의 영성을 바로잡고 세상의 복음화를 이루는데 앞장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 명일동성당 순교자의 모후 Pr.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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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