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부 1권
자서
토지 제 3부를 탈고 하고
제 3 부의 마지막 고개에서부터 작품을 끝내고 한 달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 까지, 마치 절정인 것처럼 육신이 고달팠던 기간이었지만 그러나
감사의 마음에 충만 되는 순간이 빈번했던 것은 이상한 일이다. 고난을 잘
견디어준 내 사위와 딸이 고마웠고 절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자라고 있는
손자가 고마웠고 내가 처한 현실과 내 작업에 대하여 아픔을 나누려
했었던 수많은 분들이 고마웠다. 참으로 헬 수 없이 많은 분들이 였다.
그간 외로워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고통스럽다는 것, 힘겨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런 의식의 자만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며칠 전에는 누룽지를
끓여서 혼자 창 밖을 내다보며 먹는데 별안간 서러운 생각이 치미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겨울에는 연탄불을 안고 쥐포라는 것을 구워 팔고
여름에는 논고동 같은 것을 삶아 파는 장거리, 전봇대 옆에 앉은 할머니
생각이 났다. 여름 햇볕 겨울 바람에, 만져보면 바스러질 것만 같았던 그
멀리카락, 비굴하지 않고 오만하지도 않았던 그 삶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스'의 정직한 사내 욥을 회피하고 그 할머니를 생각한 것은 근자에
와서 이따금 스며드는 안락에의 유혹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쥐벼룩이란
미물과 싸운 석 달 동안 나는 하나님을 늘 가까이 느낀 것 같다. 내
마음에 진실로 원망이 없으니까. 짐짝들이 어질러져서 창고가 된 집, 약을
뿌려서 폐가 같은 마룻바닥에 주질러앉아 걸레질을 하며 방성통곡한
까닳은 혹독한 쥐벼룩의 가해도 가해려니와 육 년 세월 참고 참았던 것이
둑이 터진 듯, 그러나 울면서 나는 어리광부리는 아이 같은 나를 느꼈다.
토지의 제1부와 제2부는 그 나름대로 일단 구두점이 찍힌 것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3부는 일제시대 중반기에서 자를 수 밖에 없었다. 쓰면서
제4부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그 시대와 인간들이 작품 속에 온전히, 파탄
없이 담겨질 수 있을 것인가 회의도 느낀 것이다.
끝으로 토지를 위해 수고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과찬하여주신 너그러우신 분들께 부끄러운 마음을 드립니다.
1979 11월 29일 아침
작자
@ff
토지 3부 1권
차례
자서
제1편 만세 이후
1장
2장 전주행
3장 겨울 혼사
4장 상해에서 온 사람
5장 별빛이 쏟아지는데
6장 출옥
7장 밀령
8장 부녀
9장 홍정
10장 악랄한 처방
11장 백정은 예수도 믿을 수 없었다.
12장 비어버린 번데기
13장 친정에 와서
14장 나들이
15장 고뇌
16장 자객
17장 혈투
18장 옛터
제2편 어두운 계절
1장 용정행
2장 아버지의 망령
3장 영원한 잠
4장 형제
5장 신여성론
6장 본정통에서
7장 빗속을
8장 오열
9장 외투 입어!
10장 갯바람 솔바람
11장 이향
(부록)
어휘 풀이
3부 주요인물
3부 주요 인물 계보
주요 무대 지도
@ff
제1편 만세 이후
1장 끈 떨어진 연
종로거리를 허둥지둥 걷고 있던 억쇠는 점포마다 문이 닫혀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참말로 가게문을 다 닫았구마.”
어젯밤 여관에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1030호, 서울의 1030호 상점이
일제히 문을 닫는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맥이 빠진다. 억쇠는 어디를 향해
자신이 가고 있는지,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달아진다.
괴나리봇짐을 엉덩이에 붙이듯 한 손에 들고 우두커니 길 건너 편을
바라본다. 건너편 길을 상현이 걷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반백이 된
맨상투에 집 나온 지 오래여서 무명 바지저고리엔 땟국이 흐르고 울상이
된 얼굴도 걸레같이 지저분하다. 전차가 땡땡 종을 울리며 지나간다. 지난
삼월에는 경전 종업원이 파업을 하여 전차는 운행이 중지되었었고 그
무렵서울의 상가는 한 달 넘게 동맹 철시를 했었다. 지금은 또다시 서울의
상가는 동맹 철시를 한 것이다.
'맘들을 합친께 돈에 무서븐 장사꾼도 돈 마다하고 장시를 안 하는데...
돈보다도 나라가 있어야겄다 그거겄는데, 그렇지마는 저런다고 독립이
될까 몰라? 그러크름 생목심이 날아가고 조선 천지가 들고일어났어도
왜놈우새끼들 어디 끄떡이나 해야 말이제?'
억쇠는 휘적휘적 걷기 시작한다. 아직 날씨는 쌀쌀하다 할 수 없으나
억쇠는 왠지 한기가 든다. 배도 고팠다. 국밥 한 그릇 사먹을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고 먹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믿을 수가 없다. 이자는 누가 머라 캐도 믿을 수 없단 말이다.
처음에사 만세만 부르믄 독립이 될 줄 알았제. 그러크름 말들 하니께. 흥,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객이라. 되는 기이 머가
있노. 하났도 되는 기이 없단 말이다. 우리댁 나으리 만 해도 안
그렇건데? 이십 년을 넘기 기다리도 아무 소앵이 없었인께.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기는커냥 사람 얼굴조차 가물치 콧구멍 아니가. 함흥차사라,
함흥차사. 되지도 않을 일이라믄 진작 말일이제. 식솔들만 생고생을
시키고, 좌우당산에 충신이 되든 역적이 되든 군사를 몰고 와서 쌈을 해야
무신 결판이 나지. 만판 만세 불러봐야 소앵이 있나. 목만 터지건데?
모가지는 날아 안가고? 그거를 두고 개죽음이라 하는 기라. 나겉이 무식한
놈이사 군대쟁이 영문 모르고 나섰지마는.'
울컥울컥 치미는 것을 억쇠는 참는다. 되리라는 독립이 안 되는 것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상현을 찾아야 했으며, 찾는다는 일이 막연했고 닷새
동안 서울 장안을 헤매었지만 아직도 빈 거리를 정처 없이 걷고 있다는
일이 울적했던 것이다.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쳐서 길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 그러나 걷기는 걸어야 한다. 이제는 상현의 생사를
근심하기보다 상현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치민다.
'가문에 없는 인사가 어디서 하나 생기가지고 망나니는 접방 나앉으라
칸다. 이름이 좋아 불로초다. 빛좋은 개살구다. 나라일을 하기는 무신놈의
나라일을 해. 주색잡기도 나라일이라 말가. 대대로 청백리로서 평판이 난
가문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카더마는 이부사 댁도 이자는
콩가리 집안이다. 그놈의 신식 공분가 먼가 그기이 사람 망쳤제. 아주
못쓰게 망쳐놨다 카이. 좌우당간에 어디 거서 사램을 찾노. 새상없이도
찾아보고 가얄긴데, 그냥 내리가 보제? 초상 날 기다, 초상 날 기라
카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걷는데
"여보시오, 늙은이."
"야? 나 말입니까."
억쇠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금테 안경을 쓰고 콧수염에 양복을 잘
차려입은 신사다. 나이는 삼십 안팎인 듯 안경 속의 눈매가 갸름하다.
"당신 상전 찾아다니시오?"
"예 저어,"
나 이상현의 친구요. 언젠가 상현이 하숙에서 만나지 않았소?”
사내는 껄껄걸 웃는다.
"맞십니다. 그 그런데 우리댁 서방님은 지금 어디 기십니까?"
주린 개가 고기에 덤벼들듯 억쇠는 시근덕거린다.
"동대문 밖에 가면은 쌍과부주점이 있소. 그곳에 가보시오. 그러면
상현이 거처를 알으켜줄게요."
"예, 예.이거 참 알것십니다."
연신 굽실거린다.
'웬만하면 함께 집으로 내려가도록 하시오.'
'그, 그거사 가신다고만 하시믄,'
"신문사도 그만두고."
"그, 그랬다 하더마요."
"피신인지 뭔지 온, 하여간에 날이면 날마다 술타령이니 그러다가 몸
버릴까 걱정이구먼."
거만스런 모습과는 달리 퍽이나 싹싹하다. 억쇠는 상현의 거처를
알려주어 고맙기도 했으나 공대말 때문에 황송해한다.
"그럼 가보시오."
"이, 이, 참 고마바서, 고맙십니다 나으리."
싹싹할 때와는 달리 사내는 인사 같은 것은 받지 않고 휑하니 가버린다.
억쇠는 전차가 지나가면서 울리는 종소리에 쫓기듯 허둥지둥 걷는다.
동대문 밖에는 과연 쌍과부주점이라는 게 있었다. 그곳 주모사 이러준
대로 주점에서 과히 멀잖은 골목을 들어선 억쇠는 주먹으로 코끝을 한 번
문지르고 그 주먹으로 세 번째 집 대문을 꽝꽝 친다. 상현의 거처를
알아내어 반갑기도 하고 반갑다 보니 괴씸한 마음도 못지않아 대문에다
오기를 부리는 것이다. 아낙이 놀라서 쫓아나온다. 억쇠의 행색을
훑어본 아낙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뉘를 찻소!"
"여기 하동 손님 기시지요."
아낙은 억쇠에게 대꾸를 하지않고
"아랫방 손님! 누가 찾아왔어요."
하고는 들어가 버린다. 뜰 아랫방에서 상현이 내다본다. 창백하게 여윈
얼굴에 눈동자도 흐릿하다.
"서방님!"
"음, 올라오지."
하고는 장독대 쪽을 힐끗 쳐다본다.
"해도 너무합니다! 이기이 무신 짓입니까!"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억쇠는 울부짖듯 악을 쓴다.
"빛 받으러 왔느나? 소란을 떨게."
씁쓰레 웃는다.
"온 장안을 얼매나 싸돌아당겼는지 아시고나 하는 말심입니까?
미친놈맨치로 참말로 못할 일입니다."
"못할 일 안 하면 되는 거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
"찾아오면 안 될 곳입니까?"
잡아비틀듯 말하며 억쇠는 상현을 똑바로 쳐다본다.
"흐흐흣...내가 무슨 독립지사라고... 아니며 계집 데리구서 살림
차렸다더냐? 하하핫핫..."
"안 그러시다믄 와 일자 소식이 없었십니까?"
"세월 좋다, 세월이 좋긴 좋군. 하기는 상놈들이 만세는 더 잘 부르고
다니더라만."
자조의 웃음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눈빛이 험악해진다.
그 말대꾸까지 했다가는 고함이 터지거나 훌쩍 일어나서 모자 들고
나가기 십상일 것인즉 억쇠는 어거지로 참는다. 어세를 누그러뜨리고,
"황부자댁 서방님만 기셨더라도 그 고생은 안 했을 긴데 피양 가시고 안
기시서."
말머리를 돌린다.
"신문사도 여러 분 찾아갔십니다마는 모두 다 서방님 기신 곳은 모린다
카고 사램이 환장하겄더마요. 그래서 황부자댁 서방님 돌아오실 때까지
메칠 몇날이고 간에 기두릴라 안 했십니까. 노자가 떨어지믄 다리 밑에
꺼적을 깔거 자더라 캐도, 그냥 우죽우죽 내리가 보이소. 생죽임 날 긴데
세상에 그런 환장할 일이 어딨겄십니까."
상현의 성질을 잘 아는 억쇠는 할 수 없이 호소조로 나온다.
성질이 격한데다 편협하고, 그러나 상전과 하인의 관계를 떠나 상현을
사랑했던 억쇠였으므로 상현 역시 그를 하인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한데
이 몇 해 동안 사람이 변한 것이다. 남의 말을 들을 나이가 아니기도
했었지만 기실 자기 자신의 약점 때문에 상현은 더욱더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판국에 그 양반을 만냈이니,"
"그 양반아라니?"
"작년 가슬에 그러니께 서방님하고 함께 기시든, 왜 그, 금테 안경
쓰시고,"
"아아."
"그 양반 눈살미가 예사 아니더마요. 지는 코밑에 시염이 있어서
몰랐는데 그 양반이 먼지 알아보시고서 당신 상전 찾아다녀요? 하지를
않겄십니까? 꼬박꼬박 공대를 하는 바람에 도리어 황송하고,"
"황송해할 것 없다. 그자는 상놈 출신이고 이른바 평등 사상, 박애
주의니까."
"예? 바, 박애가 멉니까?"
"넌 알 것 없다."
무안을 준다.
'제에기, 알 것 없이믄 와 말을 끄냈는고?'
꿀컥 침을 삼키고,
"황송하기도 했지마는 고마바서, 마치 저승서 할아부지 만낸 것맨치로
반갑고 그 양반 안 만냈이믄,"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지?"
"언제는 소인이 무신 일이 있어야만 서울 왔십니까?" 소인이라는 말에
힘을 주며 상현을 노려본다.
"빤히 아는 일을 가지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역부러 그러시는 지는
모르지마는 조금은 남우 사정도 생각해주시야지요. 아무리 나라일이
바쁘시기로 그래도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이며 열매 안 달린 나무가
어디 있으며,"
"내가 나라일 하느냐?"
아까처럼 씁쓰레 웃는다.
"그거사 머, 칼 들고 싸우는 것만 나라일입니까. 예적에도 임금님한테
상소를 올리가지고 목이 달아나는 일이 있었다 안 캅니까, 그렇다믄 목심
거는 일이사 다 마찬가지 아니겄십니까. 아씨께서 서방님은 글을 써가지고
싸운다 캤심다."
들은 풍월로 얼렁뚱땅 넘긴다. 망나니니 이름이 좋은 불로초니 빛좋은
개살구니 하고 혼자서 욕을 했지만. 사실 억쇠는 이제 상현을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나라일을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생각도 아니 했다.
상현과 억쇠의 눈이 마주친다. 억쇠는 당황하고 상현은 비웃는다. 늙은 게
입에 발린 소리도 제법 하는군, 비웃음은 소리가 되어 끼룩끼룩 새나온다.
억쇠의 얼굴이 벌개진다.
'잘못은 그쪽에 있있음서 와 나만 몰아 세우노.'
"나 잠깐 다녀올 테니 억쇠는 여기 있어."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상현은 훌쩍 나간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 심한
갈증을 느낀다. 갈증이 나나마나 이미 그는 주점에 가기 위해 나온
것이다. 모든 인연이 지겹고 귀찮다. 연일 죽으라고 마신 술에 내장이
녹아 문드러진 것만 같은데 항상 갈증이다.
쌍과부주점 술판 앞에 돌부처처럼 앉아서 상현은 골똘히 술을 마신다.
술 마시는 이외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더구나 하동의 집
생각은. 일제히 철시를 했기 때문인지 주점은 한산 하다. 지난 삼월
연달아 일어났던 만세 시위, 그 군중 행렬이 상현의 눈앞을 지나간다. 그
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다.
"이 자식 상현아!"
시위 군중 속에서 서의돈이 상현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내질렀다.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아내며 상현이 소리질렀다.
"네! 형님!"
"이제 술 고만 처먹는 기다!"
"네! 형님!"
"우리 조선놈들 제법이다."
"그럼요, 형님!"
그때의 만세 행렬이 눈앞에 지나간다.
"이지식아! 고만 울어라!"
"오늘만요!"
상현은 소년같이 울었다.
"상현아!"
"으흐흐흐..."
"이 많은 사람들 속을 뒹굴고 싶구나! 밟혀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다!"
"우리 독립되는 날에 밟혀 죽읍시다!"
이판서댁 사랑방이 눈앞을 지나간다. 털어버리려 하는데 자꾸 지나간다.
불에 굽힌 것처럼 홍당무가 된 얼굴을 흔들어대며 홍종이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불이 붙었다! 신나게 불이 붙었어! 사방 팔방 사하 구별없이 다
나섰다! 경찰서 면사무소가 시위 군중에게 마구 밟히고 곳곳에서
습격이야! 그리고 오늘은 경전이 파업에 들어갔다! 용산인쇄소! 철도국!
연초회사! 모조리 파업이야! 상현아!"
"응"
"오늘은 왜 맥이 없어! 좀 떠들어!"
"어쩐지 떠떠미지근한 것 같아서 말이야."
"뭐가!"
"해와 반응 말이야."
"아직 일러! 좀 두고 봐야지. 그보다 국내에서 운동이 장기화되고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반응이야 운동이 지속되고 확대되는 따라서
나타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렇게 생각 안 하다니?"
"윌슨의 민족자결 선언을 일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가."
"신문기자의 생각과 내 생각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군."
그 말은 들은 척 만 척,
"지역과 상황에 따라서... 윌슨이 재강한 구세주는 아니거든. 그도
정치가야. 또 사실 이번 전쟁에 미국이 주역도 아니고."
"그러니 어떻단 말이야? 의존해서 독립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애?
얼마든지 선례가 있지 않느냐 말이다. 우리 힘으로 하는 거야, 우리
힘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불이 붙어 타오르면 되는 거야. 민족
자결주의고 개나발이고 떡조각 나누어줄듯 할 상싶은가? 나는 숱하게
나오는 그놈의 선언문 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어. 아니꼽단 말이야.
평화적으로, 평화는 무슨 놈의 평화야. 왜놈이 조선을 들어 먹을 때
평화적으로, 제에기, 도적놈들이 평화적으로 남의 물건 빼앗았다는 말도
들도 보도 못했다. 내 물건 내가 찾으려는데 신사적으로 내놓으시오, 내
물건 간수할 능력이 있으니까 제발 내주시오, 이건 사뭇 애원이거든."
"그럼 와와 소리지른다고 힘센 도적놈이 빼앗은 거 내어주나?"
"이거 왜 이래?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소리 작작 하라구."
홍종은 화를 냈다.
"내 애긴 그러니까 그놈보다 더 힘센 놈이 옆에서 중재를 들든 견제를
하든, 그러지 않는 한 불가능이야."
"온 사람이, 백팔 십도 돌았군. 울고불고 지랄 발광하던 게 누구야."
"너무 달콤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애. 미국의 대통령 윌슨 만큼이나."
결국 홍종과 상현은 싸우고 말았다. 그 홍종도 밟혀죽어도 좋겠다는
서의돈도 지금 상해로 사버리고 없다. 국내에서의 독립운동은 잦아드는
불씨처럼 되어가고 대신 해외로 번져서 한때 저조했던 항일 투쟁에 기름을
부었다는 자위는 있었지만 상현은 해외에서 움직이는 못 단체, 기라성같이
많은 독립투사에게 기대를 걸지 않은 것은 3.1 운동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비롯된 것은 아니다. 다소 심리적인 영향이야 끼쳤을 테지만 상현은 자기
자신, 이상현이란 한 인간에 실망하고 자신을 잃은 것이다.
소주 반 되를 사들고 하숙방에 돌아왔을 때 억쇠는 풀이 죽어서 앉아
있었다.
"박서방,"
술 취한 음성은 부드러웠다. 다소 억쇠라 않고 박서방이었다.
"약주하시고,"
억쇠는 어이없는 듯 상현을 쳐다본다.
"약주했지. 했다뿐인가? 박서방하고 함께 마시려고 소주를 사왔네."
"..."
"그렇게 원망스리 날 쳐다보지 말게. 나도 양심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
있네. 처가 덕으로 일본까지 유학하고 온 놈이 처자식 다버리고 팔난봉이
됐으니 말이야."
"잘 아시누마요."
뚝배기 깨지는 소리다.
"알지, 알고말구."
아낙이 술상을 보아온다.
"술 따라. 박서방 잔에도 붓고."
하여 늙은 하인과 젊은 상전은 슬을 마시기 시작한다. 두서너 잔을 마신
뒤 억쇠는 손바닥으로 수염을 닦는다.
"좌우당간 서방님께서는 집안 소식을 묻지 않으시니께 소인이
말심디리겄소. 마님꼐서는 서울 사람들 다 죽었다 카는데, 하시문서 속을
하도 끓이신께 밤마다 가심앓이 따문에 욕을 보십니다. 저분 때는
돌아가시는 줄 알고 집안이 뒤집혔지 않았겄십니까? 마님꼐서는 본시부텀
대범한 어른이신데 웨낙이 진 세월이라... 북쪽에 기시는 나으리마님
말심은 입 밖에 내시지도 않십니다마는 내신 서방님 말씸은 날이믄 날마다
염불 외시듯이, 우떤 때는 정신도 확실찮으신지 우시고 막 원망을 하시고
그러시면 젤 괴로바하시는 분은 아씨지요.큰도련님은 또 어떠시고요?
할머님 어머님한테는 입 꼭 다물고 시심서 소인보고는 할아범, 서울 가서
아버님 모시오라 하고 쫄라대지 뭡니까?"
"박서방."
"예."
"나이하고 군소릴 늘게 마련인가 부지?"
"그거사 머."
"박서방도 늙었어."
"지만 늙었십니까? 감나무를 오르내리믄서 장난이 심하든 도련님도
내일모레 삼십입니다."
"삼십 고개, 하하핫... 넘어가기 어렵군. 자, 자, 술이나 마시자. 죽은
사람도 많고, 감옥에 갇힌 사람도 많고, 한데 못난 아들, 못난 남편,
덕분에 이리 피둥피둥하니 좀 좋으냐?"
"하기사 죽은 정승이 산 개돼지보다 못하답니다."
술잔을 기울이며 상현에게 곁눈질을 한다.
"개돼지가 되어도 오래오래 살아달라. 아암 오래오래 살아야지. 지금 이
나라엔 애국 애족심이 팽배하여 바야흐로 씨가 마를 지경인데 나 같은
놈도 있어야 씨종자... 음."
듬뿍 취해서 돌아와 다시 술, 혀꼬부라진 소리가 중도에서 끊긴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무신 말심을 그러크롬 하시오. 마치 서방님이 친일이나 한 것 겉소."
술이 들어가니 억쇠의 배짱도 두둑해진다. 물론 늙은이라는 특권의식도
있었지만.
"걱정마라! 나는 아무 짓도 아니 했느니라!"
"하지마는 하동 땅 소문으로는 아부사댁 서방님은 서울 만세 소동에서
웃대가리 노릇을 했느니 잽히갔느니 총을 맞아 죽었느니 별의별 말이."
"으흐흣흣... 하하핫... 어이구 재미있다. 그래 부전자전이라
했겠구나."
상현은 수전증에 걸려 떨리는 손으로 궐련을 붙여문다. 순간 억쇠의
얼굴에 연민의 빛이 지나간다. 시운을 잘못 만나, 한탄같이 마음속으로
뇐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고, 그도 그럴 것이, 무작한
왜놈들이 무신 짓이든 못하겄십니까. 생사람을 집 속에 가두어놓고 불을
질러서 태우 직이는, 만세 부른 기이 멋이 크게 죄가 된다고 천하에
무도한 놈들, 천벌을 안 받을 성싶습니까. 남쪽에서도 사람 많이
상했지요. 만세 소동이사 안 난 곳이 없었인께요. 처음 나기로는 함안인데
젤 심하게 여러 차례 소동이 벌어진 것은 합천 그쪽이었지요. 곳곳에서
주재소 면소를 때리부시고 붙들리간 사람들 뺏을 라고 밀리가고, 지
생각으로는 마 동학군만한 군대가 있었어도 뒤엎지 않았나 싶었십니다.
그만큼 구석구석까지 만세를 불렀는데 빈주먹이니께."
억쇠는 게 나름대로 비분강개, 한바탕 늘어놓을 작정이다. 상현이
무사한 것을 보았겠다, 위급한 불을 껐다는 일종의 안도감도 있었다.
그러나 빈속에 독한 소주가 들어갔기 때문인지 취기는 급히 왔고 비상
먹은 파리처럼 맥을 출 수가 없다. 어지럼증과 대결하듯 억쇠는 차츰 될
소리 안 될 소리를 마구 지껄였고 왕왕 소리를 질렀으나 그것은 가위눌린
헛소리처럼 뚜렸다지 않았고 차츰 잦아 들었다.
억쇠가 눈을 떴을 때 맨 먼저 상현의 얼굴이 있었다.
"우찌 된 일입니까?"
억쇠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새우눈은 더욱 작아 보이고 이마와 턱은
한층 앞으로 나온 듯 그의 양볼은 형편없이 꺼져 들어갔다.
"날이 새었네."
"예? 지가 그라믄,"
"..."
"이거 참, 그나저나 내리갈랍니다. 하동서는 하루가 열흘 맞재빌긴데
그새 무신 일이라도 있었이믄."
상현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지나간다.
"서방님도 그만 지하고 함께 내려가싯이믄 놓것는데요."
"아니야."
퉁기는 어세가 강하다.
"마님께서는, 또 아씨도 소식 전하면 어머님 가슴앓이도 나으실 게야."
일단 말이 떨어진 이상 다시 말한다는 것은 헛수고다. 억쇠는 입을
봉하고 아무것도 없는 벽을 훑어본 뒤 장지문을 멍하니 바라본다.
"해장이나 하러 갈까?"
상현이 양복 윗도리를 걸쳐입는다.
"지는 이 길로 내리가겄십니다."
쌍과부주점에서 뜨거운 해장국을 마시다가,
"아뿔싸!"
상현이 억쇠를 힐끗 쳐다본다.
"큰일날 뻔했습니다. 전활 기이 있었는데 까매기겉이 잊어부리고,"
상현은 무심상하게 술을 마신다.
"올라올 직에 진주를 들렀더마는 최참판댁 마님께서,"
한참을 부시럭거리더니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상현 앞으로
밀어놓는다.
"서방님을 드리믄 전해주실 거라 말심하시더마요."
"알았다."
아무렇게나 호주머니 속에 꾸겨넣는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담담한
표정이다.
억쇠를 보내놓고 하숙으로 돌아온 상현은 봉투를 찢는다. 백 원짜리
지폐가 몇 장 무릎 위에 떨어진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하다. 짤막한
인사말과 동봉한 오백 원을 임역관댁에 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편지는 꾸겨서 방구석에 던지고 돈만 봉투에 다시 넣어 호주머니 속에
간수한다.
'가야지.'
서희의 부탁이 아니었어도 임역관댁에 갔어야 했다. 진작부터 갔어야
했던 것이다. 효자동에 있는 전직 역관 임덕구의 집엔 여자들만 남아
있다. 명빈의 어머니 유씨와 만삭이 됫을 병빈의 아내 그리고 임역관이
몹시 사랑했던 명희가 어린 조카 둘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여자들만 남은
집안, 진작부터 갔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현은 조반을 먹고 한나절이
지났는데 벽을 행해 앉아 있는 체다. 마치 저 벽을 뚫어야지, 뚫어야지
하는 것처럼 벽만 골똘히 쳐다보고 있다. 벽이 가진 저항, 상현의 의식
속에는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임역관댁의 그 침췌된 분위기와 자기
자신과의 함수 관계에 대하여 공포감까지 느끼기 시작한다. 억쇠가 서희의
편지만 가지고 오지 않았더라도 임역관댁에 가는 것이 당장 코앞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방문을 지연시킬 수 있고 아예 외면을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지난 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날 상현은 그 집에 갔었다.
구금되었던 명희가 풀려난 지 십여 일쯤 된다는 말을 했다. 여자들만 남은
집안, 반은 깨어 있고 반은 잠이 든 그런 상태로 숨을 쉬고 있는 그 집에
상현은 가야 한다.
'빌어먹을, 뭣하러 올라와서.'
궐련 하나를 뽑아 붙여물며 상현은 중얼거린다. 방안 공기가 설렁한다.
이대로의 상태에서 시간이 급류처럼 흘러가버렸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밀어먹을, 뭣하러 올라와가지곤."
억쇠에 대하여 하가 난 것은아니다. 쉬고 싶은 것이다. 아니 죽고 싶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상현은 쉬는 것과 죽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 차이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도피에의 강렬한 욕구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 거의
모두가 감옥 아니면 해외로 나갔고 그 공과는 여하튼 삼월에 터진 운동을
둘러싼 움직임이다. 왜 상현은 서의돈과 함께 상해로 가지 않았는가. 실상
감옥이나 홰외엔 가지 않았지만 상현이 자신도 명색으론 피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관헌의 손길을 피해 숨어 있다기보다,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서 몸을 피하고 있다는 자의식이다.
끈질기게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이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 청백리
이사부댁의 후예 지조 높은 독립투사 이동진의 아들이라는 것, 간도
연해주를 방황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문물에 접했으며 세계의
흐름을 숨쉬고 온 지식분자라는 것, 또 상현은 어디서 숨을 쉬었는가.
그것이 바록 탁상공론일지라도 독립, 독립 독립을 외치는 잚은 열기
속에서 숨을 쉬었다. 그 비중은 자신의 열정보다 항상 무겁고 크다.
의문이나 냉정이나 비판이 허용될 수 없는 절대적 명제인 것이다. 곳곳
장터에서 만세를 부른 장꾼의 의문이나 냉정, 비판보다 죄가 무거운 것이
지식분자다. 상현은 자신의 인간됨이 선이 가는 것을 안다. 동시에 맹목적
무조건일 수 없는 자신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꽃같이 떨어져라! 꽃같이
떨어질 충격이 있어야 한다. 서의돈과 함께 군중속에서 울었다.
밟혀죽어도 여한이 없겠노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체처럼 열정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조선도 고아임을 확인할수밖에 없고 상현은
자신도 끈 떨어진연일 수밖에 없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그 비애가 단순할
수 없는 것이다. 비겁한 놈! 유약한 놈! 비애는 겁을 먹는다.
해질 무렵이 다 되어서 상현은 하숙을 떠났고 임역관댁을 향해 걷는다.
단벌 신사라 하기에도 민망스러운 낡고 꾸겨진 양복이 헐거운 구두가
털버덕털버덕 소리를 낸다. 연해주 연추에서 서희와 길상의 혼인 문제로
의견이 충돌했을 때 마지막 아버지 이동진을 원수같이 쳐다보던 는,
증오와 비애, 아픔을 불붙던 신선한 젊은날의 눈빛은 사라지고 무기력한
냉소를 띠며 상현은 걷는다. 버린 파랑새였을 테지만 상현은 임역관댁
여자들이 아직 그 한가닥 희망에 매달려 있을 것을 생각한다. 3월 2일
대구서 벌어졌던 대시위에 임역관이 합류하게 된 것은 하인을 대리고
대구에 볼일을 보러 내려갔기 때문인데 사상자 이백 명이 넘는 대시위에서
불행하게 임역관 두 주종이 사살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임명빈은 소위
독립운동 주모자의 한 사람이라 햐여 지금까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채였으며 최서희가 돈 오백 원을 억쇠 편에 보낸 것도 임역관댁이 결단이
났기 때문이다. 임역관댁 여자들이 한가닥 희망에 매달려 있을 것은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운명이라 해도 좋고 역사라 해도 좋고, 그 역사가
혹은 운명이 언제, 아니 가까운 시일 내에 광명을 안겨줄지 모른다는
휘망, 하기야 자비롭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이상, 그것이 속 다르고 겉
다르다 하더라도 하여간 세계대전의 전승국 지도자들이 헤프게 뿌려놓은
복음, 피압박민을 향한 민족자결이라는 황홀한 선언은 전폭적인 희망과
기대가 아니었던가. 지금 황홀한 무지개는 사라져가고 있고 자기 이권이
냉혹한 모습으로 국제 무대에 도사리고 있다손 치더라도 눈물 마른
자리에서 나약한 여자들이 한가닥 희망마저 버린다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
아니겠는가. 아들 때문에 유식해진 어머니, 남편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된 아내, 세상 떠난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명희가 듣고 오는
국외 사정에 일희일비하고 어디어디의 무슨 선교사가 일본에 항의를 했다
하면은 당잔 독립이 되어 아들이, 남편이 풀려나올 것처럼 기뻐하고.
상현의 걸음이 무디어진다. 갑자기 역겹고 짜증이 치민다. 그들 얼굴을
보는 일이 싫어진다. 거리를 지나가는 뭇 조선인들의 얼굴이 보기가 싫다.
그것은 또한 자기 자신의 얼굴인 것이다. 항일 투사든 변절자든 관망자든
남녀노소, 신분의 상하를 막론하고 망국의 쇠사슬은 누구에게나 걸려 있는
것이다.
'제발, 제발 맙소사!'
임역관댁 대문이 보인다.
"뭐야? 애기를 낳았군."
대문에 삼줄이 걸려 있었다. 빨간 고추와 숯이 매달려 있다.
'야단났다. 아들 낳은 것은 고마운데 그냥 돌아갈 순 없고 어떡헌다지?'
상현은 담배를 꺼내어 붙여물고 삼줄을 바라본다.
'아들이라...'
문득 용정촌의 송장환 얼굴이 생각난다. 올랫동안 까맣게 잊은
사람이다. 서희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에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아니,
상현은 임명빈과 송장환을 혼동한 것이다.
"이선생님 아니세요."
돌아보지 않아도 명희였다. 상현은 쉽게 돌아보아지지 않는다.
"이선생님."
"아, 네."
"언니가 애기를 낳았어요."
명희는 약간의 미소를 머금는다.
"아들이군요. 축하합니다."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은 명희는 생각보다 어둡지가 않다. 여위었으나
푸르게 보일 만큼 살및은 훨씬 희어지고.
"어디 갔다오는 길입니까."
"학교에 잠시 다녀오는 길이에요. 사표를 냈는데 학교선 휴직으로 그냥
내버려둘 모먕이에요.”
"어차피 나가시기는 하셔야지요."
"글쎄요..."
아랫입술을 물면서 신발 끝을 내려다본다. 동경 가서 전문학교를 마친
뒤 명희는 모교에서 가사과르 맡고 있었던 것이다. 구구한 얘기가 있긴
하나 연재까지 그는 독신주의자였다.
"어려운 걸음인데 이래서 어떡허지요?"
"어머님께 인사나 드릴까 싶었슴니다만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럼,"
상현은 호주머니 속에서 봉투를 꺼내어 명희에게 준다.
"...?"
"진주 최서희 씨가 인편에 보냈더군요. 생활에 보태 쓰시라는 뜻인
듯싶습니다. 아버님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그러나 봅니다."
"그분이... 장례 때도 적잖은 부의금을 보내주셨는데."
좀 당혹해한다.
"명희씨가 미안해할 건 없습니다. 그쪽에선 그럴 만한 의무가
있으나까요."
명희는 상현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럼 미안해 안 하겠어요. 그보다 이선생님은 괜찮으세요?"
"괜찮으나마 내가 뭐 한일이 있습니까? 일개 룸펜인데,"
"어젯밤 서참봉댁을 형사들이 습격했어요."
상현이 서의돈의 집 지붕을 힐끔 쳐다본다.
"서선생님이 상해서 잠입해왔다는 정보를 받고 왔다나요? 온 집을
뒤졌어요."
상현은 아무말도 않는다. 한참 후,
"그럼 안녕히 가세요."
상현은 굳은 자세로 멀어져가고 명희는 상현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아나요
그냥 우두커니 서 있다. 무슨 까닭이었는지 상현이나 명희는 다같이
감옥에 있는 명빈의 얘기는 입 밖에 내지 않고서 헤어진다.
다음 카페의 ie10 이하 브라우저 지원이 종료됩니다. 원활한 카페 이용을 위해 사용 중인 브라우저를 업데이트 해주세요.
다시보지않기
Daum
|
카페
|
테이블
|
메일
|
즐겨찾는 카페
로그인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마음을 채우는 쉼터
브론즈 (공개)
카페지기
부재중
회원수
994
방문수
0
카페앱수
3
카페 전체 메뉴
▲
검색
카페 게시글
목록
이전글
다음글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박경리]의토지
[박경리] 토지(3부/1권/1편)1장 끈 떨어진 연
黎明 김형수
추천 0
조회 125
13.03.15 22:29
댓글
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댓글
0
추천해요
0
스크랩
0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
선택됨
옵션 더 보기
댓글내용
댓글 작성자
검색하기
연관검색어
환
율
환
자
환
기
재로딩
최신목록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