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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주역풀이 제8회>
제8강 소통의 시대와 불통의 시대 :
지천태地天泰(11), 천지비天地否(12)
◆ 땅(곤坤)이 하늘(건乾) 위로 올라간 것을 지천태地天泰라 하고 하늘이 땅 위에 올라가면 천지부天地否, 또는 천지비天地否라 한다. 부否를 막힐 비否라고도 한다. 아래 있던 땅이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던 하늘은 아래로 내려오면 그것을 태평한 세상이라 한다. 말하자면 높은 왕이 땅 아래로 내려와 백성을 하늘로 받드는 민주정치가 되면 크게 태평하다.
이와 반대로 높은 하늘이 더 높이 올라가고 아래 땅은 더 밑으로 내려가서 가깝던 사이가 멀어지고 막혀서 통하지 않을 때 그것을 천지비天地否라 한다. 서로 만나 대화와 소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늘과 땅, 위는 내려오고 아래는 올라가서 위와 아래가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역지사지易地思之(서로의 처지를 바꿔서 생각함)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시대를 지천태地天泰라 한다. 이와 반대로 자기의 생각이나 편견을 고수하며 상대의 입장과 의견을 고려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서로 각자의 길을 달리며 대립하는 불통의 시대를 천지비天地否라 한다. 어떻게 하면 불통의 권위주의 사회를 소통의 민주적 시민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 지천태地天泰(11)
태평시대는 소인들이 물러가고 대인들이 나오는 때다. 행복하고 형통한다
태泰는 소왕대래小往大來이니 길吉하고 형亨하다.
유교에서 소인小人이란 인격이 부족하여 마음이 협소한 사람을 말하고 대인大人은 인격과 덕망이 충만하여 마음이 열린 사람이다. 소인들은 물러가고 대인들이 나타나서 세상을 바로잡으면 행복한 시대가 되어 모든 일이 형통한다.
태泰는 크다, 편안하다, 통한다는 뜻이다. 큰 사람들이 나와서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발전하는 태평성대의 시대를 지천태라고 한다. 중국에서 태평시대라 하면 대표적으로 요순시대를 말한다. 요임금 순임금 같은 성왕이 나와서 모든 백성을 뜻을 받들어주니 태평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 지천태 괘를 판단해본다. 소통의 시대는 소인이 물러가고 대인이 나와서 모두가 행복하고 형통하다. 이것은 곧 하늘과 땅이 어울리고 만물이 서로 소통한다는 말이다. 서로 어울려 그 뜻과 마음이 하나가 된 것이다.
단왈彖曰 태泰는 소왕대래길형즉小往大來吉亨則이니 시천지교이是天地交而하고 만물통야萬物通也니라. 상하교이上下交而이니 기지동야其志同也하니라.
안으로는 양이요 밖으로는 음이니 안으로는 강건하고 밖으로는 유순하다. 안에는 군자요 밖에는 소인이니 군자의 도는 나날이 늘어나고 소인의 도는 소멸된다.
내양이외음內陽而外陰이요 내건이외순內健而外順이니 내군자이외소린內君子而外小人이라 군자도장君子道長이요 소인도소야小人道消也이니라.
태괘를 보면서 음효를 소인으로 보고 양효를 대인으로 해석해 본 것이다. 태괘를 보면 아는 건괘 위에는 곤괘로 되어있다. 아래 있는 건괘를 내괘라 하고 위에 있는 괘를 외괘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래에서 점차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양의 기운은 차츰 자라고 음은 점차 떠나가는 모습을 소왕대래小往大來로 해석한 것이다. 소인들이 물러가고 대인들이 나와서 태평성대를 이루는 것인데 그런 태평시대의 모습은 무엇인가? 하늘과 땅이 함께 어울리고 만물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어울린다는 뜻이 무엇인가? 자연현상으로, 말하자면 하늘에서는 비가 내려오고 땅에서는 만물이 자라는 것이다. 만물이 생기를 얻어 자랄 수 있는 것은 천지와 통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내려주는 빛을 받고 땅에서 올려주는 물을 끌어올리는 생명력을 받아서 자라는 것이 만물이다. 옛날부터 태泰는 통通하는 것이라고 하여 태통泰通이라 한다. 하늘과 땅의 기氣가 통하는 것이요, 음기와 양기가 서로 통하는 것이요, 왕과 백성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뜻과 시민들의 뜻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정의의 나라를 세우자는 뜻이요 시민도 좋은 나라를 세우자는 뜻으로 한마음이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대를 태통이라 한다.
괘의 모습을 보면 안쪽 건괘는 양이고 밖에 있는 곤괘는 음이다. 그래서 태괘의 모습을 안은 강건하고 밖은 유순하다고 한다. 양효를 군자로 보고 음효를 소인으로 보면 안쪽은 군자요 밖에는 소인이라 군자의 힘은 자라나고 소인들의 힘은 줄어드는 모습으로 해석한다. 나라에서 좋은 인재들이 나와서 건강한 기운이 상승하여 모든 소인의 부정과 병폐가 사라지는 부흥의 때라는 말이다.
내양이외음內陽而外陰이다. 정부는 유능하고 정직한 현인을 등용하여 권력의 핵심세력이 되어야 하고 소인들은 밖으로 밀려나야 한다. 도덕적道德的으로 청렴한 사람이 핵심이 되어야지 욕심 많은 소인들이 내부의 핵심이 되면 안 된다. 그래서 내건이외순內健而外順이다. 대통령이라면 안으로 핵심 관리들에게는 강한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밖으로 국민을 향하여 공손히 순종해야 한다.
◆ 지천태의 모습을 말해본다. 천지가 서로 사귀고 통하는 것이 태괘다. 왕은 이를 본받아서 천지의 법도를 마련하고 천지의 마땅함을 따라서 백성들을 도와야 한다.
상왈象曰 천지교天地交 태泰 후이后以 재성財成 천지지도天地之道 보상輔相 천지지의天地之宜 이좌우민以左右民
천지가 서로 사귀고 통하는 것이 태泰괘의 모습이다. 천지가 통하는 것을 우리의 몸으로 말하자면 피가 통하고 숨이 통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말하면 말이 통해야 하고 이치가 통해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자연과 만물, 왕과 백성, 모든 것이 통해야 산다. 통하는 것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왕(후后)은 이것을 본받아 천지의 법도를 마련하고 천지의 마땅함을 가지고 백성을 도와야 한다. 먼저 올바른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법과 제도가 바르게 운영 되도록 사람들의 관리와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말하자면 천지지도天地之道가 백성을 사랑하는 법과 제도라면 천지지의天地之宜는 의로운 정치와 복지행정이다. 복지국가를 위한 정의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재성천지지도財成天地之道’가 제도와 물적인 하드웨어라면, ‘보상천지지의輔相天地之宜’는 국가 운영을 위한 문화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것이다. 하늘과 땅은 만물에게 재능과 소질을 부여하고 자라게 한다. 이것이 하늘과 땅의 사랑이다. 또 하늘과 땅은 상보적 관계로 하나가 되어 본을 보이면서 만물이 그처럼 서로 소통하고 협동하여 마땅히 하나가 되게 한다. 이것은 하늘과 땅의 의로움이다. 왕은 이처럼 하늘과 땅을 본받아 정의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이 되도록 백성을 돕는 사람이다. 학생들이 소질과 재능을 따라 발전할 수 있도록 즐거운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모두가 자기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산업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재성財成이라는 ‘천지의 도’道라고 보면, 교육자와 학습자의 관계, 사업자와 노동자의 관계, 국민과 정부와의 관계등을 바로잡아 화목하고 평화로운 하나의 공동체가 되도록 이끄는 일이 보상輔相이라는 ‘천지의 의宜’가 아닌가 풀어본다.
◆ 천지비天地否(12)
천지비는 하늘과 땅이 막혀 통하지 못하는 세계이다. 지천태地天泰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서로 이심전심으로 잘 소통하여 행복한 것인데, 천지비天地否는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고 막혀있다. 막힌 것을 비색否塞이라 한다. 천지비天地否란 이렇게 하늘과 땅이 막혀있는 답답함을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 막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로 막혀 통하지 않는 것은 죄인이어서 그렇다.
비지비인否之匪人이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가 막히는 것은 ‘비인匪人’이라서 그렇다. 기독교로 말하자면 죄인이어서 막힌 것이다. 죄罪라는 글자나 비匪라는 글자나 뜻은 마찬가지다. 둘 다 문이 닫혀있는 것을 나타낸다. 정신으로 말하자면 자폐증이다. 문을 닫아놓고 전혀 다른 사람과 통하지 않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빛이 없는 무명의 감옥에 갇혀있다고 한다. 금강경에서는 그것을 아상이라 한다. 사람이 이념이나 도그마에 갇히면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어렵다. 자기라는 고정관념은 너무도 강하여 죽기까지 버리지 못한다. 금강처럼 견고해서 깨지지 않는 그런 아상을 벼락처럼 강력한 진리의 힘으로 깨뜨리자는 것이 금강경이다. 아상이란 쉽게 말하여 맹인이 코끼리를 만지고 자기가 경험한 부분적인 지식과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래서 한번 자기의 사유방식이나 부분지가 고정되고 자동화되면 무엇을 경험하던 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지각불변성이 되어 타인과 소통이 어렵게 된다. 소통이 단절된 외로운 개인들은 기술사회의 파편화로 외로움과 갈등을 넘어 타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조장되었다. 이처럼 소외된 현대인은 전체와 소통하지 못하고 풍랑을 맞아 조각조각 부서진 배의 부품이나 조각처럼 세상이라는 바다를 떠도는 파편이 되었다. 인간은 과학 지식과 분업이 발달하면서 하늘의 진리를 잃어버리고 땅의 부분지部分知에 사로잡혀 그만 온전함의 의미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삼재三才’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이 셋은 항상 통해야 살아간다. 즉 하나님과 자연과 인간이 서로 통해서 하나가 되어야 생명을 느낀다. 그런데 통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 죄인이라서 그런 것이다. 인간의 죄악 때문에 자연自然은 자연自然대로 오염되고, 신神은 신神대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사람은 사람대로 막혀 있다. 그래서 분열과 다툼과 전쟁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늘과 땅을 다시 소통하게 하는 책임이 있다. 사람 때문에 자연과 세상이 막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간空間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사람의 책임이요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도 사람에게 있다. 쉽게 말하자면 시대時代를 어둡게 하느냐, 또는 시대를 밝게 하느냐 모두 사람 탓이다. 이 모든 책임이 사람에게 있다.
시대를 열어 가는 것이 사람이다. 악惡한 사람이 나오면 시대가 암울해지고 선善한 사람이 나오면 시대가 밝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은 자연보다도 영특하고 하늘보다도 영특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물 가운데 최령最靈이라 한다. 하늘과 통할 수 있고 자연과 통할 수 있고 사람과 통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막혀서 죄인이 되면 사람과도 통하지 않고 자연과도 통하지 않게 되고 신神과도 통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온 세상이 어두워지고 오염되고 막히게 된 것은 사람 탓이요 내 탓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죄인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스스로 만든 무명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천지비 괘를 판단해본다. 막힌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 의로운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천지비다. 큰 사람이 가고 작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래서 천지가 통하지 못하고 만물이 서로 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왈彖曰 비지비인否之匪人이니 불리군자정不利君子貞이라. 대왕소래大往小來하니 즉시則是 천지불교이天地不交而하야 만물불통야萬物不通也니라.
위와 아래가 서로 통하지 못하니 천하에 나라가 없는 것이다.
상하불교이上下不交而 천하무방야天下无邦也
세상이 이렇게 막히게 된 것은 사람이다 사람답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막힌 시대가 되면 착한 사람은 죽고 악한 사람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천지天地도 통하지 않게 되고 만물萬物도 통하지 않게 된다.
백성과 정부가 서로 믿지 못하게 되니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상하가 통해야 나라라 할 수 있지 상하가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라에 탐관오리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가짜뉴스와 거짓말이 가득하면 백성들은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나라를 살리려면 서로 믿고 소통하는 상생 대화의 문화를 가꿔야 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사랑하는 일이다. 그래서 서로 공동의 목적을 세우고 협력을 모색한다. 그러면 불안과 두려움을 내려 놓을 수 있고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며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상하가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위는 숲을 보는 자리요, 아래는 나무를 보는 자리다. 그래서 상하가 서로 입장을 바꿔서 숲도 보고 나무도 보아서 상하가 하나가 되는 일치를 이뤄야 한다.
◆ 괘상을 보고 말한다. 천지가 서로 사귀지 못하는 것이 막혀있는 비색의 시대다. 군자는 이것을 보고 검소함의 덕으로 어지러움을 피한다. 녹봉을 받는 영화로움을 바랄 수가 없다.
상왈象曰 천지불교天地不交 비否 군자이君子以 검덕피난儉德辟難 불가영이록不可榮以祿
천지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소통이 되지 않아서 막혀있다. 이런 때에 군자는 검덕피란한다. 검소함의 덕으로 자기 자신을 단속하고 세상의 험난함을 피해야 한다. 소통이 어려운 시대는 어둠의 시대요 의인들이 수난을 당하는 어려운 시절이다. 독재자가 나와서 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죽이는 시대다. 군자는 이런 때를 당하여 검덕피난한다. 검덕은 가난하게 살면서 덕을 힘써 기른다는 말이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이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가진 것을 나누고 마음을 비워서 가난한 살림을 해야 된다. 그리고 험난한 세상을 피하여 하늘나라를 위하여 힘쓰는 일이 덕이다. 가난과 비움은 소통의 비결이다. 마음이 비워지면 맑아지고 심령이 가난하면 밝아진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나님을 뵙게 될 것이다. 검덕피난儉德辟難이다. 검약의 덕으로 하늘과 소통하고 온유함의 덕으로 땅과 통하여 험난한 세상을 피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군자로서 불의한 독재자에게 벼슬을 얻어 세상의 영화를 바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