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허허벌판 바닷가에 세워서 부산시 쓰레기를 태웠다. 쓰레기 매립장과 화장장, 인분처리장 등 주민들이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시설이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마침 한적한 곳이 있어 외진 곳에 소각장을 지어 사용했다. 버려진 염전이 뻘밭이 되고 갈대숲이 무성한 곳을 매립해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 마을이 아니고 대단지다.
뽀얀 연기가 솔솔 나오는 소각장 높은 굴뚝은 원성의 대상이다. 물러가라고 야단이다 반상회 때마다. 소각장 직원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지 않다고 와 달래기도 하며 경로당에 명절 때마다 선물을 한 아름씩 안고 다녔다. 어찌하면 쫓겨나지 않을까 궁리 끝에 레포츠센터를 만들어 가까운 곳의 주민들에게 이용토록 했다.
나오는 열을 이용해 수영장과 사우나 등 각종 유락시설을 만들었다. 이게 놀랍게 인기다. 나쁜 연기 말은 쏙 들어갔다. 예전처럼 공장이나 미카 기차 연통에서 나오는 시꺼먼 연기가 아니라 하얀 수증기 같은 것이 모락모락 나오니 저게 어디 해롭겠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주위에 계속 집들이 들어서면서 또 난리가 났다.
낮에는 하얗다가 밤이면 시커멓게 나온다나. 뭣이 막 떨어진다 하고 냄새도 고약하다며 막 퍼부어 댄다. 저 연기는 아주 위험하다며 큰일이라고 온통 수선들이다. 이렇게 떠들썩하니 그런가 하고들 떠나길 바란다. 이 주위가 커다란 도시가 형성되면서 모두 이게 뭐냐고 말이 많다.
레포츠센터가 문을 닫았다. 웬일인가 했더니 한 달간 대대적 수리에 들어간단다. 하도 없어져야 한다니 이렇게라도 하면 좀 덜 할까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수영장과 목욕탕, 실내골프장, 이발소가 쉬니 갑자기 허전하고 갈 곳을 모르겠다. 그동안 참 요긴하게 사용했는데 없어지면 어쩌나 마음이다.
세빌리아 이발사처럼 구수하게 얘기를 잘 하는데 들으며 머리를 깎는다. 분리수거로 소각할 땔감도 줄어들어 얼마 뒤 철거에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단다. 그리 못 살게 하더니 이제 정말 사라지려는가. 굴뚝의 연기는 북쪽으로 날아가잖고 왜 볼 때마다 남으로 실실 흘러오나. 아니면 하늘로 올라 흩어지던가 하지.
국제신도시가 들어서고 에코델타시티도 한창 건설 중이다. 어디든 연기가 흘러갈 텐데 가만 있겠나. 어차피 이곳은 처리한다니 멎을 날도 가까이 다가온다. 봄날 황사가 말썽이더니 요즘은 난데없는 미세먼지로 떠들썩해 황사는 저리 갔다. 인간이 만들어 내뿜는게 화력발전과 공장, 자동차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심할 땐 희뿌옇게 오존 발령이 나고 겨울엔 마스크를 권장하며 자동차를 두고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도 한다. 참을 수 없는 큰 일인가보다. 한창 공업화로 생기는 중국의 먼지까지 한반도를 뒤덮는다. 그러니 저 소각장이 편하게 일 할 수 있겠나. 그렇다고 날마다 나오는 쓰레기를 어디에다 버리나.
목욕하고 하모니카를 분다. 아내가 나오려면 한참 걸리니 쉬면서 잊지 않기 위해서다. 악보를 보면서 하다가 외우라 해서 한 20여 곡 즐겨 부른다. 한참 안 불면 그만 헤맨다. 불고 마시면서 하니 그 순서가 바뀌면 이상하다. 오늘은 바로 옆에 있는 소각장이 어떤가 해서 어슬렁어슬렁 가 봤다.
이 추운 겨울에 공작과 오골계가 조그만 동물 우리에서 놀고 정자를 지어 휴식처도 예쁘게 여러 곳 만들어놨다. 사무동과 뒤에 소각동으로 나뉘어졌다. 어디든 들어갈 수 있도록 틔여 있다. 지나면서 보기만 했지 이리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다. 허락도 없이 문을 여니 홍보관이다. 소각동의 조형물을 찬찬히 살폈다.
시내에서 쓰레기를 싣고 오면 건조장에서 고열로 바짝 말린다. 소각로에 들어가면 쇠와 재를 골라내고 위로 날아오르는 재를 다시 모아 밖으로 나가지 않게 담는다. 그 뜨거운 화염에도 남아있는 다이옥신 연기를 여러 차례 열통에 넣고 닦달한다. 걸러 걸러서 최소화시킨 다음에 비로소 연통으로 내보내 수증기처럼 뽀얀 연기가 나간다.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다이옥신을 많이 섭취한다니 놀랍다. 공기로는 소량이라 한다. 이 굴뚝에서 무서운 것이 나온다는게 바로 그 다이옥신인데 사람이 쓰다 버린 것 중에 비닐이 많아서이다. 활활 탈 때 비산재가 바로 나가지 않고 여러 공정을 거쳐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게 희석되어 배출함이 놀랍다.
쇠고기 닭고기 우유에서 체내로 들어가는 다이옥신이 많다니 그 좋은 음식이 독극물일 줄이야.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둘러보는데 식당이 있다. 주야로 근무하면서 태우고 수고한 직원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다. 2월인데도 요 며칠 영하의 차가운 날씨다. 그래도 목련과 벚나무는 볼록볼록 봉오리가 될 망울이 굵어진다.
정성스레 곤충을 모아 전시해 뒀다. 매미와 잠자리, 메뚜기, 나비 등 이곳 명지에 사는 것들을 수십 가지나 채집해서 생태계를 보여줬다. 쓰레기를 모아 태우니 누추하고 냄새나는 곳인가 했는데 보니 청결해서 더럽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언제 오는지 대형 운송차도 보이지 않고 불타는 뜨거운 열기도 소음도 없이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전기도 열을 이용해 생산한다. 또 넓은 마당 주차장을 모두 태양광전열판으로 덮어씌웠다. 필요한 전력을 스스로 발전해서 사용하고 환경공단과 레포츠센터의 수많은 직원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자랑스럽게 일하고 있다. 이제 차량이 햇볕에 바래지 않고 비를 두들겨 맞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사람들이 찾는지 늘 주차할 곳이 없어 몇 바퀴를 돌아야 한다.
목욕하고 깨끗한 몸에 머리 손질까지 하고 나오면 이런 멋스런 신사가 없다. 하루가 날아갈 듯 가뿐하다. 전에는 목욕하는게 싫었다. 탕에 들앉았다 나오면 흐물흐물한 게 기운을 못 차렸는데 여기 사우나를 하면서 좋았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조경수의 행복이란 노래를 하모니카로 불면서 기다린다. .
첫댓글 우리 동네는 안된다 현직 있을때
참 많이도 시달렸던 행정 이젠 추억입니다
요즘은 시설 환경 재처리로 주민에게혜택도 ..
감명깊게 머물었습니다
추위가 좀 누그러졌씁니다.
우수가 다가옵니다.
사모님은 잘 계신가요?
참 살가운 정이 넘치는 분,
강선생님 행복하게 사셨겠어요.
저는 그런 분들의 반도 안되는 무뚝뚝 체질. 그래서 요렇게 산에서 사나 봅니다.
얼마나 못 살게 군다고요.
맨날 무슨 일을 시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