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현장에 코칭을 도입하자
안병균(경영자 전문코치)
E-mail: unix@hanafos.com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포럼”145호(2007. 1. 18)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경쟁력
작년 12월10일 KBS ‘도전! 골든벨’ 올해의 왕중왕을 가리는 자리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순심고 1학년에 재학중인 윤문열이란 학생이 서울을 비롯한 교육여건이 뛰어난 곳의 학생들을 제치고 2006년 왕중왕이 된 것이다. 윤문열군은 2006년 5월 327회 때 찬스를 한번도 쓰지 않고 50문제를 모두 맞추었다. 칠곡군은 군 전체 고등학교 학생이 500명이 채 안 되는 마을이라고 한다. 윤군의 꿈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을 고쳐주는 것이며 그래서 의사가 되고 싶고 ‘국경 없는 의사회’ 같은 곳에서 봉사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어떻게 서울보다 교육여건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왕중왕이 탄생하였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최근 들어 학생의 성적은 부모의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았다. 그 공통점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윤군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을 고쳐주고 싶은 꿈을 갖고 있기에 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즉 윤군에게 의사는 어려운 사람을 고쳐주는 수단이 되는 것이고 공부는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하는 동인(動因)을 이미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주위의 사람들이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하니 공부를 하는 것이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취직이 된다고 하니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한다. 또한 교사나 공무원, 의사의 수입이 안정적이라고 하니 교육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적성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또한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왜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을 통해 나는 무엇으로 사회에 공헌할 것인지를 알고 있지 못하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리더들이 배출되기는 힘들 것이다.
각자의 재능과 열정이 ‘세상의 필요’와 만나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는 그의 저서 ‘8번째 습관’에서 모든 인간은 내면의 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내면의 소리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안에서 각자의 ‘재능’과 ‘열정’이 세상의 필요와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인간 모두는 스스로 자신이 잘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능과 열정이 일치되는 일이나 직업을 만났을 때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더 명확히 알 수 있으며 세상의 필요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프로 골퍼 타이거 우즈, 첼리스트 장한나 그리고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뱅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등이 대표적인 내면의 소리를 찾은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렸을 때 혹은 중년에 내면의 소리를 찾아 행동으로 옮겼으며 세상의 필요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내면의 소리를 찾았지만 만일 좀더 쉽게 내면의 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명확한 삶의 목표를 찾아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코칭이 바로 내면의 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코칭’인가?
미국을 비롯한 주로 선진국에서 일반화 된 코칭은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으며 코칭 리더십도 리더십의 한 부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기업내 커뮤니케이션 및 조직관리 그리고 성과향상을 목적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으며 기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이규제큐티브 코칭은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들에게 우선적으로 코칭이 도입되는 이유는 기업내 임원이 차지하는 의사결정의 중요성과 기업전체의 성과향상 그리고 조직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코칭은 비즈니스분야뿐만 아니라 라이프와 학습분야에도 도입이 되고 있다. 코칭의 핵심 기술은 질문과 경청 그리고 지지하기 이다. 학습분야에 코칭의 3가지 핵심 기술이 도입된다면 학생들에게 ‘내면의 소리를 보다 쉽게 찾도록 도와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많은 임원들을 코칭하면서 질문/경청/지지하기의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 40, 50대의 기업 임원들의 경우 이미 확립된 가치관과 개인적 기질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질문들을 던지면 변화가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었다. 질문은 매우 강력하면서도 내면의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 서치라이트를 가지고 어두운 곳에서 읽어버린 열쇠를 찾기 위해 열쇠가 있을 만한 곳을 이곳 저곳을 비춘다고 생각해 보자. 서치라이트가 비추는 지점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발견될 수 있듯이 질문은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해답이나 대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질문의 힘은 학생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게 해주고 사고를 확장하고 생각을 자극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쏘크라테스나 공자 같은 현인들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질문을 이용했다. 좋은 질문 하나는 백마디의 정당한 잔소리나 지식 보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제는 스스로 사고하도록 ‘코칭’해야 한다
KBS 도전 골든벨의 왕중왕이 된 윤문열군과 같은 학생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지식전달과 함께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코칭스킬을 적극 도입할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안병균 경영자 전문코치는 한양대학교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정보및통신공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학교에서 MBA(KEMBA)학위를 수여받았다. 하나로드림㈜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코치협회(KAC) KPC 인증코치로 MOE Korea 경영자 전문 코치로 활동 중이며, 숭실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로 전략경영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