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술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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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
깜빡깜빡.
독서실의 스탠드(조명)이 깜빡댄다 =_=.
뭐야...전기가 나갔나.
아저씨한테 말해보려 방을 나온 순간,
"민영아!"
"으악 -0-?!"
양손에 먹을껄 잔뜩 들고있는 희원이언니의 형상이 내 눈에 잡힌다.
제길.저여자가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온거지..ㅜ_ㅜ....
난데없는 희원이 언니의 등장에 의해 소란스러워져버린 독서실.
나는 아저씨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언니를 끌고 독서실에서 나왔다 ㅜ_ㅜ
"왜왔어 ㅜ_ㅜ"
"너 배고플까봐~ 먹을꺼 가지고 왔어."
"언니 혼자 다 먹어 ㅜ_ㅜ"
"그럴 생각이었어 -0-"
-0-...
도대체 왜 저 여자는 공부하러 캐나다 가서는 왜 돌아온거지 =_=
제길. 수능이 2주밖에 안남았는데 이 언니 너무하는거 아니야 -_-...?
"야 여기 독서실 시설 짱좋다."
"어, 딱 한자리 남은거 간신히 잡은거야 ㅜ_ㅜ"
"원래 독서실은 수능생 우대인데."
"언니,그런건 없어 =_="
독서실따위 한번이라도 가 봤을까 의심되는 희원이언니가
아는척을 하자 나는 상당히 떫은 표정으로 반박하였다.
민망한지 계속 먹기만 하는 희원이언니 -_-;;
언니의 무안함을 좀이라도 떨쳐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
"언니,제갈공명 어딨는지 알어?!-0-"
"내가 어떻게 알어. 야자하고 있겠지."
"보고싶다...ㅜ_ㅜ...."
"아우 존나 닭살이야,쓰불년."
-0-....
먹으면서 야리면 하나도 안무섭다우.
"거의 3일동안 못봤단말이야!ㅜ0ㅜ학교에서도 못보고!집에서도 못보고!"
"전화해보면 돼잖어."
"나 전화 끊겼어 =_="
"충전하면 돼잖어."
"충전금액도 다썼어."
"왜그랬어~"
-_-...
그렇게 입안에 먹을껄 잔뜩 물은채 말하면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른다우.=_=
좀 정상적이지 못한 대화를 20여분가량 나누다가,
언니를 보내고 다시 독서실로 들어가려는데,
"야! 너 요즘 주희랑 친하다며!!"
"누구?!!서주희 !!?? =0="
"어!"
"누가그래!!!!-0-"
"주희가 그러던데 ㅇ_ㅇ 친해졌다고!"
".....-0-"
"그럼 난 간다! 화이팅 김민영!아자!-0-"
등장도 퇴장도 언제나 소란스러운 사람 그 이름 석자 신희원 .-_-
근데 언니가 방금 뭐라고....-0-
서주희가 나랑 친해졌다고 그랬다고 =_=;
그때 여행 이후로 대화한 기억이 없는데.-_-....
확실히 요즘은 야리질 않긴 하지.
어쩌다 마주치면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면서 인사도 하고..-_-...
진짜 왜그런걸까.
갑자기 왜그러는거지.
서주희가 나한테 나쁜마음이 없어졌다는건...공명이를 포기했다는건가?
그건 아닐테고....성시민이랑 뭔가 관계가 있는건가?
에씨.ㅜ_ㅜ 또 뭐가 이리도 복잡한건지.@_@
뭐 어때 ! 나한테 나쁜감정 없으면 나만 좋은거지,뭐!!!-0-
머릿속의 잡념을 다 지우고 다시 공부에 불을 가했다.
평소에 안하던걸 하려니까, 적응은 안돼지만...확실히 독서실 다닌건 잘한 짓인것같다.-0-
한참을 집중하고 있는데,
드르르르르르.드르르르르르.
교복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발신자 공명.
-0-!! 공명이다 !!! +0+
나는 곧바로 튀어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김민영.]
"야!ㅜ_ㅜ 너 왜 이제야 전화해!ㅜ_ㅜ"
[나 오늘 정액 충전했어.]
"씨불..ㅜ_ㅜ...내가 얼마나-"
[그래,알어.나 보고싶었다고.그래,알어~~]
"=_=........"
공명놈도 공부를 하더니 미쳐버린걸까 -_-.
왠지 막 때려주고 싶다.
학교에선 복도에서 들려오는 크나큰 울림소리로만 들리던 공명이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가까이있다.ㅜ_ㅜ
같은집에 살면서도 3일 가량을 못본 공명이의 형상이 보이는듯 하다.ㅜ_ㅜ
"근데 왜 전화했어 =_= 왠일로?"
[너 오늘 몇시에 집에 올꺼야?]
"응,나..한 1시쯤? 오늘 일찍 가려고."
[1시? 오케이.데리러간다?]
"어?-0- 왠일이야?"
[그냥. 그럼 1시에 밖에 나와있어.끊어~]
"으응."
우와!!!-0-
공명이 자식이 왠일이래.ㅜ_ㅜ
자식도 내가 보고싶은가 보구나.ㅜ0ㅜ... 왠일로 데리러 온대ㅜ0ㅜ
어서 1시가 됐으면 좋겠다 ㅜ_ㅜ
그렇게 되어 -_-
쫌 잘되나 싶던 공부는 공명이를 본다는 생각 또는 잡념이라 해석되는 단어에의해 -_-
망해버리고말았다.-_-
.
.
.
.
"앗,차거.왠 비가 또 오고 난리야 ㅜ_ㅜ 제갈공명 이 자식은 10분이나 지났는데 왜일케 안와 -_-^"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린다.
으악.춥다..뭐라도 걸치고 올껄.ㅜ_ㅜ
이대로 뛰어가기에는 교복이 젖는게 귀찮고,
또 뭐 공명이가 우산 가져올 테니깐........
이라고 생각한지 1시간이나 지났다.-_-
2시 10분..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입술이 파래진것을 현저하게 느낄 수 있는 상태.
어떡하지...그냥 혼자 가는게........
낳겠다.
새벽 2시가 넘어가는데도 시내의 호화스러운 간판들은 여전히 반짝이고있다.
우산을 쓰고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이렇게 늦은 밤까지도 뭐 그렇게 할 일이 많은지,뭐 그렇게 바쁜건지....
사실 시내쪽으로 안가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었지만,
어쩐지 비가 내리는 새벽은 너무 무서워서 ㅜ_ㅜ 이 길을 택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약 10분 뒤에 있을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로 시내길을 택하지 않았을것이다.
"누나!!!-0-..."
"-0-?"
뒤쪽에서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
하다의 목소리 -_-.........
"어,하다야 ! -0-..?"
"으악 ! 누나 우산도 안 쓰고 뭐해!!"
"그러는 너는 -_-"
"나야 우산이 없으니까 안쓰지."
"나도 우산이 없단다 ^-^."
"..............."
아무 말 없는 하다.
우리는 잠시 건물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렇게 늦은밤까지 집에 안들어가고 뭐하니 -_-"
"그냥, 비오는 날에는 쫌 생각할게 많아서."
"무슨 생각?"
"그냥 뭐.여러가지......."
오늘따라 슬퍼보이는 하다의 얼굴.
"아,맞다! 누나 저번에 그 여자 누구에요?"
"응,누구?"
"왜 그때요 -_-^ 우리 아파트 앞에서 나타난 시끄러운 여자."
"아......-0-..희원이언니?"
"희원?"
"응.이쁘게 생겼지.어머,하다야! 희원이언니한테 반했구나!-0-"
"....-_-....아니걸랑요."
그런식으로 5분여간 대화를 나누다 갈 곳이 있다면서 먼저 가버렸다.
늦었으니깐 어서 집에 들어가라는 말도 잊지 않은채.
에구,피곤에 지친 상태였지만 걸음을 빨리하였다.
그러다 어쩌다 걸음의 속도가 느려지면.....
내 눈에 공명이와 서주희가 키스하는 모습이 비친다.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 한 새벽에.....
#082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땐 내 방에 누워 있는 날 발견했을 뿐.
"........."
일요일. 학교는 가지 않는다.
"연이야~ 아침먹자!"
"ㅇ_ㅇ"
벌써 깨서는 천장만 멀뚱히 바라보고있던 연이에게 아침을 맥이곤,
독서실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공명이는.............없다.
어제 어떻게 된거지. 이마를 만져보니 뜨끈뜨끈 한게 어쩐지 몸도 으실으실하고
감기에 걸려버린것 같다.
역시 어제 그렇게 비를 맞는게 아니었어.
아마도.....그자리에서 쓰러졌던걸 공명이가 데리고 온 걸지도.
어제 일은.......꿈이길.
정말 아무것도 아니길. 소설에서 봐오던 것처럼 서주희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길.
연이밖에 없는 한적한 거실에서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때,
'달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양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있는 공명이가 보인다.
"어?벌써 일어났네?"
"............"
"어제 어떻게 된거야? 길거리에 쓰러져 있어서 내가-"
"너는?"
"뭐?"
식탁에 짐을 내려놓다 나의 물음에 거실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는 공명이.
"너는 어제 어떻게 된거냐구. 한시까지 데리러 온다며."
실제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공명이의 얼굴인데.....하나도 반갑지가 않다.
오히려 안봤으면 좋았을걸.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는 공명이가.....정말 짜증난다.
"나는 너 전화 안받길래-"
"아,그래?그러니? 그럼 나 못데리러 왔을만한 이유라도 있어?"
"뭘 그렇게 따지듯이 말해. 안그래도 너 기다릴까봐 데리러 가려고-"
"나 못데리러 오고.......서주희 만나니깐...기분 좋디?"
"...........!!"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날 똑바로 쳐다보는 제갈공명.
나는 눈물이 나올까 애써 참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게....무슨말이야."
"......몰라서 묻는거구나,제갈공명."
".....김민영..그게 무슨말이냐고."
".......상대할 가치를 못느끼겠다."
벌떡 일어서서 안방으로 들어가 옷가지를 챙겼다.
"뭐하는거야,너."
안방문에 기대어 서서 짐을 챙기는 나에게 화난듯 묻는 공명이.
"보면몰라? 짐챙기잖아."
"어디 가는데."
"엄마집."
"거긴 왜 짐을 싸들고 가."
대답은 하지 않고 묵묵히 가방의 지퍼를 채운 뒤 연이를 안아들었다.
"당분간은 따로 지내자."
단 한마디만 남겨놓고 안방문을 나서는데,
탁. 내 팔목을 잡아채는 제갈공명.
"놔주지 않을래?"
"너 왜이래."
"물을 양심은 그래도 남았나보지?"
".......김민영......"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약간은 놀란듯, 하지만 확실하게 화난 티가 난다.
낮게 내 이름을 부르는 공명이.
누가 쫄 줄알고? 절대 안 쫀다. 이번엔 정말 누가봐도 공명이가 잘못한거니까.
"이름 부르지마. 더러운 여자의 입에 더럽혀진 입에서 내 이름 석자 나오는거 불쾌해."
"............."
아무말 하지 못하는 공명이.
바보야. 변명이라도 해 봐. 변명이라도 해 보라구.
나 울음 나오지 않게....제발 아무말이라도 좋으니깐 변명이라도 해 봐.
"....봤구나."
"봤구나? 하.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니?"
"......하아......."
한숨을 깊게 내쉬며 머리를 쓸어올리는 제갈공명.
한숨쉬면 어쩔건데.
이런 공명이의 태도 하나 하나가 날 점점 더 열받게 한다.
너무 열받아서.......울음이 나와버린다.
".....한..숨 쉬지마.....한숨 나와야 할 건 나야. 변명도 못하는 남자랑 같이 못있겠다."
"그건 또 무슨말인데."
"깊게 생각하지는 마...그냥..단지......그냥 너무 힘드니깐........"
나도 모르는 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날 힘들게 했나보다.
근데 나는 알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양 넘겨 온것같다.
어쩌면 공명이와 결혼한 지난 1년동안...그다지 유쾌한 일이 많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겠다.
"그래서..이혼이라도 하겠다고?"
"....내가..언제 그렇게 말했니? 그냥 잠시만..따로 지내자고. 수능 볼때까지 만이라도.."
"너 이렇게 일방적인거 짜증나.알어?"
"........뭐?"
"김민영.너 내 얘기 듣지도 않고 이렇게 일방적인거 짜증난다고!"
".........하아..짜증나? 누가 짜증나니?누가 짜증나야 하냐고!! 짜증 내야 할건 바로 나야!!!!"
그만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나의 시퍼런 서슬에 조금은 놀란듯 잡고있던 손에 힘을 푸는 공명이.
"짜증내야 할건 바로 나라고..니 얘기? 들어서 뭐해. 어차피 니가 서주희랑 키스한건 지울수 없는,
변명으로 감출 수 없는 사실이잖아!!!!!"
"그래도 조금이라도 내 얘기 들어줬어야 했어,너는!!"
"니 얘기? 말할 시간 충분히 줬어!! 변명할 시간 충분히 줬다고!!!"
"변명을 왜해!!"
"그래서!! 마누라 내팽겨치고 딴여자랑 키스한게 자랑이냐?? 변명을 왜하냐고??
그게 나한테 할 말이냐?!!"
"그럼 뭘 말해!! 오해라고,실수였다고?!! 그런말 한다고 니가 믿어주냐? 말 그대로 변명으로밖에 안받아들이는거잖아!!
이미 넌 날 믿지 않는데, 변명 해봤자 다 소용 없는거잖아!!!"
"그래도 여잔 변명해 주길 원하는거야!!!!........."
고여만 있던 눈물이 볼을타고 흘러내린다.
이미 참을 수 없어진 눈물.
그냥 흘려보내는게 마음 편하겠다.
"...........그만...하자.당분간은 좀 쉬겠다는 것 뿐이야.연이는 내가 데려갈께......"
아예 힘이 풀려버린 공명이의 손을 뿌리치고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지친듯한 공명이의 목소리.
"....김민영.....하나만 묻자."
"..............."
"....너......나 믿냐?"
".........."
바보같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난 바보여서...이렇게 화나도. 너의 변명 다 믿을 수 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변명이라도 믿을 수 있는데......
바보여서...김민영은 바보여서....바보같이 자존심만 내세우느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걸 묻기 전에...니가 한 행동을 먼저 뒤돌아봐."
싸늘한 말을 한마디 남겨두고 집 문을 나섰다.
".....변명처럼 들릴진 몰라도......너가 생각하는 그런건 절대 아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공명이의 말은 그곳에 그냥 남겨둔채....
\ 엄마집.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ㅜ0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ㅠ0ㅠ"
"아이고~~얘가 왜이렇게 울어대.진짜 동네 망신스럽게."
"............"
아까부터 계속을 울어대는 연이.
오랜만에 듣는 연이의 큰 울음소리.
달랠 힘 조차 없다.
왜 집에서 가출 -_- 했냐고 묻는 엄마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할 힘도없다.
나의 가출사건-_-에 놀란 시어머니도 위층에서 뛰어내려 오셨다.
"엄마, 제발 가출이라고 표현하지 마 ..힘빠져."
"아,그럼 지 집에서 짐싸들고 뛰쳐나왔는데.그게 가출이지 뭐냐?"
"....-_-...."
정말 힘빠진다.
엄마의 저 단순한 뇌는 말 그대로 단순하게 돌아가나보다.
대답할 가치를 못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옛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공명이랑 싸웠냐?"
"......몰라."
쾅!!!
거칠게 방문을 닫고 침대에 엎드렸다.
시어머니도 있는데 버릇없게 보였겠지.
독서실 가야되는데....
힘빠져. 연이의 저 크나큰 울음소리때문에 더 슬프다.
변명...말그대로 변명일까.
아니면....진실일까.
그냥...단지 그게 혼동될 뿐.
너무너무 힘든일에......마음이 지쳤을 뿐.
널 믿고 못믿고의 문제가 아닌,
단지 내 마음이 지친....단지 그게 문제일뿐.......
....
.........
............
.....
.....
.........
.......
그 후 약 2주일간 공명이와의 연락은 완전히 단절되었다.
학교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피하려했다.
수다쟁이버전으로 체인지한 채련이는 왜그러냐며 계속 날 보채대었고,
어쩌다 마주치는 서주희는 참 낯짝 두껍게도 계속 친한척을 해 댔다.
"야! 잘봐라! 너가 말하는 그 젊음인가 뭔가 되찾아야 될꺼아녀!"
"그래,민영아! 잘봐!!!"
"희원이 언니는 왜 캐나다 안가 -_-?"
"어머,섭섭해~~ 안그래도 다다음주에 갈꺼야!!"
"그냥 옆에서 정신사납게 하지 말고 빨리 갔으면 좋겠다 -_-"
나의 발언에 정말 진심으로 섭섭한 표정을 짓는 희원이 언니 -_-
좀 미안한걸.
어느새 수능이다.
이상하게도 무감정이다.
두근거리지도 않아.
오늘만큼은 정말 일찍 깨어있는 연이.
"연이야..^-^...엄마 갔다올께.^-^"
"ㅇ_ㅇ"
언제나 대답은 듣기 힘들지만 -_-...
"그럼 저 다녀올께요."
"그래!!잘봐!!"
엄마의 크나큰 목소리를 뒤로한 채 그냥 집을 나왔다.
내가 시험치는 장소는 시내의 한 중학교.
아까와는 달리 어느새 빨라진 심장의 진동수.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채 수험표와 자리배치표를 번갈아 쳐다보며,
신발을 갈아신고 내 젊음을 되찾아줄 시험인 수능을 볼 교실로 들어갔다.
낯설은 얼굴들.
뻘쭘하게 내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한 30분쯤 뒤에, 무섭게 생긴 여자가 한명 들어왔다.
손에 들려져있는 시험지를 보곤 꿀꺽 침을 삼키는 아이들.
"첫번째 시험은 언어영역으로 100분간 시간이 주어집니다."
등의 말로 시작하여 약 10분간 쉬지않고 주절대는 여자.
그런말 해봤자 시험 자체에는 아무 소용 없으니까 쫌 그만좀 침 튀겼으면 좋겠네요.-_-..
일순간 교실이 조용해지고...
긴장된 순간, 시험지가 배부되고 나면...
나의 수능은 시작된다.
#083
-0-...?
어?...이거 기억이 날 듯 말듯.@0@
씁..이건 어디서 봤던 문젠데.ㅜ^ㅜ..
아씨.몰라.몰라.모르겠다고!!!!-0-.....
악몽같은 100분이 지나가고,
망연자실 한 체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아.....나...
나 이제 어떡해..ㅜ0ㅜ...
한국인이 한국어를 이렇게 모르면, 딴건 어쩌라고요.
하나님 나좀 살려줘요.ㅠ0ㅠ 나 젊음 찾게 머리좀 뺑글뺑글 잘 돌아가게 해줘요 ㅠ0ㅠ!
.
.
.
.
.
오후 6시 10분.
"자,그럼 제2외국어 영역 시험지를 걷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수고많이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0-"
어느새 시험이 끝나고 흥분한 아이들은 제각기 핸드폰을 집어든채
책상에 그대로 모든 책들을 놔두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멀뚱히 그냥 가만히 앉아서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데
드르르륵 진동이 울리길래 누구한테 전화왔나, 누가 나한테 전화를 해주나 ㅜ0ㅜ
감사한 마음으로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자니 -_-
「6시 15분 알람입니다」
라고 뜬다 -_-....
으이씽.ㅜ0ㅜ 시험도 망쳤는데 한낱 기계따위도 날 우습게 보는거냐.ㅠ_ㅠ
(알람은 니가 맞춰놧잖아 -_-)
나도 이제 슬슬 나가야지..하하.
허무함.ㅜ_ㅜ 이런게 정말 허무하다는 거구나.
단지 이 몇시간을 위해 6년간을 고생했다니..ㅜ0ㅜ....
정말 허무하다. 하.....이렇게 허탈할수가....-0-...
"짜잔! 김민영 !! >0<"
"으악 ! -0-"
"아씨 너 왜이렇게 늦게나와! 한참기다렸잖아!"
"-0-...너..너가 왜 여기있니."
뒷문에서 뛰쳐들어와서는 멍하니 있던 나를 깜짝 놀래키는 -_-...유채련씨.
"나 너 아~~까전부터 기다렸어 !"
"ㅜ_ㅜ 왜?"
"왜긴~ 수능 끝났으니깐 이제 놀아야지 !!! 아자 !-0-"
"나 떡쳤어 =_= 난 오늘부터 재수준비 할꺼야."
"재수 -0-? 으악."
일전에도 말했듯이 Y대에 수시로 합격한 채련이는
나의 재수발언에 경악을 표하며 물러났다 -_-.
"너,너가,김민영 너가, 1년이나 더 공부를 하겠단 말이야?!!=0="
"씨잉 ㅜ_ㅜ 나도 Y대 들어갈꺼야!"
"=_=...."
어림도 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유채련.
으아씨. 공부잘하는 친구 두면 이런게 싫은거구나. -_-^
그리곤 몇초간 아무말도 안하다가 지 혼자서 나가버린다.
"야!!같이가!!!=0="
"그럼 빨랑 나오면 되잖아!!!-0-"
괜히 신경질을 내는 -_-;
내가 Y대 간다고 말한게 그렇게 화낼일인가.ㅜ_ㅜ
으씨.나쁜자식.
"야,너 언제 집에 들어갈꺼야?"
"몰라."
"너 왜그러는데 -0- 이젠 말해도 돼잖아~"
".........."
가만히 교정을 벗어나는데 어쩐지 서울고에 가고싶다.
"채련아, 너 약속있댔지."
"어,너도 데리고 오래!>_<"
"언제라고?"
"응, 8시까지니깐. 시간 충분해~ 너 빨랑가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가면-어?야!!민영아!!!!"
"쫌이따가 전화할께 그때 장소 말해줘!!!!"
뒤에서 고래고래 뭐라 악지르는 채련이를 그냥 내버려두고
한달음에 서울고로 달음박질 했다.
모르겠다.
내일부터 안나가게 될 서울고에, 왜그렇게 가고싶은건지.....
시내에서 20분을 한참을 달려, 겨우 도착한 정문.
하아.....하아.....하아.......
한걸음 두걸음 조금은 느려진 걸음으로 운동장을 지나고,
한발짝 두발짝 차분하게 계단을 오르고....
뚜벅 뚜벅 복도를 걸어 닫혀진 10반 교실문을 드르륵 소리와 함께 열었다.
"..........."
"..........."
아무 소리 없이 내 책상에 누워서, 쌔근쌔근 자고있는 남자.
그 앞으로 걸어가 남자를 흔들어 깨웠다.
"..여기서 뭐해...."
"........으음......"
"얼마나 잤어."
"......하아아아아암.."
늘어지게 하품하는 남자.
"어,너 언제왔-!!"
말을 하다말고는 날 놀란듯 쳐다보는 남자.
정말....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은 남자......
"...공명아......"
그냥...많이 서운하고 섭섭하고 화나고....
너 정말 실망스럽고 짜증나고 밉고.....그런데...
그렇게 2주동안 단 한번도 안마주치면서,
보고싶은 마음 애써 접으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이렇게 그냥 너 보기만해도..
울음이 나오는데....
너한테 섭섭한 마음 절대 지우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기만해도 울음이 나오는데....
의자에서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는 공명이.
"가출한지 딱 16일만에 보네."
"...무슨 가출이야..."
"너 그때 그렇게 가버리고...내가 무슨생각했는지 알아?.."
"..........."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힘들면..오히려....믿음이 사라진다는것..."
"..........."
"......말 그대로 변명일지라도, 믿음을 지키기 위해선....변명이 필요하단것."
"..........."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공명이를 올려다보았다.
내가..힘들어서...너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거야....?
그리고...나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만 너의 변명이 필요하다는거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변명보다는 진실을 말해야겠지.^-^"
짧게 웃고는 다시 의자에 앉아 날 올려다보는 공명이.
내 손을 꼬옥 잡는다.
"...그래,맞아.나 서주희랑 키스했어. 근데 왜 하필이면 그것만 보고 기절해버리냐...."
".......나, 어쩌면 이런생각했어. 서주희가 날 미끼로 잡아 너와 키스한 것이 아닐까,
그걸로 날 힘들게 하려-"
"그건 너가 너무 소설을 많이 본게 아닐까 =_="
약간은 떫은듯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제갈공명.
우씨 ㅜ_ㅜ 이러면 내가 민망해진다. 하지만 사실이니깐 -_-;
"서주희......캐나다......간대."
"....캐.......나다?"
"어,희원이 누나...이번에 서주희 데릴러 온거래."
"....설마...왜?!....희원이 언니는 아무말도-"
"나도 자세한건 몰라. 그리고 그 키스는 서주희의 기습키스였어.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고 -_-"
"..........."
캐나다라니.
서주희가...왜?
그리고 기습키스라니 , -_-^
그렇게 간단히 끝날것을 내가 지금까지 쌩쑈를 부린거란말이야...?
"너 데리러 가는데...비가오더라. 근데 학교 정문앞에서 비맞으면서...나 기다리고 있더라고, 서주희가.
좀만 얘기하면 안되냐고.....울면서. 근데 어떡하냐. 하필이면 충전한 폰도 전화가 안되고..
근처에 공중전화도 없고...서주희 얘기 들어주다가..가려고 했는데....갑자기 가방에서 소주를 끄내서 지혼자
마시드라. 캐나다 간다면서...그래서 데려다 주려는데 걔가 술김에 그만 -_-..그걸 너는 보고, 기절하고
혼자 오해하고...나 3초도 안되서 밀친거 알어?!!!"
참 길고도 긴 공명이의 얘기 -_-
정말 나에게는 언제나 허탈한 일 뿐이구나.
서주희와 키스한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명이가 변명아닌 진실을 얘기해줬으니깐.....용서할 만 하다.^-^
"근데 너 여긴 왜온거야? 시험 잘 봤어?!!"
"그냥...왠지 오고싶어서. 나 떡쳤어,너는?=_="
"나는 내 마누라와 딸내미가 걸렸는데...너 가출해있을동안 피터지게 공부했어 =_="
".....장하다 우리 남편 ^-^"
살짝 공명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야, 우리 화해한건가 -_-..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싸움의 결말.
공명이는 내가 화낼때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근데 나는 공명이한테 화만내고...ㅜ^ㅜ...
근데 서주희는 갑자기 왜 캐나다엘 간다는거지....?
"야,너 약속있는거 알지?"
"아,응!!"
"집에가서 빨리 옷갈아입자. 너 교복도 오늘로 끝일꺼아냐."
"아니야 -0- 나 졸업식때 올꺼란말야!-0-"
"김민영 -_- 원래 졸업식은 다 와야돼는거야."
"-_-;;"
공명이의 손을 꽉 잡고 교실문을 나섰다.
하하. 굿바이 나의 정든 3학년 교실아.
비록 너는 나에게 약 3개월밖에 사용되진 않았지만 -_-
그래도 그 3개월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것 같다! -0-
물론...아직 끝은 아니다.-0-!!!
"야,김민영.....너 다음주 월요일 무슨날인지나 알어?"
"응 ㅇ_ㅇ? 무슨날인데?!-0-"
"=_=....에휴.아니다,뭐 이런게 다있냐 진짜 -0-"
"왜?!! 무슨날인데 ?!!!-0-"
"됐어 =_= 에휴.진짜 한숨밖에 안나온다.-_-"
"무슨날인데에!-0-........"
#084
다음주 월요일 ....ㅇ0ㅇ?
무슨날인지..ㅜㅜ 난 정말 도대체 모르겠다. - 0-
-_-; 내가 잘못된건가?
약간은....실망한듯한 공명이.아니 화난듯한 공명이.-0-
오랜만에 애들 다 모여 술퍼부으며 -_- 또 왕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있다.
희원이 언니도있고, 한세오빠도 있고, 정말 밉살스러운 서주희도 있고(아직까지 친한척한다-_-),
오랜만에 보는 성시민도 있고(왠일인지 조금 조용해진것같다-0-), 재원이,다래,유열이,채련이도 다 있고,
모르지만 저번에 설악산 여행갈때 봤던 몇몇 여자애들과 남자애들도 있고....-0-
마치 술집 전체를 장악해버린듯한 우리 일행.
수능끝난지 몇시간 지났다고 학교가 그립다며 깡좋게 교복을 입고 온 애도있다.
(차마 이재원이라고는....말 몬한다.-_-;)
"너 그러다 단속에 걸린다.그럼 우리까지 파출소 가는거 아니야?-_-^"
약간 떫은 내가 옆자리에 앉은 재원이에게 말하자,
"왜!-0- 희원이 누나랑 한세 선배가 우리 보호잔데,뭘!-0-"
정말 부끄럼 한 점 없다는듯이 당당하게 외치는 이재원.
"그건그렇다 치고 니 입에서 나는 술냄샌 어떡할래 -_- 보호자 있다고 미성년자가 술 마셔도 되니?-0-"
"아,새삼스럽게 왜그래 김민영~-0-"
"새삼스럽긴 뭘 새삼스러워!-0- 너 진짜 우리 다걸리면 책임질꺼야 !! -0-"
수능이 끝나자마자 사고를 치면 왠지 엄마한테 죄송스러울거 같아서,
최대한 재원이를 야단치고있는-_- 중이다.
"왜그래, 대학생은 교복도 못입냐?-0-"
그런 재원이가 너무 안쓰러웠는지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재원이 옆자리의 신다래.-_-^
"내가 이재원이 정말 대학생이면 말도 안 해-_-. 얼굴도 고딩티 팍팍 나는 주제에, 차라리 사복을 입고선
대학생인척을 하던가, 누가 그러래.엉? 누가그러래 ! -0-"
"민영아 하지마 -0- 재원이 불쌍하지도 않니 ㅜ_ㅜ 막상 수능 치고 나니까, 고등학생때가 그리워서 그런걸꺼야.-0-"
"신다래 넌 조용히 해, 또 내가 이자식이 수능을 제대로 쳤으면 말도안해. 신유열이랑 빵점맞기 내기했다며.-_-^"
"그래도 -0- 어차피 재원이는 대학 포기한지 오래잖어 -0-"
"근깐 신다래 넌 조용히 하라고!-0- 너 경찰에 넘어가면 너 그때도 이재원 편 들꺼야,엉?!!-0-"
경찰 얘기가 나오자 침을 꿀꺽 삼키곤 아무말도 못하는 다래.-_-;
그런 다래를 재원이는 좀 섭섭한 듯 쳐다본다.쯧쯔..신다래 너 정의있는척 할때부터 알아봤어 새꺄.-0-
(수능에 대한 스트레스로 좀 입이 험악해진 민영이.-0-)
"자자자, 다들 모인것 같으니까 본격적으로 왕게임 시작하자."
정가운데 앉은 한세오빠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왠지 한살 위의 선배들이 많아보인다. 그러니깐 그때.....언제더라.
세달 전, 태형이 찾으러 충북에 가야만 했을때. 많은 도움을 줬던 우람하게 생기신 상철이 오빠부터 시작하여,
내가 2학년때 공명이와 많이 어울리던 오빠들도 보인다.
어쨌든, 왕게임이란 말에 열광하는 일행들. 정말 쪽팔린줄도 모르는...ㅜ.ㅜ
멀리 희원이언니 옆에 앉은 공명이를 울먹이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건만, 다음주 월요일이 무슨날인지 모르는
나의 죄에 의해 삐져버린 공명이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고보니......다 모인게 아니잖아.
태형이가 없잖아.....정말 예전처럼,
'하하......좀 늦었죠?' 하고 다시 태형이가 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준다면......태형아, 니가 그래준다면......
내가 무슨 미련에 이러는 건진 모르겠지만.....새삼스레 이렇게 모두 모이는 날에는......
내 좋은 친.구.였던 니가....너무 그리워..........
"야!-0-"
"으,응?"
갑작스런 그리움에 멍하니 있을때 재원이가 날 부른다.
깜짝놀란 나는 흠칫하며 그를 바라보았고,
"뭐해. 막대 안뽑아?"
"으응..."
어느새 내 막대 뽑을 차례가 되었나.
뭐, 늘 그렇듯 7번이나 11번이 나오겠지 -_-.
나의 기운없는 모습에 공명이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리는 너를 보기가 두려워서.-0-
(호프집에 들어와서만 벌써 몇번인지 헤아리기도 두렵다.-_-;)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내가 뽑은 막대에는,
"어?!! 김민영이 왕이다 !!! -0-"
왕 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있었다. 누가 쓴건지 참 글씨가 밉살스럽다.
(아마도 이재원이 쓴게 분명하다.-0-)
예상치 못한 결과에 잠시 당황한것도 잊은채, 그동안 왕게임에서 제대로 기한번 펴보지 못했던 내 얼굴엔
사악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니들 오늘 제대로 걸렸다.=_=
단 한번 왕 된거 가지고 이렇게까지 사악해 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_-;;
"잠깐. 나 술좀 마실께."
나의 사악한 웃음에 긴장한 사람들.
침을 꼴깍 삼키며, 나의 맥주마시기 쌩쑈를 감상하고 있는데,
"아씨 김민영 시시하다~! 맥주마셔서 뭐 취하겠냐! -0- 소주로 들이부어!-0-"
이미 취해버린 희원이언니가 내게 내뱉은 말.
순간 나는 흠칫했다. 소주 2병 원샷하고 저세상 간 사람 있다던데...-0-
으씨,알 게 뭐냐! -0- 맥주 1000cc나 소주 한병이나 뭐 그게 그거 아니야!-0-? (아닙니다.-_-)
"오오오오 ! -0- 진짜 마신다,진짜 마셔!-0-"
더욱 더 강도가 거세진 나의 쌩쑈에 혼자 신나서 열광하는 희원이언니.
저쪽에서 닭살을 떨고있는 채련이와 유열이를 보자 더욱 더 열이 받는다.
내가 이렇게 폭주를 하는데 말리지도 않는 제갈공명.
너네 셋다 지금 나 염장지르니!?!! -0-
"야야 -_- 쟤 말려야 되는거 아니야?"
"그러게. 왕게임의 선을 이탈했어 -0-"
"야 -0- 진짜 말려야겠다. 야,제갈공명. 니가 쫌 어떻게 해봐~"
한세오빠와 애들이 수근대는게 느껴졌다.
제갈공명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정말 선을 이탈한 -_-;)
그러나 그 누구도 나를 말리진 못했다.-0-
나......취했나? @0@
(소주 세잔이면 골로가는 민영인거 아시죠-_-?)
거세게 소주병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날 야리는 공명이의 눈길이 느껴져서....=0=
"7번!! 11번!! 일어나!!!!=0="
카리스마 있게 -_-^ 소리쳤다.
매일 날 구석바가지로 몰아넣었던 7번과 11번이란 번호.
누가 일어날지 궁금하다,정말.=_=^
(민영이 지금 제정신이 아님을 기억하세요)
그때 정말 타이밍 딱 좋게
딸랑♬ 거리며 호프집의 문이 열린다.
"......하하....제가 좀....늦었죠 ?^^"
#085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 말 한마디에 모두의 고개는 문쪽으로 돌아가있었다.
술에취한 나로써는 어쩜 그 목소리가 태형이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아,잠깐 일산에 갔다왔는데 차가 엄청 막히드라구요.어? 2학년은 나밖에 없나?"
뭘 바란건지....태형이가 그렇게 굳은맘 먹고 떠났는데,
그러고선 연락 한번 하지 않는데....이렇게 쉽게 돌아올 리가 없잖아.
"어,하다 왔니.그래 거기 앉아라."
나의 경직된 표정에 싸늘해져버린 자리.
뭐해,김민영. 너 술취했어도 정신 살아있잖아.
인사해야지, 귀여운 동생이잖아. 하다잖아.
너 지금........태형이가 아니라서 실망한거야...........??
"11번이랑...7번..........키스해."
아직 11번과 7번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
무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정말 내가 무슨 정신으로.......
"나 11번인데."
나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던 공명이가 살짝 눈을 감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0-!!..
맙소사.정말 헛소리 한거 맞구나,김민영! -0-
혹시....혹시라도...정말 혹시라도...ㅜ_ㅜ....
서주희가 7번이라는...그런 소설같은 일은...정말 .....없겠지.ㅜ0ㅜ
"........7번.....누구야?"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제발.....이거 소설 아니기를 바랍니다.지금 이순간만큼은 ㅜ0ㅜ 정말 절실히 바랍니다.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 사람.
".......-_-...나보고 쟤랑 키스하라고, 김민영?"
얼굴을 찌푸리며 나에게 말을 하는 공명이.
하......하하.뭐야,이거......정말........
소설이 이럴수도 있는거구나.........
"........난 뭐 좋은줄 알어,새꺄?-0-"
자리에서 일어난 주인공은 -_-
다름 아닌, 바로 내 옆자리의 이재원이었다.
푸하하하하하하.이거,이거 정말 , ㅜ0ㅜ!!
"야,너네 내가 왕인데 그렇게 불만을 표해도 되는거야?! 얼렁 키스해!!ㅠ0ㅠ"
-_- 난 제정신인건지 아닌건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내뱉어버렸다.
정말 좋은 구경거리를 두고 괜한 걱정했잖아.ㅜ0ㅜ
"김민영,미쳤어?!!!=0="
나에게 승질을 내는 교복입은 이재원,-_-^
"뭐,나 왕인데 개겨?개겨?!!-0-"
왠지 삘받은 나.-_-;
"뭐 이딴게 다있어,진짜 !! -0ㅠ!!"
질린다는 표정을 하고서는 테이블 위로 훌쩍 올라가는 이재원.
"뭐해,올라와 새꺄!-0-"
공명이 앞에 서서는 괜한 승질을 내는 재원이.
어쩐지 너무 적극적인거 아니야.....?
다래또한 흥미롭다는듯 눈을 반짝이며 재원이를 바라보고있었다 -_-;;
"아,진짜......-_- 김민영 이따 죽었어.=_="
의자를 밟고서는 테이블에 올라가는 공명이.
뭐야,이자식들.....은근히 즐기고 있잖아?-0-
"야,재원아 공명아!-0- 뽀뽀 말고 키스란다,키스!!!-0-푸하하하하!!!"
희원이언니가 내뱉은 말을 마지막으로 -_-
둘의 입술은 붙어버렸다. 근데 -_- 1초도 안되서 떨어져버렸다.
"아,시시해! 뭐야-0-!!"
약간 싸이코가 되어버린 나-_- 그도 그럴 것이 남자끼리 키스하는것은 왠만한 구경거리가 아닐수가 없다.
(비록 그 주인공이 내 남편이라 할지라도.-0-)
그렇지만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로 바닥으로 뛰어내려와 버리는 재원이와 공명이.
공명이는 입술을 계속 비비고 있었고 -_-
재원이는........
"울지마,재원아 -0-"
"아씨,나 어떡해 신다래! ㅜ0ㅜ 넌 내가 딴사람이랑 키스하니까 좋아,엉?좋아?!!ㅠ0ㅠ"
"괜찮아 내가 이따가 소독해줄께 -0-"
"그런말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야!!! 김민영 복수할꺼야!!!-0-"
-_- 눈물을 찔끔 흘리는 교복입은 재원이의 협박은 -_-
다행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사내자식이-_-.....그것같고 우니.-_-?
"누나!-0-"
"어,으악?!!"
어느새 내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버린 하다.-0-
너무 노골적으로 놀랐나.ㅜ0ㅜ
쫌 떫은 표정의 하다 =_=;
"어,어,어, 하,하다야 안녕."
"너무 오랜만이야 ㅜ0ㅜ 수능 잘봤어?!"
"엉? 그냥 그저그렇게...."
"그때 비올때 집에 잘 들어갔어? 나 쫌많이 걱정했는데."
-0-....
공명이와 서주희의 키스신을 보고 기절했다는 말은 절대 못하지,암.그렇고말고.
이 자리에서 그걸 말하면 만인이 알게될텐데(바로옆에 입싼 이재원이 있으니까-_-).
"그...그럼.^-^ 잘들어갔어."
움찔하는 서주희.
XX년....나 기절한거 알면서도 엄청 친한척했지.뻔뻔한 년.
친한척 해봐야 뭐. 넌 아주 찍혔어. 말그대로 친한척이지.?
속셈이 뭐야,이 여시같은 년아.-0-
"나 가봐도 돼?...."
그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왜 벌써가게? 아직 술도 한참 남았는데."
"그 날이 다가오다 보니깐 기분이 별로 안좋네. 가서 쉬려고."
".......그래? 그럼 잘가,시민아.^-^"
다름아닌 성시민이었다.
도대체 쟤와 얘기를 나눈적이 언젠지 모르겠다.
그 때, 공명이와 한 얘기를 엿들은 후에 한번이라도 대화를 나눈적이 있나...?
아예 존재감을 잊고 살았는데.....
그 날이 다가온다니.....무슨날?
뚜벅뚜벅. 성시민이 정말로 가버리고..
그때,
"김하다, 너 계속 그자리에 있을거냐."
공명이의 사늘한 말투.
"왜요, 재원이 선배도 누나 옆에 있는데 왜 난 못앉아요."
"이재원은 신다래 옆에 있는거지 김민영 옆에 있는게 아니야."
-0-....헉.이자식들이 또 왜이래.-0-
공명아..ㅜ_ㅜ 너 나한테 화 풀린거 아니었니.?
계속해서 날 야리는 제갈공명. 아,증말.
불과 4시간 전만해도 너한테 화나있던건 나였다고.-0-
둘이서 슬슬 신경전 모드로 돌입하자,
"하,하다야 ! -0-너 생일이 언제니?!"
나도 모르게 저런 엉뚱한 말을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역시 난 지금 술에 취해 있는거야.-_-
"나?나요? 아 그러고보니..까먹고있었다. 내생일은...11월 12일인데.-0-그럼...이번주 금요일이잖아.-0-"
11월 12일이 하다 생일이라고...-0-? 진짜 얼마안남았네.
그래도 귀여운 동생인데...생일은 챙겨줘야지.-0-
그런데 이상한건....하다의 말을 듣고 분위기가 썰렁해져버렸단 것이다.
내가 하다한테 생일 물어본 것 때문에 그런가.....? 정말 그런건가?
아니, 그것때문이라면 이렇게까지 정숙하지 않을걸. 도대체 이사람들 이상해.
무슨 일이 있으면 단체로 정색하고, 말이 없어져버리고.
마치 단 하나의 비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단.......하나의 비밀.........
그건....성이원이잖아..성이원에 관한 얘기......그게 이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있는 비밀이잖아...
뭐야, 그럼 또.
성시민이 그렇게 기분이 안좋았던 이유도,
하다의 말을 듣고 사람들 모두가 정색해버린 이유도 또 성이원이란말이야?
아씨,또 소외감 느끼네.
웃기는 사람들이야 정말.......성이원이 도대체 뭐길래.도대체 뭐길래.....
"다들 내 생일선물 줘요,알았죠?-0-"
하다의 발랄한 발언에도 아무도 대답이 없다.
나,나라도 대답해줘야 하지 않나.......-0-?
"꼬맹아. 그날은 너 생일파티나 해야하는 날이 아니란다."
조용히 있던 유열이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하다가 약간 기분 상한 말투로 다시 유열이에게 반문한다.
"그럼 그날이 무슨날인데요?-0-....."
"꼬맹이는 몰라도 돼."
이미 꼬맹이로 통해버리는 하다.
하다 키가 공명이보다 작지만 180은 넘어 보이는데...-0-
왜 하다가 꼬맹이 인걸까.단지 나이가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0-?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탈출구를 찾고있는데 그때 마침,
"야,나와."
라고 입모양으로 나에게 말을 거는 채련이가 눈에 띄었다.-0-
저 새끼도 나랑 똑같은 소외감 느끼는 인간인가.....?-0-; 으하하 그렇다면 다래도 같이.
결국 나와 다래 채련이는 호프집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어야 했다.
"야,우리 너무 비참하지 않냐."
"그러게."
"11월 12일이 무슨날인데...?"
"나도 몰라."
"난 알아."
짧은 다래의 말.
나와 채련이가 놀란 눈으로 가운데 쭈그려 앉아있는 다래를 쳐다보았다.
"그날........성이원 기일일껄,아마."
........
............성이원의 기일.?
그래....그러면 저인간들이 그렇게 동요 할 만도 하지.
그렇게 되면 하다가 정말 불쌍해 지는거잖아.
나나 축하해 줘야겠다.
"근데,민영아.제갈공명 쟤는 왜 너한테 그렇게 화났대냐."
채련이가 마지못해 나에게 물어온다 -_-.
"몰라.-0- 내가 담주 월요일이 뭔 날인지 몰라서 저래. 너 혹시 아냐?"
"담주 월요일? 몰라 내가 어떻-"
갑자기 말을 끊는 채련이.-0-
뭐야.-0- 아나보다 이년. 아나보다 -0-
"왜그래? 담주 월요일이 뭔날인데?!!-0-"
"김민영아. 너 인간 맞냐....?=_="
"왜그러는데 -0-? 응?-0-"
정말 인간 맞냐는듯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채련이.
다래도 마찬가지로 날 쳐다본다.
뭐야, 이것들은 또 왜이래.-0-
.
.
.
.
.
"병신아.넌 니 결혼기념일도 모르냐?!"
#086
-0-.....뭐....뭐시라고라?!!-0-
결.혼.기.념.일.?!!!
채련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난 잠시 벙쪄 입을 벌리고 있어야 했다.
정말 몰랐다는 듯한 나의 표정에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 채련이와 다래.-_-
"아,너 정말 인간 맞냐?!"
채련이가 먼저 쏘아붙이고 -_-
"그르게~ 제갈공명이 속좁은 놈이 아닌데 왜 화가 나 있나 했지.-_-^"
다래가 맞장구 친다.
그래 ㅜ0ㅜ
난 맞아도 싸 ㅜ0ㅜ 욕먹어도 싼거야!ㅜ0ㅜ...
결혼기념일을 몰랐다니...아니 완전 까먹어서 생각조차도 못했다니!
나,나는...나같은건...나같은건...-0-
"얘 표정봐라 -_- 진짜 몰랐나보네."
"=_= 진짜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거 아니야? 나같으면 두근거려서 잠도 못자고 그러겠다."
ㅜ_ㅜ 난 이제...어떡합니까.ㅜ0ㅜ
"나,나는 이제 어떡해야 하니 -0-"
"어떡하긴 뭘 어떡해.-_- 그냥 눈 딱감고 빌어."
"비,빌어?-0-;"
"이그,신다래 이 바보야!-0-그럼 어떡해!-0- 이왕 몰랐었다는걸 들킨 이상 그대로 나가는거야."
채련이가 나지막이 속삭인다.
아무도 듣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0-
"그대로 나가면 난 공명이한테 맞아 죽어 ㅜ_ㅜ"
"야! 몰랐었던 척! 하면 되잖아~ 일부러 몰르는 것처럼한 척!-0-"
"그,그래서 -0-?"
"실망에 빠져있는 공명이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게 되지.-0-
그런데 니가 써프라이~~~~즈 파티를 여는거야!-0- 그럼 공명이도 기분이 좋아지지!
그러면서 등 뒤에 숨겨놨던 선물을 짠 꺼네는거야.!"
-_-...소설쓰니...?
너무나도 구체적인 채련이의 시나리오.
그러나 제일 타당했기에, 난 결혼기념일까지 모르는척 연기를 하기로 결정했다.-0-
여...연기라면 잼병인데.ㅜ_ㅜ 걸리면....-0-
공명이가 나 그런생각도 했다고 칭찬해줄지도 몰라.-0-
하지만 내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면..-0-; 난 맞겠지 -_-;
제길........=_=
.
.
.
.
한참을 연기 연습을 한 뒤에 -_-
우리 셋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시 술집안으로 들어갔다.
"너네 뭐 했길래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
제일 취한것같은 희원이언니가 물어온다.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 술자리 -0-.
저쪽에서 종업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게 보인다.-0-
이제야 알았는데 -_-
난 술에 취해도 정말 금방 깨버리는 성격인것 같다.
"어,그냥 뭐 이런저런 얘기.어.....?"
"왜?"
"공명인?"
"아,그자식?"
희원이언니가 턱 끝으로 가리킨곳.
술집 가장자리 구석에 있는...-0- 흡연실?!!
"언니,쟤 저기 왜갔대 ? =0=..."
"몰라.-0- 자,부어라 채련아!!!"
채련이와 다래가 자리에 앉고 나는 그대로 흡연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심스레 문고리만 돌렸을 뿐인데,
"콜록콜록."
머리까지 징-해지는 냄새.
여긴 환기시키는 창문도 없는거냐고요.ㅜ0ㅜ
"야,제갈공명! -0- 너 여기서 뭐해!!"
"..........."
쭈그리고 앉아선(쫌 폼잡고선 -_-) 날 그냥 올려다보는 공명이.
그러다가 다시 앞을 본다.
입에는 담배 한 까치를 물고선.
"야,너 왜이래 ! -0- 너 담배 안피잖어!"
"그냥"
짧게 말을 내뱉곤 후우....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왜이렇게 폼을 잡는거지......=0=?
"이거! -0- 이거 말보로! 이거 이재원꺼! -0- 이자식 죽었어."
"그냥 놔 둬.-_-"
"너 갑자기 담배는 왜 펴!"
"어떤 병신같은 마누라땜에."
나?나?-0-.....
=0=...왜?
"-0-왜?"
"너 진짜 담주 월요일이 뭔날인지 몰라?"
"왜몰라! -0- 담주 월요일 우리 결-"
앗차.-0-
연기,연기!
"뭐?"
"결.....사반대."
"뭐가?-_-"
"연이 감기 결사반대 -_-"
"그래서 -_-"
"예방접종 맞히자고."
"그래-_-"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는 공명이.
삐졌겠지...-0-.
그래,만약 내 생일을 공명이가 모른다면....-0-
삐지겠지 -_-.......
그래.넓은 마음으로 딱 일주일만 눈 감고있자.
"야,제갈공명! -0- 너가 왜 삐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담배는 몸에 안좋으니까 이재원같이 되고싶지 않으면
당장 그만펴! -0-"
더이상 담배를 피다간 이재원꼴이 날거라는 나의 말에 -_-
무서웠는지 당장 입에서 담배를 빼서 바닥에 던지곤 발로 지지는 공명이 =_=
정말 무서운 말이겠군.
이재원처럼 된다...-0-
으악.정말 무서운 일이겠군.-0-.....
"그 밀실에서 둘이서 뭐했니~"
흡연실에서 나오자 유채련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묻는다 -_-.
"시끄러.하긴 뭘 해 -_-"
"에이~~~~"
-_-; 정말 어이가 없군.아 피곤해.
벌써 10시가 다 되가네...ㅜ_ㅜ...
"언니."
"엉?왜."
"언니...캐나다 도대체 언제가? -_-"
"담달에."
"왜?ㅜ_ㅜ"
"그럴일이있어."
담달에 간다구?!-_-;
일주일만 있다 간다며.-0-;
"이자식 정말 재섭네~? 내가 그렇게 빨리 갔으면 좋겠냐!-0-"
"아니 그게 아니구 -0-"
"아씨, 나 이번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이자식 정말 재섭네?!-0-"
"아니 그게 아니구 ㅜ_ㅜ"
차마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_-
언니가 빨리 가면 서주희도 빨리 가는거니까...
그 재섭는년 빨리 내 시야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으니까 -_-^
라고 말했다간 여기 있는 많은 서주희 추종자들에게 한대씩 맞겠지.-_-;
(게다가 서한세가 바로 옆에 있었다.ㅜ0ㅜ)
"정말 일 있어서 그런거니까 니 맘은 잘알겠지만 -_- 한달만 더 참어."
"어? 나 알고있는거 언니도 알고있었어?!!-0-"
"어."
슬쩍 한세오빠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공명이가 말해줬어. 너한테 말했다고..."
그럼 빨리 가지 -_ㅜ
서주희 제발 쫌 ㅜ_ㅜ 빨리좀 ㅜ0ㅜ 가라지.
"이원이오빠 기일도 있고...알아봐야 할 것도 있고."
"뭐? 뭐 알아볼거 있어 ?ㅇ_ㅇ 나한테 말해 내가 다 해결해줄게!-0-"
"=_=....재밌니?"
"아니-0- 어쨌든! 뭔데?"
"너네 삼촌-"
말을 하다 마는 희원이언니.
"삼촌? 우리 삼촌? -0- 왜?"
"아니,아니다 =_="
"-0-?"
표정을 굳히는 희원이 언니.
그러다가 잠시 후에 다시 표정을 푼다.
"짜식아,아무것도 아니라고~"
-0-.....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0-
그때,
'삐이이이이이이- #♬♪ ~@# '
-0-.......?!!!!
"경찰 단속떴나봐!!!!"
정신을 아련하게 만드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시선은 .......
교복입은 이재원에게로 돌아가 있었다.-0-!!!!
#087
.
.
.
.
"너 진짜 이거 민증 니꺼 맞아?"
"아,그렇다니까요!-0- 내 이름 이재석! 나이 스물 하나!!"
"근데 왜 교복을 입고 술집에 있어,이자식아!-0-"
"그게요! 내가 오늘 삼수를 봤거덩요? 근데 막상 치루고 나니까 고등학교때가 너무 그리워서
교복입고 술마셨다니깐요. 얘들아 안그래?!!"
우리에게 고개를 돌리는 이재원-_-
졸지에 우리까지 스물 한살 되었다.
여기는 파출소.
언제 가져왔는지 지 형의 주민등록증을 들고서 국가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있는 재원이 -_-
저러다 걸리면....-0-...일 커질텐데.
게다가 우리까지 끌어들이다니 ㅜ_ㅜ
내 이럴줄 알았다니깐? 이럴줄 알았다고요 ㅜ_ㅜ
"안믿어요?안믿냐구요!! -0- 아저씨 내말 못믿어요!?!"
"-_-"
의심의 눈길을 계속해서 재원이에게 쏘아붇히는 경찰아저씨.
참하게 생겨서는....의심도 참 많다.
어느새 새벽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하암 -0- 졸립다.
엄마한테 혼날텐데.ㅜ_ㅜ 나의 연이는 잘 있으려나.....-0-
"못믿냐구요!! -0- 아씨, 이거 민중의 지팡이가 이렇게 의심이 많아서 되겠어요?!!"
"아,믿어 이자식아! 누가 뭐래?!!"
"그래요! 믿는건 당연한거에요!-0-"
"그래.믿으니깐 너네집 번호 찍어.-_-^"
.........-0-.
순간 멈칫하는 재원- 아니 재석이 자식 -_-
한참을 망설이더니 곧 약간 어두운 얼굴을 하고선,
"집 없어요."
당당하게 -_- 정말 당당하게 말했다.
저자식 졸지에 거지 되버렸군 -_-
이래서 말 한마디가 중요한거라니깐?!
더이상 기다리기에 한계가 생긴 한세오빠가,
"이봐요 경찰관 아저씨! 우린 가봐도 되지 않나요?"
"니들도 하나하나 신분 검사해야돼,임마들아! -0- 그렇게 단체로 술집에 있는건
손님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일이야!"
-_-.....허 참. 어이가 없군요.
그럼 뭣하러 그렇게 큰 자리가 존재한답니까....?-_-
이재원때문에 이게 뭐냐고요 도대체 ㅜ0ㅜ.
바글바글. 정말 열받도록 시끄러운 경찰서 안.-_-^
아........토끼고싶다.ㅜ0ㅜ
옆을 보니 다들 이재원을 죽일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_-
하다못해 다래까지 .허허.내가 자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이자식아. 너 집없으면 고아냐? 얼렁 집 번호 찍어!"
"집 없다니깐요 -0-"
"너 이거 국가를 상대로 공갈치는것도 걸리면 교도소감이야,임마.언넝 불어."
"....그,글쎄...없다니깐요.-0-"
"이자식 이거 우리 우습게보내? 얌마,야,야! 이재원 이자식아! 니가 여기 한두번 들락거렸으면 내가
안이러지. 이미 넌거 뻔히 다 아는데 지금 나랑 장난해,엉? 야, 너 나 알어 몰라.-_-^"
=_= 그럼 그렇지.
저눔은 경찰 손바닥 안이었던 거여.
그러면서 지금까지 약 30분동안 지 혼자 쌩쑈한거에 우리가 맞장구 쳐줬으니...
영락없이 우리도 쌩쑈한거잖아 -_-^
"거기, 너네들도 다 법에 걸려. 너네도 미성년잔거 다 알어 이자식들아 -_-^"
헉.-0-
아씨.-_-^
"뭐 이런 당돌한것들이 다있어? 어? 이새끼,이거 제갈공명 이새끼.
너 요즘 사고 안친다 했다 .엉?-_-^"
진짜 참하게 생긴 아저씬데..ㅜ0ㅜ....
공명이한테는 왜 시빌 걸어 -_-^
"니들 오늘 운 좋은 줄 알어. 니들 오늘 수능 끝나서 기분좋을테니까 한번만 봐주는건줄 알라고!"
"-0-"
우리는 다 무덤덤한데 이재원 혼자서만 난리 친다 -_-
"아,그럼 미리 말하던가요!-0- 난 아저씨가 나한테 속은줄 알고! 아 뭐야 진짜 나혼자 쌩쑈했잖아 ㅜ_ㅜ"
"그래서 뭐 어쩌란거냐 -_-"
"쪽팔리잖아요! 어쩔거에요!!"
"-_-"
타악!
들고있던 명부로 재원이 머리 한대를 치더니,
"이자식아.그럼 니가 여길 집처럼 안드나들었으면 될거아냐. 다시는 보지 않길 바란다.-_-"
그러고선 자기 자리에 가서 앉는다.
"아,뭣들해! 안가??"
참하게 생긴 경찰아저씨의 발언으로 인해,
파출소의 문이 부서져라 재빠르게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들 안간힘을 썼다 =_=
.
.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쪽팔리겠다 재원이.그치?"
"아씨 -_- 그 아저씨 맨첨부터 다 알고있었어 막 나도 야리면서."
"얼~~마나 사고를 많이 쳤으면 경찰들이 널 다 아냐!"
"몰라 =_=^ 그냥 내가 쫌 특이하잖아. 원래 나 모르는데 옛날에 너 임신했을때 한번 찾아왔었잖아.
그때 나랑 이재원 딱 외운거지 뭐. 18살때 결혼했다니까.-_-"
흐음....어찌보면 나때문인가 보네 -0-?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손이라도 잡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_-
무드없이 덥썩 잡아버렸다.
"뭐야!-0-"
"어?아,아니- 모...모기가 있어서 =_="
"모기가 11월에도 있냐?"
"부,분명 모기였어!-0-"
제기랄 -_-^
맘 써서 손 잡아줬는데 '뭐야!-0-' 라니...
무안해지고 상처받은 마음에 모기얘기를 들먹이다니.-_-
김민영, 너 12시간전에 수능 본 인간 맞냐?!!
그렇게 똘추여도 되는거냐?!!!=0=
12시 30분을 막 넘어갈때 즈음,
내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자 깜짝놀라버렸다 -_-
"..여,여보세요?"
[....민영아!!]
"어,엄마?!"
[지금 빨리 우리집에 와!]
"어,지금 가고있는 중이야.왜?"
[희원이....!!]
"어?"
희원이언니?!!-0-
갑자기 희원이 언니는 왜-_-...
[희원-]
뚜──.
"제기랄! ㅜ0ㅜ 왜 하필이면 딱 그때 밧데리가 꺼지냐고!ㅜ0ㅜ"
"왜?뭐래?장모님이셔?"
"어,희원이 언니 어쩌구 하는데...끊겨버렸어.ㅜ_ㅜ"
"....뭐......중요한일 아니야?"
"목소리가 다급하긴 했는데 -0-"
내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뛰어가기 시작하는 공명이.
아,할튼 저자식 희원이언니 일이라면 -_-^.....
"야!! 같이가!!!!-0-"
#088
"헉..헉...헉...."
오늘은 왜 왠종일 뛰기만 한대냐 , -_-^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내 옛집.엄마 집.
혹시나 또 하다가 살피고 있을까 몸을 잔뜩 움츠리고 주위를 살펴가면서 공명이와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무,무슨일일까?!"
"큰일은 아니겠지."
큰일은 아닐꺼라면서 식은땀을 흘리고있는 공명이자식.
이상하다...-0- 아무리 희원이 언니 일이래도 저렇게까지 동요할 자식은 아닌데.
혹시....-0- 뭔가 알고있는거 아니야?!
띵─ 여지없이 엘레베이터는 도착해버렸다.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꺄악!!"
미처 우리가 내리기도 전에 엘레베이터로 튀어들어오는 한 여자-0-
"엄마!-0-"
"어,민영아!! 왜 인제야 왔어!!"
"엄마,언니는? 희원이 언니는?!!"
"지금 찾으러 가는거야,바보야!!-0-"
우릴 기다리다 못해 혼자 움직이기로 결정한 듯한 엄마.
우리 둘은 꼼짝없이 다시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엄마-_-^ 연이는.......?"
"헉 -0-"
"뭐야!!!ㅠ0ㅠ"
엄마가 너무 급한 나머지 연이를 집에 그냥 두고 온것이다 -_-;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손녀를...ㅜ_ㅜ...
울고있을 연이의 형상이, 아니 -_-... 연이의 울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듯 하구나.
"안되겠다,다시 올라가서 연이 데려와야지."
굳은 결심을 한 엄마가 다시 16층 버튼을 눌렀다.-0-
엘레베이터 타고 이 오밤중에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ㅜ_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엄마, 근데 희원이 언니 왜?!"
"몰라 이년아! 너 정말 희원이랑 의자매 먹은 동생 맞냐!!!-0-"
의자매..-0-?
내가 언니랑 그런걸 먹었었던가.=_=^
아, 몰라 할튼. 친자매보다 친하면 친했지 안친할건 또 뭐람.-_-;
괜히 승질을 내는 엄마때문에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쳇.까짓거 모르면 덧나나? 쫌 말해주면 안되나....?ㅜ_ㅜ
공명이는 아무말도 않고 엘레베이터의 숫자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만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_=.
역시나 울고있던 연이. 달래느라 내 품에 안고선 다시 1층을 향했다.-0-
띵─이번엔 정말 1층에 도착하고...
"헉!-0-"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지르는 엄마.
"왜,또 뭐!!-0-"
"내가 가슷불 잠갔나 모르겠다."
"엄마,장난쳐?!!ㅜ0ㅜ"
"몰라. 이 양반이 어떻게든 하겠지."
엄마...엄마 나이를 생각해서 푼수짓을 하시죠.-0-!
어쨌든 초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하는 엄마때문에,
나와 공명인 또 달려야만 했다.ㅠ0ㅠ
목적지도 모르는채....
그저 희원이언니 일이라는 것만 안 채........
.
.
.
.
.
30분정도 쉬지 않고 달렸다.
ㅜ_ㅜ 그냥 택시 타는게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한강대교를 건넌듯한 괴로움...ㅜ0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야,십팔층!!빨랑 눌러!!!"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엄마.
18층....? 여기 많이 와본것 같은데.
이렇게 삐까번쩍한 집.
흔한 집은 아닌데...갑부들만 사는 곳...=_=^
놀랍게도 이곳은 우리 삼촌의 집이었던 것이다.
(삼촌-> 엄마의 오빠.이름 신희겸=_=)
"엄마, 새벽 1신데 여길 왜 와!!ㅠ0ㅠ"
"시끄러 이년아..알지도 못하면서 가만히 있어-_-^"
굉장히 빠른 엘레베이터의 속도.
순식간에 18층에 도착해버렸다.
촤르르르륵 -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삼촌 집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뭐!!!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익숙한 말투.익숙한 목소리...
"하.....희원이누나...결국엔."
공명이의 한숨 섞인 목소리.
삼촌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논건....
두시간 전만해도 나와 함께 웃고있었던...희원이언니.
이내 우리 등장을 알아챈 숙모가 당황이 여력한 눈빛을 하고선 다가온다.
"오셨어요....?...민영아,공명아..오랜만이다.^-^"
고요해진 현관.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그 적막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내 귓속으로는 희원이언니의 찢어지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이제와서 날더러 어쩌란거야!!왜 지금까지 나 혼자 내버려두고!!!왜 이제와서야 그걸 말하는거냐구요!!!!"
거의...절규에 가까운 희원이언니의 외침.
울음섞인...아픔섞인....고통섞인.....희원이언니의 절규.
무슨일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어쩌면....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 속 깊이 어느 한구석에선가...
예전 인천바다에서, 나와 희원이언니가 삼촌 내외분을 만났을때부터..
어쩌면...정말 어쩌면....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슨일이야...?..공명아..넌 알지.그치?"
"..하아...."
깊이 한숨만 내쉬는 공명이.
또...나는 몰랐던거야?! 공명아 넌 알고잇었으면서...난 몰랐었던거야...?!
".....나...날 그냥 내버려둬..나...신희겸 딸 따위...안해.못해. 왜..왜 갑자기 나타나서
'내가 니 친아빠다' 그러는건데..!? 그러면 내가 얼씨구나 좋다 하고 그럴거같애...?!!!"
언니의...친아빠가...
우리...삼촌이었었다고?!!....
그래..그다지 큰 충격은 없다.
아까도 말했듯이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깐.
신희겸,신희원....
형제도 아니면서 항렬도 다르면서...
돌림자를 쓰는건..... 삼촌, 이래서야 희원인 내 딸이다 만인에게 알리고 다닌 꼴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희원아..."
"내 이름 그 입에 담지마."
"........"
"희겸아저씨.아니 민영이네 삼촌, 잘들어요. 나 길러준 부모님이랑 13년 살았어요.
아저씨랑은 고작 5년 살았어요. 당신같으면...어떡할 거 같아요?"
무서운 희원이 언니의 음성.
언니가 입양한 딸이란건 알고있었다. 하지만...
내 사촌일줄은. 삼촌의 딸일줄은...상상도 못했다.
충격은 없지만....머리가..아련해져 온다.
정신이...아득해진다.
그때 우리 뒤로 들어온 두 사람이 있었으니,
"...아줌마......!!"
#089
놀랍게도 현관문 앞에 놀란듯한 눈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 쉬고 있는 두사람은
다름아닌 희원이언니의 아빠,엄마였다.
그러니까, 희원이 언니를 입양하신 부모님...
이로써 다 모인건가..?
나랑,공명이는 별로 상관이 없는듯 하지만.ㅜ_ㅜ
"아,아줌마.아저씨.."
"어,민영이랑 공명이 오랜만이다."
짧게 인사를 나누시곤 거실로 걸어가시는 아저씨.
그 뒤를 따르는 아줌마.
우리는 어쩌지 못한채 그 자리에서 그냥 거실의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희원아."
"....아..하? 오셨네.진짜로 오셨네?"
아저씨의 부름에 어이없다는듯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이 말하는 희원이언니.
눈물로 얼룩져버린 희원이 언니.
어떻게 하면..저렇게까지 슬프고,저렇게까지 아플 수 있을까.
공명이와 함께 살았던 날동안, 그 어떤 날동안 난 지금의 희원이언니보다 슬퍼본적이 없어서
지금 희원이언니의 기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다못해 태형이가 떠났을때보다도 몇십배는 더 슬픈듯한 희원이언니의 얼굴.
"봐요, 신희겸 아저씨. 여기 지금 오신 양반들이 내 엄마랑 아빠야.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안그래?"
"...희원아........"
희원이언니의 양엄마가 희원이언니의 이름을 부르고,
"왜!!! 왜 이제야 말하는거냐구 도대체 왜!!! 다 알고있었으면서!! 내가..여기 신철한씨 딸로 살고있었던거!!
다 알고있었으면서!!!!!........."
타악!!_
희원이언니 손에서 내팽겨쳐지는 꽤 많은 양의 종이들.
종이가 허공에서 날다가 바닥에 떨어지고, 내 앞으로도 한장 날아왔다.
조심스레 종이를 들어 살펴보니,
"...희원이...12살 생일....."
A4 크기정도 되는 종이에는 희원이언니의 사진과 함께 삼촌의 짧은 일기가 쓰여져 있었다.
그 외에도..희원이언니에 대한 얘기는 무엇이든지 다 써있었다.
"신철한.이유경.신희겸.정원희.... 너네 넷 다 날 속였어.다...넷 다 알고서...날..속였어....."
무서운 표정의,살벌한 표정의 희원이언니.
더이상의 두려움은 없다는듯한 무서운 희원이언니.
늘 존경해오기만 했던 희원이언니의 밝은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직 바닥에 나뒹구는 사진들에서만 희원이언니가 밝게 웃고있다.
그때,
'짜악!!.........'
거실을 울리는 마찰음과 함께 돌아가버린 희원이언니의 얼굴.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고있는 손은....우리 엄마의 손.
저 엄마는 왜 가만있질 못하고..ㅜ_ㅜ
다들 놀란듯이 우리엄마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신희원.....너 말뽄세가 아주 이쁘다?"
헐....저런 말을 -_- 친딸도 아닌 사람한테.
(친딸한테 해도 정상적이지 못한말을.=_=)
"...아줌마......."
오른쪽 뺨을 더듬으며 놀란 눈으로 우리 엄마를 쳐다보는 언니.
"속여..? 너만속았니? 나도 속았어. 하늘같이 믿던 오빠, 하늘같이 믿던 사람들한테 나도 속았어.
그렇게 치면 민영이 공명이 모두 속았어. 너 기분...이해 하지만...그딴식으로 말하면 아무리 너라도 용서못해."
정말 화난듯한 엄마.
난 별로 화 나지는 않는데...
고요한 침묵.
몇분 후에,
"...희원아......"
".....말해요."
고개를 돌려버린 희원이언니에게 말을 거는 아저씨.
그러니깐...희원이언니의 양 아빠.
"...나..너에게 해준거라곤 없지만...친딸인 마냥 길러왔다. 어느날인가 나에게 너를 맡아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다...."
".........."
"네가 비록 내 딸로 살아왔지만..널 낳아준 친부모님이 없었다면....내 딸도 될 수 없었을게지."
"그렇게 치면, 나 길러준 부모님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는거네요."
"...하지만-"
"그만....해요."
또르르..희원이언니의 볼을 힘겹게 타고 흐르는 눈물방울.
왜였을까. 단지 그 한방울의 울음이 잔잔한 슬픔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어느날 갑자기 정말 몰랐던 사람이 와서 나에게 친아빠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지금까지 믿어왔던 나의 부모님들은 다 날 배신한거고...
그래도...슬플테고....아플테고......
정말 만약의 일이지만 생각만으로도 울음이 나는 일이었다.
헌데 지금까지 난 희원이언니의 기분도 모르고...병신같이 기분도 헤아리지 못하고...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자 더이상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약하게 한방울 눈물을 떨어트리고 나니, 점점 감정이 격해져갔다.
".....언니......!!"
왜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새벽 1시 48분..언니가 왠지 너무 허전해보여서.너무 외로워 보여서..
발걸음을 언니한테 돌려, 언니를 안아버렸다.
친언니보다도 더 소중한존재.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존재.평생을 은혜갚으며 살아가야 할 존재....
"....언니...미안해...미안해....."
".......흑...민영아......"
-_- 한밤중의 자매상봉은 계속되었다=_=
"...그냥...나 키우지 말지..나 버리지 말지...나 낳질말지...!! 그렇게 생각하면 끝도없어..
둘이 사랑하질 말지..만나질 말지...둘도 태어나질 말지...!!..왜 나 낳아놓고...왜 버렸어....왜...!!"
언니의 끝없는 절규.
공명이가 안고있던 연이도, 어느새 잠에서 깨어버린건지 빤히 우릴 바라보다가
눈물을 봐버린건지....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나님....그냥 언니 가만 내버려두시지.......
#090
새벽이되었다.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채 저 먼곳에서 동이 트고 있었다.
울다지친 나와 희원이언니는 거실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렸고,
삼촌내외분들은 안방에 들어가신 듯 했으며, 희원이언니의 아저씨와 아줌마는 잠시 산책을 나갔다 온다고
우리 엄마와 함께 나가셨다.
그리고 공명이는.... 연이를 손님방에 눕히고 지도 자는 중이다.
아아...쭈그리고 잤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밤새에 결론을 얻기란, 그리 쉬운일만은 아니었다.
일단은 혼란스러울 희원이언니도 생각해야했고....그 외에 정리할 일들도 많고...
난 그저...그런 희원이언니를 바라보며 그냥 언니가 하고싶은대로 살아갔으면...
캐나다에 스스로 유학까지 갈 정도로 멋진 사람인데, 그냥 앞으로도 영원히 멋지게 살았으면...
언제나 당당한 언제나 멋진...그런 신희원으로 살았으면....
"....으음......"
거실 유리창문으로 거센 햇살이 눈을 밝게 비춘다.
부담스러운 햇살-_-에 눈을 살짝 찡그리며 뜨니까,
"엥?"
텅텅.
내 품에 안겨있던 희원이언니가 없다. 사라졌다.
증발했나? -0-....
"희,희원이언니!!!-0-"
나는 손님방으로 뛰어들어가 공명이를 깨웠다.
"야,야야!!! 희원이언니 못봤어?!!"
"못봤어 =_="
"없어졌어!!!-0-"
게슴츠레 뜨고있던 눈을 번쩍 뜨는 공명놈.
그 광경이 보고만있기에는 매우 웃기다 =_=
할튼 삼촌과 숙모를 깨우기엔 너무 죄송스러울것 같아서 ㅜ_ㅜ
연이를 이곳에 놔두고 희원이언니를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다.
어느새 아침 9시가 다 되어가는 상황.
왜이렇게 시간이 빨리가는거지? 목도 뻐근하고 허리도 결리고..
잠을 잘못잤더니 이리저리 쑤시는데가 많네.
난 원래...수능이 끝났으니까 푹 자야만 하는 사람인데.ㅜ_ㅜ
"...어,언니? 언니 어디야!! 어디야!!!-0-"
간신히 언니와의 통화에 성공했다.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켜면서 열심히 달리고있는 공명이.-_-^
아침에다가 이미 출근시간은 지난지라 시내는 예상외로 많이 한산하였다.
[...어...민영아......]
"언니!! 목소리에 왜그렇게 힘이없어!!!"
[...응...^-^...]
"언니 어디야!! 거기 어디야?!"
[.....나?..나..여기...한강변...]
"뭐?!! 거기 왜갔어?!!!"
[...다시...시작하려고.....]
"응?그게 무슨-"
'띠이- 배터리가 없어서 전원이 꺼집니다'
.....-0-...
왜 난 항상 이렇냐고요!! ㅜㅜ
어제 한번 꺼졌던 전원. 밤새도록 꺼놓았더니 조금은 충전이 되어있어서 전화를 건건데,
그게 오래 갈리가 없었다. 다시 꺼져버린 전원.
그것도........엄청 중요한순간에.-0-
"뭐래?"
달리기를 멈추고 공명이가 말하였다.
"한강변이라는데....언니가 이상한말을 해...."
"뭐라 그러는데?"
"....다시...시작하려고 한데......"
확 굳어지는 공명이의 표정.
몇초동안을 그러고 있다가 공명이의 입이 살며시 열린다.
"...그거......좀...안좋은 말 아냐?"
".....내,내말이...ㅜ_ㅜ....."
새로 시작한다면서 왜 한강변에 가있는거냐구!!!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절대 아니길 바라면서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 이럴때가 아니지."
"응?ㅇ_ㅇ"
"빨랑 너 저기 공중전화가서 신유열 불러. 차끌고 나오라그래."
"너 핸드폰있잖아!!ㅜ_ㅜ희원이언니한테도 전화해봐야되는거 아니야?!"
"누나 어차피 핸드폰 꺼놨을꺼야.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전화해야할 곳이 있어. 빨리,시간없어!!"
다그치는 공명이.
당황한 나는 한 건물 안에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가 자고있을 유열이에게 전화를 하였다.ㅜ_ㅜ
그것도 외우지 못해 헷갈리는 번호를 간신히 눌러서, 허탕치지 않기를 바라면서.ㅜ0ㅜ
[....뉘야...]
쌔끈한 유열놈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울려퍼진다 =_=
아아.....이 목소리를 유채련은 매일 듣고 사는구나.-_-^
그러니까 그렇게 죽다못해 안달이 난거구나.-_-^
"나..나 민영이...."
[그게 누군데.]
"기..김민영 ㅜ_ㅜ"
[김민영? =_= 엉 왜.]
잠에서 덜 깬듯한 유열이.
새끼 -_-^ 민영이란것보다 김민영에 익숙하니까 이름만 말하면 못알아듣는다.
워째 기분이 나쁜걸...? -_-^
"저,저기...너 공명이가 차 끌고 나오래."
[왜.]
"몰라..아무래도 한강변에 가야할 듯 싶은데.ㅜ_ㅜ"
[한강변?거긴 이 아침에 왜가. 조깅하러?]
조깅....=_=....
"아,아니.할튼 얘기하자면 기니깐 일단 나와!! 여기가 아마도 제일사거리일꺼야!!"
[야,야!!!]
뚜 -
70원의 위력이 다해 끊어지고 말은 전화 =_=
뭐...오겠지? ㅜ_ㅜ 오겠지.
"야,전화했어?"
"어.근데 돈이 모질라서 중간에 끊겼어."
"오라고 말은했어? 내가 오라고 했다고?"
"어...말은 했는데...."
"됐어 그럼 기다리면 돼. 올꺼야."
주머니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 불을 붙이려 하는 공명놈.
나는 재빨리 라이터를 뺏어들었다.
"너 왜그래 자꾸만!"
"뭘!"
"담배 왜 피냐구!!"
-_-^ 이런 표정으로 날 야리더니 또 다른 주머니에서 유유히 라이터를 꺼내드는....-0-
"뭐냐구 진짜 너!!ㅜ0ㅜ"
"신경쓰지마."
"너 아기한테 담배 해로운거 알지?!!"
".........-0-"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공명놈.
뭔 생각을 하는건지..얼굴은 새빨게져서 -_-^
난 연이를 말한거였는데.-0- 왜 빨게진거지?!-0-
그러다가 라이터를 슥 주머니에 집어넣고 담배도 땅바닥에 버린 뒤에 발로 지진다.
"알았어.안피면돼잖아."
고개를 돌려버리는 공명놈. -0-....참 특이한 자식이다 -_-^
"너 근데 누구한테 전화한거야?"
"지금 희원이누나한테 제일 필요한사람."
"그게 누군데 ?"
"이따 가보면 알아.-_-"
-0-....몇번이나 물어봐도 안가르쳐주는 공명이.
10분여정도 흘렀나. 빵빵_하고 경적을 울리며 유열놈이 EF소나타를 타고 나타났다 =0=.
"무슨일인데 이 꼭두새벽에 내 단잠을 깨워=_=^"
"중요한 일."
면나시에 반바지 차림, 그리고 쓰레빠 차림의 유열이 -_-...
이눔아...쪽팔린줄을 알아야지 =_=.
"너 내려."
"씨팍! 니가 운전한다고?!!"
아침에 잠 깨우는걸 싫어하는듯한 유열이 -_-.. 괜히 공명이에게 신경질이다.
"넌 안가 병신아.니가 어딜 갈라그래."
"그럼 난 어떡해!!-0-"
"그니깐 누가 그딴 차림 하고 오래.-_-^ 어쩔 수 없이 너도 데려가야만 하잖아."
"그게 뭐가 어때서!! 진짜 조깅하러가?"
유열이의 말에 공명이는 싸늘한 눈으로 날 야린다 -0-.
왜,왜,왜 날?!!=0=...
어쨌든 어찌어찌 하게 되어서 운전석에는 공명이가 조수석에는 유열이가 뒷좌석에는 내가 앉게되었다.
으음...3달전의 연이 똥냄새가 나는듯 싶구나.킁킁.
"공명아 연이는 어떡하지?!"
"몰라.너네 숙모가 잘 돌봐주시겠지."
걱정도 참 없는 공명이 =_=
그 옆에서는 유열이가 곤히 잠들어있다.
왠지 미안해지는걸....
그렇게 한 30분정도 20분정도 쌩쌩 달려 도착한곳은 한강대교가 훤히 보이는 한강변.
이 넓은곳에서 어찌 희원이언닐 찾는단 말인가 .ㅜ0ㅜ
"야 여기 진짜 왜온거야=_=^"
"희원이언니 찾으러.-0-"
"누날 왜찾어."
"언니가 집을 나갔어.ㅜ_ㅜ 지금 너무 위험해! 언니 무조건 찾아 유열아!!!-0-"
유열이에게 전해주고 나도 공명이가 달려간 곳으로 따라 뛰어갔다.
11월이라 아침 바람이 찰텐데 -0-
유..유열이 어떡한담. 아차 이럴때가 아니지.ㅜ_ㅜ 희원이언니 ,희원이언니.+_+
희원이언니를 찾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도 우리가 차를 세운곳에서 별로 멀지 않은곳에 있었으니까.
풀밭에 앉아 강으로 돌맹이를 던지고 있던 언니.
눈에는....눈물이 가득고여...볼에는....눈물이 흥건하여....쉴새없이 중얼거리며...
마음을 비우려는듯 그렇게 돌맹이만 던지고 있었다.
".....언-"
언니에게 달려가려는데 공명이가 날 막는다.
"왜?이거놔!"
"지금 저 사람한테 필요한건 우리가 아니라니까 =_=^"
"그럼 누군데! 언니한테 필요한사람 안정해져있어!! 언니는 지금 누구라도 필요하다고!! 몰라??"
아무말 없는 공명이.
그의 확신에 찬 눈빛에 고개를 떨구며 희원이언니를 바라보았다.
쓸쓸해보이는 언니의 뒷모습.
언니와의 거리는 대략 50M가량....이렇게나 먼...사이였었던거야....?
그때,
"어이~~ 제갈공명!!!"
유열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옆을 돌아보니 유열이와...놀랍게도 서한세가 서있었다.
거친숨을 몰아쉬며 빠르게 다가오는 한세오빠와 유열이.
"어찌할줄 몰라 서있는데 한세형이 오길래 -_- 데려왔지."
그러나 유열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한세오빠는 희원이언니에게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일이야?"
유열이가 정말로 궁금한듯 물어오고,
난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머리를 싸매야 했다.
저 두사람....분명 옛날에 깨진걸로 알고있는데.
저기서 격렬하게 포옹을 하고 있느 두사람 -0- 신희원하고...서한세 맞는거지...-0-
"뭔일이냐고!!=0="
".......희원이 누나 친아빠 밝혀졌어 -_-^"
유열이의 성질에 참다못한 공명이가 말을하고.
"뭐?...친아빠라니...희원이 누나 친아빠라니?? 그게 뭔말이야?!!"
"말그대로 친아빠라고 -_-^ 그리고 그 친아빠가 김민영 삼촌님이시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유열이. 언니 사정 모르는건가...
희원이언니와 한세오빠는 계속계속 안고있었다.
어쩐지 측은한 기분이 들었다.
둘은...계속 감정을 숨겨왔던걸까...? 서로 좋아한다는것 보기만 해도 알겠는데....
서로 좋아한다는것이 아니라....좋아해 왔었다는 것...
사귀기 시작할때부터, 사귀는 중에도, 헤어지고 나서도 지금까지도...
희원이언니한테는 언제나 한세오빠가 필요했었던거구나.......
계속...좋아했었던거구나......
근데 왜 헤어졌던걸까...무엇때문에?
계속해서 의문점이 생각났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희원이언니...지금 그 누구보다 힘들고...한세오빠는...그런 희원이언니 지켜주는거니깐.
누구보다 서로 좋아하고있으니깐. 보기만 해도..둘은 행복해보이니깐...
한세오빠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려 버리는 희원이언니.
멋있기만 하던 희원이언니도 영락없는 여자가 되어버리고 마는구나.-0-
"야,우리도 가보자."
"분위기 깨려고,김민영.-_-^"
하.하.하.-_-^ 내가 분위기 깨는데 뭐가 쫌 있긴 하지만.ㅜ_ㅜ
지금 저 둘의 상태가 너무나 궁금했기에 -_- 그리고 더이상 보고만 있기에는 다리가 저려왔기에
(선천적으로 움직임을 좋아하는 성격=_=)
깊은 포옹을 하고 있는 두사람에게 다가갔다.
뒤따라오는 공명이와 유열이.
쓰읍.=ㅛ= 거울을 꺼내 눈꼽을 떼면서 다가가는데,
"헉."
나도 모르게 거울을 떨어트려버리고 말았다.
깨져버린 거울 -_-^
그도 그럴것이 거울을 보고있는동안 둘은 키스모드-_-로 돌입해 버려서,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그만 거울을 떨어트리고 만것이다.-0-
뒤에서 공명이가 내 눈을 가리며,
"어린애는 보면 안돼요."
"-_-^ 뭐니.손 안치워?!!"
"........"
대답없는 공명이.
언니가 있는곳에서 멀지 않은곳이라 소리가 다 들려온다.
"...흑....흐읍....흑.....하...한세야......"
"....미안해...너 이렇게 힘든지도 모르고....2년이나 너 내버려 뒀었나봐....."
".........나...나-"
"..공명이한테 대충 얘기 들었어........신희원."
"............"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부드럽게 희원이언니를 부르는 한세오빠.
언제나 싸가지 없다고, 이기적이고 강압적이라고 생각해왔던 한세오빠가 부드럽고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직껏 내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있는 공명이.
난 거칠게 놈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그들의 대화에 좀더 귀를 기울였다.
".....응.."
"...너 나 사랑하지..."
"....... ....응...."
힘겨운 언니의 대답.힘겨운 한세오빠의 물음...
"나 사랑했었지..."
"......응...."
"...나....사랑할꺼지...."
"..........."
".....대답해.."
"....응....흑..."
간신히 멈췄던 언니의 눈물이 또 나오려고 한다.
"...너...나 믿지...."
"......응...믿어..서한세...씨발놈아...개새꺄....믿는다고.....믿는다고......."
그냥 믿는다고 하면 될것이지 왜 욕은 덧붙이는거냐고요 =_=^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곧 욕은 희원이언니의 애정표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잠자코 있었다.-_-
"...그럼 힘들어 하지마.....예전처럼...누구때문에 나 버리고 그런짓 하지마....."
"........안해...힘들어도 안할께....이런 일로...괜히 혼자 힘들어하고 그런거 안할께...."
"........그래야지...힘들어하면 안돼...힘들어도...내가 대신 아파줄께.신희원.....나랑 살자."
=0=........!!!!!!!!!!!!!!!
한세오빠의 충격고백에 놀란언니는 토끼눈이 되어 한세오빠를 바라보고..
한세오빠는 쑥스러웠는지 다시 언니를 꽈악 안는다.
우리는 아예 신경도 안쓰는듯 -_-.
(존재조차 까먹었을지도.=0=)
"..씨발...내가...이말 하느라 얼마나...힘들었는지 알아? 밤새도록 매일매일 연습했던 말이야.
신희원...그만 힘들어하고 나랑 살자......."
한참을 한세오빠의 품안에서 망설이던 희원이언니가 굳은 결심을 한 듯 한세오빠를 떼어낸다.
".......그래.^-^."
그리고 희원이언니의 입에서도 힘겨운 대답이 나온다.
희워이언니가...그렇게 예뻐보인적은 처음이었다 =_=
.
.
.
.
.
그날 저녁.
다시금 삼촌네 집에 모두 모인 사람들.
희원이언니네 양아빠, 삼촌내외분들, 우리엄마 아빠, 공명이네 엄마(시어머님), 공명이,나...그리고..
희원이언니와 한세오빠.
"...뭐??"
"혼자 살겠다고요. 아니 이자식하고 같이 살겠다고요."
-0-..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언니.
그러니까..뭐랄까....그래.한층 더 강해졌달까.....당당해졌달까...
"신희원.너 제정신이냐?!!"
희원이언니네 양아빠가 크게 소리치시고,
"나한테 그럴 말 할 자격있어요?"
"....자격은 없어도 나는 니 애비다!!! 어디서 바락바락 대드는게냐!!!"
"맞는말이네요. 내 아빠 맞죠. 그럼 난 아빠가 두명이에요? 친아빠..양아빠..평생 그러고 살라고요?!!"
"........."
아무말 못하시는 아저씨.
맞는말이다. 지금 언니의 머리속에선....어떤 말이 준비하고있을까.
언니가 저토록 당당하게 말 할 수있는...어떤 굳은 결심이 언니의 머리속에 들어있는걸까.
"어차피 아빠,엄마..한명씩 정할라면....이 자리에서 정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그래서 다 모인거 아닌가요?!"
스윽- 나의 삼촌,그러니까 희원이언니의 친아빠를 바라보면서 언니가 말하였다.
"...내가....그걸 어떻게 정해요......?"
약간은 떨림이 있는 언니의 목소리.
모두들 침묵하고...
"한쪽 부모님들은....날 낳았고...한쪽 부모님들은 날 길렀고....모두 은혜로우신 분들인데...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원인들인데....내가 그걸 어떻게 정해.내가 무슨 낯짝으로 정해요.나한텐..그런
자격이 없어요."
........
.............
"그래도..내 삶이니까 내 삶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요. 난 호적상 신씨에요.
하지만 누구의 딸도 아닌...단지 은혜받은 사람으로써 은혜받은 신희원으로써 살아갈래요. 혼자 살래요.
그렇게 하게...해주세요."
또르륵. 언니의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언니...ㅜ_ㅜ...언니는 최고로 멋진 사람이야요.
언니는 정말..ㅜ0ㅜ ....할튼 언니 너무너무 사랑합니다요.ㅠ0ㅠ
한참을 침묵하는 어른들.
결국 삼촌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연다.
"....나도..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무책임한 말일지는 모르겠지만....너도 성인이 됐고...넌 어느
결정도 못하리라는것을....알고있었다."
".........."
"너의 인생인데,너의 결정에...아무도 뭐라 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은 없다. 집은 내가 구해줄테니....열심히 살아보려무나."
"..........!!"
"...그리고..마지막으로....그냥 널 편안하게 살도록 놔둘껄...이제와서 딸이란것에 대한 그리움에...
널 혼란속에 빠지게 만든 날...용서해라........"
말끝을 길게 흐리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시는 삼촌.
이내 숙모도 희원이언니와 눈이 마주치자 그냥 한번 웃으시곤 안방으로 들어가버리신다.-0-
"아,졸립다. 난 갈래, 사돈 같이 가실라우?=_="
"나도 졸려 왠지. 아악! 연속극봐야되는데!!-0-"
저런 푼수엄마들 -_-^
나도 손님방에 들어가 곤히 자고있는 연이를 들고 나왔다.
희원이언니와 한세오빠가 웃으며 손을 맞잡고있었다.
다시는 희원이언니 힘들지 않기를.
무슨이유에서 헤어졌었는지는 모르지만 언제까지나 행복하기를.
그 맞잡은 두손 놓지 않기를.
그 행복한 웃음 영원히 잃지 않기를.
신희원...내가 바란데로, 영원히 당당하고 멋지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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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실 : 퍼온완결소설♡
※퍼온완결※
[술민이]사고친 고교부부 /81~90/
지기♡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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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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