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장소: 영알실크
산행일시: 2012.4.27(금) 22:00 ~ 4.29(일) 15:23 (총 41시간 33분 산행)
산행거리: 100km(부정확할걸)
참여인원: 52명(정확히 모름)
3년전 처음 영알실크길에 들어섰을때 너무 자신만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약 10km쯤에서 양쪽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
한발 한발 내디딜때마다 고통이 심해 졌습니다.
베네고개까지 약35km 정도를 쥐난 상태로 걸었습니다.
결국 더 이상 진행 하다가는 인대가 끊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베네고개에서 중탈을 결심했습니다.
이제까지 산행하며 쥐나서 중탈 한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약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영알실크야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가능하니까....“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베네고개에서 지원팀들과 술 한잔.
밤 늦어 모두 잠들고 혼자서 또 한잔.
홀로 술먹다 밤하늘을 문득 바라보니 달이 넘 가깝게 다가 와 있었습니다.
"이태백만 달과 술 마시냐? 나도 달과 함께 술 마신다"
생각 나는대로 태백이의 시 한수 읊조리며
..... (첫구절은 잊어 버렸고)
落花盈我衣 (낙화영아의: 꽃잎이 떨어져 내옷에 가득 차는도다)
醉起步溪月 (취기보계월: 취해서 일어서 계곡물의 달을 밟으니)
鳥還人迹稀 (조환인적희: 새들은 돌아오지만 사람의 자취는 드물구나)
술 한잔에 시 한수로 혼자서 잘 놀았습니다.
나이 마흔이면 불혹의 나이라고 했고 이미 한참을 지난 나이에
무슨 코스를 꼭 완주 해야겠다는 욕심이나
무리하게 완주 하여 실크길 완주 했다고 자랑 하고 다닐 것도 아니고
또 친구들에게 그걸 자랑이라고 늘어 놓으면
"미친놈, 나이 생각 좀 해라"고 한마디 듣기 딱 알맞은데
미치기만 하면 되었지 굳이 미친놈 소리까지 들을 필요는 없으니
J3클럽 회원님들과 가까운 산우님들 만났을때 화제꺼리 하나 더 추가 하는 것뿐인 영알실크길에
크게 미련도 없었기에 그다지 아쉬운 것도 없었습니다.
2년전 영알실크 재수.
비교적 컨디션도 좋았고 진행상태도 무리 없이 잘 걸었는데
토요일 밤 늦게부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우의 속에 땀과 비로 온몸이 젖어 잠시 멈추면 이내 저체온증으로 떨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약 70km쯤 용선고개 가기 전 골프장에서 중탈 합니다.
이런 장거리 산행이란 것은 하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 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진인사대천명'이란 이런 것에도 어울리는 고사성어로구나".
또 그런 악천후 속에서도 완주 한 몇 산우님들이 있으니
아직 체력과 산행 스피드를 더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운동이라곤 한달에 몇번의 산행과 술 마신다고 팔 운동 하는게 고작이라
사필귀정이려니 합니다.
작년 가을 3수에 도전 하였을 때는 산행 시작 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였고 졸음과 추위로
결국 운문산 넘어 아랫재에서 밀양 쪽으로 중탈 합니다.
다음날, 그런 악천후 속에서 끝까지 완주한 몇 산우님들의 소식을 접하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 봅니다.
우중산행을 대비하여 여벌옷이나 신발 등 준비가 소홀 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 장거리 산행에 대한 기본이 모자란다는 것과
그런 체력과 산행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터무니 없는 자신감만 갖고 덤벼든 나 자신에 어이없고
자괴감이 들어 산행기 쓸 마음도 생기지 않고 장거리 산행에 대한 회의도 생기고...
여러가지로 착잡한 가운데 산행도 거의 접어버리고
어영부영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J3클럽 회원 초유의 영알실크 4수란 영예(?)로운 꼬리표 달고 또 참가 합니다.
우중산행에 대비하여 별도의 여벌 배낭에 완전 2set의 여벌옷과 등산화, 3개 헤드랜턴,
스마트폰 영알실크 트랙에 장시간 배터리,
지원팀이 철수 하더라도 24시간은 버틸만큼의 식사와 행동식 간식 등 준비 단단히 합니다.
62시간에 완주한 의지의 여인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어려움도 견디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혼자서도 끝까지 완주 하리라
각오 다지고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목요일 밤에 소풍 가기 전날 아이처럼 괜한 흥분에 들떠 2시간을 겨우 자고
밀양행 KTX열차에서 자 두어야겠다고 생각 했지만 겨우 30분 눈 붙이고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열차에 비치된 잡지 보며 시간을 때우니
산행 초반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더욱 조심 스럽게 발걸을 떼고 시간을 넉넉히 운용하며 마음편히 진행할 요량으로 나아갑니다.
함께 걸은 왕포나님과 남기리 출발선상에서...
수도권지부 회원님들 모여!
부산지부회원님들 쪽수로 죽입니다.
드디어 산행 시작합니다.
용암봉엔 많이 모였습니다.
오치령 식사후 다시 출발 하며...
꺼미님과 훈아님
넘 예쁜 한쌍입니다.
수안님과 영화배우님.
토요일 아침 해돋이는 능선에서 맞이 합니다.
누군지는 모르겠고...
만어산 이후에 마지막 남은 산길은 최대한 빨리 걸었습니다.
힘을 남겨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4전5기의 영알실크 완주를 이루었습니다.
혹자에게는 100km산행이 가벼운 산책길이기도 하고
혹자에게는 죽음과 다름없는 extreme 산행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완주 했다고 기쁨에 가득한 표정으로 득의만만한 까마귀를 보며
아직 철 더 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어떠냐? 잠시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것도 살면서 가지는 덤이 아니겠냐?"
함께 보조를 맞추어 걸어준 산행동무들이 고맙고
지원팀의 매화님과
무거운 과일과 야채을 지고 산행중에 미네랄을 듬뿍 채워준 희야님께 특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까마귀의 완주를 빌어준 몇몇 산우님들의 격려와 응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까마귀의 영알실크 오딧세이는 여기에서 마무리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산우님들이 대장정에서 가지는 도전, 꿈과 희망을 함께 공유 하기를 바라며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의 한 구절을 생각 합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달 아래 홀로 술 마시며
이백
꽃 넝쿨사이에 술 한 동이
홀로 마시니 벗이 없네.
잔 들어 달님에게 권하니.
그림지까지 셋이 되었구나.
달은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만 날 따라 다닌다.
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여
이 봄가기 전에 즐겨나 볼까나.
내 노래에 달도 서성이고
내 춤에 그림자도 일렁인다.
깨어 있을때 함께 즐기다가,
취해서는 각기 흩어진다.
우리의 영원한 우정,
아득한 은하수에서 다시 만나세.
이백의 시로 화답하여 완주 축하드림니다.
긴거리 자신과 부댓끼며 완주를 하지만 그 곳에,그 시간, 그느낌는 영원한 은하수에 걸어놓지요......^^
시와 음악을 즐길줄 아는 설국님을 댓굴로 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술과 관련된 시 몇편 중얼거리는 수준인데...
언제 많은 얘기 나누며 길게 걸을수 있는 기회 있기를 기대합니다~~
드디어 완주의기쁨을 누리셨군요 재수뒤의완주라 기쁨이배가되리라 생각됩니다 축하드리고.지는시와음율은모르고 그냥마시기는합니다ㅎㅎ 축하의글로올릴수있다면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