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부처의 말〉
이 책에서 超譯이란 원문을 뽑아서 번역했다는 抄譯이 아니라 ‘원문의 의미와 의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直譯보다 효과적으로 意譯했다’는 뜻이다. 부처의 말은 부처의 어록을 말하는데, 그것은 經典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거의 모두가 從者인 아난다를 비롯한 아투라, 사리풋타, 기사고타 등 부처의 제자들이 부처로부터 들은 말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불교 경전은 ‘여시아문(如是我聞-나는 그렇게 들었다)’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부처가 제자들을 가리키며 한 말이라 하여 나와는 상관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는‘당신’이라는 2인칭을 사용했다. 부처가 제자들에게 한 말이란 것이 곧 당신에게 한 말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처의 말은 살아생전에 한 말이라는 것에서 경전 중에서도 특히, 짧은 구절로 전해지고 있는 『소부경전(小部經典-굿타카니카야)』, 『법구경(法句經-담마파다)』, 『경집(經集-숫타니파타)』과 비교적 좀 더 긴 경전으로 전해지는 『중부경전(中部經典-맛지마니카야)』, 『장부경전(長部經典-디가니카야)』, 『상응부경전(상응부경전-상윳타니카야』, 『증지부경전(增支部經典-앙굿타라니카)』의 내용을 주로 담았다. 초역의 모본이 된 경전은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방언이었던 팔리어어를 참고하였으며, 영어판과 20세기 초 일본에서 완역한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을 기초로 했다고 했다.
초역자인 코이케 류노스키(小池 龍之介) 선생은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한 뒤, 불도에 입문하여 승려가 되었고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고 한국에서도 7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하는 「생각 버리기 연습」, 「나를 지키는 연습」등 불교 관련 서적은 한국 독자들로부터도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승려를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 살 것’을 전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도량을 운영하는 것인 모양이다.
일찍이 임제선사(臨濟禪師)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고 했다. 이것은 부처를 따르고 숭배하려는 약함을 죽이라고 하는 것이다. 강력한 태양, 습하고 울울한 고대 인도에서 부처는 합리적이고,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불교를 탄생시켰다. 부처의 한마디 한마디는 축축하고 울적한 우리 마음의 습기를 말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경어(警語)이고 한마디이다.
♡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에 대해 말할 때
자신이 얼마만큼 애쓰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만큼 이루어냈는지
자신이 유명인과 얼마나 잘 아는 사이인지
자신의 직업이 얼마나 대단한지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 그러한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멀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점점 당신을 멀리할 것입니다.
- 경집 782
♡ 미워서 견딜 수 없는 상대는 만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당장 만나고 싶다.
만나지 못하면 너무 괴롭다.
이렇게 강하게 욕망하는 대상을 만들지 마세요.
저 사람은 기본 상식도 모르는 최악의 인간이다.
이렇게 강하게 혐오하는 대상도 만들지 마세요.
집착하는 대상과 만나지 못하면 늘 고통스럽고,
혐오하는 대상과 함께 있을 때도 역시
고통밖에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법구경 210
♡ 제멋대로 움직이는 생각을 멈춘다
이리저리 흐르고 이것저것 떠올리는,
이 ‘생각’이라는 괴물을 멈추게 하는 명상에 임하면
‘갈애’라는 마귀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집착하여 쾌감이라고 착각하는 그것이
‘사실 헛된 것’이라고 알려주는 명상에 임하면
‘갈애’라는 마귀의 속박을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법구경 350
*渴愛 : 목마르게 오욕(재물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에 애착함
♡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본다
당신이 자기 손에 주어진 것을 보지 않고
탸인의 손에 있는 것을 보고는
‘좋다’‘갖고 싶다’며 부러워한다면
마음의 고요함은 산산이 부서질 것입니다.
- 법구경 365
♡ ‘있다’와 ‘없다’에 흔들리지 않는다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당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다, 놓고 싶지 않다’며
매달리지 않는다면.
칭찬받지 못해도
사랑받지 못해도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그러한 모든 ‘없음’에 대해서
한탄하지 않는다면.
‘있다’에 집착하지 않고, ‘없다’에 슬퍼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마음은 무적이라 할 만큼 부드러워집니다.
- 경집 950
♡ 自業自得
마음속에 생긴 욕망, 화, 미혹으로
조금씩 상처를 입습니다.
‘자신’이라는 괴물은
마음속에 욕망, 화, 미혹을 떠올리지 않음으로써
조금씩 깨끗해집니다.
더러워지는 것도, 깨끗해지는 것도 모두 자업자득입니다.
타인이 타인의 마음을 개끗이 해줄 수 없으니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마세요.
- 법구경 165
♡ 마음의 주인이 된다
당신은 자기 마음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이야말로 당신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입니다.
자신 이외의 무엇에도 기대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세요.
마치 자신의 망아지를 정성껏 길들이듯이.
- 범구경 380
♡ 몸의 실체를 응시한다
몸 안에 가득 오물을 숨기고 있으면서,
‘나는 잘 났다’거나 ‘아름답다’며 거만하게 굴고
‘자 사람은 안 된다’며 트집을 잡는다면
당신은 실체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일 뿐입니다.
- 경집 205
♡ 諸行無常, 諸法無我, 一切行苦
우주 만물은 늘 변합니다.
이것도 사라져가고, 저것도 사라져가고, 그것도 사라져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온갖 심리현상도, 물리현상도,
그 모든 것은 내 소유가 아닙니다.
이것도 고통, 저것도 고통, 그것도 고통입니다.
물질과 마음을 지배하는 모든 충동 에너지는
죄다 고통에 지나지 않습니다.
즐겁다고 뇌가 착각하는 것조차 사실은 고통이라면
모든 집착은 의미가 없습니다.
♡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온다
당신에게도 이윽고 몸이 무너지고
죽음을 맞이할 때가 찾아옵니다.
그 붕괴의 시간이 오기 전에
당신에게 이야기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원하고 원한다, 부족하고 부족하다’라는
욕망을 내려놓고 편안해지세요.
과거로부터 쌓아온 기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지극히 가뿐하게,
슬데 없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세요.
그렇게 하면 모든 것에 ‘괜찮다’며
마음이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 경집 849
♡ 석가모니의 유언
모든 것은 매 순간 시시각각 무너지고
조금씩 소멸해갑니다.
따라서 당신은 찰나도 헛되어 보내지 말며
게으름도 피우지 말고 정진하세요.
이것이 곧 죽어갈 내가 당신에게
스승으로서 남기는 마지막 유언입니다.
- 장부경전 『대열반경』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 부처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제대로 갖추어졌고 널리 알려졌다. 부처가 떠나자 제자들이 ‘드디어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하고는 기강이 해이해지자 교단의 장로인 마하가사파(마하가섭)가 교단의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제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그는 깨달음을 얻은 제자만을 모아 부처가 정한 규율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째로 외우도록 했다. 또 부처가 생전에 설교한 經은 사촌이자 종자였던 아난다가 기억해 내고는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틀림없다’고 하면서 이를 암기토록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해진 규칙에도 여러 번 논쟁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오늘날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만큼 다양하게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부처의 말에 담겨 있는 유연함과 에너지 덕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 또 그렇게 믿고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물론 불교사상의 옳바름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도는 신분제 사회였다. 석가가 살던 당시에 최상위 계급인 바라문교 사제들로부터 반감을 사 부처는 여러 험담과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석가는 제자들에게 비난받아도, 칭찬받아도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말라고 반복해 교육했고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했다. 그의 기품있는 태도 덕분에 부처의 평가는 나날이 높아졌다. 석가모니 태도에 감명받은 바라문교 사제 누가 바라문교를 그만두고 제자가 되고 싶다며 어느 날 부처를 찾아왔다. 이에 부처가 말했다. “당신은 바라문교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의식을 올리는 종교적인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일을 내팽개치고 내게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입니다. 지금 그대로 일을 하면서, 쉴 때 내게 와서 명상을 배우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다른 종교를 부정하지 말라고 한 이 말을 제발 다른 종교지도자들도 꼭 한 번 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