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악 달마봉,화진포를 다녀와서.
-언제:2013.10.29~30(1박2일)
-어디로:목우재->달마봉->안양암->신흥사->설악동
->화진포 제뉴어리 펜션(1박)->화진포 해수욕장->
화진포 소나무 산림욕장 ->진부령 소똥령길
약 2개월여동안,준비했던 바쁜 일상에 매여
산에 들지 못해 큰 결핍이었는데
'여행처럼 왔다 간다'는 짧은 가을, 10월의 끝자락에
잠시 짬을 내서 한달음에 달려간 설악산은
이미 가을이 깊었습니다.
간절한 것은 절실하고,
절실한 것은 다 절절하다고 했듯
가을 설악산에는
눈을 감고 보아야 하는 희망도 있었고,
또 그만큼 절망케 하는 아름다움도 있었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만추의 분위기가 나는
외설악 달마봉 능선길을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으로 난
작은길을 걸어서....' (한용운,'님의침묵'중에서)
그렇게 거침없이 들어가 보았습니다.

설악산 주요 봉우리들 (구글 어스 화면캡처)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에서
동쪽으로 화채능선을 따라 그 맥이 뻗어
화채봉,금강굴,울산바위,달마봉을 융기시켰는데
암봉의 둥글 둥글한 모양이
흡사 달마선사와 닮았다하여'달마봉'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달마봉 능선은 년중 단 한번만 개방되는 등산로이며
평상시에는 금지 구역으로 암릉 구간은 위험한 릿지길이 이어졌습니다.

설악동 B지구 가기 전
목우재 터널을 지나 삼거리에서 옛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달마봉 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의 들머리를 만납니다.
초입 임도를 따라 오르다
우측 능선길로 빠지면 달마봉으로 가는 능선길이 나타납니다.

달마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입니다.
맨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달마봉입니다.
능선길에 접어들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면서
우측으로는 속초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토왕골과 토왕폭,화채능선이 시원스럽게 조망됩니다.


잠시 가던길을 멈추고 자연이 빚어 놓은 조각 작품에 빠져봅니다.

달마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본 속초시내와 동해

만산홍엽으로 물들어 가는 숲

소나무는 바위틈에 나서 천길이나 높이 솟아
그 곧은 속대와 거센 가지와 굳센 뿌리를 가지고
능히 추위를 물리치고 엄동을 넘긴다.
그러므로 뜻있는 군자는 소나무를 법도로 삼는다.
(강희안의 양화소록 노송에서)

산은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창조되었다.
산을 오르고,이성과 육체가 완벽하게 일치하고
조화를 이루며 일하는 것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그곳에는 발견해야 할 건강이 있고,
철학과 평화로운 이성과,
고요한 영혼도 있다.
등산에는 인간과 자연사이에
개별적이고 밀접한 무엇에,
그리고 자연을 통해 신에게 뿌리를 박은
그런 목적의 힘이 존재한다.
-<산의 환상>프랭크 스마이드,안정효 옮김,수문출판사,1989.

외설악 최고의 전망대라는 달마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 본 화채능선입니다.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이어지는 화채능선을 흔히
산악인들은 '꿈의능선'이라 일컫습니다.
그만큼 빼어난 능선으로 설악의 전망대로 이름높지만
현재 생태계보존구역으로 묶여
출입이 통제된 설악의 성역과도 같은 곳입니다.
지난 여름 토왕폭포를 거슬러 올라 가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섰는데
언제쯤 가볼 수 있을것인지...!

달마대사의 발자국
달마봉 가는 길 바위에 큼지막한 달마대사의 발자국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나무로 인해 사람이 하늘을 공경할 줄 알게 되었고,
하늘이 사람을 사랑하는 줄 알게 되었습니다.

달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달마봉이 가까워오자 울산암도 가깝습니다.
두 바위봉우리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한 채,
늘 변함없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암봉뒤로 속초 시내와 동해이고 학사평 저수지와 델피노 리조트(구 대명리조트)입니다.

장자에 나오는 직목선벌 (直木先伐) 즉,
곧은 나무가 먼저 베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휘어져서 그래서 산을 오래 지키는 소나무.

자유란 자신의 인생을 손에 넣었다는 말이다.
무제한의 자유를 의미한다.
언제든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자유다.
어떤 방해도 없이,이렇다 할 후회도 없이
언제 어디로든 여행을 계속하고,
슬픔의 숙소에서도 행복의 숙소에서도
도망칠 수 있는 나그네다.
-테네시 윌리엄스,<회상록>

오후 늦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여
달마봉에 못미쳐 벌써 해가 서산으로 지기 시작합니다.
노을 아래 설악의 주라기 공원, 공룡능선이 꿈틀거리고 있고
그 옆 중청과 대청은 먹구름을 잔뜩 이고 있습니다.


달마봉
지난 여름 북설악 신선대에서 바라볼 때는
영락없는 달마 선사를 보는 듯 했는데
직접 가까이 와서 보니
마치 도봉산 선인봉과 많이 닮아 보였습니다.

달마대사의 머리에 가려진 뒷모습입니다.

산에서 어떤 다른 시간보다도 더 아름다운 시간을 꼽는다면
그것은 해가 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정신적인 아름다움과 평화와 이해의 시간이다.
(.....)
그대는 아름다움을,산과 꿈꾸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밤새도록 살아 있을 빛의 아름다움을 볼 것이며,
고요한 황무지 너머 더욱 고요한 바다의 침묵을 건너다보며
그대는 모든 창조의 영혼으로부터 유래하는 평화를 알게 될 것이다.
-<산의 환상>,프랭크 스마이드,안정효옮김,수문출판사1989

달마봉을 지나자 단풍잎 사이로 울산바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저물 녘에 바라본 울산바위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도종환,<단풍드는 날>



신흥사

달마봉에서 울산바위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신흥사

울산바위

울산바위 남봉


외설악 최고의 전망대 달마봉 능선은 해발은 그리 높지않지만
전체적인 설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귀때기청봉과 용아장성능선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봉우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신흥사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으로 난 작은길을 걸어서.....
-한용운,<님의침묵>에서

달마봉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성채처럼 우뚝솟아 있는
울산암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울산바위는 높이780미터,둘레4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화강암의 30여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름은 무심하게 산을 넘어가고
새는 지쳐 둥지로 돌아온다
고요히 해는 지고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어루만지며
나의 마음은 평온으로 돌아오다
-도연명,<귀거래사>중에서

하산길에 본 학사평 저수지

어두운 산길을 헤치고 산을 내려와 숙소가 있는 화진포에 도착합니다.

화친포 해수욕장 김일성 별장과 마주하고 있는 펜션 '제뉴어리'
주인 내외분께서는 일산에 사시다가 현재 이곳에서 거주하며
직접 펜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우 친절하시고 내부도 깨끗하며 무엇보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바로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평일날 가면 가격을 많이 할인해 줍니다.
(예약전화번호:010-4290-2214)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본 제뉴어리 펜션

화진포 해수욕장이 한눈에 조망되는 숲속 언덕에
김일성 별장이 있습니다.


그렇게 봄 가고 여름이 간 것일까?
생각하면 인생은
발목을 풀고 떠나는 물소리 같은 것.
어느 날 문득 뒤가 비어 있고
깍아내듯 자꾸만 깊어지는 하늘엔
들국화 앉은 모습이 종지부 같다.
-문인수,<가을 기차>

화진포 소나무 산림욕장의 오솔길

화진포 소나무 산림욕장의 오솔길



화진포 소나무 산림욕장 정상인 응봉으로 오르는 산길에서
내려다 본 화진포 해수욕장

왼쪽 호숫가에는 이승만 전대통령의 별장이 있었고
오른쪽 바닷가에는 김일성 별장이 있었습니다.
왜 남북의 위정자들은 이곳 화진포를 좋아했는지
산봉우리에 올라보니 알것같습니다.


처음 동해와 눈을 맞췄던 날
야-했던 날
하늘 깊이 푸르렀던 날
그게 무한과의 성교란 걸
알게 된 건 아주 훗날의 일이지요
지금처럼 훗날의 일이지요
-박용하,<성교>중

응봉

오늘부터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오늘 나는 실패의 피멍과 굴욕의 상처를
너무도 오랫동안 견뎌온 나의 낡은 피부를 벗겨내련다.
오늘 나는 새로이 태어난다.
- 오그 만디노, <위대한 상인의 비밀> 중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른 진부령 소똥령길

진부령 계곡

진부령 소똥령길 초입에 있는 출렁다리



모든 예술은 자연에서 삶의 질서를 찾고,
자연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고 했는데
가을은 바로 그 자연속으로
사람의 눈과 귀와 발이 향하는 계절입니다.
가을 설악은 치명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 자꾸만 가던길을 멈추게 되고
오래 머물러 있다보니
어느새 짧은 해가 금새 서산으로 넘어가
어두워진 하산길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달마봉 능선길은 금지구역으로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해지기 전에는 반드시 하산을 완료해야 안전합니다.
가을 설악산과 7번국도를 따라 가는 바다 여행은
갈때마다 느끼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힐링해주고, 지친 육체를 케어해주는
'강원도의 힘'이 있습니다.!
-끝.

사진,글:윤선한
풍경이 내 가운데서 성찰하고,나는 그 의식이 된다.-세잔
첫댓글 강원도가 고향인 제게... 방가움과 감사함을 느끼고...힐링되게 해주시고 ..^^ 눈이 호사스런 사진. 맘이 편해지는 음악... 감사합니다~
제가 외려 감사드립니다.평안하세요^^
선한씨 꼬리가 안보여 궁금했는데 좋은곳에 있었네요..가고픈 설악 실컷보고 왔으니 언제가려나요?~ 대장님외일당들과 시간맞춰 산행하자구요^^
지난번에 산에 있어 전화를 못받았어요..세상사 참 뜻대로 안되는것 같습니다.^^조만간 산에서 해후합시다.연락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