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목민 정두환의 음악으로 본 세상이야기 1.
오페라 - 사람들의 이야기
정 두 환(문화유목민)
“내 노래여 황금빛 날개로, 언덕 위에 날아가 앉아라.
자유위해 몸 바쳐 스러진 저 수많은 십자가 위로하라.”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의 한 부분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께 혼나면서 외웠던 가사이다. 무엇이 오페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저 가슴에 남아있었다. 이 힘이 고등학교 시절 11시간 40분 걸리는 완행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페라를 보러가게 했는지 모른다. 오페라는 필자의 가슴에 낙인처럼 남아있는 사랑의 흔적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부산 예술계의 가장 큰 화두는 부산오페라하우스다. 2004년 북항을 해상관광 중심으로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수도지만 문화예술분야의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 특히, 전문 공연시설이 부재하였다. 롯데그룹이 2008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에 1,000억의 기부 약정이 체결되면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본격적으로 추진 되었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질 오페라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겠다.
오페라, 17세기 사람들의 사랑에서부터...
17세기 초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열정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오페라는 세기를 거듭하면서, 그 규모가 작은 극장에서 시작하여 객석이 1,000석, 2,000석. 3.000석으로 극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400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다. 오페라 전용 극장은 단순하게 공연장의 범위를 넘어서 도시 또는 나라의 문화 수준을 나타내기도 하며,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지역의 문화 상징성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2023년 현재의 오페라는 국민의 혈세를 먹는 하마, 또는 일부의 전유물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는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오페라의 역사성이나 시대정신은 여전히 그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의 저서 ‘비바 오페라’머리글에 “음악에 대한 민중적 접근 또는 정치적, 사회적 이해는 왜 없는가? 이 소박한 의문에서 이 책은 쓰여진다. 결론적으로 나는 음악은 정치적, 사회적인 것이라고 이해한다. 아니 모든 예술이 정치적, 사회적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의 정치성과 사회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오페라다.”필자는 모든 예술 특히, 오페라가 정치성과 사회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대목에서 동의한다. 400년 이상을 지속해온다는 것은 정치성과 사회성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많은 돈과 인력, 공간이 필요한 예술, 자본 중심의 삶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정치력과 사회성을 요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오페라는 음악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모두의 것이다.
오페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 나름 잘 순화하여 시대를 계몽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혁명에 앞장서는 역할도 하였다. 그 내면에는 민족과 민중, 자유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잘 다듬어서 말이다. 일부 특권층을 위한 오페라 같지만, 이 특권층의 삶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작곡가들이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백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악으로 탄생하게 하였다. 그 내용은 인간의 삶에서 영원한 화두인 사랑이 주를 이루지만, 권력에 반하는 풍자적인 내용,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폭로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음악극이라는 형식에 담고 있다. 우리나라 마당놀이의 풍자 형태의 모습을 서양에는 오페라라는 장르에 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페라도 사람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를 통해 동시대의 삶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것이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페라 작곡가의 중요성.
오페라에서 중요한 것이 작곡가의 생각이다. 작곡가는 ‘어떤 생각으로 오페라를 만들 것인가?’ 하는 작품의 첫 구상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창작이라 한다. 기존에 없었거나, 부조리한 것, 아니면 대중이 바라는 세상의 그림을 그려내는 창작자이다. 이렇기에 창작자의 작품은 결코 세상과 떨어져서 나올 수 없으며, 이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강자와 약자의 생각, 사회적, 정치적 갈등과 해결 등을 아주 면밀하게 살피고 분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예술 장르도 같은 맥락이겠지만, 동시대의 삶과 이야기를 관찰하여 알릴 것은 알리고, 고발할 내용은 고발하되 그 수단이 작곡이라는 음악 형식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는 순수 음악은 사회적, 정치적인 표현 없이 오로지 인간 본성과 이성에 의해 순결한 것이 순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오페라를 순수예술 음악으로 생각하지만, 오페라의 내용은 지극히 사회적이며 정치적이다. 이러한 행위가 순수한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를 음악으로 표현되어 시대를 이어가며 그 표현 방법이 다양해졌을 뿐이다.
오페라하우스의 중요성.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극장이다. 이는 단지 건축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 문화의 척도로까지 자리하고 있다. 물론 극장의 특징도 중요하겠지만, 극장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기술을 간직한 건축물이기에 기술의 척도로도 여겨진다. 오페라하우스는 순수 어쿠스틱 음악을 위해 만들어지기에 건축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선명한 음악 소리를 모든 객석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귀는 20Hz에서 20만KHz까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주파수에 따라서 느끼는 소리의 감도를 다르게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일반인들은 1-4KHz까지의 소리를 주로 선명하게 듣게 되는데, 공연장은 초저음이나 초고음까지 소화해야 하기에 반사판과 흡음판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술이 총동원된다. 때문에 오페라하우스는 현대 음향 기술의 결정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페라하우스는 건축물 외관을 비롯하여 내부의 기술력까지 현대 건축물 자체가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오페라는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즐기는 예술이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곳이기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장르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오페라하우스의 중요성은 도시 가치 창출과 문화 향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이는 문화예술이 공공재로 들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공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으로 다수의 시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기회의 다양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는 도시 또는 국가가 선진 국가며 앞선 도시로 자리한다.
오페라를 사랑할 이유.
사람들의 취미나 특기는 다양하다. 지금의 시대는 지난 시대보다 더욱 다양한 것들이 생겨날 것이며 앞으로는 더 다양해질 것이다. 더 자극적인 것, 더 본능에 충실한 것을 찾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요즈음은 극한체험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시대에 ‘지난 시대의 유물 같은 오페라를 요즈음 누가 감상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과연 지난 시대의 유물이라고 취급하며 외면할까? 우리의 삶은 아무리 시대가 흐르고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인간의 몸은 아날로그이며, 디지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공지능과 챗GPT가 나오는 시대적 환경을 도래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아날로그를 더욱 아날로그답게 만들기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움직여 살아야 한다. 이것이 삶이다. 시대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 본질은 사람을 위한 것이여야 한다. 4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오페라. 어느 시대이건 당시의 사회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사회의 축소판처럼 삶의 전 부분을 다양하게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유익한 분야로 만들어 즐겨야 한다.
이제 곧 우리 부산에도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된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공부하고 즐길 준비를 하여야 한다. 오페라는 그냥 가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조금의 공부가 필요하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 필자는 총 8회에 걸쳐 독자들과 오페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앞선 시대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인 준공과 개관, 부산사람들의 오페라 사랑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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