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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과상황 오지은 |
지난 8월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인 두 명―하재헌 하사(21), 김정원(23) 하사―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북측의 목함지뢰라고 판명되자 국방부는 10일 대북 확성기 공세를 11년 만에 재개했고, 이에 북측이 15일 확성기 조준사격 경고를 해오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20일에는 북한이 두 차례 경고 포사격을 한 이후 확성기 방송 중단을 재요구하며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해왔고, 우리 군은 즉각 대응 태세를 유지하며 확성기 방송을 유지했다. 곧 북한은 48시간 내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을 재차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했고,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재연됐다. 일명 ‘치킨게임’. 한반도가 허리 잘린 지 70년이 흐른 2015년, 광복절을 전후하여 20일 남짓 진행된 상황이었다.
아흔이 넘은 어느 할머니는 남북 고위급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내내 뉴스를 틀어놓고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남북간 대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하던 어느 가족은 북한의 최후통첩 시한이 가까워오자 긴장감을 느끼며 한 장소에 모여 있었다. 주말 명동 시내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어김없이 붐볐으나, 실제 ‘대피령’이 떨어진 대북 확성기 인근 마을 주민들은 생업을 제쳐둔 채 닷새간 긴급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다. 이렇듯 70년째 분단국에 사는 우리네 일상은 (의식하든 못하든) 갑작스런 전쟁의 공포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이번 인터뷰는 바로 거기서부터 묻기를 시작했다. 한반도에 다시 ‘불안정한 안정’이 깃든 9월초 윤환철(47) 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을 만나러 갔다. 윤 사무총장은 2002년 남북나눔운동본부의 대북지원사업 실무자로 일을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한반도 평화 운동에 집중해왔고, 지금은 북한 출신의 대학생 지원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에게 분단 상황과 우리 삶의 상관 관계, 그리고 통일 전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군 미필자인 그의 두 아들 요한(19), 성한(16) 군도 함께였다.
― 남북 군사적 대치가 고조됐던 지난 8월, 주변에 전쟁 공포를 느낀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을 하며 남북관계를 지켜봐 오신 윤 총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충분히 공포를 느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조준 사격은 아니었으나 8월 20일 실제로 북한의 포격이 두 차례 있었잖아요. 전쟁을 실제로 겪어본 어른들은 더더구나 두려움이 크겠고요. 나도 잠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만, 포격 이후 곧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대화로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한 시름 놓았습니다. 북측 입장은 이 사태를 확대하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거니까요. 그럼 우리 정부 하기에 달린 거지요. 싸워봐야 양쪽 다 좋지 않으니 의지만 있으면 수습되겠구나 싶었습니다.
―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요?
전쟁은 언제나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앞서 제가 위기를 느꼈다는 건, 목함지뢰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치닫는데 남북 당국이 수습할 실력이 있느냐에 대한 불안함이었습니다. 적대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안보관리 능력이 상당히 중요한데 말이지요.
― 남과 북이 서로 총을 겨눈 채 적대관계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대부분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단이 괜히 70년까지 온 게 아닙니다. 계속해서 서로 모르는 상태로 있으려는 ‘노력’을 해왔기에 70년 간 헤어나지 못하게 된 거예요. 일단 남북관계에 대한 정보와 지식 자체가 일반 사회에 풀린 게 얼마 안됐습니다. 1987년 이후, 민주화 시기와 궤를 같이 하지요. 지금도 여전하지만, 민주화 이전엔 남북관계에 관한 기밀주의가 전문가 집단을 포함하여 나라 전체에 지나치게 팽배했어요. 보통 북한에 대해서 아는 건 적이라는 거 정도였고, 학교에서 하는 북한교육은 국가가 북한에 대해 이렇다 말해준 거 밖에 없었습니다. 공부도 연구도 아닌 그런 상태로 계속 온 거지요. 더불어 ‘북한〓악마적 집단’이라는 반공(세뇌)교육까지 받아 왔고요.
― 그렇게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것 아닐까요? 그러다 위기 상황만 종료되면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되돌아 가고요.
그래서 분단 상태를 아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사실 분단 자체, 나라들이 쪼개지고 합쳐지고 하는 건 세계사적으로 정상 상태예요. 자연스럽다는 의미지요. 한 나라가 영원히 한 나라가 아니고, 쪼개지고 합쳐지는 이합집산을 계속합니다. 한반도는 분단국이라는 것보다도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악성 분단’인 점이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능력이 없어요. 저는 하나님의 궁극적 명령인 평화를 실행하는 힘을 능력이라고 보는데요. 교회든 민족이든 사회든 그 집단의 능력이란 평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거예요. 싸움이 벌어지지 않게 서로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고, 벌어진 싸움은 말리고 중재해서 평화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면서요. 한반도는 분단 70년이 넘어가는데도 평화를 만들어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으니 정말 무능한 상태인 겁니다. 나라 밖으로는 창피한 거지요.
― 저는 반공 교육을 받지 않은 세대인데 학교에서는 북한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살고 있는데 말이지요.
우선 유일하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좀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는 지역갈등 종교갈등을 포함하여 동네마다 성격이 다른 여러 가지 충돌이 벌어지고 있고, 내전도 계속되고 있어요. 유일하다는 표현은 이 정도로까지 악성인 경우가 드물다는 의미일 겁니다. 과거에 내부에서 대학살이 일어났던 르완다도 20년 안에 화해가 이루어졌어요. 다른 게 통일이 아니에요. 화해가 바로 통일입니다.
― ‘한 민족이니 무조건 합쳐야 한다’는 것이 통일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통일의 이유를 한 ‘민족’에서 찾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요? 생각해봅시다. 하나의 민족은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루나요? 현실은 오히려 많은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는 쪽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국민 과반 이상이 ‘하나의 민족’을 통일의 이유로 말해요.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부분도 있지요. 그러나 올바른 원리도 아니고, 자칫하면 순혈주의로도 흐를 위험이 있는, 반 정도 유효한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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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해보면 좋겠는데요.
통일은, 우리가 먼저 거쳐야 하는 통합의 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여러모로 좋아하는 유럽은 ‘통합’을 추구하지요. 유럽이 통합을 기획한 계기는 ‘싸움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독일이 전쟁을 연거푸 일으켰잖아요. 독일이 전쟁하지 못하게 할 방법을 구상하다가 독일에 석탄과 철강 판매를 통제하는 기구, 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를 만든 것이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시초지요. 결국 평화로운 상태가 통일이에요. 독일을 예로 들면, 통일 직후 동독 출신 사람과 서독 출신 사람 임금이 달랐습니다. 완전한 통합이 아니었지요. 통일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분단과 통일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지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100% 삼엄하거나, 아니면 100% 합치거나 딱 두 가지 경우로 분단과 통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불어 평화도 통합도 표현은 모두 통일이라고 말하면서 통일을 여러 가지 의미로 혼용합니다. 이런 경향을 깨는 작업이 먼저예요.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도 쭉 갈등 상황으로 갈 겁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사탄이 얼마나 공을 들이겠어요. 다른 한편, 한반도 땅에서도 개성에서는 제한적이나마 남북한 사람들이 왕래를 하잖아요? 이게 부분적 통합이에요. 처음 계획은 지금 개성 규모의 20배였습니다. 통합의 범위가 점점 커지면 사실상의 통일 상태가 올 수 있는 거예요. 한반도 땅에서 통일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자면, 최소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상태가 되겠지요.
― 언젠가부터 우리에겐 분단 상태가 더 익숙합니다. 분단 구조 아래 당연히 누군가는 계속 군 입대를 하고, 그러다 어느날 죽거나 다쳐서 돌아와도 그냥 ‘또 사고가 있었구나’ 하고 말거든요.
그게 큰 문제입니다. 군대란 그냥 화장실처럼 들어갔다 나오는 곳이 되었어요. 뉘집 아들은 발목이 잘리고, 뉘집 아들은 죽는데, 그저 한 가정에만 남는 불행한 사건으로 끝나 버리지요. 집단 갈등 사태를 협력 상태로 어떻게 바꿔 가느냐가 정말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와 갈등인 북한도 알아야 하고, 남북관계를 알고, 국제관계도 아는 단계로 가야 해요. 입법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국회의원들을 국민들이 뽑잖아요? 그러니 일반의 지식이 거기까지 도달해야합니다.
현 남북관계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요. 매년 수천억 원씩 남북교류협력기금이 모아져도 그 돈이 그냥 묶여 있는 상황이에요. 남북간 교류가 있어야 돈을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내가 남북나눔운동본부에서 일한 게 2002년도부터 입니다. 당시 인도적 대북 지원과 개발지원을 위해 북한을 드나들며 협상하고, 실행하고, 후속 모니터링을 하는 일을 했어요. 이후로는 한반도평화연구원에서 남북관계의 제반 문제를 연구해오고 있고요. 지금 북한 출신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데, 대북 인도적 지원도 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 재단 설립 이래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해서는 길이 막혀 있습니다.
―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답답해지는데요. 과연 한반도에 통일이 올까요?
앞서도 말했지만, 통일이 무엇이냐가 중요합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거고, 두 개의 사회가 하나를 향해 가는 거지요. 민과 민이 합의를 보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통일이 오겠느냐 묻는 것은 실은 다소 엉뚱한 질문입니다. 두 학급이 있다고 쳐봅시다. 하나로 합치려면 각 반 학생들 각각의 의견과 합의가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각 반 학생들이 서로 상대방에게 반이 합쳐지겠느냐고 묻고 있는 격입니다. 결국 통일 주체인 우리 스스로의 의견과 의지가 중요해요. 그렇게 종합된 의견이 통일을 결정짓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통일에 관한 지독한 수동성을 갖게 되었고, 스스로가 통일의 주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어요. 나의 일을 나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통일이라는 게 어디선가 툭 주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거지요. 정치권만 바라보면서요. 그런데 그 정치인들은 누가 뽑았나요? 결국 투표를 잘해야 하는 문제로 가는데, 통일만 기준으로 투표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투표는 하던 대로 하되, 찍은 정치인과 정당에 통일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물어야 합니다. 이건 유권자로서의 책임이에요. 알고 싶지 않으니 무조건 부자만 되게 해달라는 식의 투표는 ‘거지 투표’에요. 결국 통일 문제는 정치의 문제인 동시에 앎의 문제이자, 무엇보다도 주체성의 문제입니다. 또한 합의의 문제고요.
― 자라나는 통일의 미래 주체인 10대 청소년들의 통일 의지가 낮게 조사됩니다.
설문조사 자체의 정당성을 생각해봐야겠죠. 청소년들에게 통일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서 (통일) 하고 싶냐 물으면 어디에 체크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머릿속에서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가 통일인데, 하고 싶지 않다고 찍는 게 지극히 정상이지요.
― 분단되지 않은 한반도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분단 상태가 왜 아픈 건지 알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들이 분단의 아픈 상황을 겪으면서도, 이미 너무 당연한 삶이 되어버려서 겪고 있지 않다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이미 분단이 대를 이어 익숙한 상태인 거죠. 앞서 군대 이야기를 했지요? 다 알다시피 군대는 터무니없는 급여를 주고 2년간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겁니다. 목숨까지 빼앗길 수 있지요. 게다가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분단 상황은 지금 군대 가는 청년들이 만든 것도 아니잖아요? 쉽게 말하면 예전에 싸웠으니까 지금도 싸우는 거지요. 사탄이 바라는 바입니다. ‘맹목의 싸움’을 싸우고 있어요. 아무도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싸움을 지속하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군대 다녀와야 인간 된다”고 흔히들 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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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일엔 국회에서 ‘군대 다녀와야 인간된다!’라는 토론회도 열렸는데요.
지구상에 강제로 군대 가는 나라는 딱 세 나라입니다. 남한, 북한, 이스라엘. 남북은 세트니까 갈등이 해결되면 이스라엘만 남게 되지요. 예전엔 나도 정말 군대 다녀와야 사람이 되는 줄 알았던 게, 대학 입학하고 유럽여행을 가려니까 군 미필자는 여권을 안 주는 거예요. 받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굉장히 복잡했어요. 그때 ‘아, 난 인간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완전 자유 시민이 아님을 그때 체감한 거예요. 제대하니까 이틀 만에 여권 나와서 바로 유럽으로 날랐습니다. 거기서 더 황당한 경험을 했어요. 독일 통일 후 1년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뉘른베르크에 놀러 가서 고성(古城)을 개조해서 만든 유스호스텔에 묵었습니다. 거기 기타치고 놀다가 손님 오면 접수 받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셔널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거더라고요. 기한은 일 년이고요. 통일된 나라에서의 일종의 병역이었지요. 나는 군 생활로 겨우 인간으로 거듭나서 그곳에 갔는데 말이죠. 저도 은연중에 전 세계가 다 우리같이 군대 간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데, 그럼 군대 안 다녀온 사람들이 많은 선진국들은 사람 안 된 짐승이 다스리는 짐승의 나라인가요? 우리가 얼마나 군대에 찌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북쪽은 더 심하겠지요. 남북 양쪽 모두 이게 뭡니까, 대체.
― 여전히 통일과 분단의 비용을 동등 비교하며 현상유지가 낫다는 주장이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통일에 드는 돈과 분단에 드는 돈은 그 성격이 천지 차이입니다. 앞서 말한 게 다 분단 비용인데, 그야말로 소모적이지요. 유효 기간 내 사용해야 하는 총알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들까지, 불안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쏟아 붓습니다. 반면 통일에 드는 돈은 투자 성격이지요. 예를 들자면 유럽까지 연결되는 기차를 다니게 하려면 북한 구간의 철로와 기차를 새로 만들고, 보수도 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결국 쓴 만큼 수익도 돌아옵니다.
통일된 한반도 땅에서는 육로로 유럽까지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유라시아 대륙의 종착지이고요. 모든 물류가 한반도를 통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요. 또한 다양한 사회 갈등 같은 것들도 통일된 땅에서는 이념 갈등으로 극단화되지 않고 타협점을 계속 찾아갈 수 있겠지요. 견해차는 계속 남더라도요. 지금 우리 사회에 무분별한 종북몰이가 계속되는데, 물론 종북은 지금도 있긴 합니다만, 무고한 사람들을 싸잡아 종북으로 모는 인사들이 있습니다. 현행법인 국가보안법에는 불고지죄가 있는데요, 종북을 알고도 신고 안 하면 불법입니다. 그렇게 보면, 종북이라고 막말하면서 신고는 안 하는 사회 인사들은 분단 상황을 악용하여 불고지죄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는 거예요.
―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는 일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앞서 말씀하신대로 하나님의 궁극적 명령, 즉 평화가 이 땅에 오게 할 통일의 책임이 특히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있지 않습니까? 5·24조치를 뛰어 넘어서라도요.
윌리엄 윌버포스 알지요? 소위 보수적인 교회에서도 칭찬하는 인물입니다. 당시 영국 경제 기반이 노예제였는데, 노예가 없는 세상을 꿈꾼 사람이지요. 경제 체제의 뿌리를 흔드는 위험한 꿈이었으니, 그는 당시 모든 욕을 다 먹었습니다. 마치 우리 시대에서 군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과도 같습니다. 교회에 (통일) 강의 나가 보면 어쨌든 결국 돈으로 탈북자들 좀 도와주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돈 내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지만 지금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게 아니에요. 돈은 관심을 표명하는 의미로서 필요하지만, 교회가 자꾸 돈으로 무언가를 해결 보려고 해서는 안 되지요. 기독교인은 꿈을 꿔야 합니다. 나쁜 무언가가 없어지는 세계를 꿈꿔야지요. 교회는 원래 이상주의자들의 집단입니다. 예수 같은 이상주의자가 또 있겠습니까? 편법으로 군대를 피해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군대를 안 가도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말입니다. 교회는 또한 시민사회의 일원이기도 하니 시민으로서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가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부당하다고 말해야지요. 5·24조치도 적절한지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요.
―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과는 참 거리가 멀군요.
실은 한국 교회 역사에는 이미 평화를 일군 선례가 있습니다. 누구나 입만 열면 존경한다는 손양원 목사님도 있고, 아버지가 북한 인민군에게 학살당한 김명혁 목사님(강변교회 원로목사)도 있습니다. 이런 어른들은 공산당에게 당한 개인 역사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명적 의지가 있던 겁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려면 만나고, 대화해야 해요. 서로 용서해야 하고요. 이게 기독교정신입니다. 다만 이 길을 선택 안하는 거지요. 교회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 즉 평화를 애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국가정책도 평화를 지향하는 정책을 지지해야 하고요.
― 미약한 수지만, 지난여름 임진각에서 열린 ‘분단70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통일 기도회’에 600명이 모였습니다. 당시 한 고등학생의 대표기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우리 10대들에게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감수성이 살아있구나 하고 느껴졌거든요.
그날 모인 분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찾아왔습니다. 단지 잔디밭에 모여서 기도하자는 모임에 말이지요. 인력 동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교계 어른들부터 초대하는 방식은 일부러 자제했어요. 지금은 2015년입니다. 북한 김정은이 1984년생이고요. 여러분들과 또래지요?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세대가 지나가고 있어요. 어른들은 바통을 넘겨야 하고 젊은이들은 바통을 쥐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우리 아이들은 훨씬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저보다 훨씬 뛰어나거든요? 맡겨 놓으면 다 알아서 풀어 갑니다. 영화 〈암살〉에 나오는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안중근 의사도 다 젊은 나이였어요. 세월호 사건을 봐도 배 안에서 희생 공동체를 형성하여 자기 구명조끼를 내어 주고, 상황을 기록해서 밖으로 알린 건 아이들이었어요. 기성세대는 도망 나왔고요. 하나님 보실 때 누가 예쁘실까요? 문제는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가 제대로 된 지식과 전술을 남겨야, 아이들이 행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능력을 계속 죽이는 일을 벌여요. 적을 두고, 미움과 살인을 가르칩니다. 그럼 아이들이 어떻게 평화로운 세상을 알겠습니까. 성경은 이웃을 미워하는 것이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어요. 시편에는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는 구절도 있지요. “날짜 좀 세라, 이 인간들아”라는 말이에요. 70년이면 한 인간이 태어나 죽을 수도 있는 시간이 지난 겁니다. 이제는 제발 시계를 보고, 날짜를 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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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지금, 우리 사회의 날을 계수하는 청년들이 이 땅에 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앎이 우선입니다. 범위가 넓지만, 남북관계 이해부터 현 안보 문제까지 다양한 책이 나와 있어요. 그리고 이미 남북간엔 통일을 향한 합의들도 있습니다. 7·4남북공동성명(1972), 남북기본합의서(1991),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2007)이지요. 앞선 합의를 지키고 이행하라고 마땅히 요구해야 합니다. 합의대로 이행만 되어도 한반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수순들을 밟아 개성공단도 있는 거고요. 합의 지키라고 요구한다고 안 잡혀 가요. 합의는 공표된 겁니다. 도덕과 정의론적 성격을 띠지요. 공표된 합의보다 낮은 단계의 수준인 전략으로 자꾸 내려가서는 안 됩니다. 합의 해놓고 속생각은 따로 하면서 이중적으로 사고하면 국가 수준이 낮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