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짜디짠 소금을 먹지 않으면 안 될까요? 인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소금. 예전에는 귀해서 문제, 최근에는 과잉 섭취가 문제 되는 그 소금. 이 글에서는 소금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1. 사람 몸은 소금물 주머니
사람의 몸은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소금물을 가두는 물주머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은 그 태생이 바다라는 사실을 몸속에 간직하고 있으며, 그 증거가 바로 혈액 속의 소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2. 설탕은 욕망, 소금은 생존
소금의 역할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들어가면 각각 나트륨과 염소 이온으로 나뉘어 수많은 생리 대사 작용에 관여합니다. 소금이 없으면 생리 대사 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심장이 뛰지 않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설탕도 한때 귀한 약으로 대접받았지만, 소금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 설탕은 욕망의 문제지만 소금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설탕은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소금은 방법이 없습니다. 과일, 채소, 곡식, 고기, 생선 등을 적당히 골고루 먹으면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그리고 나트륨을 제외한 미네랄은 어느 정도 필요한 만큼 섭취가 가능하지만, 나트륨(소금)은 그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챙겨 먹는 것입니다.
3. 하루에 필요한 소금의 양
소금은 정말 단순하죠. 나트륨 원자 하나가 염소 원자 하나와 결합한 결정체에 지나지 않고, 사람에게 그다지 많은 양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하루에 3g 정도면 충분하죠.
4. 소금 섭취량을 줄이려는 노력
짜게 먹는 습관으로부터 고혈압,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기에 많은 나라는 소금 섭취 억제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핀란드는 1970년대 초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금 섭취 제한 계획을 시작하였고, 2005년 미국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집니다. WHO는 2025년까지 일 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염화나트륨 5g)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 소금에 대한 갈망의 기원
사실 수렵 위주의 원시적 생활을 하던 시대에는, 소금은 중요한 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동물은 내장 부위에 염분이 포함되어 있어 수렵·채집을 해서 육식 위주로 살던 원시 시절에는 따로 소금을 섭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수렵 대신 농경 생활을 하게 되면서 별로도 소금을 섭취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식물에는 칼륨은 풍부해도 나트륨은 크게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간은 바닷가 인근의 강 하구에 정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강 하류에는 비옥한 퇴적층이 쌓여 농사짓기가 좋았고, 주변에 소금물이 포함된 지하수가 올라와 소금 구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초식 동물들은 피로 염분을 보충할 수 없고, 주식인 풀의 칼륨이 염분을 더욱 먹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소금을 보면 본능적으로 먹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로 초식동물은 암염 등을 통해 보충하고, 염분이 있는 돌을 깨 먹으려고 합니다. 로마 시대에는 죄수를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죄수에게 소금을 바르고 염소에게 핥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식물 중에도 소량의 나트륨이 있고, 좀 더 많이 함유한 식물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여인은 소금을 얻기 위해 소금을 특별히 많이 함유한 식물을 채취한 후 태워서 어렵게 소금을 구합니다. 퉁퉁마디(함초)는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가공해서 소금대용으로 쓸 수 있으며, 갈아서 즙을 짜면 간장과 비슷해서 함초 간장이라고 부르며 간장 대용으로 쓰기도 합니다. 이외에 다른 해초를 가공해 소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도 소금을 얻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했다는 증거인 셈이죠.
6. 소금 근처가 도시가 생기기 좋은 곳
소금은 바닷가에서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바닷물에는 염화나트륨이 약 2.5%, 그 밖의 광물이 약 1% 정도 들어 있습니다. 바닷물에서 천일염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염전을 꾸밀 수 있는 갯벌이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갯벌이 넓고 적당한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야 염전을 유지하기 좋습니다. 전 세계에 그런 조건을 갖춘 갯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물을 빨리 증발시킬 수 있을 정도로 덥고 건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갯벌은 좋으나 비도 많이 오는 지역이어서 천일염을 생산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이런 천일염의 제조법이 개발된 것은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고 예전에는 암염이 소금의 가장 흔한 원천이었고, 지금도 가장 흔한 소금이 암염입니다. 그래서 과거 문화나 도시의 생성은 소금과 관련이 깊었죠.
7. 사해
사해는 신기하게도 강물이 들어오는 곳은 있는데 나가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덥고 건조한 곳이라 1년 내내 엄청난 양의 물이 증발합니다. 사해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이 사해로 유입되는 수량보다 많기 때문에 사해 수면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바다의 염분 농도는 3.5%인데 사해는 자그마치 25%의 농도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물에 떠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 즉 사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해 근처는 소금을 구하기 쉬워서 인류 최초의 도시가 생기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소금이 만들어지면 사방에서 장사꾼들이 몰려들어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금 한번 무사히 잘 운반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소금 자체의 값도 비쌌지만, 내륙과 사막 길 운반비와 통행료는 더 비싸 보통 소금값의 3~10배 정도 들었습니다.
사람 몸이 둥둥 뜨는 사해.
8. 영주와 도시의 부흥
무거운 소금을 나르는 상인들은 두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소금을 나를 길을 찾는 것과 도적들의 공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주들이 곳곳에 소금의 이송을 위해 길을 평평하게 닦아 마차가 잘 왕래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기사들을 배치하여 안전을 책임져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공짜가 아니고 충분한 통행세를 내야 했죠. 그런 이유로 영주와 도시들은 앉아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도시 문화가 꽃피우게 되기도 했죠.
9. 최초의 제조업
과거에는 소금만한 돈벌이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귀족들이 동참하고, 수도원까지도 동참하였고, 국가가 전매제도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소금을 가진 자는 돈과 권력을 손에 쥐는 것이죠. 로마가 소금으로 일어났고 중국 진시황의 천하통일 사업도 소금 덕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는 것이 최초의 제조업이었던 것이죠.
10. 소금이 흔해진 건 얼마 되지 않은 일
소금이 흔해진 것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07년에야 인천 주안 염전에서 최초의 천일염이 제조되었고, 소금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진 것은 1955년이고, 소금의 전매제도가 해제된 것은 1962년이었습니다. 그리고 1997년 7월에야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다른 나라 소금의 수입도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11. 샐러리맨의 유래
로마 초기에는 소금이 화폐 역할을 했습니다. 관리나 군인에게 주는 급료를 소금으로 지불했고 이를 ‘살라리움’이라고 했습니다. 로마 제정시대 때부터 급료를 돈으로 지급했지만, 이를 여전히 살라리움이라 불렀습니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 봉급생활자를 일컫는 샐러리맨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 말입니다.
Truthout.org, CC NC SA
12. 소금, 황금, 노예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들의 3대 교역품목은 ‘소금, 황금, 노예’였습니다. 실제 12세기에는 소금이 가나에서 금값으로 교환되기도 했으며 노예 한 명이 그의 발 크기만 한 소금 판과 맞교환되기도 했습니다.
13. 네덜란드에 부를 선물한 청어와 소금
소금은 정말로 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네덜란드는 염장 생선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기도 했습니다.
청어는 한꺼번에 떼로 몰려오면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엄청나게 포획되는 종이라, 근대 이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서는 인류의 주된 식량원 중 하나였습니다. 바다의 밀이라고 할 정도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충무공 이순신은 병사들을 동원해 청어잡이에 열중해 수천 마리의 청어를 잡아 군사와 피난민의 식량으로 썼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청어는 회유 경로가 바뀌면 어획량 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큰 어종이기도 합니다.
세계사를 통틀어보아도 청어 어획량은 늘 들쑥날쑥해서 청어가 잡히는 지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곤 했습니다. 대항해시대 시절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경우죠. 스칸디나비아 근처 발트 해에서 잡히던 청어가 14세기부터는 해류의 변화로 네덜란드 연안 북해로까지 밀려드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네덜란드인들은 너도나도 청어잡이에 나섰죠. 당시 네덜란드 총인구가 약 100만 명 정도였는데 청어잡이에 연관된 사람이 30만 명이었다고 하니 거의 전 국민이 청어잡이에 연관되어 살아간 것이죠.
그런데 잡은 청어 내장에 지방이 많아 금방 상해버렸기 때문에 멀리 바다에 나가 조업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14세기 중엽 네덜란드 한 어민인 빌렘 벤켈소어가 갓 잡은 청어 내장을 단칼에 벨 수 있는 작은 칼을 개발했고, 그것이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는 배 위에서 작은 칼로 단번에 청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머리를 없앤 다음, 바로 소금에 절여 통에 보관하는 염장법을 고안해낸 것이죠. 이것을 육지에 들어와서 한 번 더 소금에 절이면 1년 넘게 맛있는 생선을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어부들은 1시간에 청어 2천 마리를 손질할 수 있었고, 생선을 훨씬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선들은 훨씬 더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있었고, 포획량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중세 유럽인들에게는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소금에 절인 생선과 돼지고기가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이런 청어잡이가 네덜란드에 큰 부를 선사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청어 축제’를 벌리는데, 이때에는 어부 빌렘 벤켈소어를 기념하는 행사도 열린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청어 축제(Vlaggetjesdag) 출처: 네덜란드 관광청
14. 하루에 소금 100g을 먹었던 스웨덴(15세기)
지금도 소금 섭취가 많다고 하지만, 인류 전 시대를 통틀어 본다면 15세기 스웨덴에서 가장 소금 섭취가 많았다고 합니다. 계산에 따르면 당시 1인당 하루 소금 섭취량이 무려 100g이라고 합니다. 소금에 절인 생선이 가장 중요한 식량자원이었기 때문이었죠. 예전뿐 아니라 소금은 음식의 보존성을 높이는 데 있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5. 냉장고의 등장
이런 소금 섭취량을 낮추는 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한 것은 바로 냉장고의 등장입니다.
16. 최초이자 최후의 식품 첨가물
소금은 아마 인류 최초의 식품첨가물이자 최후의 첨가물일 것입니다(비록 첨가물 대신 식품원료로 등재되었지만). 소금만큼 적은 양으로 요리에 강력한 효과를 주는 것은 없습니다. 분자요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엘 불리의 페랑 아드리아는 소금에 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요리를 변화시키는 단 하나의 물질.”
소금은 음식에 짠맛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전반적인 풍미를 높여 맛있게 해줍니다. 또한, 쓴맛을 없애주고 이취를 줄이며 단맛을 강하게 하고 향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음식에서 짠맛이 난다는 것은 소금을 넣어도 너무 많이 넣었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17. 생명 활동의 근원
소금이 요리에서 가장 강력한 맛을 내는 것은 소금이 생존에 절실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소금은 생명 활동의 근원입니다. 우리 몸에서 나트륨이 부족하면 신경전달에 필요한 전위차가 발생하지 않아 몇 분 안에 사망합니다. 과도한 탈수 후에 급격히 물을 많이 마시면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은 체액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신경전달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금은 몸의 여러 가지 대사와 소화 등에 관여합니다. 소화 기관의 내용물이 소장에서 대장으로 운반될 때, 그것은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물을 포함한 액체 상태입니다. 음식물에 포함되었던 물도 있지만 내 몸에서 나온 물이 더 많습니다. 췌장의 효소, 점액, 담즙산 등, 모두 수용액 상태로 내 몸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약 9L 정도의 물이 대장으로 흘러갑니다. 이것이 그대로 배출되는 것이 설사고, 설사가 반복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은 대부분 대장에서 재흡수되어 대변을 통해 배출되는 양은 100mL정도입니다. 나트륨 같은 이온들이 내 몸에서 소화기관으로 방출되면 물도 따라서 소화기관으로 들어가고, 대장에서 다시 재흡수되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물도 따라서 회수됩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한 이온의 재흡수에 의해 물도 재흡수되고 남은 것들이 농축되고 고체화되어 배설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장에 흡수되지 않는 마그네슘 같은 것을 설사약으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몸은 소금을 99% 재흡수하여 사용하므로 소모율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섭취량보다 이 재흡수율의 차이가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18. 소금을 향한 본능적인 갈망
우리 몸은 소금 특히 나트륨을 소중하게 아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소량씩 끊임없이 손실되어 꾸준히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동물 몸속에는 항상 소금에 대한 강력한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먹어 원하는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지만, 초식동물이 먹는 식물은 나트륨이 적고 칼륨 위주라, 항상 부족한 나트륨 때문에 소금에 대한 갈망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목숨을 건 위험한 행동마저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19. 소금 대신 피까지
서기 500~1,000년대를 유럽의 암흑기라고 말합니다. 당시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바다 수면이 1m 가까이 높아져 모든 염전의 소금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소금 품귀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소금이 줄자 여기저기서 탈수 현상과 미친 증세를 보이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소금 품귀현상은 내륙지방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심해졌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미쳐 날뛰고 몰골이 흡사 귀신처럼 되어버리면서 소금 성분을 대신 섭취할 수 있는 동물이나 사람의 피를 빨아먹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동물과 사람의 피는 항상 어느 정도의 염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아프리카 내륙지방에서는 소금이 모자라면 소의 동맥에 뾰족한 대나무관을 꽂고 피를 빨아먹습니다.
20. 소금 줄이기가 힘든 이유
이랬던 소금이 근래에는 너무 흔하고 저렴해지면서 하루 섭취량이 10g이 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보건 당국은 소금(나트륨) 적게 먹기를 역설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소금(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하지만, 왜 짜기만 한 소금을 줄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 제대로 설명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소금을 줄이지 못하는 것이 개인적인 무지의 산물인 양, 보건 당국은 과다 섭취의 문제점만을 반복하여 설명하고는 합니다.
소금이 단지 짠맛이었으면 너무나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온갖 요리의 핵심적인 맛 성분이라 맛 경쟁을 하는 한 줄이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무작정 소금을 줄이면 맛의 중심이 없어져 다른 모든 맛과 향이 시들어 버립니다. 맛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소금의 양이라 가장 과학적이고 정교한 요리책마저 소금의 양은 확정하지 못하고 적당량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재료는 양이 조금 변해도 최종 맛에 영향은 적지만, 소금은 재료의 차이에 따라 항상 미세한 조정을 필요할 정도로 예민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리에서 소금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소금의 마술은 거의 무한대입니다. 보통 자연물은 아주 복잡한 구성 성분을 가지는데 그들 구성 성분을 하나하나 분리하여 맛을 보면 대체적인 성분은 무미거나 나쁜 맛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나쁜 맛의 성분이 적거나 염과의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에 맛이 괜찮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유는 맛이 좋습니다. 우유에서 지방을 뺀 탈지우유도 맛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탈지우유에서 염을 제거하면 형편없는 맛이 됩니다. 여기에 다시 소금을 넣으면 원래 우유 맛이 납니다.
소금 때문에 우유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유의 숨겨진 비밀이 소금이기도 한 것입니다. 소금은 이처럼 나쁜 맛은 감추고 좋은 맛은 더 좋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러니 소금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21. 빌리 이야기
어린 빌리는 소금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항상 음식에 소금을 많이 넣는 것을 좋아했고, 결국 그 욕구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금 한 통이 며칠 만에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 그의 어머니는 어느 날 부엌에서 뭔가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소금, 순수한 소금이었습니다. 그녀는 소금 통을 빌리의 손이 닿지 않는 선반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빌리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그러지 마세요, 나는 소금을 먹어야 해요.”
다음날 아침 그녀는 부엌에서 쿵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가보니 빌리가 소금을 꺼내려다 의자와 쓰러진 것입니다. 빌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외쳤했습니다.
“엄마, 저 소금 먹고 싶어요! 제발 소금을 주세요!”
그녀는 소금을 줄 수밖에 없었고, 빌리는 소금을 열심히 먹었습니다. 결국은 빌리를 병원에 입원시키게 되었습니다. 빌리가 애처롭게 울면서 소금을 요청했지만, 병원은 통상적으로 아이들이 섭취하는 만큼의 소금만을 주었고, 계속 소금을 찾는 빌리의 방은 잠겨버렸습니다. 불행히도 빌리가 소금을 그렇게 찾는 이유를 검사하기도 전에 빌리는 죽고 말았습니다.
-네일 R. 칼슨, [생리심리학 7판] 중에서
빌리가 그렇게 소금을 찾은 이유는 알도스테론의 분비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알도스테론은 신장에서 소금을 재흡수를 조절하는 호르몬인데 이것이 없어 소금을 무작정 배출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혈액 속 소금이 부족하여 빌리는 그렇게 소금을 갈구한 것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소금 재흡수 능력이 없다면 빌리처럼 엄청난 소금을 먹어야 했을 것입니다.
22. 육지동물과 바다동물
육지에 살려면 소금의 재흡수 능력이 필수적이고, 바다에 의지해 살려고 하면 소금의 배출력이 꼭 필요합니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금의 농도 조절이니까요. 고래는 원래 육지 동물이었습니다. 사슴이나 하마와 같이 발굽을 가진 포유류였는데 신생대 초기에 시작하여 약 800만 년 만의 세월을 거쳐 완벽하게 수생동물로 변환하였습니다. 물속에 살기 위해 귀가 변하고, 눈의 위치가 변하고, 수영법을 익혔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체내 기관의 변화는 바다에 살기 위해서는 소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새나 악어는 눈 근처에 소금 배출 샘이 있으나, 포유류는 그런 기관이 없는데 콩팥의 구조 변경을 통해 그걸 해낸 것입니다. 바닷물에 살려면 소금을 배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민물에 살려면 소금을 지키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23. 아이에게 고염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
우리 몸 안의 나트륨 균형은 콩팥이 큰 역할을 하는데 콩팥이 기능을 제대로 못 하여 나트륨 배출을 못하게 되면 세포의 기능이 마비되어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아기는 콩팥 기능이 아직은 약하여 섭취한 나트륨을 배출하지 못하므로 고염식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24. 획일화된 권장 소금 섭취량의 맹점
민물고기는 아가미의 상피세포에 있는 ‘염분흡수세포’를 작동시켜 민물로부터라도 염분을 흡수하고, 일단 몸에 들어온 소금은 조직으로 흡수하고, 묽은 오줌만을 배출합니다. 바닷물에 사는 어류는 과잉의 염류를 아가미의 상피세포에 있는 ‘염분분비세포’를 통해 배출해야 합니다. 바다에 사는 이구아나, 바다거북, 악어, 바다뱀 등 파충류는 머리에 있는 두선(頭腺, cranial gland)을 통해 소금을 배출하고, 바다에 사는 새들은 눈 밑 부리 위에 염류선(salt gland)을 통해 초과하는 염분을 배출합니다.
갈매기가 많이 머무는 섬의 바닷가 바위 위에 흰 자국이 많이 있는 것은 갈매기의 변이 아니라, 이들이 배출한 소금물이 말라붙은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동물은 소금의 재흡수나 배출 기작을 가지고 먹는 양에 비해 훨씬 긴축적으로 또는 탄력적으로 사용합니다. 결국, 이런 각자의 몸에 세팅된 조절 능력이 먹는 양보다 중요한 것이고,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획일화된 소금 섭취량은 사람에 따라 별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