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보다 비싸진 면세점… 생존가능할까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을 앞둔 승객들이 면세점 앞을 이동하는 모습. 정부가 해외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를 종전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리면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의 숨통이 트였지만,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면세점의 고민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국내 면세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로 위기를 맞았던 면세업계 지원을 위해 8년 만에 여행자 면세 한도를 800달러(약 105만원)로 올리고,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일본·중국 등 주요 항공 노선도 확대하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며 일부 제품 면세 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싸지고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에게 주는 알선수수료가 최대 40%까지 치솟는 등 위기 요인도 만만치 않다.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환율 차이 보상’, ‘업계 최초 유료 멤버십’ 등을 내걸고 내국인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 高환율·따이공 수수료 ‘이중고’… 면세점, 내국인 고객에 사활
신라면세점은 지난 14일 업계 최초로 유료 멤버십 ‘SHILLA &(신라앤)’을 도입했다. 가입비 30만원, 200명 한정으로 회원을 모집했는데 이틀 만에 마감됐다. 가입비보다 많은 38만원 상당의 면세점 포인트를 비롯해 인천·제주 공항 면세품 인도장 우선 서비스, 신라호텔 객실 할인 등 쏠쏠한 혜택에 가입 고객이 쇄도했다고 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추가 모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8일 현대카드와 함께 업계 최초로 사용처와 상관없이 면세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롯데 DUTY FREE 현대카드’를 출시했고, 신세계면세점은 VIP 회원에게 신세계백화점 VIP 회원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5월 내국인 전용 멤버십 ‘클럽 트래블’을 출시해 가입 고객에게 면세점 고객 등급을 승급해주는 혜택 외에 여행·문화행사 등 제휴 할인도 제공하고 있다.
◇ 환율 1300원 돌파하자 일부제품은 백화점 가격보다 비싸지기도… “환율차 보상”
지난달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한 고환율은 면세업계에 큰 악재다. 면세점 상품은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되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백화점 상품과 가격 차이가 줄어들거나 되레 역전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5일 쿠폰 등 할인 혜택을 적용하지 않은 정상가 기준으로 향수 브랜드 조말론의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코롱’은 면세점에서 76달러(9만9719원)로 백화점(9만9000원)보다 비쌌다.
면세점들은 환율 상승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여러 보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롯데면세점은 환율이 1300원을 넘으면 최대 40만원(1만달러 구매 시) 상당의 면세점 포인트를 지급하는 ‘환율 보상제’를 도입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여러 제휴 혜택을 포함하면 최대 286만원까지 포인트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라면세점도 유류비(SK주유상품권), 휴가비 지원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따이공 수수료 주면 남는거 없다” 국내 면세점, 체질 개선 불가피
면세업계에선 내국인 고객 유치가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 됐다. 한국 면세점의 ‘큰손’이었던 중국 따이공이 알선수수료가 크게 오르며 ‘계륵’ 같은 고객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하기 전 알선수수료는 매출 기준 20% 초반 수준이었지만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30% 초중반까지, 최근 화장품 등 특정 상품은 40% 초반까지 올랐다. 매출의 30~40%를 수수료로 지급하다 보니, 팔수록 손해 보는 역마진까지 생겨나고 있다.
따이공은 거래 금액이 크지만 정작 수익률은 1~2% 수준으로 낮아 면세업계의 수익 악화 원인 중 하나다. 같은 매출이 발생해도 알선수수료 등을 떼면 수익은 크게 감소한다. 반면, 내국인 고객은 여러 프로모션이나 할인을 적용해도 10% 내외 수익률이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아닌 수익성을 보면 충성도 높은 내국인 고객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면세점마다 내국인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