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中
용산구 동자동, 옥탑방 옥상에 오렌지 빛 달빛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달빛은 마치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듯이 쪽방촌을 비춘다. 저 건너편, 또 다른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이 보이고, 그 뒤에 또 다른 쪽방촌이 숨어있다. 그렇게 쪽방촌은 도시의 한 구석에, 변두리에 조용히 숨죽이며 자리하고 있다.
PM 5:00
한 끼니 저녁을 위해 두 시간을 줄서다
센터 앞에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서로의 어깨를 치며 장난을 하는 사람, 그 장난을 보고 웃는 사람, 담배꽁초를 베어 물고 있는 사람, 자욱한 담배연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 일자리정보가 담긴 게시판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사람, 일자리와 관련하여 걱정스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다양한 사람들로 센터 앞은 시끌벅적했다.
저녁시간은 두 시간도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센터 앞은 줄을 선 노숙인들로 북적인다.
노숙인들은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다 배식시간을 놓쳐 밥을 못 먹는 경우도 있어 남들보다 서둘러 급식소를 찾는다.
이들은 칫솔, 면도기, 속옷 등의 살림도구가 들어 있는 배낭을 메고 있었다.
센터 안 사무실은 분주하다. 여기저기 전화벨소리가 울리고 직원들은 노숙인들에게 기초정보와 일자리 등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 노숙인 다시서기센터는 노숙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자활 및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2005년부터 대한성공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
▲ 저녁식사 준비전, 식사 봉사자들이 자리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PM 6:30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둔다
지하 1층 식당 안, 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수증기가 식당의 싸늘한 공기를 따뜻하게 데웠다. 자활근로를 하는 노숙인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힘을 합해 급식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큰 주걱으로 두 공기도 훨씬 더 돼 보이는 밥양이 노숙인들의 식판에 꾹꾹 눌러 담겼다. 보통 사람이 평균 한 끼에 먹는 밥양의 두 배가 넘는 양을 이들은 이날, 저녁으로 해결했다.
“조금만 더 주세요.”
“쪼끔 더.”
“한 번만 더요.”
충분히 많아 보이는 양이었지만, 배식과정에서 몇몇 노숙인들은 계속 ‘더 많이’를 요구했다.
이수범 과장은 “다음날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 혹시 오늘도 아침과 점심을 굶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한 끼 식사 기회가 왔을 때 선생님(노숙인)들이 최대한 채워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요.”하고 말했다.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두어야 하는 것. 이들은 언제 또 밥을 먹게 되는 것일까. 이날 저녁, 200여명의 노숙인들이 저녁 한 끼를 채웠다.
▲ 빨래 건조대, 다시서기센터 세탁실 옆 4층 베란다
△ 3층 도서관(마을문고)-도서관이라고 하기엔 작다.
3층 한방안에 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대부분의 책이 기증품이다.
▲ 도서관 내부 공지 게시판
PM 8:00
인문학 강좌에서 무엇을 얻을까
설거지가 끝나고 이수범과장을 따라 센터가 있는 숙대입구역에서 서울역까지 걸었다.
이 길이 노숙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길이다.
우리는 그 중간쯤에 위치한 인문학 강좌 강의실로 향했다.
성프란시스대학이라는 건물에 마련된 강의실에서는 역사수업이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원형으로 배열된 책상이며 토론과 글씨기 위주의 수업은 노숙인들의 ‘상호 소통’을 중시하는 인문학강좌의 취지에 맞아 보였다.
인문학강의는 노숙인들이 극심하게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삶의 동기를 부여해주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저 이제 일 끝나고 강의 들으러 가요.”
이수범과장에게 인사하는 노숙인의 표정이 밝다.
이제껏 일을 하다왔다고 했는데 오히려 활기차 보였다.
우리에게도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posted by 이선율(세상을 여는 틈, 2011.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