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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 제주올레 화이튕^^V
▶ 2010.11.13(토)
9코스의 종착점이자 10코스의 출발점인 바당올레 횟집서 거나한 점심을 끝내고 발길음은 절로 10코스를 향한다.(완전중독^^)
화순해수욕장 모래사장으로 나가 금모래빛에 감탄한다.
뒤켠의 산방산에 괜한 위압감을 느끼면서....... 그래도 니가 좋대이~~~~
이어 나타나는 주상절리.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들.
10코스도 어마하게 마음에 든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숨어있는 10코스. 유난히 콧노래가 더 나온다.>
오늘은 9코스만 걷고 산방산 탄산온천을 즐기고 가려 계획했는데 짧은 9코스에 대한 미련은 발걸음을 자꾸만 직진형이 되어버린다. 하여, 10코스에 대한 사전 공부는 전혀 못했지만 하루종일 설레며 바라본 산방산을 곁에 두고 눈과 발걸음은 황홀해 한다.
어마무시하게 아름다운 돌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걷는 이 즐거움이라니.......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 마음의 여유는 걸음조차도 윤택하게 한다.
멀리 산방산을 앞에두고 항만대서 바라 본 용머리해안.
<바닷가지만 모래사장이 아니라 단단한바위가 가로질러 있어 걷기엔 좋았다. 근데 여긴 뭐하던 곳이래? ㅡㅡ;;>
지구의 온난화로 밀물이면 해수면이 올라 사람들이 걸어서 돌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TV에서 심각하게 말하던 용머리 해안. 잠시 풍광의 아름다움보다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이 마음은 애국이라고 불러다오^^
아무튼 용머리해안을 바라보며 우측으로 무지 경사진 모래언덕을 기어올라 간다.
길게 드리운 식물의 줄기에 온 체중을 실으며 '그랴~~ 난 특전사에 갔어야 했어. 이게 딱 체질이야'를 연신 중얼거리며 혼자 실미도훈련을 체험한다.
즐겁다^^
내려다 보이는 제주의 바닷색을 우찌 표현할까? 하면서 얄미운 디카 탓을 함 해보기도 하공^^
산방연대라고 설명된 간세앞에 앉아 셀카.
푸른 쟈켓을 입은 이가 사진을 찍어줬는뎅 헉? 나 어디로 간겨? 하는 수 없이 오도카니 앉아 셀카.
척~ 내려다보니 아까 내가 벅벅 기어서 올라 온 곳을 내려가고 있구나.
<신나게 기어올라 온 비탈길, 모랫길, 조오기 안 나오는 사진을 찍어준 파랑쟈켓 ㅡㅡ;;>
산방연대서 내려다보는 곳엔 하멜전시관이 보인다.
<하멜 상설전시관. 나같은 호기심천국이 하멜호 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니...... 쩝.>
하멜....... 네델란드 사람으로 풍랑에 휩쓸려왔었지.
유럽에 울 나라를 처음 소개한 사람이고.......
울 나라사람들의 어마한 배척때문에 거주하는동안 말못할 고통을 겪은 하멜이 벤치에 수척하게 앉아있구나.
그 곁에 가서 수고했다고 위로해 준다.
우리와 생김새가 다르다고 귀신으로 몰아 부친 조상님들.
지금도 그러하지만 울 나라사람들은 자신과 넘이 다른 걸 불편해하는 기질이 다분하다.
조금만 달라도 별나게 취급하고, 다른다는 것을 이상한 것으로 비정상인 것처럼 몰아부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넘과 비슷하면 마음의 안정이 드는 것일까? 그래서 뭐든 유행에 민감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쳐진 듯이 생각하는 안타까움....... 뭐 내 아이의 성향도 그러하니 이해한다.
내 어린 70년대 시절만해도 외국인이 지나가면 힐끔거리며 쳐다보기 일쑤였는데......
그 때 그 시절엔 오죽했으랴.
흰 피부에 높다란 코쟁이, 요상한 언어와 파란 눈, 노랑머리는 귀신의 형상 그대로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극심한 고초를 겪었을 하멜. 부디 하늘나라서 행복하시라~~~~
하늘나라?
하늘나라가 아닌 지금 내가 사는 세상, 있는 그대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남에게 필요이상의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줄여야 하는데.......
관심을 빌미로 온갖 사생활을 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난 참 딱하다는 생각을 한다.
필요한 만큼만 알고 사는 것, 좀은 단순하게 사는 것. 뭐 내 취향이다.
난 그렇게 살 뿐이다.
하멜전시관 지나 설큼바당.
잘난 위장약 한 봉지 털어 먹고 꿋꿋이 길을 나선다.
어~~ 저 풍경.
제주할망 한 사람이 감귤 몇개를 올려놓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점심 먹은지 얼마되지 않았고, 신 것을 제대로 못먹는지라 몇 개만 사서 검은봉지에 들고간다.
사계해안.
헉~ 말라붙은 돼지풀이 보인다.
웬쑤~~ 꺾어서 발로 직직 밟는다. 이 불타는 돼지풀에 대한 증오심 ㅡㅡ;;(넘 오버했낭?)
사계포구를 지나고 이어진 형제 해안도로를 걸어간다.
조그맣게 만나지는 조각공원^^
< 누가 다 뜯어 먹은겨? 뼈만 남은 물고기조각.ㅋㅋ>
사계화석 발견지에 설명되어 있는 화석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간다.
엥? KBS 로고를 단 카메라가 들이닥친다. 올레꾼의 뒷표정을 좀 찍어도 되냐고.
칫~ 이젠 앞 얼굴이 못받쳐주니 뒷통수?ㅋㅋ
어디든 올레길이 나오면 초록 저고리를 사선으로 둘러메고 가는 사람이 바로 난 줄 아시오.~~ ^^;;
좌측으로 형제섬이 계속 같이 걷는다.
바위표면에 구멍이 송송 뚫린 해안가도 지나고, 퇴적암이 너무 멋진 이 풍경은....... 달 표면?
혼자 외계에 온 것같은 상상.
야아호~~ 제다의 제국이닷. 레이저 빔을 받아랏~~ 얏~~~ (맛이 가는 중인가?)
<이 퇴적암속에 구멍을 뚫은 것은? 난 아녀요^^ 왼쪽 위로 보이는 형제섬, 다정하지요?>
송악산이 바라다 보이는 입구에서 철수하기로 한다.
오늘 한꺼번에 다 걷기엔 너무 아까운 10코스^^ 다음에 와서 야금거리며 다시 걸어야지~~
산이수동에서 철수.
버스를 기다리다 처음으로 시도한 히치하이커를 성공. (쏘울 66모5461 제주아저씨 탱큐^^)
모슬포로 와서 제주로 삐리링~~~~~ 부산도착.
아흑~ 이 편리한 교통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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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까지 2010년 11월 13일(토) 10코스 절반승했던 후기구요^^ 지금부턴 11월 26일~27일 이야깁니다.
▶ 2010년 11월 26일(금)
음화화화화~~ (^0^)
공항 해물짜장면을 먹으며 딸려나온 밥 한공기로 주막밥 만들기 미션 성공.
역쉬 난 의지의 한국인이야. 한다면 한다고요~~~ (쪼까 없어 보이는게 문제긴 하지만 ^^;;)
요즘 눈에 좋으라고 특별한 약을 복용중인데...... 눈은 더 어두워져 다촛점안경을 맞추었다.
그러니 주먹밥 만들기로 한끼를 절약할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처지인 건 고백안해도 되겠쥐? 흑흑.
<사람들 눈치안보며 주먹밥 만들기 시범>
탄산온천을 기대하며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차 시동을 거는데......헉~ 전기장판 코드를 안뽑고 왔다.
화다닥거리며 올라가 코드를 뽑고, 하구언 다리 건너 공항을 외우며 간다. (나 원 참. 지난 번엔 우회전할 자리에서 생각없이 직진하다 당황했었기에. )
에구~~~ 한때 총명 최가 이젠 완전 건망+치매증세로 일상 생활이 힘든 걸 보니 세월이 주는 무게가 몽땅 두상부분으로만 온 것같아 서글프기 짝이 없다.
주름이 펴지는 뇌, 불치의 노안이 심화되는 눈, 진동소리도 못듣는 가는 귀, 임플란트로 치장한 치아, 훌쭉 꺼진 뺨....... (엉엉엉~)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데 자꾸만 나서는 입조차 마음먹은대로 단속을 못하니.......쩝
뱅기가 오후 8시 10분에 착륙하자마자,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써뉘^^
바로 주차되어 있는 100번 버슬 타고(1천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10분걸렸나?
평화로 경유 45분차가 산방산 탄산온천으로 간댄다.(2천5백원)
얏호~~ 성공^
표를 보니 제주에서 덕수(일반)이라 씌여 있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평화로의 야경을 즐기며, 신나게 달리는 운전기사님이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혼자 감탄할 때.
버스는 날 독수리 아닌 덕수리에 버리신다.
눈조리개를 모아 시야를 재조정한 후 둘러보니 앞엔 검은 산방산이 떠억~하니 버티고 있고^^
그 위로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 별들, 별들.
산방산 왼쪽 하늘 위로 삼태성을 가운데 두르고 몽둥이를 든채 사각형을 이룬 오리온, 베텔규스와 리겔^^
그 아래로 겨울철 별자리 중 가장 빛나는 1등성 시리우스, 큰 개 자리^^
또 다른 1등성 프로키온이 있는 작은 개 자리.
거인의 겨드랑이라는 뜻의 베텔규스와 시리우스, 프로키온을 이으면 겨울철 대삼각형이 되나니~~~아픈 목을 뒤로받쳐가며 열심히 감상에 빠진다.
'아아~ 도로에 누워서 감상하고 싶어라~~~'
시선을 북쪽으로 옮겨 사자자리를 한 번 일별하고 걷는다.
물음표가 거꾸로 되어있는 별자리를 찾으면 사자자리이니^^
별? 조~~~오치^^
천체에 관심이 많아 연수도 수십시간 받았었다.
달 관찰은 기본이고, 딸을 데리고 사자자리의 유성우를 보기위해 새벽에 길을 나서기도 하고, 경주 OK어쩌구 연수원에서 회원들과 함께 목성, 금성을 보러간 기억도 행복함으로 남아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별덕분에 따라댕긴 내 딸은 나만큼 행복했을까? ㅎㅎ
심지어 한때의 희망사항은 천체망원경을 베란다에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내게 항상 넘 심하다는 말을 던지는 머글냄편의 방해공작과 내가 지닌 원초적인 결함, 기계치라는 이유로 실현하진 못했다. 쩝.
별을 좋아하는 것, 별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 그에 대한 이야기를 외우듯이 하는 것.
아마도 어려서부터 밤하늘 별자리를 보며 놀았던 때문이리라.
괴정의 2층, 넓다란 베란다에 6형제가 길게 누워 여름철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아렸었다.
정 중앙의 십자로 그어지는 백조자리. 데네브^^
거문고 자리와 독수리자리,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은하수를 우리 형제들은 다들 좋아했다.
백조자리 그 어딘가 블랙홀이 있다고 섣부른 위협을 하던 큰 오빠^^;;
붉은색으로 물들면 나일강에 홍수가 진다는 남쪽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그건 영원한 내 별이다.
되돌아보니 내 유년은 행복한 추억이 정말 많구나^^
그리고 모두들 죽도록 읽어대던 책 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얽힌 별자리 이야기.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하리라~~~~
한동안 잊었던 별자리덕분에 잠시 무한의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나는 날고있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
투명하게 맑은 제주의 밤하늘에 혼자 감탄하며 저 멀리 보이는 온천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만하다.
<시간 되면 함 들러보세요. 온천욕이 아주좋아요^^ 수치료를 겸하던 워터월드 맛하곤 또 다르더라구요.>
친철100단의 게스트하우스 쥔장. (2만원, 전날 예약)
그가 내준 탄산온천 입장권을 들고 바람처럼 달려가 촤르륵~ 쏴아~~~~풍덩.
오후 11시30분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B6로 돌아와 바리 잠의 신 솜너스와 열애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2010년 11월27일(토)
아침 7시 기상.
다른 때보다 푹~잘 잔 것같다.
목욜, 일터의 동료들과 저녁을 먹는데 5시간을 보낸 터라 기력보충이 제대로 안 되었는데.......
탄산온천의 부드러운 위로와 조용한 숙소덕분에 피곤이 말끔히 가신 듯하다.
엇저녁 기온보다 훨~~ 푸근한 아침.
게스트하우스 주변과 야외 수영장을 천천히 걸으며 어제 만든 김해공항표 주먹밥과 단무지를 아침으로 냠냠거린다.
<여름에 붐볐을 펜션과 야외수영장. 호젓해서 더 좋아하는 건 사람마다 다른 기질때문?>
그리고 온천으로 다시 입장^^
머릿수건과 모자를 두른 제주할망들의 독특한 대화를 들으며 탄산온천의 물맛에 흠뻑 빠지다.
30분 후, 간단 화장과 산행 옷매무새를 고치고 바깥 야외 탁자에 앉아서 픽업차를 기다린다.
에구~ 궁뎅 시려.
복장에 안어울리는 모자를 꺼내 깔고 앉는다.
날이 푸근하니 어제 껴입고 온 트레이닝 바지와 검정 속T는 얌전히 개켜 배낭속에 정착 시켰다.
<저 나무의자가 우찌나 차갑던지 꽁꽁 언 궁뎅. 벨로아 모자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에 두른 빨강쌕에서 핸펀이 진동모드로 배를 두들기누나. 누구여?
R성옥이다.
명퇴하고 아들과 스페인으로 여행 간^^
지금 코르도바에 있다는 소식에 혼자 배아파한다.
건축을 전공하는 아들인지라 스페인의 건축물들은 정말 볼 게 많으니.
뭐 나야 아는 거라곤 로마네스크식, 고딕, 바로크 양식, 추리게라양식, 현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정도뿐 ㅡㅡ;;
잘났다~~ 둘이서 실컷 즐기고 오라고 답신을 보낸다.
픽업차량에 5명이 몸을 싣는다.
송악산 입구로 가는 길에 죄측으로 보이는 나즈막하고 독특한 산은 단산이란다.
단산. 날렵하군.
친절한 게스트하우스 쥔장은 13일 오, 송악산 입구서 철수한 그 자리에 나를 내려준다.(귀신이닷^^:;)
천천 오르막을 오르니 발 아래 펼쳐지는 풍광이 정말 가관이라^^
산방산과 형제섬이 그린 듯 앉아있다.
올레 리본이 가리키는대로 절물오름을 올라간다.
죄측으론 비탈진 경사로다. 우측엔 송악산이........
바람이 세서 이 거구가 흔들릴 지경이지만 착한 올레꾼이 되어 리본을 따라간다.
엥? 근데 원 위치?
어디로 간담? 아까 산등성이서 좌우로 하나씩 흔들리던 리본이 있었는데 우측으로 가야 했었나?
난 좌측리본을 따라 왔을 뿐이고. 그냥 해안도로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을 뿐이고.
하는 수 없이 에라~~ 몰겠다. 송악산으로~~ 갈 뿐이고.
국토 최남단의 산이자 분화구가 있는 송악산.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티비와 책자가 외치고 있다.
그래도 우짠담? 못가라는 철조망이 쳐진 것도 아니고 자제해 달라는데 자제 못하니...... 조심해서 가는 수 밖엔 ㅡㅡ;;
♬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오옹~아악사안 있거늘~~~♪ 택도 없는 노래를 부르며 혼자 흐흐흐.
<송악산 정상부근의 올레 표지판>
바람에 날려갈 듯한 정상에서 가파도와 마라도를 찾아보기도 하고, 염소들이 천지에 싸 놓은 귀여운 똥덩어리를 밟으며 움푹 파인 분화구를 감상, 자라고 있는 식물을 힘주며 살펴보기도 하지만........
아쿵~ 굴러 떨어지겄따아~~~ 죽갔구나야~~~.
하산하다 생각났다.
도대체 장갑은 어디둔겨?
엇저녁 분명 등산용 장갑을 챙겨넣은 듯한데 아침에 배낭에 손을 넣어 휘저어봐도 안잡힌다.(나.으. 한계)
아흑~ 길은 외줄기^^송악산 옆구리를 조심스레 밟으며 한 바퀴 빙~ 도는 듯한 느낌인데 어마하게 아름다운 해송길이 나타난 거다.
길위엔 소나무 잎으로 가득하고...... 푹신한 이 감촉.
<땅처럼 보이는 저 갈색의 길 위에 소나무 잎이 켜켜이 깔려 있었나니....... 호강한 내 다리>
도시인들이 정말 잊고 사는 거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뿐사뿐 즈려밟고 가는 이 기분. 완죤 최고로군^^
오솔길의 끝점에 ㅌ자형의 문이 나타나고, 허걱? 출발점이 보이잖아?
아까도 절물오름서 원위치였는데 지금도? 뭣에 씌인겨?
혼자 괜히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다가 좌측으로 난 리본을 보고 따라간다.
<송악산을 한 바퀴 빙 돌아 나와 죄측으로 낮은 오르막 길. 이 멋진 풍경을 그냥 두고 갈수가 없다.>
거센 바람땀시 안 어울리는 모자를 둘러 쓴다.
섯알오름을 지나 불쑥 만나게 되는 11월의 푸른 밭. 조각보를 펼쳐놓은 듯하다.(우찌 이런 식상한 표현을 ㅡㅡ;;)
감자, 마늘, 배추, 무가 자라는 밭^^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초록^^
작은 오르막 나무다리를 지나니 개인 감자밭.
길을 내주신 토지 주인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되어 걷는다. 옆으로 나온 잎조차 밟지 않으려 심하면서^^
같은 곳에 세워진 표지판인데도 섯알인지 셋알인지 나도 몰겠다.
아무튼 대동아전쟁을 일으킨 일본넘들과 이념의 대립 현장이었던 곳에서 억울하게, 분하게, 안타깝게 사라져간 제주민의 영혼을 위로할 수 밖엔 없었다.
길 가엔 광대나물들이 흐드러졌네? 이건 봄에 보는 것인디...... 따순 제주도의 기온 탓인가 보다.
양배추밭도 만난다.
크으~ 양배추가 노래한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동그란 얼굴을 내밀며 나를 보면서 노래하는 듯한...... 식물의 향일성을 괜히 내 이름자에 붙이곤 좋아하는 꼴이라니(선 -SUN)...... 못말린다. 나도.ㅋㅋㅋ
계속 이어지는 이 길은 뭐람?
너른 밭들을 지나오다 갈림길에서 억새풀 꼭대기에 매달린 마지막 리본, 그 후엔 화살표도 리본도 보이질 않는구나.
정신차리는데는 물이 최고, 물 마시고, 초콜릿과자 먹고.......
암튼 사람은 안보이니 길이 나오는데로 가야지.
차 잡고 물어봐야겄따. 혼자 걸을 땐 염치불구하고 고성방가는 기본이다.
으아~ 으아~ 으아~~~
자료에 의하면 '알뜨르 비행장'이어야 하는데.......
마지막 리본을 본 자리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표표표~~~
한참을 걷고 걸어서 도로 가에 나부끼는 빛바랜 리본을 찾아낸다.
올레길 리본은 푸른색과 오렌지색이 선명한데 저건 또 뭐? 세차게 휘날리는 희끄무레한 리본 ㅡㅡ;;
용감하게 밭을 가로질러 도로를 건너 살펴본다.
제주올레 리본은 맞는데 아주 오래 전의 표시였나? 무지엄청엉망으로 빛이 바랬꾼.
그래도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걷는다.
송악산을 뒤로한 채 열심히, 걷다보면 하모해수욕장이 나오겄쮜^^라고 생각하며.
빨간 차를 잡아 물어보니, 그들도 관광객인지 네비게이션에 물어본다.
방향은 맞는데 3.3킬로 더 남았단다. 그쯤이야 뭐^^
마침 농로길로 나오는 트럭, 농부아저씨께 여쭤보니 내가 죽자고 걸어 온 그 길이 바로 알뜨르비행장이란다^^;;
문뒤~~~
직선 활주로~ 유난히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도대체 어디쯤에서 표시를 놓친 것이여?
반가운 간세^^
쩝~ 질러와야 되는디 30분이상을 돌아왔꾼^^
그래도 좋아.
하모해수욕장 가는 길엔 도 해송군락이 나를 반긴다.
세찬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역할을 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겠구만.
그에 비해 우라지게 맑은 물빛^^
저 색을 제대로 내기엔 너무나 부족한 나의 디카 ㅡㅡ;; 오늘 벌써 두 번째 탓한다.
주제를 잊지 말아야지, 난 여기에 사진을 찍으러 온 게 아니고 여행을 하러 온 사람이닷. 사진은 그저 내 여행후기를 도와줄 부속품일 뿐. 부족함을 탓하지 말고 고마워 해야지.디카 고맙다, 고맙거든, 근데 좀 더 잘나오면 좋을낀데, 우라질 디카 ㅡㅡ;;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말을 이자묵는 모땐 순간이다.)
하모해수욕장 인증샷 후 돌아서는데 특~~ 안장을 올린 간세가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
돌아가서 돌로 고여놓는다.
남은거리 2.4킬로? 아니 그럼 아까부터 꼴랑 900미터 밖에 안 걸어왔단 말야? 돌아보니 한참 멀구만 ㅡㅡ;;
야자나무가 즐비한 모슬포가는 길엔 돈나무도 열매를 터트리고 있다.
파리를 부르는 이 열매의 냄새가 거석시러워 제주도선 똥낭(동나무)이라고 부른다지? ㅋㅋㅋ
하모체육공원을 지나 올레안내소서 10코스 완주 스탬프 쾅.
<죄측의 올레 안내소에서 스탬프 찍기 전, 지나가는 아이를 잡아 셔터를 눌러달라고 애원^^;;>
자~ 이젠 신축성있는 계획대로 10-1코스인 가파도로 가야지.
정기여객선 매표소에선 오후 2시 배는 출항하는데 돌아오는 4시 배는 기약할 수가 없단다.
그래 바람이 넘 심하게 불더라~~우뜅~~ 인생이 우찌 계획대로만 되겄냐? 궁시렁궁시렁.
그람 우째?
돌아가는 뱅기 시간은 오후7시 45분인디.
아아~ 후기가 넘 길어졌다.
여기서 자르고 점심 먹은 야기. 그 후에 돌아다닌 야기는 다음에 써야겠다.
마사.
첫댓글 볼 때마다 감탄! 어쩌면 풍경과 심경을 요로코롬 그린 듯이 쓰는지~~~ 10코스를 다시 봅니다.
우린 알뜨르 비행장을 지나 전투기 격납고를 구경하고 그 앞에서 히치 하이크로 하모체육공원까지 ~~~~~
그냥 잘 했다 싶더군요.
그 긴 길을 걸어 왔다면 고생이 많았겠어요.
다음 코스 10-1의 올레기가 기대됩니다.
그러려면 건강하세요!!!
네^^ 건강~건강~~!!!
주문처럼 외우며 살아야겠습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그대는 진정 자유인 입니다.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샘이 부럽습니다..
평소에 작은 일 모두 포기하고 집안 일에만 매진~ 그러다 한번씩 떠나는 거죠^^
슈슈님도 시도해 보세요.
집에서도 안말릴겁니다.
그래~ 그렇게라도 스트레스 풀어야지~하면서 편이 생길껄요^^;;
자신을 믿지 못하면 남도 믿지 못하는 거겠죠^^ 히치 하이크...멋집니다*^^*
부경숲 대표미인 써니님은 손가락 들기도 전에 차가 줄줄이 설겁니다.^^*
나름 괜찮은 체험이었답니다.
(고백하자면 앞으로 올레길만 걸으면 습관이 될 듯 하와요^-^)
산방산게스트하우스에 노천수영장도 있잖아요샘^^ 도전은...크으~무리다그죠ㅋㅋ
한창 안에 침대공사하는거 보고 올라왔는데..샘덕분에 추억에 젖어봅니다..
첫째도둘째도 몸단디챙기는거 아시쥐요^^ 함께 여행할 날만 손꼽아기다립니다..
우뛰이~
그 잘난 노천수영장에선 더 잘난 처이들이 비키니를 입고 풍덩거려 쌌터구만요.
난 노천탕도 들어갈까 말까? 하는 처지라 ㅜ.ㅜ
크으~그눈치엄는 처이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