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봄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여기저기 밀약의 모습이 보인다.
연분홍 꽃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여자의 마음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남자가 봄꽃 보고 동(動) 하는 마음에 느닷없는 카메라 출사나, 혹은 겨우내 신지 않고 신발장에 모셔놓은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뒷모습이나, 야구장을 찾아 많은 관중 속에 슬그머니 자신을 끼어 넣어 티켓 같은 종이 조각 같더라도 살아있는 역동성을 한번 느껴보고자 하는 것. 이 정도라면 남자의 변신은 무죄라 항변해도 될까? 가슴속에 돌이나 쇳조각이 잔뜩 들어있을 것 같아 도무지 감정이라곤 눈곱만큼이라도 없을 것 같던 남자의 봄. 이런 기세라면 남자와 봄의 불륜은 저 쇠라도 녹아버릴 기세다.
김창완 가수가 종종 신문 칼럼을 쓴다.
육십 대 접어든 나이에도. 워낙 감수성이 풍부한 음악 예술인이니 새삼 봄에 대해 여느 남자와 다르겠거니 한다만, 딸의 변신에 대해 요모조모 꼬집듯 살펴 본 모습이라니 칼럼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가 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봄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생기는 눈가의 주름도 언젠가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그대로, 눈주름은 눈물이 수없이 지나간 골짜기처럼 그대로, 화장을 해도 나중에 예쁘게 그대로 남는 때가 있을 거라는 속 말이 그에 동(動)했던 내 눈도 봄을 따라 신문 지간을 눈여겨 읽고 있었다.
남자의 봄이란 시각의 범주에서 나도 예외가 될 수 없나 보다.
모처럼 일요일에 아내와 속리산에 갔다.
해발 높이 1000미터를 넘는 산을 최근 좀처럼 가본 적이 없어 어렵게 정상까지 갔다. 오르는 데만 2시간 반 걸렸는데 날씨도 화창해서 좋다. 이곳 문장대 산벚꽃은 4월 중순이 돼서야 피기 시작했고 유독 만개한 하얀색의 벚꽃나무가 눈에 띈다. 개나리도 아직 꽃이 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 피어있다.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 듯 둥글게 깎은 문장대 정상 바위에 올라가 산 아래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문장대라 굵게 음각된 비석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갑자기 우리 집 아이가 한 말이 생각났다. 카톡이나 SNS 프로필 대문 사진에 중장년 남자 사진 대부분이 저 사진이란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사진 속 남자는 모두가 산정상 바위를 끼고서 얼굴만 바뀐 동일 스튜디오, 동일 사진사에 의해 찍은 모습이란다. 여기서 남자란 아저씨와 오빠를 가르는 잣대임에 오기가 없겠다.
얘기를 듣고 슬쩍 프로필 사진을 바꾼 기억이 난다.
남자,
그리고, 산 정상에 음각된 바위, 정복이라는 욕망의 어깨에 팔을 건....
봄과 썸타는 이 시대의 남자.
첫댓글 어쩐지 일달에 뵐수 없다했더니,형수님과 산행하셨군요~~^^
봄타지마세요,중년에 남자한텐 아지랭이같은 신기루일뿐~정신차리고보면 일장춘몽...,ㅎㅎ
기동팀장한테도 물어보시게. 거기도 만만치 않어... 쭈구리고 앉아서 혼자 야생화 찍잖어.
아무 생각없이 쭈구리고 앉자있어도 세상은 제각각 잘돌아 가고 있더군요 땅박닥을 마라톤하드시 달리고있는 개미 잡복근무 하고있는 거미 진든물을 찿아해매는 무당 벌레 이꽃저꽃 이쁜것만 찿아 다니는 벌 등등
@물번개(김기동) 202 충격이 큰 모양일세... ㅎㅎ
뒷산을가도 먼산을 가도 온 국민이 등산인인듯 ㅎㅎㅎ
남녀를 불문하고 분비되는 호르몬이 썸을타게하니 이또한 살아가는 이유인듯~ㅋ멋진산행을 하셨나보네요~
대문사진 오랜만에 바꾸려다 그냥 내버려뒀다는 거. 어느 산악회는 산속에서 노래자랑합디다. 노래하던 여자 보니 갑자기 미자가 생각난다. 미자야! 모하냐?
@홍훈기 이제봤네요 전 항상 즐겁고 힘차게 지내고 있사옵니다 제생각까지 넘 감사하네요
두분 항상부러워요~이젠 아라뱃길에서 찐하게 썸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