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공단을 찾아온 아시아의 노동자들
안병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작년(2025년) 여름과 가을(6월~9월), 시화노동정책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중소기업이 빼곡한 시화공단(시흥스마트허브)의 공장 골목골목으로 자주 나아가 뜨거운 햇살 아래 섰다. 다름 아닌 아시아권 17개국에서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을 현장에서 만나기 위해 17개 나라 언어로 된 설문지를 들고 나선 것. 설문조사는 2025년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수행한 ‘안산시 이주노동자 실태와 지원방안 연구’에서 사용한 설문 문항을 그 센터의 양해하에 축약해 진행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점심시간에 맞춰 공단에 산재해 있는 자잘한 많은 식당 앞에서 기다렸다. 남성 노동자도 많았지만 의외로 여성 노동자도 꽤 많았다. 그들을 만나면서 언어 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번역기(앱)를 돌려 원하는 소통은 가능했다. 그리하여 연구소는 107명의 이주노동자를 만났다.
국가산단인 시화공단(시흥스마트허브)과 연접한 반월공단(안산스마트허브)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98.8%, 5인 미만 사업장은 80.9%이다. 시화공단의 이주노동자 고용현황은 5,216명이고 사업장 수는 1,328개소, 이중 제조업종의 88.6%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2025. 10. 31. 기준). 제조업에서 이주노동자(외국인노동자) 고용 조건은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이하의 업체이다. 그렇다 보니 시화공단의 제조업종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공단의 국적별 취업 현황(인원수, 명)은 인도네시아(1,636), 베트남(1,341), 미얀마(1,168), 네팔(1,156), 캄보디아(943), 방글라데시(649), 기타 국가(3,944), 고용 특례자(H2; 외국 국적 동포 방문비자) 순이다.
연구소의 이번 설문조사는 예비조사로서 시화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실태를 알아보려는 방편이었다. 설문에 응한 이주노동자 107명을 나라별로 보면 11개국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28.0%로 가장 많고, 필리핀(25.2%), 베트남(18.7%), 네팔(10.3%) 순이고, 난민도 1%로 나타났다. 성별은 남성이 72.6%로 다수이고, 연령대는 30대가 절반인 50.0%이었다. 고용 형태에서는 정규직이 62.9%로 가장 많았으며, 비전문취업비자(E9, 고용허가제)가 45.5%로 가장 많았다. 체류기간에서는 10년 이상이 39.6%로 가장 많았고, 5년~10년 미만이 39.6%, 3년~5년 미만도 39.6%, 3년 미만이 20.9%이었다. 구직 경로를 보면 공공기관이 53.3%, 인력중개업체 16.2%, 직접 방문이나 비공식 중개인(일명 브로커) 5.7% 순으로 나타났다. 안산(반월공단 등) 조사와 비교 시 지인 소개 비율이 크게 낮고 인력중개업체 비율이 확연히 높았다. 이는 구직 과정에서 본인 비용 지출, 즉 중간 착취를 당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라 하겠다(손정순, ‘2025년 시화공단 이주노동자 설문 결과’).
이주노동자들이 노동 및 생활에서 필요한 사항을 보면, 먼저 노동환경 개선에서는 제1순위가 공공 무료 일자리 소개, 직업훈련 순서이고, 제2순위에서는 차별 해소, 모국어로 안전교육 순서로 나타났다. 생활환경 개선에서는 제1순위로 한국어 무료 교육, 주거시설 지원과 생활 지원, 제2순위에서는 생활 지원, 주거시설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노동환경 측면에서는 공공기관을 통한 일자리 소개, 생활환경 측면에서는 한국어 무료 교육이 최우선인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욕구에 호응하여 연구소에서는 올해 사업에서 일자리 및 한국어 교육 실시를 위한 최소한의 접근(기반 시설 구비, 소수 인원 교육, 공공 일자리 소개 등) 계획을 수립하여 시도해보려 한다. ‘지자체 외국인주민 현황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한 시흥시 이주민 규모는 78,444명으로 전국의 226개 기초 지자체 중 세 번째로 많다. 지자체 등에서도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태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연구소는 이번 예비조사에서 나타난 사실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2026년에는 예산을 크게 확보하여 표본 등 규모(인적, 물적)를 더욱 넓혀 조사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아직도 안산 외에는 시도하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실태조사(생활, 노동)를 시흥에서 연구소가 추진할 계획이다. 3월 이반 달부터 실태조사를 착수한다(공공기관이 하지 못한 민간 차원). 사업명은 ‘시흥지역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및 정책 지원방안 연구’로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예산을 일정 부분 지원받아서 진행한다. 정책포럼 및 심층면접( FGI) 등을 통해 전문가, 관련자(이주노동자, 사용자, 정책집행자 등)의 의견도 충분히 듣는다. 연구 결과가 나오면 지역 공공기관(시흥시, 외국인복지센터, 노동자지원센터), 산단공(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고용노동부, 법무무(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에도 보내,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서 반영하도록 요구할 야무진 뜻을 품고 있다. 실제로 정책이 집행되는지 모니터링도 하여 평가서도 낼 계획이다.